“2030년까지 자사 전체 전기차 중 80%에 공급”
국내 배터리기업 악재 예상 속, 車업계 긍정 전망 공존

배출가스를 줄이기 위해 전기차나 수소차의 보급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친환경 미래차 보급을 늘리려는 정책이 국내는 물론 해외 곳곳에서 이미 시행 중이다. 앞으로는 주유소가 모두 사라지고 차들은 모두 기름을 넣는 대신 배터리를 충전해서 달릴까? 그러려면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폭스바겐이 전기차 배터리 자립에 나서겠다고 선언하면서 해당 기업에 배터리를 공급했던 국내 주요 제조사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인다. 일각에서는 완성차 시장 전체로 보면 시장활성화 등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된다는 전망도 나온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폭스바겐이 전기차 배터리 자립에 나서겠다고 선언하면서 해당 기업에 배터리를 공급했던 국내 주요 제조사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인다. 일각에서는 완성차 시장 전체로 보면 시장활성화 등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된다는 전망도 나온다.

폭스바겐이 지난 15일, 그동안 사용하던 파우치형 배터리 대신 각형의 통합 배터리셀(Unified cell)을 만들어 2030년까지 자사 전체 전기차 중 80%에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원가 부담을 낮추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런 결정이 알려지자, 그동안 폭스바겐에 파우치형 배터리를 공급하던 LG에너지솔루션·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기업에게는 악재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MBC는 17일자 ‘폭스바겐 배터리 자립 선언, K배터리 비상’ 제목 기사에서 “아직 까지는 한국 업체들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데, 계속 그럴 거라는 보장은 없다”고 보도했다.

증권가 등에 따르면, 기존 폭스바겐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MEB Project 를 통해 2031년까지 150GWh의 배터리를 탑재하고, LG에너지솔루션(유럽)과 SK이노베이션(미국)으로부터 파우치타입을, CATL(중국)과 삼성 SDI(유럽)로부터 각형 배터리를 공급받기로 계획했다. 그러나 노스볼트를 통한 내재화 추진, 유럽의 전기차 밸류체인 통합 전략에 따라 각형을 주력타입으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전 세계에서 테슬라 다음으로 가장 많은 전기차를 판매한 회사다. 이에 따라 각형 배터리를 생산하지 않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현재 계약된 물량을 소화하고 나면 폭스바겐에 대한 수주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예상이 제기된 것. 아울러 일각에서는 폭스바겐이 배터리 원가 절감 등에 나서는 행보가 결과적으로는 완성차 시장에서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17일자 보고서에서 “폭스바겐의 내재화 이슈는 배터리 업종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당분간 섹터의 디레이팅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내재화를 검토하는 이유가 가파른 성장임을 감안할 때, 급격한 디레이팅은 아닐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내놓았다.

그러면서 “자동차 업종에게는 전기차 활성화와 셀메이커에 대한 협상력 강화라는 긍정적 측면과 시장 내 가격경쟁의 가능성이라는 부정적 측면이 공존하지만, 한국 완성차들의 뛰어난 원가설계 능력과 배터리 관련 기술의 기확보, 그리고 배터리 내재화 필요시 빠른 실행이 가능한 구조 등을 감안할 때 전반적으로는 긍정적 판단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송 연구원은 각형 배터리는 한국 배터리 업체들 역시 생산 대응이 가능하다고도 밝혔다. 그는 보고서에서 “물론 폭스바겐이 당장 한국 배터리 업체들에게 많은 물량을 요구할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급격한 전기차 생산 증가 과정에서 자체·노스볼트 공장의 수율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일부 물량이 외부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와 더불어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이미 수익성 및 수율 확보한 한국 배터리 업체들의 이점이 분명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외주 물량 증가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는 전망도 함께 내놓았다.

그는 폭스바겐이 배터리 원가 절감에 성공할 경우 전기차 판매가격이 하락하는 결과로 연결될 수 있다고도 전망했다. 송 연구원은 “볼륨 모델을 기준으로 전기차 원가에서 배터리팩이 차지하는 비중이 20% 선인 것을 감안할 때, 폭스바겐의 배터리제조원가 절감이 계획대로 달성될 경우 전기차의 판매가격이 5% 이상 하락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전기차의 단점 중 하나인 초기 고가격 문제가 완화되면서 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의미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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