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져야 할 것을 최대한 늦게 버리기

기업이나 정부가 아닌 일반 소비자가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친환경’ 노하우는 ‘쓰레기를 덜 버리는 것’입니다. 플라스틱이든, 음식물 쓰레기든, 아니면 사용하고 남은 무엇이든...기본적으로 덜 버리는게 가장 환경적입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편집국은 지난 2~3월 ‘미션 임파서블’에 도전했습니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주말 이틀을 살아보자는 도전이었습니다. 도전에 성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틀 동안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게 말 그대로 ‘불가능한 미션’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환경을 포기할 순 없습니다. 하여, 두 번째 도전을 시작합니다. ‘제로웨이스트’입니다. 이틀 내내 쓰레기를 ‘제로’로 만들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기로 했습니다. 쓰레기를 배출하던 과거의 습관을 하나씩 바꿔보려 합니다. 평소의 습관이 모여 그 사람의 인생과 운명이 결정된다면, 작은 습관을 계속 바꾸면서 결국 인생과 운명도 바꿀 수 있을테니까요.

불편하고 귀찮은 일이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겠습니다. 열 일곱번째 도전입니다. 우유팩을 최대한 늦게 버리는 것입니다. [편집자 주]

사진은 서울의 한 마트에 진열된 1+1 우유 제품.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사진은 기사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독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우유팩은 어떻게 버리는 게 좋을까, 아니 그에 앞서 우유팩은 언제 버리는 게 좋을까? 사진은 서울의 한 마트에 진열된 1+1 우유 제품.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사진은 기사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우유를 다 마시면 팩을 옆면 따라 찢은 다음 완전히 펼쳐서 버렸다. 언제부터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습관이 그렇게 들었다. 초등학교 때 우유 급식을 먹은 다음 그렇게 버렸을 수도 있고, 군대에서 아침마다 우유를 마시고 버릴 때부터 그랬을 수도 있다. 여담이지만, 그 모든 우유는 왜 전부 서울우유였을까?

우선, 우유팩은 버리는 방법이 정해져 있다. 환경부는 우유팩 등 살균팩이나 멸균팩은 “내용물을 비우고 물로 한번 헹군 후 압착해 봉투에 넣거나 한데 묶어서 배출하라”고 안내한다.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 등이 만든 <내 손안의 분리배출> 앱에 따르면, 이런 팩들은 빨대나 비닐 등 종이팩과 다른 재질은 제거한 다음 일반 종이류와 섞이지 않게 전용수거함에 배출해야 한다. 종이팩 전용 수거함이 없으면 종이류와 구분할 수 있게 끈 등으로 묶어 종이류 수거함으로 내놓는다.

기자가 우유팩을 (재활용이 아니라) 재사용하기 시작한 건 약 2년 전부터다. 기자의 아이디어는 아니고 기자 어머니 아이디어다. 기자는 생선구이를 좋아하는데 집에서 먹으려면 번거롭고 설거지도 귀찮아서 잘 안 해 먹는다. 그걸 아는 어머니는 기자가 본가에 방문하면 종종 생선을 두어토막 구워 싸주신다. 1리터들이 우유팩에 키친 타올로 감싼 구운 생선을 넣고 뚜껑을 접어 담아주신다. 그릇 대신 우유팩을 사용하는거다.

우유팩은 튼튼하고 두꺼워서 그대로 냉장고에 잘 넣어두면 하루 이틀 지나도 기름이 밖으로 새어나오지 않는다. 그릇에 담아 넣어두면 비린내가 밸 수도 있는데 그걸 막아주는 효과도 있다. 그렇게 우유팩은 본가에서 생선을 가져오는 용도로 종종 사용했다. (그러니까, 처음 사용한 건 기자가 아니라 기자 어머니다)

기자 어머니는 과거에도 우유팩을 재사용했다. 쫙 펴서 도마 위에 놓고 김치를 썰을 때 사용하셨다. 도마에 김치물이 들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비닐을 사용하는 방법도 있었겠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어머니는 우유팩을 사용하시곤 했다.

두껍고 튼튼한 우유팩을 기자도 재사용해보기로 했다. 가장 쉬운 건 (어머니가 사용한 방법처럼) 도마 대신 사용하기다. 고기용과 채소용 도마가 따로 있지만 해산물은 집에서 잘 요리하지 않는다. 먹을 때는 맛있는데 손질하기 어렵고 특히 조리 과정에서의 비린내가 불편하기도 해서다. 그래서 해산물이나 (물이나 냄새가 배기 쉬운) 김치를 조리할 때 우유팩을 사용했다. 사용하고 빨리 씻어서 깨끗이 말리면 2~3번 정도는 더 사용할 수 있다.

다른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다. 길이에 맞게 잘라 서랍에 넣고 양말 수납함으로 써도 되고 기름병을 담아둬도 된다. 소주병 사이즈의 유리병이나 작은 사이즈 양념병과 사이즈가 잘 맞는다. 기름 흐르는 게 싫어 작은 비닐팩으로 쌓아두거나, 매번 키친타올로 기름을 닦아내야 했는데 우유팩을 사용하면 나중에 꺼내서 한 번만 깨끗이 닦아 버리면 된다.

본지 곽은영 기자는 예전 기사에서 더 좋은 아이디어도 내놓았다. 우유팩 바닥 부분만 따로 오려 코스터(차 받침대)로 사용하거나 조리도구 받침대로 써도 좋다고 추천했다. 뚜껑이 달린 종이 우유팩은 뚜껑을 주방 비누에 밀착시켜 비누 받침으로 사용해도 괜찮다는 아이디어도 덧붙였다.

우유팩은 언젠가는 버려진다. 기름이나 김치 국물이 묻으면 재활용이 더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재사용을 통해 비닐이나 키친타올, 또는 설거지 거리를 줄이면 자원순환 구조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탤 수 있다. 대신, 깨끗이 씻어서 버려야 한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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