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박스 재사용하고, 원팬요리로 식재료 낭비를 줄이다

기업이나 정부가 아닌 일반 소비자가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친환경’ 노하우는 ‘쓰레기를 덜 버리는 것’입니다. 플라스틱이든, 음식물 쓰레기든, 아니면 사용하고 남은 무엇이든...기본적으로 덜 버리는게 가장 환경적입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편집국은 지난 2~3월 ‘미션 임파서블’에 도전했습니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주말 이틀을 살아보자는 도전이었습니다. 도전에 성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틀 동안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게 말 그대로 ‘불가능한 미션’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환경을 포기할 순 없습니다. 하여, 두 번째 도전을 시작합니다. ‘제로웨이스트’입니다. 이틀 내내 쓰레기를 ‘제로’로 만들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기로 했습니다. 쓰레기를 배출하던 과거의 습관을 하나씩 바꿔보려 합니다. 평소의 습관이 모여 그 사람의 인생과 운명이 결정된다면, 작은 습관을 계속 바꾸면서 결국 인생과 운명도 바꿀 수 있으니까요.

불편하고 귀찮은 일이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겠습니다. 열 아홉번째 도전입니다. 택배나 배달음식이 '노멀'이 된 이른바 '집콕세상' 속 설 연휴에서, 박스와 용기 쓰레기를 줄일 수 있을까요? [편집자 주]

지하철역 입구 앞에 종이 박스를 비롯한 여러 쓰레기가 쌓여있다. (김동수 기자) 2020.3.31/그린포스트코리아
집콕과 거리두기가 이어지는 요즘,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과거보다 더 생기는 쓰레기도 있다. 택배박스나 일회용 음식용기가 대표적이다.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사진은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사진 속 브랜드 등으 기사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작년 설과 추석에 이어 올해 설도 ‘거리두기’가 화두다. 기자도 예외가 아니다. 마지막 해외여행은 2019년 12월, 식당에서의 마지막 저녁 식사는 지난해 6월이었다. 점심 식사를 겸한 업무상 미팅도 10월 이후에는 한 건도 없었으며 술은 (꼭 코로나 때문은 아니고 여러 가지 이유로) 작년 5월에 끊었다. 그야말로 ‘집콕’의 생활화다.

라이프스타일이 많이 달라졌다. 카드값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쇼핑과 외식은 택배와 배달앱으로 바뀌었고, 무료한 시간을 보낼때도 카페에 가는 게 아니라 집에서 레고를 조립하기 시작했다. 작년에는 옷과 신발을 거의 사지 않은 대신, 마스크를 천장 가까이 샀다. 일상의 모습이 크게 변한 셈이다.

성격이나 취향 따라, 그리고 직업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나는 (일하는 것 말고 나머지 일상에서는) 거리두기가 전혀 불편하지 않다. 여럿이 만나 수다떠는 것 보다 가족과 조용히 시간 보내는 게 좋고, 원치 않는 술자리에 불려가 영양가 없는 얘기를 듣느니 그냥 집에서 누워 혼자 노는 게 훨씬 행복하다. 지금 생각해보면, 20대와 30대 시절 뭐하러 그렇게 약속을 많이 잡아 밖으로 놀려 다녔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진작 이렇게 ‘집돌이’로 지내볼걸, 하는 마음에서다.

그런데 코로나 시국에 주로 집에서 지내보니 한가지 문제가 있었다. 늘어난 쓰레기다. 물론 밖으로 돌아다닐 때도 쓰레기는 많이 생겼을거다. 하지만 그때는 외부 어딘가에서 처리하고 들어와서 그런지 소위 ‘티’가 잘 안 났는데 요즘은 집에서 늘 쓰레기가 쌓여가는 기분이 든다.

◇ 배송받은 박스 다시 쓰고, 요리는 그릇 하나에

기자의 연휴도 특히 그랬다. 일회용품 줄이고 제로웨이스트를 아무리 실천하려고 해도 집에서는 늘 쓰레기가 나온다. 택배 사용이 늘고 (아무리 줄이려고 해도 또 먹게 되는) 배달음식의 홍수 속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몇 가지 아이디어를 내봤다. 이번 설에 처음 한건 아니고 최근의 ‘집콕’ 과정에서 해본 일들이다. 

우선 배송받은 상자를 다시 사용해봤다. 배송된 상자 중 찌그러짐이 심한 것들은 잘 분리해 버리고 튼튼해 보이는 건은 따로 모았다. 상자를 열 때 윗부분에만 살짝 칼집을 내서 연 다음 거기에 다른 물건을 담았다. 송장 떼낸 자리에 새 송장을 붙이면 새 상자와 다름없다. 테이프만 더 쓰면 상자는 재사용이 가능하다.

그 다음 상태가 좋은 것들은 집에 두고 썼다. 커다란 상자 두 개는 차 트렁크에 넣어두고 정리함으로 썼다. 중간크기 상자에는 방습제를 넣고 철지난 옷을 담아 창고방에 넣어 수납함으로 썼다. 다이소에서 5천원만 내면 커다랗고 튼튼한 상자를 살 수 있지만, 옷을 담아두고 한철 보관하는 용도라면 충분했다.

최근에는 가수 출신 배우 윤은혜가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지인에게 직접 만든 그릇을 선물하는데 다른 제품 포장재를 재사용하는 모습을 봤다. 윤은혜는 연예가에서 손재주가 좋기로 유명한데, (기자의 재주는 그에 미치지 못하지만) 버려질 물건에 다시 쓰임새를 부여하는 모습을 보고 배우기로 했다.  

배달음식 줄이려고 집밥을 늘렸다. 용기를 가지고 가서 받아온 경험도 있지만 솔직히 늘 그러자니 '귀차니즘'이 발목을 잡곤 한다. 그 래서 원팬레시피와 보울푸드에 도전해봤다. 원팬레시피는 커다란 팬 하나만 가지고 요리하는 방법이고, 보울푸드는 (비빔밥이나 샐러드처럼) 커더란 그릇에 모든 음식을 담아 먹는다는 뜻이다. 그릇에 제한을 두었더니 꼭 필요한 재료 위주로만 만들게 되고 식사 후 설거지가 확실히 줄었다.

물론 모든 식사를 원팬으로 할 수는 없다. 밥과 반찬을 함께 먹는 우리나라 전통적인 식습관을 고수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일주일에 두 번은 요즘도 원팬레시피를 쓴다. 기자가 주로 쓰는 방식은 ‘덮밥’이다. 팬 하나만 가지고 (물론 도마와 칼은 필요하다) 모든 재료를 함께 볶아 소스로 국물을 내고 밥에 얹어먹는 방식이다. 부득이 배달요리를 먹을때는 소스나 반찬 그릇이 여러개 나오는 메뉴 말고 그냥 큰 그릇에 한 통 담기는 찜닭이나, 상대적으로 용기 쓰레기가 덜 나오는 치킨을 먹었다. 

모든 박스를 재사용 할 수도 없고, 일주일 내내 한 그릇으로만 밥을 먹을 수도 없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보다는 뭐라도 하는 게 더 낫다. 그게 요즘 기자의 지론이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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