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 전력 100% 친환경 재생에너지로 조달’ 개념
2020년 12월 기준 전 셰계 283개 기업 참여 중
국내 기업은 에너지 전환 상대적으로 미비한 수준
“국가서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인센티브를 제시해야”

환경과 경제를 각각 표현하는 여러 단어들이 있습니다. 그런 단어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환경은 머리로는 이해가 잘 가지만 실천이 어렵고, 경제는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도 왠지 복잡하고 어려워 이해가 잘 안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요즘은 환경과 경제를 함께 다루는 용어들도 많습니다. 두 가지 가치를 따로 떼어 구분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영역으로 보려는 시도들이 많아져서입니다. 환경을 지키면서 경제도 살리자는 의도겠지요. 그린포스트코리아가 ‘환경경제신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것도 이런 까닭입니다.

여기저기서 자주 들어는 보았는데 그게 구체적으로 뭐고 소비자들의 생활과 어떤 지점으로 연결되어 무슨 영향을 미치는지는 잘 모르겠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그런 단어들을 하나씩 선정해 거기에 얽힌 경제적 배경과 이슈, 향후 전망을 묶어 알기 쉽게 소개합니다. 스물 한번째 순서는 최근 에너지 관련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RE100’입니다. [편집자 주]

내년부터 RE100이 본격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그간 REC 가격 하락 등 수익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던 중소 태양광발전사업자들이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전 세계 주요 기업들이 RE100을 선언하고 나섰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RE100 주요 내용 및 국·내외 동향’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기준 약 280여 개의 글로벌 기업이 RE100 선언을 통해 필요한 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로 100%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기사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요즘 기업 사이에서 ‘RE100’이 화두다. 평소 ESG에 관심 많기로 유명한 SK그룹이 지난해 11월 “SK텔레콤 등 8개사가 한국 최초로 RE100에 가입한다”고 밝혔고, LG화학도 RE100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최근에는 한화큐셀이 국내 사업장 RE100을 선언했다. 그런데, 기업들이 가입하거나 또는 추진하겠다고 말하는 RE100이 도대체 뭘까?

RE100은 ‘Renewable Energy 100%’의 영문 약자다. 기업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모두(100%) 친환경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의미다. RE100을 최근 선언한 한화큐셀이 뉴스룸을 통해 공유한 바에 따르면, 2014년 뉴욕시에서 개최한 기후주간 행사에서 이 단어가 처음 등장했다. 세계 기후 문제 등을 다루는 비영리단체 ‘기후그룹’과 이산화탄소 감축에 대한 대응을 평가하는 국제 기구 탄소공개프로젝트(CDP)가 이 개념을 소개했다.

이후 전 세계 주요 기업들이 RE100을 선언하고 나섰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RE100 주요 내용 및 국·내외 동향’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기준 약 280여 개의 글로벌 기업이 RE100 선언을 통해 필요한 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로 100%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쉽게 말해, (에너지 혁신을 통해) 기업 활동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겠다는 의미다. 기업지배구조원이 공개한 보고서 내용을 바탕으로 RE100의 개념과 배경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 ‘필요 전력 100% 친환경 재생에너지로 조달’ 개념

우선 배경을 보자. 기업이 ‘친환경 경영에 나서겠다’고 선언하는 게 새로운 일은 아니다. 과거에도 많은 기업들이 자신들의 환경행보를 홍보했다. 어떤 경우에는, 사실은 환경적이지 않은데도 환경 관련 내용을 마케팅 키워드로 활용해 이른바 ‘그린워싱’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업들이 환경 이슈에 주목할 수 밖에 없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

탄소중립과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국제사회 의지가 높아지면서 글로벌 규제도 강화되는 추세다. 이에 따른 기업의 경영 활동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기업들이 에너지 사용 문제를 꾸준히 언급하는 것도 그런 취지에서다.

기업지배구조원도 앞서 언급한 보고서에서 “EU 및 미국은 탄소국경세 도입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으며, IMF나 BIS 등 주요 국제기구에서도 탄소세 인상, 기후변화위험 금융감독 관리체계 구축 등 선제적 대응을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간 부문에서는 글로벌 기업의 RE100 가입이 증가하고 있으며, ESG를 고려한 투자가 확대됨에 따라 친환경 투자 규모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RE100 선언도 이런 배경과 취지에서 이뤄지고 있다. RE100은 필요한 전력량의 100%를 친환경 재생에너지원을 사용해 조달하겠다고 선언함으로써,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수요와 공급 확대를 위해 자발적으로 협력하는 글로벌 이니셔티브다. 이를 통해 기업이 재생에너지 전력을 우선 사용해 저탄소 경제 체제 전환을 가속화하자는 취지다.

◇ 2020년 12월 기준 전 셰계 283개 기업 참여 중

RE100 캠페인에 참여하려는 기업은 충족해야 할 요건이 있다. 100% 재생에너지 전력을 사용하기로 공개적으로 선언해야 하며, 100% 달성을 위한 명확한 전략과 일정을 수립하고 이니셔티브 가입 후 12개월 내 100% 재생에너지 달성을 위한 명확한 로드맵을 작성해야 한다. 달성 목표일을 포함해 2050년까지 100%, 2040년까지 90%, 2030년까지 60% 요건을 최소한으로 만족하는 재생에너지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매년 재생에너지 전략과 진행 상황을 보고해야 한다. RE100 캠페인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직접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통해 자가 전력을 생산하거나 외부로부터 재생 전력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재생에너지를 조달할 수 있다.

기업지배구조원은 “2014년 9월 RE100이 시작된 이후, 캠페인 참여 의사를 밝힌 기업 수는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으며, 최근 가입 증가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2020년 12월 기준 전 세계 283개 기업이 참여 의사를 밝혔고 미국 기업(65개)과 영국기업(37개)이 가장 많다. 애플과 BMW 등 글로벌 기업을 중심으로 자발적 선언에 동참하고 있으며 이행 실적을 매년 공개하고 있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보고서 내용을 조금 더 들여다보자. 기업지배구조원은 “글로벌 기업들은 RE100을 통해 선언한 목표를 기한 내에 달성하기 위하여 자사에 제품을 납품하는 협력 기업에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국내 기업에도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업들은 RE100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직접 발전 설비를 설치함으로써 초기 비용을 부담하기보다 외부구매를 통해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확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SK그룹 8개사가 2일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하는 'RE100'에 가입한다.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SK는 그룹차원에서 RE100 가입을 추진해 SK(주),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C, SK머티리얼즈, SK실트론이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선언했다.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 “국내 기업은 에너지 전환 상대적으로 미비한 수준”

구조원은 한국에 대해 “높은 제조업 비중의 산업구조로 되어 있으며, 탄소 다 배출 업종인 철강 및 석유화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무역의존도가 높다”고 밝히면서 “주요국 대비 석탄발전 비중도 2019년도 기준 40.4%로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국내외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및 흐름에 따라 세계 유수의 글로벌 기업의 RE100 참여가 빠르게 증가하는 반면, 국내 기업들은 에너지 전환 및 재생에너지 사용이 아직 미비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구조원은 그 이유가 “국가별 여건과 기업의 유형에 따라 재생에너지 조달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기업 및 금융사의 RE100 참여 및 ESG 투자 확대가 급증함에 따라 국내 기업도 RE100 참여를 위한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SK는 그룹차원에서 RE100 가입을 추진해 SK(주),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C, SK머티리얼즈, SK실트론이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선언했다.

LG화학은 국내 화학업계 최초로 RE100을 선언했으며, 지난해 7월, 2050 탄소중립 성장을 핵심으로 하는 지속가능성 전략을 발표했다. 이 밖에도 네이버가 국내 처음으로 탄소 네거티브를 선언했으며 2040년까지 배출되는 탄소량 보다 감축량을 더 확대하겠다고 지난해 3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발표했다.

한화큐셀은 지난 2월, '산업통상자원부가 올해 도입한 한국형 RE100(K-RE100) 제도를 통해 국내 사업장 RE100을 수행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참고로 글로벌 RE100 캠페인은 연간 전기 사용량 100GWh 이상인 기업을 대상으로 참여를 권고하지만, K-RE100은 재생에너지를 구매하고자 하는 국내 산업용, 일반용 전기 소비자 모두 에너지 공단 등을 거쳐 참여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 사용을 독려하기 위해

RE100을 경제적으로는 어떻게 봐야 할까. 기업지배구조원은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는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세계적 흐름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면서 “EU 및 미국 등 탄소국경세 도입 등 무역규제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면 글로벌 경쟁력 약화, 해외 자금조달, 기업 신용등급 유지 등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수 있으며, 석유화학이나 철강 등 국내 주력산업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 전력시장은 기업 등 소비자가 재생에너지를 구매할 수 있는 방식이 제한적이고 기업이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발굴 및 시행에 있어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기업지배구조원은 “국가 차원에서도 자발적 기업의 노력이 퇴색되지 않도록 재생에너지 발전 및 구매 시, 세제 혜택 지원, 재생에너지 시설 투자 지원, 전력구매 사용방법의 다변화 등의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인센티브를 제시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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