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쓰는데 재활용은 안되는 ‘플라스틱 애물단지’
왜 버려질까? 빨대만 모으기 어려워 종량제 봉투로
대나무, 스테인리스...빨대 여러번 쓰려는 시도들

환경의 사전적(표준국어대사전) 의미는 ‘생물에게 직접·간접으로 영향을 주는 자연적 조건이나 사회적 상황’ 또는 ‘생활하는 주위의 상태’입니다. 쉽게 말하면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바로 나의 환경이라는 의미겠지요.

저널리스트 겸 논픽션 작가 율라 비스는 자신의 저서 <면역에 관하여>에서 ‘우리 모두는 서로의 환경’이라고 말했습니다. 꼭 그 구절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이 책은 뉴욕 타임스와 시카고 트리뷴 등에서 출간 당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고 빌 게이츠와 마크 저커버그가 추천 도서로 선정했습니다. 그러면 당신은 누구의 환경인가요?

주변의 모든 것과 우리 모두가 누군가의 환경이라면, 인류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대부분의 물건 역시 환경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24시간 우리 곁에서 제 기능을 발휘하며 환경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치는 생활 속 제품들을 소개합니다. 네 번째는 많은 소비자들이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빨대입니다. [편집자 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플라스틱 빨대의 모습.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사람들은 빨대를 얼마나 사용할까. 환경부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15개 커피전문점 브랜드와 4개 패스트푸드점 브랜드가 사용한 빨대는 약 9억 3,800만개로 무게로 따지면 약 657톤에 달한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그린포스트는 앞서 냉장고와 마스크, 그리고 레고의 환경적인 영향을 소재로 ‘제품으로 읽는 환경’시리즈를 연재했다. 네 번째 주제는 빨대다. 일회용 빨대는 앞선 제품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환경에 미치는 나쁜 영향이 잘 알려져 있다. 함부로 버려진 빨대 때문에 고통받는 동물들의 모습이 알려지거나 빨대 사용을 줄이려는 여러 움직임 등이 언론에 많이 소개된 바 있어서다.

몇 년 전, 코스타리카 연안에서 발견된 올리브바다거북의 코에 빨대가 꽂혀있는 모습이 공개됐다. 사람이 버린 빨대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바다로 흘러가 거북이의 삶을 위협한 것으로 나타났다. 버려진 플라스틱이 동물에 영향을 미친 사례가 많이 공개됐지만 빨대로 고통받는 바다거북의 모습이 여러 사람에게 적잖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는 많은 이들에게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전한 상징적인 사건 중 하나였다.

빨대를 보는 소비자들의 시선도 달라졌다. 1년 전, 소비자들이 매일유업을 상대로 빨대 반납 운동을 진행했다. 일회용 빨대를 함께 제공하는 음료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시작된 자발적 프로젝트였다. 당시 매일유업은 고객최고책임자(CCO)명의로 소비자에게 손편지를 보내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과 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에 깊이 공감해 저희도 변화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매일유업은 지난해 대형 마트에 납품하는 엔요 일부 제품에서 빨대를 없앤 데 이어 7월 엔요 전 제품에서 빨대를 뺐다. 해당 제품에서 빨대가 없어지면서 연간 44톤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매일유업은 액상발효유에서 빨대를 떼어낸 데 이어 올해 초 우유 제품에서도 빨대를 없앴다.

◇ 많이 쓰는데 재활용은 안되는 ‘플라스틱 애물단지’

사람들은 빨대를 얼마나 사용할까. 환경부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15개 커피전문점 브랜드와 4개 패스트푸드점 브랜드가 사용한 빨대는 약 9억 3,800만개로 무게로 따지면 약 657톤에 달한다. 19개 브랜드에서의 사용량만 따진 것으로 실제 인류가 사용하는 일회용 빨대의 양은 그것보다 훨씬 많다. 2018년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서만 하루 5억개의 플라스틱 빨대가 소비된다. 지난해 매일경제는 국내에서 발생하는 플라스틱 빨대 폐기량이 연간 100억개 가량이라고 보도했다.

줄이려는 움직임은 있다. 환경부는 지난해 11월 국내 19개 브랜드 및 자원순환사회연대와 협약을 맺고 플라스틱 빨대 등 1회용품을 함께 줄여나가기로 협의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2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별 1회용품 사용규제 내용을 발표했는데, 해당 규제가 본격 시행되기 전에 업계가 1회용품 사용 저감을 위해 적극 참여해 마련된 협약이다.

당시 협약 참여자들은 1회용품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빨대와 젓는막대의 사용을 줄이기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 브랜드들은 빨대·젓는막대의 재질을 종이 등 재질로 변경하거나 기존 컵 뚜껑을 빨대 없이 마실 수 있는 뚜껑으로 바꾸는 등 대체품 도입 방안을 적극 강구하기로 했다. 아울러 매장 내에 플라스틱으로 만든 빨대와 젓는막대를 가급적 비치하지 않고, 고객 요청 시 별도로 제공하기로 했다.

스타벅스와 커피빈·할리스커피 등 주요 카페브랜드, 맥도날드와 롯데리아 등 패스트푸드 브랜드들이 위 협약에 참여했다. 당시 홍동곤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관은 “현재의 편리함보다는 환경보전을 더 생각하는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하면서, “코로나19로 어려운 여건이지만, 이번 협약으로 다시 한번 1회용품을 줄이고 다회용 사용을 활성화하는 계기가 되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세븐일레븐이 서울F&B와 함께 친환경 아이디어 상품 ‘빨대없는 컵커피’ 2종을 선보였다. (세븐일레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빨대를 줄이려고 기업들도 나섰다. 사진은 세븐일레븐이 서울F&B와 함께 출시한 ‘빨대없는 컵커피’. (세븐일레븐 제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 왜 버려질까? 빨대만 모으기 어려워 종량제 봉투로

일회용 빨대는 플라스틱(폴리프로필렌) 소재다. 하지만 분리수거를 열심히 해서 재활용 할 수 있는 소재가 아니다. 빨대는 플라스틱이 아니라 쓰레기로 버려야 한다. 분리배출된 플라스틱은 보통 선별장에서 PET, PE, PP 등 세부 재질과 종류에 따라 나누고 그에 따라 재활용이 이뤄진다. 하지만 너무 작은 플라스틱은 선별 공정에서 분리되기가 어려워 재활용 할 수 없다. 빨대 역시 이런 문제가 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빨대는 재활용 과정에서 선별이 안 되니까 종량제 봉투에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희 자원순환사회연대 국장도 “빨대는 일반적인 포장재와 달리 재활용이 잘 안 돼서 종량제 봉투에 버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빨대는 왜 재활용이 안될까. 음료 등 이물질이 묻어있는데 깨끗이 씻어서 버리는 게 어려워서 그럴까. 그것보다는 제품 자체의 문제다. 작고 얇아서다. 김태희 국장은 빨대의 재활용이 문제에 대해 “이물질의 문제라기 보다는 소재가 얇아서 용기나 그릇과 달리 재활용이 어려워 수거업체들이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실적으로 말하면 (일회용 빨대는) 재활용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홍수열 소장은 “이론적으로 빨대만 모두 따로 모으면 재활용이 가능할 수 있으나 그러려면 어느 정도나 모아야 하는지, 모은 빨대를 얻로 보내야 하는지 등의 문제가 정리되어 있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빨대만 모두 모아 폴리프로필렌 재활용 업체로 보낸다면 가능은 하겠지만, 별도로 모으는 프로그램이 지역별로 잘 돌아가지 않는 이상, 지금은 종량제 봉투에 버리는 게 맞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재활용이 안 된다는 의미다. 실제로 서울환경운동연합 플라스틱방앗간에서 페트병 뚜껑 등 작은 플라스틱을 모아 재활용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나, 빨대만 따로 모을 수 있는 시스템은 현재로서는 없다.

◇ 대나무, 스테인리스...빨대 여러번 쓰려는 시도들

많이 버려지고 재활용이 안 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비자와 기업들은 사용 자체를 줄이거나 소재를 바꾸는 추세다. 스테인리스 등으로 만든 다회용 빨대나 대나무 소재로 만든 친환경 빨대를 사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고, 기업들도 일회용 빨대를 제거한 제품을 늘려가고 있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소비자 최모씨(41)는 스테인리스 빨대와 플라스틱 다회용 빨대 두 개를 사용한다. 광목천으로 만든 주머니에 빨대를 넣어가지고 다니면서 사용한다. 최씨는 “처음에는 불편하지만 적응되니까 괜찮다”면서 “씻어서 사용하는게 번거롭지만 세제 없이 사용하기 때문에 환경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기자도 지난 해 여름, (일회용이 아닌) 다회용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세척솔로 씻어 다시 쓰는 제품이다. 2주 전부터는 동네 카페에서 받은 대나무 빨대를 쓰고 있다. 처음 사용하기 전에 끓는 물에 식초를 약간 넣고 거기에 빨대를 넣어 소독하면 1년 정도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씻고 말리는 과정이 귀찮지만 아직까지는 무리없이 사용하고 있다. (대나무 빨대 사용기는 이번 주 ‘제로웨이스트 도전기’ 기사에서 자세히 다시 다룰 계획이다.

빨대 소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자발적인 노력보다 제도적 마련이 더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제주도에 사는 소비자 이모씨(40)는 “스타벅스에서 종이 빨대를 처음 출시했을 때, 오래 담가두면 찢어지고 식감도 이상하고 심지어 커피맛도 왠지 다르게 느껴져 불편했다. 하지만 지금은 스벅에 가면 당연히 종이빨대를 쓴다. 이런 모습을 보면 제도적인 규정이나 규제가 마련되면 많은 사람들이 친환경 소비에 조금 더 익숙해질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실제 기업들도 나섰다. 앞서 언급한 매일유업 사례와 더불어 최근에는 남양유업이 빨대 없는 ‘맛있는우유GT 테트라팩’을 내놓았다. 세븐일레븐은 빨대없는 컵커피 2종을 출시했고 동아쏘시오홀딩스는 사내 카페에서 테이크아웃시 친환경 종이컵과 종이빨대를 제공하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지난해 한미헬스케어도 플라스틱 대신 종이빨대가 부착된 두유를 선보인 바 있다. 그린포스트는 빨대의 환경적인 영향과, 일회용 빨대 사용을 줄이려는 기업들의 노력 등을 취재해 ‘줄여야 산다’시리즈로 연재할 계획이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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