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개편 통해 전담부서 설치하고 녹색산업 생태계 조성에 앞장

"매출과 영업이익 등 종전 재무성과를 중심으로 한 기업가치 평가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기업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중심의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해야 합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공식 석상에서 ESG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습니다. 국내 주요 금융사의 수장들도 새해 벽두부터 ESG를 외치고 나섰습니다.

'ESG'란 비 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 중심의 경영방침을 말합니다. 기업이 사회와 환경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지배구조는 투명한지를 평가하는 지표입니다.

금융회사가 ESG를 외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금융이야말로 환경·사회적 가치 실현을 이끌어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기 때문입니다. 자금을 공급하는 금융회사가 미래를 위해 올바른 이윤을 추구한다면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닥쳐올 위기에도 지속 가능한 경제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번 연재는 새해 벽두부터 ESG를 외친 금융권의 ESG점수를 부문 별로 진단합니다. 세 번째 순서는 산업개발의 지원군, KDB산업은행입니다. 첫 번째 파트 환경 부문에 대해 들여다 보겠습니다.[편집자 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그래픽 최진모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그래픽 최진모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은경 기자] 산업은행이 석탄화력발전산업 투자와 소극적 행보로 인한 기후악당의 오명을 벗고 녹색금융 선도은행으로 재탄생했다. 석탄화력발전산업 투자를 순차적으로 중단하고 녹색금융 전담반을 설치해 녹색산업 생태계 조성의 중심축에 섰다.

산업은행은 1954년 우리나라의 산업개발을 위해 설립됐으며 기업대출과 정책금융 등을 수행하는 공공기관으로, 시중은행에 비해 친환경에 미온적 태도와 석탄화력발전산업으로 '기후악당'에 일조하고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을 역행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 출석해 탈석탄에 동의한다는 취지를 밝히고, 녹색금융 선도기관으로 탈바꿈을 위한 대대적인 수술에 돌입했다.

먼저 녹색금융과 한국판뉴딜 추진을 위한 조직개편을 단행해 기존의 정책기획부문을 '정책·녹색기획부문'으로 확대 개편하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역량 강화를 위해 'ESG·뉴딜기획부'를 신설했다.

구체적으로 △녹색금융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할 '그린산업협력단(기업금융부문)' △뉴딜펀드 조성을 위한 '정책펀드운용단(혁신성장금융부문)'△ 지역별 녹색금융 수요 발굴 등을 위한 '지역금융지원단(중소중견금융부문)'을 추가로 신설했다. 동시에 KDB인프라자산운용, KDB캐피탈 등 자회사에도 녹색금융 전담조직을 신설하는 등 그룹 차원의 추진조직도 구축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2025년까지 녹색금융 지원규모를 30% 수준까지 확대해, 저탄소 경제 전환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그간 신재생 에너지, 환경·폐기물 처리, 이차전지 등 녹색사업에 직접 투자하거나 펀드를 조성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간접 지원했던 방식에서 나아가 전담반을 통해 직접적인 녹색금융 생태계 조성에 나섰다.

산업은행은 석탄화력발전투자의 명암에 가려져왔으나 지난 2017년 국내 최초로 친환경 위험관리 모범규범인 적도원칙에 가입하고, 국내 친환경산업 지원을 통해 녹색금융을 실천해왔다.

지난해에는 SK건설의 환경폐기물 처리업체 인수사업에 5500억원의 금융을 주선해 국내 건설사의 친환경분야 사업 전환을 뒷받침했으며 LG화학과의 동반성장펀드를 조성해 2차전지 Global 생산시설 투자에 2024년까지 50억 달러 규모의 'Green Loan'을 조성했다. 또 SK이노베이션의 2차전지 및 분리막 공가 공장 건설자금을 지원하고, SKC의 2차전지용 생산업에 인수를 위한 1조8천억원의 금융을 주선했으며, SK그룹의 전기차에 인수 시 4억5천달러 규모의 금융을 주선해 전기차 도입을 도왔다. 동시에 산업은행이 운용하는 인프라 전용 사모펀드(PEF)를 조성해 의료폐기물 중간처분업체를 인수하기도 했다.

아울러 기업들의 친환경 전환을 위해 여신심사 과정에서도 환경사회적 기준을 도입해 '그린워싱(겉으로만 친환경 표방)'을 방지하고 녹색산업 조성을 유도하고 있다.

올해에는 지금껏 간접적 산업지원에서 나아가 기후변화 대응을 장기적 과제로 선정하고 적극적인 친환경 행보를 걷는다. 산업은행 고유 역할인 혁신기업 육성 및 산업 경쟁력 강화에 적용해 기업들의 저탄소 전환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탄소중립 전환의 선봉에 선 것도 산업은행이다. 산업은행은 25일 발표한 금융위원회의 녹색금융 활성화 정책에 따라 수출입은행, 기업은행과 함께 녹색 특별대출에 1%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적용키로 했으며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해외 선탁화력발전산업에 비판 지속…"400여개 관련업체 생존달려"

반면 석탄화력발전산업 투자의 경우 국내는 지원을 멈췄지만 해외에는 대규모 지원을 지속하고 있어 녹색금융의 진정성에 대한 지적도 지속되고 있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지난 7월 인도네시아 자바 9·10호기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사업에 4억 달러(약 4740억원) 대출을 약정했다. 대출 만기는 2035년 10월이다.

석탄환화력발전 산업은 기후 오염 원인 중 하나인 이산화탄소 배출 주범으로 꼽혀, 주요 국가들에서 파리기후협약을 통해 석탄화력발전 산업 감축을 최우선 과제로 시행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공적자금을 투입해 이를 역행한다는 비난을 받아온 탓이다. OECD 국가 중 석탄화력발전 산업 투자에 공적자금을 투입한 나라는 일본과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한국전력은 지속된 비판에 석탈발전산업 투자 중단을 선언한 바 있으며, 민간 금융기관에서도 탈석탄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KB금융그룹은 지난해 9월 25일 기후변화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탈석탄금융'을 선언하고 국내외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신규 프로젝트 파이낸싱 및 채권 인수에 대한 사업 참여를 전면 중단했으며, 신한금융그룹도 지난해 11월 13일 'Zero Carbon Drive(탄소배출제로선언)'을 통해 기후변화를 위한 국제협력에 적극 동참했다. 삼성생명 화재 등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와 한화그룹 6개 금융계열사 또한 탈석탄에 동참했다.

이에 대해 이동걸 회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탈석탄 취지에 동의하지만, 해외 석탄발전화력 산업의 경우 400여개 관련업체의 생존문제가 달려있어 참여를 중단하기에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국내 석탄화력발전 산업 투자는 순차적으로 중단했으며 저탄소경제 전환을 위해 녹색금융 선도기관의 역할을 강화한다고 약속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기후변화 대응' 을 장기 발전방향의 한 축으로 설정하고, 이를 은행 고유의 역할인 Industrial Development(혁신기업의 육성 및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연계해나갈 계획이다"라며 "특히, 정부의 「장기저탄소발전전략」에 대응해 '주력산업의 저탄소화', '녹색 신(新) 산업 육성' 등을 여신정책에 반영하고 집중적으로 지원해나갈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mylife1440@greenpost.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