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여야 산다 #용기 ③] 일회용 용기, 어디서 어떻게 줄일까?
[줄여야 산다 #용기 ③] 일회용 용기, 어디서 어떻게 줄일까?
  • 이한 기자
  • 승인 2021.03.17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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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용기 줄이는 여러 가지 방법들
플라스틱 없을지도...제로웨이스트 알맹지도 아시나요?
1회용 식기류 40억개...포장·배달 용기 줄여라
입법조사처 “빈용기보증금제도 대상 품목 확대 필요”

역사 이래로 인류는 늘 무언가를 더하기 위해 살아왔습니다. 과거보다 더 많은 자본, 나아진 기술, 늘어나는 사업영역에 이르기까지, 미지의 분야를 개척하고 예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며 문명을 발전시켰습니다. 그 결과, 인류는 발전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지구의 건강이 위협받기 시작했습니다. 인류가 무언가를 많이 사용하고 또 많이 버릴수록 지구에 꼭 필요한 자원과 요소들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열대우림이 줄어들거나 빙하가 녹고 그 과정에서 생태계의 한 축을 이루던 동물과 식물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에 주목해야 합니다. 적게 사용하고 덜 버려야 합니다. 에너지나 자원을 덜 쓰고 폐기물이나 쓰레기를 적게 버리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환경적인’ 일입니다. 인류는 무엇을 줄여야 할까요. 줄여야 산다 열 두번째 시리즈는 최근 사용이 크게 늘어난 (일회용) 용기입니다. [편집자 주]

용기를 내면 용기를 정말 줄일 수 있을까? 사진은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사진에서 연출된 상황은 기사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용기를 내면 용기를 정말 줄일 수 있을까? 사진은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사진에서 연출된 상황은 기사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용기를 내면 용기를 정말 줄일 수 있을까? 그러니까, 소비자들이 다회용 용기를 사용하면 1회용 용기를 많이 줄일 수 있겠느냐는 의미다. 실제로 식당에서 음식을 테이크아웃할 때 그릇을 직접 가져가거나, 물건을 구매할 때 용기를 가져가서 필요한 만큼만 담아오는 사람들이 있다. 플라스틱 용기나 1회용 용기 사용을 줄이자는 취지다.

온라인에서 위와 같은 실천이 본격적으로 화제가 된 건 지난해 4월, 배우 류준열이 SNS에 다회용 용기를 가지고 장을 보는 모습을 올리면서부터다. 당시 류준열은 ‘마트에 가서 용기를 내보았다 #용기내’라는 짧은 멘트와 함께 다회용 용기에 생선을 담아 구매하는 사진을 올렸다. 3월 15일 현재 이 게시물은 인스타그램에서 18만 2399개의 ‘좋아요’를 받았다. 댓글에는 자신의 지인을 태그하며 ‘우리도 실천해보자’고 다짐하는 글이 줄을 이었다.

용기를 내는데는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지 않다. 그저 집에서 쓰는 그릇을 깨끗하게 닦아서 가져가면 된다. 그리고 실천하려는 의지만 있으면 되니까 그런 뜻에서도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지 않다. 그런데, 의지가 있어도 실천이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 용기를 가져가서 살 수 있는 물건이 있지만, 이미 용기에 담긴 채 팔리는 물건도 많아서다. 용기를 가져가서 꼭 필요한 물건만 사고 싶으면 어떻게 하면 될까? 사실, 조금만 주의깊게 관심 가지면 인터넷에서 관련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 플라스틱 없을지도...제로웨이스트 알맹지도 아시나요?

그린피스는 지난해 4월, 류준열의 ‘용기내’ 프로젝트가 화제되던 당시, 홈페이지를 통해 “대형마트는 플라스틱 없이 장보고 싶어 하는 소비자의 요구에 응답하기 위해 #용기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린피스는 앞서 2019년, 소비자를 대상으로 ‘대형마트의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에 관한 인식 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당시 소비자 10명 중 7명은 ‘플라스틱 사용을 줄인 마트가 있다면 구매처를 변경해서라도 이용해 볼 용의가 있다'고 답했다.

플라스틱 용기나 1회용 용기가 없어도 장 볼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린피스는 지난 2019년 ‘착한가게 원정대’라 불리는 소비자 32명과 함께 ‘플라스틱 없을지도’를 만들었다. 서울을 크게 4개 구역으로 나눠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 없이 장을 볼 수 있는 가게 리스트를 정리한 것. 이 지도에는 “우리 나라에 더 이상 비닐 묻을 땅이 없다”며 비닐 포장을 모두 없앤 과일가게 등 총 21곳의 가게 정보가 담겼다.

비슷한 취지의 정보를 찾을 수 있는 곳은 많다. 알맹상점은 ‘제로웨이스트 및 세제소품샵 알맹지도’를 제작해 꾸준히 업데이트해왔다. 구글맵으로 제공되는 이 지도에서는 세제 리필 샵앤샵 21곳, 제로웨이스트·리필샵 18곳, 카페와 디저트가게 5곳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지역 단위로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곳도 많다. 성북구 이웃만들기 사업 ‘늘좋은’이 대안생활 실천모임 ‘나를 돌봄 서로 돌봄 봄봄’과 함께 만든 용기내 커뮤니티에는 다회용 용기 사용 등에 관한 정보들을 공유할 수 있다.

성남과 분당, 판교 지역에서 플라스틱이나 비닐포장 없이 소비자가 지참한 용기에 내용물을 포장해 올 수 있는 식당 정보를 공유한 지도도 있다. ‘성남/분당/판교 플라스틱 없을지도’라는 이름의 이 지도도 3월 15일 현재 3100여회 이상의 뷰를 기록하고 있다.

◇ 1회용 식기류 40억개...포장·배달 용기 줄여라

환경부에 따르면 포장이나 배달에 사용된 1회용 식기류가 연간 40억개(2018년 기준)에 달한다.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나 실천만 가지고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하기에는 어려운 숫자다. 그래서 최근에는 환경부와 관련 기업 등도 적극 나서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해 5월, 한국플라스틱포장용기협회, 한국프랜차이즈협회, 배달의민족, 자원순환사회연대 등과 함께 ‘포장·배달 플라스틱 사용량 감량을 위한 자발적 협약식’을 진행했다. 당시 협약은 2019년 11월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된 ‘1회용품 함께 줄이기 계획’ 중 하나로, 포장·배달 음식에 주로 쓰이는 1회용품 사용 저감을 위해 업계가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마련됐다.

당시 협약 참여자들은 포장·배달 용기에 쓰이는 플라스틱 사용량을 최대 20% 줄이기로 뜻을 모았다. 용기 규격화를 통해 개수를 줄이고, 두께를 최소화하는 등으로 경량화를 추진하여 용기에 쓰이는 플라스틱을 근본적으로 줄인다는 계힉이다. 용기 재활용이 쉽게 되도록 재질을 단일화하고 표면에 인쇄를 하지 않기로 했으며 재활용이 쉬운 포장·배달 용기를 자체적으로 인증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내놓았다.

당시 홍정기 환경부 차관은 “생산에 5초, 사용은 5분, 분해는 500년인 플라스틱 폐기물 감량에 사회구성원 모두 적극 동참해야 한다”라고 말하면서 “협약은 포장·배달업계도 자원순환사회 구현의 일원으로 맡은 역할을 다하고자 노력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이러한 노력이 업계 전체에 확산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협약에 따라 환경부는 포장·배달용기 플라스틱 저감을 위한 행정적·제도적 지원, 이행실태 여부 관리, 협약내용 대국민 홍보 추진 등을 진행한다. 사업자는 포장 및 배달용기 감량과 표준화, 올바른 배출 홍보, 재활용이 쉬운 용기 공급 등을 맡는다. 시민사회는 이행실태를 모니터링하고 협약당사자들의 성과 도출을 위한 협력·지원, 국민인식 변화를 위한 캠페인 전개 등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성북구 이웃만들기 사업 ‘늘좋은’이 대안생활 실천모임 ‘나를 돌봄 서로 돌봄 봄봄’과 함께 만든 용기내 커뮤니티에는 다회용 용기 사용 등에 관한 정보들을 공유할 수 있다. 사진은 용기내#커뮤니티 PC버전 첫화면 모습. (홈페이지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성북구 이웃만들기 사업 ‘늘좋은’이 대안생활 실천모임 ‘나를 돌봄 서로 돌봄 봄봄’과 함께 만든 용기내 커뮤니티에는 다회용 용기 사용 등에 관한 정보들을 공유할 수 있다. 사진은 용기내#커뮤니티 PC버전 첫화면 모습. (홈페이지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 입법조사처 “빈용기보증금제도 대상 품목 확대 필요”

1회용 포장재나 용기 등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 여의도에서도 관련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해 12월, ‘1회용 포장재 재활용 활성화를 위한 보증금 제도 도입방안’ 이라는 제목의 입법·정책보고서를 발간했다. 입법조사처는 당시 보고서에서 빈용기보증금제도 대상 확대를 제안한 바 있다. 빈용기보증금 대상 포장재를 ‘반복 사용이 가능한 유리용기’와 ‘EPR 대상 용기’로 나눠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다.

입법조사처는 ‘자원재활용법 제15조는 재사용을 촉진하도록 하고 있고, 동법 제 15조의 2(빈용기·1회용 컵의 자원순환 촉진)가 빈용기의 재사용을 위해 마련되어 있으나, 추후에는 빈용기의 재사용 뿐만 아니라 1회용 컵까지 재활용을 하도록 개정되어 있어 재사용과 재활용이 혼재되어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빈용기와 1회용 컵의 자원순환을 분리하고 추후 1회용 컵을 EPR 대상 품목으로 관리하는 이원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당시 입법조사처는 보고서에서 “재사용유리병의 보증금은 제조업체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 부과하는 보증금이나, 1회용 용기의 보증금은 사회의 필요에 의해 부과하는 보증금”이라고 언급했다.

이와 더불어 “기업의 필요에 의해 시장에서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는 빈용기보증금과 환경보호를 위해 부과되어야 하는 자원순환보증금을 분리·관리하는 것이 도입 목적에 부합할 수 있으며 1회용 용기로 인한 미세플라스틱 대응 전략수립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입법조사처는 현재 빈용기보증금제도의 대상품목을 ‘반복 사용이 가능한 유리용기’에서 ‘EPR 대상 포장용기’인 종이팩, 금속캔, 빈용기보증금 대상이 아닌 유리병, 플라스틱과 같은 합성수지포장재 전반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줄여야 산다 ‘용기’ 4편에서는 1회용 용기를 줄이려는 국내 기업들의 사례를 소개한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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