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껍질, 파뿌리도 한번 더 쓰는 사람들
“냉장고 속 식재료 회전율 높이는 게 숙제”

기업이나 정부가 아닌 일반 소비자가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친환경’ 노하우는 ‘쓰레기를 덜 버리는 것’입니다. 플라스틱이든, 음식물 쓰레기든, 아니면 사용하고 남은 무엇이든...기본적으로 덜 버리는게 가장 환경적입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편집국은 지난해 ‘미션 임파서블’에 도전했습니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주말 이틀을 살아보자는 도전이었습니다. 도전에 성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틀 동안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게 말 그대로 ‘불가능한 미션’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환경을 포기할 순 없습니다. 하여, 두 번째 도전을 시작합니다. ‘제로웨이스트’입니다. 이틀 내내 쓰레기를 ‘제로’로 만들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기로 했습니다. 쓰레기를 배출하던 과거의 습관을 하나씩 바꿔보려 합니다. 평소의 습관이 모여 그 사람의 인생과 운명이 결정된다면, 작은 습관을 계속 바꾸면서 결국 인생과 운명도 바꿀 수 있으니까요.

불편하고 귀찮은 일이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겠습니다. 스물 세 번째 도전입니다. 음식 쓰레기를 만들지 않기, 가능할까요? [편집자 주]

국내에서 버려지는 음식물쓰레기는 연간 500만 톤이 넘는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재활용 되는 음식물쓰레기는 20~4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진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하루에 1만 3000여톤의 음식물이 버려진다. 이걸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매일 많은 음식이 버려진다. 먹다 남긴 식사는 ‘음식물쓰레기’가 되고 유통 과정에서 소비되지 않고 미판매로 전환돼 결국 폐기되는 식재료도 많다. 서울시교육청 산하 학교보건진흥원이 2019년 9월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매뉴얼 ‘환경 그린라이트’를 발간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는 하루 1만 3,465톤이다. 국민 1인당 음식물 쓰레기를 280그램 배출한다는 의미다.

음식물 쓰레기 얘기가 나오면 사람들은 ‘밥을 남기지 마라’는 조언을 떠올린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음식물 쓰레기의 범위가 넓어서다. 환경부가 지난해 3월 블로그를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전체 음식물 쓰레기 중에서 먹고 남은 음식물은 30% 내외다. 그것보다 더 많은 음식이나 식재료가 유통·조리과정(57%)에서 버려진다. 보관만 하다가 결국 폐기되거나(9%), 하나도 먹지 않은 상태(4%)로 버려진다.

유통과 조리과정에서 버려지는 식재료를 모두 없애고 만들어 놓고 안 먹는 음식이나 쓰지 않는 식재료를 차단하면 음식물쓰레기의 약 70%가 줄어든다. 물론 어디까지나 이론상 그렇다는 얘기다. 하지만 먹고 남은 음식보다 다른 과정에서 버려지는 음식이 많다는 건 팩트다. 그러면 어느 과정에서 뭘 줄여야 할까.

학교보건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음식물 쓰레기를 20% 줄이면 연간 1,600억원의 쓰레기 처리 비용이 줄어든다. 에너지 절약 등으로 5조원 규모에 달하는 경제적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자 그러면 냉장고 속 식재료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기자가 한번 도전해봤다.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의견도 들어봤다.

◇ 냉장고 파먹고, 남은 재료는 다시 쓰기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냉장고를 파먹고, 남은 재료는 다시 조리하면 된다. 여기에 한가지 더, 식재료를 필요한 만큼씩만 사야 한다. 식재료를 효율적으로 구입해 꼼꼼하게 관리하고 적당한 양만 조리해서 먹으면 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세상 모든 해결책들이 그러하듯 문제는 실천이다. 살다 보면 바빠서, 생각만 해도 귀찮아서, 막상 해봤더니 불편해서 결국 미뤄두는 게 많은 사람들의 문제다.

지난 주말, 기자는 음식쓰레기를 하나도 버리지 않고 밥을 먹으려고 시도해봤다. 무조건 과식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식재료나 남은 음식 등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음식물쓰레기를 줄이자는 취지였다.

시작은 금요일 저녁이었다. 저녁에 동태알을 넣은 탕요리를 먹었는데 그게 애매하게 남았다. 국으로 먹기에는 적은 양이었다. 생선살과 알은 전부 먹었고 채소 건더기만 일부 남았다. 예전 같으면 버렸을 정도의 양이다.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다 남은 탕을 팔팔 끓인 다음 프라이팬에 옮겨 담아 밥 두공기와 양념을 조금 더 넣고 볶았다. 그런 다음 식혀서 반으로 나눠 소분해 냉동실에 넣었다. 하나는 토요일 아침에 녹여먹고 또 하나는 며칠 후에 밥이 부족할 때 녹여 먹었다. 염분이 섞인 국물 등은 토양 오염 우려가 있어 일반 쓰레기로 버려지면 안 되는데, 전부 모아 볶음밥 재료로 사용하니 음식물쓰레기가 안 나왔다.

◇ 양파껍질, 파뿌리도 다시 쓰는 사람들

남은 음식이나 양념에 밥을 볶아 냉동해두는 건 사실 기자가 예전부터 많이 쓰던 방법이다. 주문해먹은 찜닭 양념이 남았을 때, 치킨 2~3조각이 애매하게 남을 때, 국물이나 탕 요리가 조금 남을 때 자주 쓰던 방법이다. 염분을 많이 먹게된다는 점에서 건강이 염려되지만, 음식물 쓰레기로 버리는 것 보다는 낫겠다는 생각에서다. (물론 조리할 때 간을 신경쓴다)

여러 재료를 섞어 조리하는 음식들은 남은 식재료를 처리하는데 효과적이다. 조리하고 남는 자투리 야채는 잘게 썰어 모아 냉동실에 넣어두고 볶음밥 재료로 쓴다. 고기가 남을 때는 다져서 뭉쳐놓고 완자를 만들거나 소분해둔 채소 등과 섞어 팬에 구운 다음 식혀서 냉동실에 넣어놓고 반찬이 필요할 때 꺼내 먹으면 된다. 기자의 경우, 채소가 애매하게 남을 때는 카레를 만들면서 전부 넣는다.

기자가 음식물 쓰레기를 제로에 도전한다고 했더니 지인들이 여러 방법을 알려왔다. 한 지인은 양파껍질을 냉동실에 얼려두었다가 찬물로 헹군 다음 물에 끓여 차를 만든다고 했고, 또 다른 지인은 파 뿌리를 말려 대추나 생강과 함께 끓여 마시면 좋다고 했다. 이 지인은 파뿌리를 물에 불려 씻은 다음 말려 육수를 낼때도 쓴다고 했다.

요즘 파값이 금값이라 집에 파가 떨어진지 오래여서 양파껍질을 끓여봤다. 블로그를 찾아보니 양파껍질차 관련 내용이 많았다. 어떤 사람은 숙취해소에 좋다고 했고, 또 어떤 사람은 노화예방에 좋다고 주장하는데, 기자가 주목한 건 쓰레기를 줄인다는 취지였다. 물론 끓이고 남은 양파껍질은 어차피 버려야겠지만, 매일 끓이는 보리차나 둥글레차를 대신하면 티백을 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매일 양파껍질차를 끓여마실 수는 없어 한번 체험한걸로 끝냈다.

음식물줄이기 포스터(자료 환경부 제공)
지난 2019년에 공개됐던 음식물줄이기 포스터 (환경부 제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 “식재료 구매 패턴 근본적으로 바꿔야”

요리 전문가들은 어떤 방법으로 음식물쓰레기를 줄일까. 라이프스타일 콘텐츠 스튜디오 ‘sik_kuu.(식구.)’ 조한별 대표는 이 문제에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왔다. 조 대표는 요리 전문 에디터 출신으로 푸드 관련 콘텐츠 제작사를 운영한다. 과거 에디터 시절에는 음식 쓰레기 문제 등을 다룬 ‘냉장고 다운사이징’ 캠페인을 기획·진행하기도 했다.

조 대표는 지난해 본지가 진행한 ‘냉장고 비우고 지구를 구하라’ 관련 취재에 응하면서 이에 대한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당시 그는 “직업적으로 요리를 하는 사람들이 음식을 많이 버리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하면서 “소비되지 않은 재료, 남아서 버리는 음식에 대해 평소 자주 반성하고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사진이나 영상 등으로 요리 과정과 결과물이 보여야 하는 경우, 이해를 돕기 위해 시각적인 부분을 고려하다 보면 자칫 재료 등이 낭비될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조 대표에게 일반인이 실천할 수 있는 ‘제로웨이스트’ 관점의 ‘냉장고 다운사이징’ 방법을 물었다. 당시 조 대표는 평소 집에서 양문 냉장고가 아닌 작은 사이즈 일반 냉장고를 쓴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냉장고에 잘 넣어 둔다고 신선함이 제대로 유지되는 것도 아니고, 식재료 관리 노하우를 가진 전문 요리사가 아니면 냉동 보관 후 해동 과정에서 재료 본연의 맛을 잃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냉장고에는 고춧가루와 쌀, 닭가슴살 약간만 보관하고 채소나 나물 등은 소량만 구입한다. 중대형 슈퍼나 마트는 제품이 대부분 이미 포장 되어 있어서, 원하는 만큼만 구매할 수 있는 재래시장 등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조 대표는 이 부분에 대해 “구매 패턴을 바꾸면 경제적으로도 이익이고 신선하게 먹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간을 적게 하고 슴슴한 맛을 유지하면서 재료 본연의 매력을 지키는 것도 조 대표가 생각하는 ’좋은 요리‘의 기준 중 하나다.

식사를 준비하고 나면 남은 재료에도 신경을 쓴다고 했다. 조 대표는 채소나 고기 등이 남으면 그 재료를 다져서 뭉쳐둔다. 이튿날 완자 등을 만들어 먹거나 반죽해놓은 것을 팬에 부쳐 냉동실에 넣어두고 필요할 때 꺼내 먹는다. 이런 과정을 습관화하니 못 먹거나 썩어서 버리는 음식이 줄었다.

◇ “냉장고 속 식재료 회전율 높이는 게 숙제”

‘무엇을 가지고 어떻게 조리하면서 버려지는 재료를 줄일 것이냐’는 사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관심을 가져온 분야다. 외국에서는 셰프들을 중심으로 버리는 식재료를 없애자는 이른바 ‘제로웨이스트 레시피’가 유행했다. 커피찌꺼기로 접시를 만들거나, 먹어도 괜찮은 식기를 개발하는 등 다양한 시도들도 이미 이뤄졌다.

독일 베를린 스타 셰프이자 파워 블로거 소피아 호프만은 지난 2019년, <제로 웨이스트 퀴헤(Zero Waste Kuche) : 쓰레기 없는 주방>라는 책을 출간해 화제가 됐다. 호프만은 언론 인터뷰에서 쓰레기 없는 주방을 위해 실천해야 할 3대 원칙이 “적게 사고, 잘 고르고, 끝까지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국내에서도 관련 경향들이 화제였던 적 있다. 뿌리와 잎 등도 모두 먹는 마크로비오틱이 화제였던 적이 있고 돼지고기 기름 한덩이까지 모두 남김없이 재료로 사용하는 제로 레시피가 서점가 등에서도 화제였다. 과거 마크로비오틱은 기네스팰트로와 마돈나 등 해외 유명 스타들의 건강관리법으로도 화제가 된 바 있다.

‘잘 골라서 적은 양만 사고 끝까지 쓰라’는 조언은 이해하기 쉽지만 실천이 어렵다. 식재료를 구입하는 사람들의 오랜 고민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도 필요하고 저것도 괜찮을 것 같아 많이 샀다가 결국 처치 곤란에 빠지는 문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재료 구입 단계부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경기도 기흥에 사는 한 소비자는 “냉장고에 쌓인 식재료의 전체적인 양을 줄여 결과적으로 식탁 회전율을 높이는 게 집안일의 가장 큰 숙제이자 쓰레기 줄이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식재료를 효율적으로 관리해 냉장고의 짐을 줄이는 게 주방에서의 환경 숙제다. 환경부도 블로그를 통해 음식물쓰레기 문제를 언급하면서 일주일 식단 계획표를 짜고, 자투리 재료를 모아 활용하며, 재료의 특성에 따라 알맞은 방법으로 보관하라고 밝힌 바 있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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