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지 말아야 할 곳에 놓인 쓰레기들

때로는 긴 글 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많은 메시지를 담습니다. 과거 잡지기자로 일하던 시절에 그런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포토그래퍼나 디자이너에게 어떤 느낌의 작업물을 원하는지 전달하려면 빽빽한 글을 채운 작업지시서보다 딱 한 장의 ‘시안’이나 ‘레퍼런스’가 훨씬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살면서 마주치는 여러 가지 환경 관련 이슈, 그리고 경제 관련 이슈가 있습니다. 먼 곳에 있는 뉴스 말고 우리가 아침저녁으로 마주하는 공간에서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것들 말입니다. 그런 풍경들을 사진으로 전하겠습니다.

성능 좋은 DSLR이 아닙니다. 그저 주머니에서 꺼내 바로 찍을 수 있는 폰카입니다. 간단하게 촬영한 사진이지만 그 이미지 이면에 담긴 환경적인 내용들, 또는 경제적인 내용을 자세히 전달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사진으로 읽는 환경 또는 경제 뉴스입니다. 마흔번째 사진은 지난 여름에 찍은 쓰레기의 모습입니다. [편집자 주]

버려지지 말아야 할 곳에 아무렇게나 놓인 쓰레기를 하루종일 한 번도 보지 않는 날은 과연 올까? (이한 기자 2020.8.17)/그린포스트코리아
버려지지 말아야 할 곳에 아무렇게나 놓인 쓰레기를 하루종일 한 번도 보지 않는 날은 과연 올까? (이한 기자 2020.8.17)/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영어로는 ‘I Know What You Did Last Summer’ 1997년 제작된 호러영화이자 1973년 출간된 로이스 던컨의 동명 원작 소설 제목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998년 개봉해 비디오 등으로도 인기를 끈 바 있다. 뜬금없이 고전 영화 제목을 인용한 건, 저 사진 속 주인공(?)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여서다.

지난해 8월 17일 찍은 사진이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무렵, 누군가 시원한 아이스아메리카노와 초코음료를 먹고 컵을 담벼락 위에 올려두고 떠났다. 다 피운 담배꽁초는 물론이고 담배갑까지 버렸다. 담배가 두갑 보이는 걸 보니 한사람이 버린 것 같지는 않다.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다 각각 쓰레기를 버리고 가버리걸까?

‘폰카로 읽는 생활환경’ 기사를 연재한지 4개월이 지났다. 첫 번째 기사를 지난해 8월 18일 썼으니 꼭 넉달째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함부로 버려진 쓰레기 사진을 봐도 감흥이 없다. 왜냐하면, 그런 모습을 너무 많이 봐서다. 아니, 길에 아무렇게나 놓인 쓰레기를 안 보고 지나치는 날이 여전히 하루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말하자면, 제발 저러지 좀 말자.

leehan@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