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경영의 성공적 안착으로 투명한 기관운영 제시

"매출과 영업이익 등 종전 재무성과를 중심으로 한 기업가치 평가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기업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중심의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해야 합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공식 석상에서 ESG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습니다. 국내 주요 금융사의 수장들도 새해 벽두부터 ESG를 외치고 나섰습니다.

'ESG'란 비 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 중심의 경영방침을 말합니다. 기업이 사회와 환경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지배구조는 투명한지를 평가하는 지표입니다.

금융회사가 ESG를 외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금융이야말로 환경·사회적 가치 실현을 이끌어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기 때문입니다. 자금을 공급하는 금융회사가 미래를 위해 올바른 이윤을 추구한다면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닥쳐올 위기에도 지속 가능한 경제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번 연재는 새해 벽두부터 ESG를 외친 금융권의 ESG점수를 부문 별로 진단합니다. 두 번째 순서는 수출입의 교두보, 한국수출입은행입니다. 세 번째 파트 지배구조부문에 대해 들여다 보겠습니다.[편집자 주]

방문규 수출입은행장(본사DB)/그린포스트코리아
방문규 수출입은행장(본사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은경 기자] "한국수출입은행의 윤리경영은 법규 및 윤리규범을 준수하여 부정부패를 방지한다는 소극적인 의미를 넘어서서, 공적수출신용기관으로서의 국가·사회적 책임의식에 기본적인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수출입은행의 지배구조는 '투명경영'으로 귀결된다. 지배구조란 기업 내부의 의사결정시스템, 이사회와 감사의 역할과 기능 등을 가리키는데 수출입은행은 지난 2008년 '임직원 윤리행동강령'을 제정해 윤리경영 제도를 도입하고 고도화해 현재의 윤리경영을 넘어선 투명한 지배구조를 확립하는데 성공했다.

수출입은행이 추구하는 윤리경영이란 경영활동의 모든 부문에서 윤리를 우선시하여 윤리적 판단 기준을 도입하고 이를 적용·시행함으로써, 국내·외적으로 경쟁력 및 투명성을 확보하고, 고객과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클린뱅크' 구현에 있다. 

이를 위해 수출입은행은 내부감사 활동과 이사회 운영 전반에 관한 자세한 사항들을 외부에 투명하게 오픈해 신뢰도를 끌어올렸다. 다만 여성임원 비율은 타 은행에 비해 저조했다.

◇노사갈등 없는 클린한 경영문화, 여성 임원 비중은 저조 

수출입은행은 시중은행과 달리 은행법과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이 아닌 특별법 한국수출입은행법에 따라 운영된다. 임원진은 기관장인 방문규 행장을 포함해 총 4명의 상임이사와, 비상임이사 3명으로 이뤄졌다. 방문규 행장은 정관에 따라 기획재정부 장관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해 2019년 10월3일 임명돼 2022년 10월29일까지 임기를 수행중이다. 방 행장은 기획재정부 예산실장과 제2차관, 보건복지부 차관을 지낸 만큼 경제정책 전문가다.

상임이사로는 리스크관리본부장이자 부행장인 강승중 전무이사, 신덕용 상임이사, 조용순 감사로 구성됐다. 비상임 이사에는 금융감독원과 인코리아금융서비스 준법감시인을 거친 나명현, 세계은행 한국이사를 거친 유복환,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 위원을 거친 수출입은행 최초의 여성 임원 정다미 이사가 있다.

작년 3분기 기준 정규직은 1028.75명이며 이 중 여성직원은 450.35명으로 절반에 살짝 못 미치고, 여성임원은 정다미 비상임이사 1명이 유일하다. 최초의 여성 임원을 선임에 변화를 꽤 했으나 동종 기관과 비교하면 저조한 편에 속한다. 기업은행의 경우 여성지점장을 30% 배출하며 늘렸다.

성과급을 제외한 입원 평균 연봉은 1억6261만원이다. 방문규 행장의 연봉은 1억9613만1천원, 상임감사는 1억5690만4천원, 상임이사는 1억4870만3천원이다. 아직 예산에 경영 평가 결과가 반영되지 않아 성과급은 포함되지 않았지만 성과에 따라 실적수당과 성과 상여금 등이 추가로 지급된다. 신입사원 초봉의 경우 4569만원 가량이다.

수출입은행의 경우 노사갈등의 불씨도 작다. 타 시중은행이 노사갈등으로 임금협상 등이 지연되며 진통을 겪는 것과 달리 수출입은행은 지난달 29일 사측과 노동조합원의 원활한 협력을 통해 임금협약과 단체협약을 매끄럽게 마무리 지었다. 

당시 노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소상공인 보호와 내수경기 활성화를 위해 임금 중 일부를 온누리상품권으로 지급해 위기 극복에 동참하기로 손발을 맞추기도 했다. 또 저임금 근로자 및 용역·파견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에 힘쓰기로 했다. 지난 7일 단체협약에선 55세 이상 근로자의 은퇴 준비, 질병 등으로 인한 근로시간 단축과 휴직자 복무점검 및 관리규정 신설, 부정수급 성과연봉 및 성과금 징수 규정을 함께 마련했다.

◇감사부터 이사회 전반까지, '윤리경영' 넘어선 '투명경영'

경영진과 노사문화 외에도 자타공인 투명경영을 자랑하는 근거는 투명한 운영의 공시에 있다. 수출입은행은 매년 엄격한 내부감사를 통해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하고 있는데 지점 및 본점 내 일탈 등과 감사결과 등을 일제히 공개하고 있다. 지난 2019년에는 26차례 이상의 내부감사를, 작년에는 12차례 이상의 내부감사를 진행해 내부통제 시스템을 점검했다.

지난해 내부감사 종합검사에선 구미출장소의 여신취급시 환율부문 적용 미흡을 지적해 승인금액 표기 전산시스템을 개선했고, 뉴욕사무소의 BCP(업무연속성계획) 모의훈련시 대체사업장 내 인가된 PC를 구비하고, 뉴욕주의 사이버보완 규정을 내규화했다. 또 창원지점의 수출성장자금대출과 대응수출이행실적 관련 절차 미이행 사실과 원주출장소의 수출성장대금 대출시 조건변경 확인 등이 미흡한 지점을 발견했다. 동일 차주를 다수 지점에서 취급하는 경우도 발견해 합의하도록 권고했다.

특별감사에서는 본점·지점·해외법인 등의 여신 업무처리 미흡을 경고하고, 자회사인 수은플러스의 인사관리규정 위반여부도 발견해 문책했다. 또 윤 윤리준법실이 현지법인의 자금세탁방지 업무수행 적정성을 제고하도록 했다. 2019년에는 해당금융단의 부서경비 부정 사용 사실을 발견해 문책하기도 했다.

그 외 국회 국정감사에서 있었던 지적사항 등도 상세하게 공시하고 있으며, 지난 2019년 당시 국책은행 감사의 전문성 제고를 지적받아 개선안을 마련했다. 개선안에는 금융과 경제 등 관련분야에서 10년 이상 종사하거나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소지한 감사업무 경력 10년 이상의 배테랑으로 한정하고 있다. 다만, 기업은행 및 산업등과 함께 특별법의 적용을 받는 만큼 그해 국회에서 발의돼 계류중에 있다.

특히 매번 열리는 이사회 회의록을 통해 이사회 운영에 대한 상세하게 공개하고 있다. 지난 13일 열린 2021년도 1차 이사회에선 방뮨규 행장, 강승중 이사, 신덕용이사, 나명현 비상임이사, 정다미 비상임이사가 참석해 취업규칙을 개정하고 올해 예산승인내용을 점검했다. 이에 따라 올해 IT 사업 관련 확보 예산을 바탕으로 디지털 전환을 과감하게 추진하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IT전담 부서와 긴밀하게 협업하기로 했다. 지난달 28일 열린 2020년도 11차 이사회에선 신년 경영추진 계획 점검 내용을 논의하고 8차 이사회에선 한시적 성과급 차등폭을 축소하는 논의를 하는 등 논의사항을 상세히 열람하도록 하고 있다.

투자 및 출자현황은 수출입은행은 기업은행과 교보생명, 한국도로공사 등 13곳의 지분을 매입해 출자하고 있으며 수은영국은행, 아주금융유한공사, 수은인니금융, 수은베트남금융공사, 수은플러스, 성동조선해양, 대선조선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올해에는 열린경영으로 획득한 투명한 지배구조를 기반으로 업무 전반에 걸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내재화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방문규 수출입은행장은 "수은은 대외정책금융을 책임지는 기관으로서 모든 역량을 총집중하여, 수출의 획기적 턴어라운드를 주도하고 우리 경제의 재도약에 앞장서야 할 것"이라면서 "ESG 단계별 경영체계를 구축․실행하여 여신․투자․조달․심사 등 업무 전 분야에 걸쳐 ESG 경영을 내재화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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