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패션 플랫폼 최초로 백화점에 팝업 스토어 오픈
명품·디자이너 브랜드 등 하이엔드 컬렉션 재판매
폐페트병 재활용한 친환경 굿즈·잡지 잘라 만든 태그 선보여

현대백화점에서 지난 2월 19일부터 3월 4일까지 지속 가능한 패션 플랫폼 ‘어플릭시’ 팝업 스토어가 열렸다. 백화점에서 최초로 중고 제품이 판매된 사례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곽은영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현대백화점에서 지난 2월 19일부터 3월 4일까지 지속 가능한 패션 플랫폼 ‘어플릭시’ 팝업 스토어가 열렸다. 백화점에서 최초로 중고 제품이 판매된 사례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곽은영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현대백화점에서 지난 2월 19일부터 3월 4일까지 중고 패션 플랫폼 ‘어플릭시’ 팝업 스토어가 열렸다. 새 것만 판매하는 백화점에서 처음으로 중고 제품을 판매한 사례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어플릭시 팝업 스토어의 문이 닫히기 전 매장을 가봤다. 

어플릭시(APPLIXY)는 지난해 5월 런칭한 지속 가능한 패션 플랫폼이다. 빈티지, 세컨핸드 제품은 물론 매장에 진열됐거나 패션쇼에 사용된 새 제품들이 입고돼 판매된다. 이번 팝업 스토어는 현대백화점 측에서 먼저 제안해 이뤄진 것이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6층 에스컬레이터 바로 옆에 마련돼 있는 어플릭시 팝업 스토어는 공간은 작지만 옷, 구두, 가방, 굿즈 등으로 알차게 구성돼 있었다. 

간단히 쓱 둘러보는 데는 1분도 걸리지 않지만 그 안에 숨은 보석을 찾기 위해서는 보다 꼼꼼하게 시간을 들여야 한다. 매장 한 쪽 벽면에는 이번 팝업 스토어에 나온 1000개의 물건들 중 일부가 사진으로 프린트 돼 갤러리 형식으로 전시돼 있었다. 구찌 니트, 샤넬 선글라스, 루이비통 셔츠, 톰브라운 코트 등 다양한 제품을 보는 재미가 있는 공간이다. 

중고의류라고 해서 가격이 저렴하지는 않았다. 적게는 10만원부터 많게는 100만원이 훌쩍 넘는 가격까지 어플릭시에서 판매하고 있는 옷들에는 비싼 태그가 붙어 있다. 이는 어플릭시에서 판매하는 모든 제품이 명품이거나 디자이너 브랜드 등 하이엔드 컬렉션이기 때문이다. 정가에서 50~80% 할인이 적용된 가격임을 감안하면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반응이 크다. 

그래서 어플릭시에서는 모든 판매 제품을 중고나 구제, 빈티지라는 말 대신 보물을 뜻하는 ‘트레저(Treasure)’라고 부른다. 보물을 발견하듯 질 좋은 명품을 세컨핸드로 구매하는 MZ세대를 ‘트레저 헌터’라고 부르는 것에서 착안한 말이다. 달리 말하면 어플릭시는 보물을 판매하는 곳이 된다. 실제로 어플릭시 홈페이지에 들어가도 카테고리 상단에 ‘NEW TREASURE’말는 말이 가장 먼저 나온다. 새로운 보물이 늘 기다리는 곳인 셈이다. 

트레저라는 말은 MZ세대를 지칭하는 말에서 힌트를 얻었지만 어플릭시 팝업 스토어에서 보물을 찾아내는 사람들은 비단 MZ세대만이 아니었다. 매장 직원의 말에 따르면 이번 팝업 스토어에는 10대에서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왔다 갔다. 백화점 이용 연령층이 다양한 만큼 고객층도 다양했다는 얘기다. 매장 직원은 다소 독특한 디자인의 JW앤더슨 청바지를 80대 남성이 사간 것을 예로 들며 예측 불가능한 쇼핑이 현장에서 이뤄졌다고 전했다. 

그 만큼 고객 반응도 다양했다. 백화점이라는 장소가 가진 고급스럽고 럭셔리한 이미지에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 중장년층은 “왜 백화점에서 중고를 판매하느냐”는 질문을 던지며 다소 어색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고객들은 보다 즐겁게 쇼핑을 즐기며 ‘득템’을 해가는 분위기였다고 했다. 

기자가 방문했던 날에도 중년 여성들이 매장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들은 고야드 클러치백을 보며 그날 매장에서 본 비슷한 제품보다 크기가 작고 예쁘고 저렴하다는 말을 주고 받고 있었다.

◇ 하이엔드 컬렉션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재판매

어플릭시는 한때 누군가의 손을 거친 옷과 가방, 신발, 액세서리가 다른 누군가에게서 새롭게 사용될 수 있도록 재판매해 수익을 창출한다. 물건에 새로운 쓰임을 찾아줌으로써 지속가능한 패션 고리를 만들어나간다. (곽은영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어플릭시는 한때 누군가의 손을 거친 옷과 가방, 신발, 액세서리가 다른 누군가에게서 새롭게 사용될 수 있도록 재판매해 수익을 창출한다. 물건에 새로운 쓰임을 찾아줌으로써 지속가능한 패션 고리를 만들어나간다. (곽은영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어플릭시 팝업 스토어는 매장 정면에서 바라보면 큰 글씨 몇 개가 눈에 들어오게 돼 있었다. ‘APPLIXY’, ‘SUSTAINABLE FASHION PLATFORM’, ‘THINK GREEN’이라는 말이다. 이것은 브랜드를 설명하는 아주 간단하고 명료한 단어들이다.

먼저 APPLIXY라는 브랜드명에는 여자(XX)와 남자(XY)가 모두 시도할 수 있다(APPLY)의 뜻이 담겨있다. 하이엔드 컬렉션을 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재판매하는 국내 최초의 패션 플랫폼이다. 

‘SUSTAINABLE FASHION PLATFORM’, 즉 지속 가능한 패션 플랫폼은 어플릭시가 하는 일이자 이유다. 어플릭시는 한때 누군가의 손을 거친 옷과 가방, 신발, 액세서리가 다른 누군가에게서 새롭게 사용될 수 있도록 재판매해 수익을 창출한다. 물건에 새로운 쓰임을 찾아줌으로써 지속가능한 패션 고리를 만들어나간다. 

THINK GREEN은 이러한 지속 가능한 패션을 실천하기 위한 어플릭시의 슬로건이다.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아름다운 가치있는 제품을 선별해 소개하는 일을 하는 어플릭시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물건의 ‘선별’에 있다. 판매 품목이 명품이 대부분이다 보니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에 스타일리스트, 디렉터, 에디터, 포토그래퍼, 디자이너가 모여서 제품을 선별해 검수, 관리하는 리크리에이트 작업과정을 거친다. 

어플릭시 직원은 “이곳에서 판매되는 모든 제품은 전문 자격증을 취득한 명품 감정사가 정품 인증을 거쳐 꼼꼼히 선별해 고유 넘버가 매겨져 있다”고 강조했다. 이후 친환경 세탁 서비스 런드리고를 통해 세탁과 살균을 거쳐 온도·습도가 최적화돼 있는 프리미엄 보관소로 옮겨 제품을 보관하고 있다. 

◇ 폐페트병 재활용한 친환경 굿즈·잡지 잘라 만든 태그

어플릭시 매장 입구에는 자체 제작한 친환경 굿즈가 판매되고 있었다. 제품마다 달려 있는 태그는 읽지 않는 잡지를 잘라 만든 것이다. (곽은영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어플릭시 매장 입구에는 자체 제작한 친환경 굿즈가 판매되고 있었다. 제품마다 달려 있는 태그는 읽지 않는 잡지를 잘라 만든 것이다. (곽은영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어플릭시 매장 입구에는 팝업 스토어 기간을 맞아 자체 제작한 친환경 굿즈들이 판매되고 있었다. 

폐페트병을 재활용해 리사이클링한 양말, 같은 소재의 에코백, 버려진 청바지를 리폼해서 만든 데님백 등이 눈에 띄었다. 쇼윈도로 구성된 곳에는 맥주 찌꺼기와 라벨로 만든 서스테이너블 캘린더도 보였다. 

제품마다 달려 있는 태그는 읽지 않는 잡지를 잘라 만든 것이었다. 패키지에는 로고를 새기지 않고 도장을 찍는 방식으로 잉크 사용을 최소화했다. 

어플릭시 매장을 둘러보며 지속 가능한 패션의 다양한 모습에 대해 생각했다. 세상에 나온 물건에 꾸준히 쓸모를 찾아주는 일은 중요하다. 다양한 모습으로 자원을 순환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람들의 참여가 필요하다. 플랫폼을 만드는 사람,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람. 백화점에서 먼저 어플릭시 측에 팝업 스토어를 제안한 것은 어플릭시에서 판매하고 있는 제품을 ‘중고‘가 아닌 이 시대의 ‘트레저‘로 봤기에 가능했던 게 아닌가 한다. 

key@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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