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인류의 삶을 뿌리째 바꿨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1년 전과 비교하면 너무나도 다릅니다. 당연하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아졌고, 익숙하지 않은 것들이 새로운 표준이 됐습니다. 말 그대로. ‘뉴 노멀’ 시대입니다.

감염병 확산은 여전히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인수공통감염병이 인류의 환경파괴 때문이라는 지적을 고려하면 코로나 이후 세상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또 생겨날 가능성 역시 있습니다.

코로나는 우리 일상을 어떻게 바꿨을까요. 달라진 경향은 우리 산업과 소비, 환경과 주거, 그리고 레저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팬데믹으로 달라진 2021년 시대상을 다섯 차례에 걸쳐 연재합니다. 마지막 순서는, 코로나로 달라진 주거 환경의 변화에 대해 짚어봅니다. [편집자 주]

 
코로나
집은 단순히 주거로서의 기능이 아닌, 업무공간, 여가시간을 보내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민선 기자] “집에 대한 개념이 바뀌었다. 집은 잠만 자고 아침식사만 하던 공간에서 모든 걸 하는 공간으로 재정립되고 있다.”

박찬우 삼성전자 사물인터넷 상무는 매경 CES 비즈니스 포럼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주거 트렌드도 변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단순히 주거로서의 기능이 아닌, 업무공간, 여가시간을 보내는 공간으로 변모한 것이다. 이런 트렌드에 맞춰 운동·여가·학습·업무가 가능한 입주민 편의시설을 갖춘 아파트 단지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고, 회사 근처 대도시를 떠나 외곽으로 이주하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다. 

◇ “서울 아니어도 괜찮아”

올해 여름 서울의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한 일이 있었다. 단지에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수백명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했고, 감염을 걱정한 청소업체가 아파트의 쓰레기 수거를 며칠 미루면서 아파트 단지 전체가 마비됐다. 이처럼 코로나19를 계기로 살던 아파트, 오피스텔 같이 밀접한 공간을 벗어나 보다 넓고 쾌적한 곳으로 이주를 생각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주택시장에도 ‘쾌적성’이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2025 미래 주거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주거 선택 요인을 뽑는 설문조사에서는 쾌적성이 35%의 비율로 1위를 차지했다. 가장 중요했던 교통 편리성(24%)을 제치면서 야외활동이 가능한 녹지환경을 갖춘 숲세권·공세권에 대한 관심이 눈에 띄게 는 것이다.

게다가 이미 셧다운이 장기화된 미국 뉴욕,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등 국제사회 주요 대도시에서도 코로나19를 계기로 임대료가 비싼 도심 대신 외곽 단독주택으로 이주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19가 길어지면 한국에서도 이같은 주거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 이제는 필수가 되버린 ‘항균·살균’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청소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았고, 위생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전 제품에는 항균·살균 기능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코로나19로 장기화된 집콕 생활에 집안을 위생적이고 청결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청소용품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SNS에서는 청소용품, 청소도구 등의 키워드로 업로드 된 게시물 수가 3만여 건에 달할 정도로 청소 아이템에 대한 관심이 높다. 재택근무가 늘어가고 등교가 미뤄지면서 온 가족이 집 안에서만 지내다보니 시간 나는 대로 청소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청소기나 청소용품의 온라인 매출도 크게 늘었다. 

청소와 관련된 가전 뿐만 아니라 의류의 유해 세균을 제거하거나 자동 살균으로 청결한 상태를 유지하는 제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선보인 의류청정기 신제품 ‘삼성 비스포크 에어드레서’는 미세먼지 전용 필터와 UV 냄새 분해 필터로 의류를 관리하고, 에어드레서에는 살균 기능이 탑재됐다. ‘매일 케어 코스’에서 ‘살균 옵션’을 선택하면 인플루엔자, 아데노, 헤르페스 등의 바이러스와 황색포도상구균, 대장균 등의 유해 세균을 99.9% 제거한다. 에어드레서는 내부를 고온으로 살균해 위생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내부 살균’ 기능도 적용됐다. 

LG전자는 2021년형 ‘LG 휘센 타워’ 에어컨에 5단계 청정관리 기능을 탑재했다. 바람이 들어오는 극세필터부터 나가는 팬까지 바람이 지나는 길이 깨끗하게 관리되도록 한 것이다. 제품 뒤쪽 필터 클린봇은 극세필터를 일주일에 한 번씩 자동으로 청소하고 항균 극세필터는 필터에 생길 수 있는 세균을 제거한다. UV 나노 기능은 UV LED로 바람을 내보내는 팬을 살균한다. 에어컨 내부 습기를 말려주는 자동건조 기능은 10분, 30분, 60분 단위로 설정할 수 있고 공기 청정면적은 30평으로 확대됐다.

◇ 집에서 즐기는 홈엔터테인먼트 시장도 확대

코로나19는 단순히 집만 바꾼게 아니다. 집에서도 취미와 여가를 즐길 수 있는 홈엔터테인먼트 시장도 커졌다. 코로나19로 인한 집콕 생활로 스마트폰과 TV 등을 통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이용률이 급증했다. 유튜브나 넷플릭스, 페이스북 등 해외 OTT서비스의 점유율은 90%에 육박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2일 발표한 '2020년도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이후 미디어(방송·OTT) 시청시간을 조사한 결과, ‘이용시간이 증가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32.1%로 나타났다. OTT 이용률은 66.3%로 전년(52.0%) 보다 14.3%포인트 증가했다. 주로 시청하는 방송프로그램은 오락·연예(69.8%), 드라마(37.2%), 뉴스(27.8%), 스포츠(21.8%) 등이었다. 서비스별로는 유튜브 62.3%, 넷플릭스 16.3%, 페이스북 8.6%, 네이버TV 4.8%, 아프리카TV 2.6% 순으로 높았다. 해외 OTT 서비스의 점유율이 88.2%에 달한다. 지난해 52.0%에서 크게 늘어난 수준이다.

또 코로나19로 인해 복합 체육시설 이용이 사실상 금지되면서 ‘홈트’ 열풍도 불었다. 이에 따라 가정에서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즐길 수 있는 운동 용품들의 판매도 늘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JAJU)에서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홈트(홈트레이닝) 용품 매출이 전년 대비 59%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운동매트와 소형 운동기구가 큰 호응을 얻었다. 

업계 관계자는 “OTT서비스나 홈트 외에도 오프라인 강좌 대신 집에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거나, 집에서 요리를 하는 등 홈엔터테인먼트 시장이 확대되면서 하나의 일상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이처럼 집에서 개인의 취미와 여가 활동을 즐기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관련 시장은 지속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minseonlee@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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