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여야 산다 #용기 ②] 하루는 가능할까?...일회용 용기 줄여보니
[줄여야 산다 #용기 ②] 하루는 가능할까?...일회용 용기 줄여보니
  • 이한 기자
  • 승인 2021.03.10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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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플라스틱 그릇 줄이기 도전해보니
식당에 그릇 가져가서 포장해오기
배달 받은 일회용기 다회용으로 쓰기
리필용 세제, 고체비누·고체치약 사용하기
아무리 재활용해도, 구매하는 용기들이 문제

역사 이래로 인류는 늘 무언가를 더하기 위해 살아왔습니다. 과거보다 더 많은 자본, 나아진 기술, 늘어나는 사업영역에 이르기까지, 미지의 분야를 개척하고 예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며 문명을 발전시켰습니다. 그 결과, 인류는 발전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지구의 건강이 위협받기 시작했습니다. 인류가 무언가를 많이 사용하고 또 많이 버릴수록 지구에 꼭 필요한 자원과 요소들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열대우림이 줄어들거나 빙하가 녹고 그 과정에서 생태계의 한 축을 이루던 동물과 식물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에 주목해야 합니다. 적게 사용하고 덜 버려야 합니다. 에너지나 자원을 덜 쓰고 폐기물이나 쓰레기를 적게 버리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환경적인’ 일입니다. 인류는 무엇을 줄여야 할까요. 줄여야 산다 열 두번째 시리즈는 최근 사용이 크게 늘어난 (일회용) 용기입니다. [편집자 주]

기자가 먼저 도전해본건 고체비누와 고체치약이다. ‘친환경’을 내세우는 브랜드가 많으나 어디가 좋은지 몰라서 일단 익숙한 뷰티 브랜드 제품을 골랐다. 기자가 핸드크림을 주로 사용하는 해외 브랜드의 고체비누, 그리고 샤워밤을 주로 사는 브랜드의 고체치약을 샀다. 사진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사람들이 먹고 마시고 입고 쓰는 물건 중 상당수가 어딘가에 담긴 채 유통된다. 용기는 어디서,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사진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고체비누' 이미지.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사람들이 먹고 마시고 입고 쓰는 물건 중 상당수가 어딘가에 담긴 채 유통된다. 분말이나 액체 상태여서 보관하려면 용기가 꼭 필요한 제품도 있고, 뚜껑을 잘 닫아 보관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디자인적인 고려를 위해 어딘가에 담기기도 한다.

흔히 생각하는 ‘일회용 용기’라면 배달음식 등에 딸려오는 그릇을 떠올리다. 하지만 그것만 있는 게 아니다 욕실용품과 주방용품이 대부분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유통된다. 기자가 지금 사용하는 에탄올 손소독제, 오늘 아침 출근 전에 사용한 샴푸는 모두 플라스틱 통에 담겨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요즘 종이로 포장된 고체비누를 사용하느라 바디워시 용기는 최근에 구입한 적이 없다.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가지 요소들은 모두 공통점이 있다.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하거나 일상을 편리하게 해줘서 줄이기가 어렵다는 것. ‘줄여야 산다’ 시리즈에서 다뤘던 종이와 포장재, 일회용품, 플라스틱, 심지어 물과 탄소에 이르기까지, 하나같이 줄이기가 어렵다. 용기도 마찬가지다. 인류는 (일회용 또는 플라스틱) 용기 없이 살 수 있을까? 아마 불가능할 터다. 기자도 해보고는 있는데 매우 어렵다. 용기를 줄이려고 노력해본 경험담을 아래 공유한다.

◇ 식당에 그릇 가져가서 포장해오기

그린피스가 지난해 3월 발간한 ‘국내 대형마트 일회용 플라스틱 유통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생산된 플라스틱의 약 40%가 다른 물건을 포장하는 데 쓰였다.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거의 절반이 포장재다. 물론 포장재와 용기는 구분되는 용어지만, 플라스틱 중 상당수가 무언가를 담거나 포장하는데 쓰인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플라스틱 용기 대신 친환경 다회용 용기를 사용하자는 움직임이 최근 화제다. 배우 류준열 등이 ‘용기내’라는 키워드로 공유해 SNS에서 화제가 됐다. 다회용 용기를 사용한다는 의미도 있고, 용감하다는 뜻으로도 해석돼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친숙한 화제였다.

일회용 용기를 안 쓸 수 있을까? 기자도 여러 가지 도전을 해봤다. 우선 작년부터 식당에 그릇을 직접 가지고 가서 포장해온다. 곁들임 채소나 반찬은 안 가져오고 메인 요리만 담아온다. (당연히 일회용인) 수저나 포크도 안 받고 양념도 집에 있으니 그냥 요리만 가져온다. 지난 4일에도 유명 감자탕집에 커다란 냄비를 들고 가서 포장해왔다. 물론 늘 그러는 건 아니고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을 때만 가능한 일이다.

기자가 들고 온 커다란 냄비를 신기하게 쳐다보는 사람도 있었고, 익숙한 일이거나 신경 쓸 일 아니라는 듯 아무렇지 않게 담아주는 사람도 있다. 4일에는 집에서 나올 때 부터 냄비를 차에 싣고 있었다. 주문을 받은 감자탕 사장님에게 ‘그릇 직접 가져오는 사람이 있느냐’고 물어보았더니 “원래 가끔 있었고, 요즘은 더 많아진 것 같다”고 했다.

용기를 가져가서 직접 포장해본 음식은 전골이나 탕 등 커다란 냄비에 한 번에 넣고 끓이는 요리들이다. 추어탕이다 닭볶음탕 같은 요리도 집에서 쓰는 냄비를 직접 가지고 가서 포장해봤다. 차를 가지고 나간 날의 퇴근길이나,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주말에 주로 그렇게 해봤다.

◇ 배달 받은 일회용기 다회용으로 쓰기

그릇을 가져가서 포장해오는 건 조금 귀찮지만 환경적으로는 괜찮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매번 그럴 수는 없다는거다. 커다란 냄비를 들고 대중교통을 탈 수도 없고, 포장주문을 할 때마다 그릇을 가지고 다니는 것도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또 다른 문제는 테이크아웃보다 배달앱을 사용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점이다. 배달 주문은 일회용 그릇을 피할 수 없다. 그릇을 수거해가는 중국집 등이 여전히 많고, 플라스틱이 아닌 종이 용기를 사용하는 치킨이나 피자 같은 음식도 있지만 그걸 제외한 대부분의 배달음식이 한번에 적게는 3~4개에서 많게는 열댓개의 일회용 용기를 쏟아낸다.

기자는 이 지점에서 현실적으로 타협했다. 배달음식을 끊지는 못하고 줄인다.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오는 국물이나 찜 요리를 주문할 때는 반찬과 수저를 빼고 메인메뉴 위주로만 가져다 달라고 부탁한다. 여러 종류의 양념이 필요한 음식보다는 커다란 용기 하나에 모두 담길 수 있는 찜닭 등을 주로 배달해 먹는다. 거기서 나온 용기들은 다회용으로 몇 번 더 사용한 다음에야 버린다.

지금도 기자 집에는 찜닭을 배달시켜 먹고 남은 커다란 일회용 용기가 있다. 처음에는 식재료를 담아뒀고, ‘일회용 플라스틱 그릇을 자꾸 씻으면 거기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나올 것 같다’는 염려가 생겨 지금은 PET 뚜껑 등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모아두는 용기로 쓴다.

얼마 전 장염에 걸렸을 때 배달시켜 먹은 죽 용기는 먹다 남은 과자 등을 봉지에 그대로 담아 보관하는 밀폐용기로 사용 중이다.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를 하나도 쓰지 않을 수는 없지만, 최대한 여러번 사용하고 버리자는 취지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우리나라 바다에서 발견되는 쓰레기의 82%는 일회용 플라스틱 폐기물이다. 2017년부터 연근해에서 폐사한 거북이 44마리를 부검한 결과 20마리가 플라스틱을 삼키고 죽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기사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피스가 지난해 3월 발간한 ‘국내 대형마트 일회용 플라스틱 유통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생산된 플라스틱의 약 40%가 다른 물건을 포장하는 데 쓰였다.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거의 절반이 포장재다. 물론 포장재와 용기는 구분되는 용어지만, 플라스틱 중 상당수가 무언가를 담거나 포장하는데 쓰인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진은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기사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리필용 세제, 고체비누·고체치약 사용하기

용기는 욕실과 주방, 화장실에도 많다. 특히 욕실은 플라스틱 용기로 시작해 플라스틱 용기로 끝난다. 기자는 욕실에서 (다른 사람들 처럼)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폼 클렌저를 짜서 세안하고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샴푸와 역시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린스로 머리를 감는다. 핸드워시도, 면도기도, 미스트와 스킨, 에센스, 로션, 수분크림도 모두 플라스틱 통에 담겨 있다.

작년 봄부터 핸드워시를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제품 대신 리필용으로 샀다. 주방세제나 세탁세제도 리필용을 자주 샀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커다란 플라스틱통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남았다. 내부와 외부가 서로 다른, 종이인지 플라스틱인지 잘 모르겠는 정체불명 용기를 여전히 쓰레기로 버려야 한다는 점 때문이었다.

기자는 고체비누와 고체치약에도 도전해봤다. ‘친환경’을 내세우는 브랜드가 많으나 어디가 좋은지 몰라서 일단 익숙한 뷰티 브랜드 제품을 골랐다. 기자가 핸드크림을 주로 사용하는 해외 브랜드의 고체비누, 그리고 샤워밤을 주로 사는 브랜드의 고체치약을 샀다. 내가 사용한 제품의 성분과 하수도에 버려졌을 때 물에 미칠 영향을 따진 게 아니라 플라스틱 용기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비누는 종이로 이중포장돼 있었다. 내부가 코팅된 느낌이긴 했으나 겉포장지는 그냥 종이처럼 보였다. 코팅된 부분은 재활용이 안 되겠지만 플라스틱보다는 처리가 쉬워보였고, 종이는 재활용이 가능하니 플라스틱 제품보다 환경적인 영항은 나아보인다.

고체치약은 기존 젤 형태의 치약보다 더 환경적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 알갱이를 입에 물고 칫솔질을 하면 되는데 반으로 잘라 사용해도 되니까 오래 쓸 수는 있다. 그런데 플라스틱 통에 담겨있다. 소분해서 가지고 다닐 수 있고, 젤이 줄줄 흐르지 않아 깔끔한데다 부피도 작아 휴대는 간편하지만, 플라스틱 통과 뚜껑은 찝찝했다.

◇ 냉장고 속 용기 다회용으로 바꾸고 싶은데...

용기를 눈여겨 보아야 할 곳은 그것뿐만이 아니다. 눈을 냉장고와 싱크대로도 돌려봤다. 곰곰이 살펴보니 몸통과 입구 부분이 다른 소재로 만들어진 주스병, 굴곡진 병 사이사이로 라벨이 단단하게 붙어있어 떼어내기 어려운 음료수, 라벨이 스티커로 찰싹 달라붙어 깔끔하게 떼어지지 않는 플라스틱이나 일회용 용기 또는 병이 많았다.

플라스틱 기름병 등을 너무 자주 버리는 것 같아 유리병을 여러 번 사용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마침 사용 후 남은 유리병이 있었다. (기름 등을) 필요한 만큼만 담아 사용하면 되고 다 쓰면 뚜껑을 열어 수돗물에 씻으면 되니 세척하기 편했다. 무겁고 관리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지만 잘 씻어 말리면 여러 번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유리 등 다회용 그릇을 쓸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 용기 없이 물건만 파는 제로웨이스트숍에서 다회용기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용기를 가져가서 필요한 만큼만 담아오는 상점은 서울 시내에서 손에 꼽았다. 기자가 구매하는 물건이 애초에 일회용 또는 플라스틱 용기에 담길 확률이 높다는 의미다.

리필용을 구매하는 방법도 있으나 샴푸나 바디워시도 아니고 오일류를 그렇게 사는 건 어려웠다. 지인에게 얻어오는 경우에나 가능할까. 기자가 아무리 줄이려고 애쓰고 일회용 용기를 여러번 사용해도 용기는 더 늘어났다. 그러면 소비자의 노력만으로 정말 (일회용) 용기를 줄일 수 있을까. ‘줄여야 산다’ 3편에서는 일회용 용기를 줄이기 위한 제도적인 노력들을 소개한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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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hugeb 2021-03-10 18:11:58
    유익하고 흥미로운 기사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