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용기 대신 튼튼한 냄비를 사용하다

기업이나 정부가 아닌 일반 소비자가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친환경’ 노하우는 ‘쓰레기를 덜 버리는 것’입니다. 플라스틱이든, 음식물 쓰레기든, 아니면 사용하고 남은 무엇이든...기본적으로 덜 버리는게 가장 환경적입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편집국은 지난 2~3월 ‘미션 임파서블’에 도전했습니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주말 이틀을 살아보자는 도전이었습니다. 도전에 성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틀 동안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게 말 그대로 ‘불가능한 미션’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환경을 포기할 순 없습니다. 하여, 두 번째 도전을 시작합니다. ‘제로웨이스트’입니다. 이틀 내내 쓰레기를 ‘제로’로 만들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기로 했습니다. 쓰레기를 배출하던 과거의 습관을 하나씩 바꿔보려 합니다. 평소의 습관이 모여 그 사람의 인생과 운명이 결정된다면, 작은 습관을 계속 바꾸면서 결국 인생과 운명도 바꿀 수 있으니까요.

불편하고 귀찮은 일이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겠습니다. 스물 두 번째 도전입니다. 텀블러 가지고 카페에 가듯, 냄비 가지고 식당에 가는겁니다. [편집자 주]

퇴근길에 식당에 들러 포장해 온 감자탕. 배달이나 포장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한번쯤 보았을 하얀 플라스틱 그릇이 아니라 집에서 가지고 나온 냄비에 담아왔다. 이한 기자 (2020.3.4)/그린포스트코리아
퇴근길에 식당에 들러 포장해 온 감자탕. 배달이나 포장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한번쯤 보았을 하얀 플라스틱 그릇이 아니라 집에서 가지고 나온 냄비에 담아왔다. (이한 기자 2020.3.4)/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기자는 ‘거리두기’에 매우 진심이다. 작년 6월 이후 지금까지 9개월 동안 식당에서 밥 먹은 게 딱 1번뿐이다. 저녁은 매일 집에서 먹었고 점심은 재택일 때는 집에서, 외부 일정이 있을때는 대충 건너 뛰거나 차에 앉아 적당히 때웠다. 가족이 아닌 사람 앞에서는 마스크를 한순간도 내리기 싫어서다. 카페에서 사람 만나 얘기를 나눌 때도 마스크를 벗거나 내리지 않는다. 음료는 가지고만 있다가 상대와 헤어지면 차에 돌아와 마신다.

그러나 먹고 싶은 음식이 많다. 원래 외식을 즐기던 성격이라 단골식당 메뉴는 늘 생각 난다. 포장해오거나 배달 주문 하면 되지만 그러자니 일회용 용기 문제가 신경 쓰인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자’는 기사를 쓰고 ‘플라스틱 그릇 사용을 어떻게 줄일 수 있느냐’고 사람들에게 묻고 다니면서 커다란 일회용 용기를, 그것도 양념 잔뜩 배어 분리배출 하기도 쉽지 않은 그릇을 수시로 사용하는 건 언행불일치라고 느껴서다.

작년부터 쓰던 방법이 있다. 그릇을 직접 가지고 가서 포장해오는 방법이다. 곁들임 채소나 반찬은 안 가져오고 메인 요리만 담아온다. (당연히 일회용인) 수저나 포크도 안 받고 양념도 집에 있으니 그냥 요리만 가져온다. 지난 4일(목요일)에도 유명 감자탕집에 커다란 냄비를 들고 가서 포장해왔다.

사실, 처음에는 좀 망설였다. 무겁고 귀찮은 마음도 있었으나 기본적으로 ‘창피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텀블러를 사용하는 건 괜찮은데 그릇을 가져가는 게 뭐 어떠냐 싶어 ‘용기’를 냈다.

기자가 들고 온 냄비를 신기하게 쳐다보는 사람도 있었고, 익숙한 일이거나 신경쓸 일 아니라는 듯 아무렇지 않게 담아주는 사람도 있었다. 4일 감자탕집에 갈 때는 집에서 나올때부터 냄비를 차에 싣고 있었다. 주문을 받은 감자탕 사장님에게 ‘그릇 직접 가져오는 사람이 있느냐’고 물어보았더니 “원래 가끔 있었고, 요즘은 더 많아진 것 같다”고 했다. 아마 기자와 같은 이유이리라.

감자탕 가득 담은 냄비 사진을 지인들이 모인 SNS 단체방에 공유해봤다. 어떤 이는 ‘신기하다’고 했고, 또 어떤 이는 ‘일회용품 안 쓸 수 있어서 나도 가끔 그렇게 한다’고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릇 가져가면 거기에 담아주는 걸 안다’고 했지만 그러면서도 ‘내가 직접 해본 적은 없다’고 했다. 이유는 똑같았다. 귀찮고 불편하니까.

‘플라스틱 그릇 대신 냄비를 사용하는 게 따지고 보면 더 환경에 나쁜 것 같다’고 주장하는 지인도 있었다. 배달용기는 그냥 버리면 되는데, 다회용 그릇을 닦으려면 세제를 사용하고 물을 써야 하며 그 물이 세제와 음식 찌꺼기로 오염된 채 하수도로 흘러간다는 주장이었다.

귀가 솔깃할 수 있지만 이 주장에는 커다란 오류가 하나 있다. 배달음식 용기를 버릴 때는 깨끗이 씻어야 한다. 음식물 찌꺼기가 묻은채로 그냥 버리면 되는 게 아니다. 양념이 잔뜩 묻거나 배어 있는 일회용 그릇을 플라스틱이라는 이유 하나만 가지고 ‘그대로’ 버린 적 있다면, 당신의 분리배출은 틀렸다.

‘알맹이’만 파는 상점이 요즘 이슈다.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물건을 파는 게 아니라, 소비자가 직접 용기를 가져가 물건만 담아오는 방식이다. 텀블러를 사용하는 것도 그런 이치다. 생각해보면, 배달앱이 없던 예전에는 중국집처럼 원래 배달 많은 곳이 아닌 일반 식당에서 음식을 포장할 때 냄비를 들고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음식을 다 먹고 그릇을 내놓으면 가져가는 게 ‘배달의 원칙’이었다. 무엇이든 배달하는 시대가 되면서 그런 문화가 줄었을 뿐이다.

그린피스가 지난해 3월 발간한 ‘국내 대형마트 일회용 플라스틱 유통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생산된 플라스틱의 약 40%가 다른 물건을 포장하는 데 쓰였다.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거의 절반이 포장재다.

플라스틱 용기 대신 친환경 다회용 용기를 사용하자는 움직임이 최근 화제다. 배우 류준열 등이 ‘용기내’라는 키워드로 공유해 SNS에서 화제가 됐다. 다회용 용기를 사용한다는 의미도 있고, 용감하다는 뜻으로도 해석돼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친숙한 화제였다. 당신은 용기를 내 본 적 있는가? 없다면 한 번 내보자.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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