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이어지는 도전, 일회용 비닐봉투 다시 쓰기

기업이나 정부가 아닌 일반 소비자가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친환경’ 노하우는 ‘쓰레기를 덜 버리는 것’입니다. 플라스틱이든, 음식물 쓰레기든, 아니면 사용하고 남은 무엇이든...기본적으로 덜 버리는게 가장 환경적입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편집국은 지난 2~3월 ‘미션 임파서블’에 도전했습니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주말 이틀을 살아보자는 도전이었습니다. 도전에 성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틀 동안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게 말 그대로 ‘불가능한 미션’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환경을 포기할 순 없습니다. 하여, 두 번째 도전을 시작합니다. ‘제로웨이스트’입니다. 이틀 내내 쓰레기를 ‘제로’로 만들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기로 했습니다. 쓰레기를 배출하던 과거의 습관을 하나씩 바꿔보려 합니다. 평소의 습관이 모여 그 사람의 인생과 운명이 결정된다면, 작은 습관을 계속 바꾸면서 결국 인생과 운명도 바꿀 수 있을테니까요.

불편하고 귀찮은 일이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겠습니다. 열 여섯번째 도전입니다. 기자는 작년 5월에 받은 일회용 비닐봉투를 아직 버리지 않았습니다. [편집자 주]

기자가 5개월째 사용하고 있는 편의점발 일회용 비닐봉투. 여러겹으로 접으면 바지 뒷주머니에도 들어가고, 수개월째 사용중인데도 여전히 캔음료 여러개도 거뜬할만큼 튼튼하다. 얇고 가볍고 질기고 단단한데 꼭 '일회용'일 필요가 있을까? (이한 기자 2020.10.07)/그린포스트코리아
기자가 지난해 5월부터 사용하다가 지금은 가방 속에 넣어둔 일회용(?) 비닐봉투.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지난해 5월 중순, 집 근처 편의점 CU에서 일회용 비닐봉투 하나를 가져왔다. 저녁 늦은 시간에 가방 없이 동네 산책을 나왔다가 급히 필요한 식재료 등이 생각나 편의점에서 장을 보면서 함께 구매한 봉투다. 그리고 기자는 그 봉투를 지금도 가지고 다닌다.

이유가 있었다. 작년 2월 즈음부터 기자는 ‘앞으로 일회용 비닐봉투를 사용하지 말자’고 마음 먹었다. 편의점이나 약국에 갈 때는 장바구니를 챙겨갔는데 배달음식을 먹을 때 마다 비닐 쓰레기가 생겨 ‘제로비닐’에 성공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물건을 사면서는 일회용 비닐 봉투를 거의 받지 않았다. 생활 속에서 줄일 수 있는 것들부터 최대한 줄여보자는 취지였다. 2월부터 5월 사이에 기자가 (배달이 아닌 오프라인 매장에서) 받은 비닐봉투는 약국에서 받은 생분해봉투 하나와 앞서 언급한 편의점 봉투가 전부다.

편의점에서 받은 봉투는 연말까지 8개월 동안 가지고 다녔다. ‘다회용’으로 쓰기 위해서다. 일회용이 플라스틱과 비닐 사용을 줄여보자는 취지였다. 네모반듯하게 접어 작은 손가방 안에 넣었다. 출퇴근할 때도, 저녁에 운동 갈 때도 늘 들고 다니는 가방이다. 동네에서 간단하게 장 볼 때는 늘 그 봉투를 사용했다. 정확한 횟수를 세어보지는 않았으나 일주일에 평균 2~3번 정도 사용했으니 비닐봉투는 약 80여 번 정도 가방 노릇을 했다.

그 과정에서 여러 번 깨달은 사실이 있다. 일회용 비닐봉투는 정말 튼튼하다. 얇은 재질에 가벼운데도 질겨서 잘 찢어지지 않는다. 1.5리터 음료수 3병을 담아온 적도 있고, 냉동식품을 담아온 적도 있다. 물론 가죽 가방처럼 단단하진 않다.

사실 가볍고 튼튼한 건 비닐봉투의 큰 장점이었다. 우리가 흔히 비닐봉지라고 부르는 이 제품은 사람들이 종이봉투를 너무 많이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나무가 빠르게 줄어드는 것이 안타까워 대체재로 개발되었다고 한다. 얇은데도 잘 찢어지지 않고, 모양을 쉽게 바꿀 수 있으면서도 물과 공기를 통과시키지 않아 편리했다. 다만, 바로 그 특성 때문에 지금 환경적으로 문제가 되기는 했지만 말이다.

5~6개월을 지나면서 비닐 봉투 아래쪽 귀퉁이에 작은 구멍이 뚤렸다. 질긴 비닐은 그 구멍이 빠르게 커지는 걸 막아줬다. 하루 종일 사용하는게 아니라 하루에 한번씩 꼭 필요한 몇분 동안만 사용하기에 가능한 일이긴 했다.

◇ 그저 봉투 하나지만...새로운 습관을 만들다

비닐봉투를 사용하고 8개월여가 지났을 때, 뜻하지 않게 더 크고 단단한 새 비닐봉투가 생겼다. 지난 연말 동네 식당에서 회를 포장해 먹은 날이다. 전화로 미리 주문하고 찾으러 갔는데 넓적하고 커다란 일회용 접시 등이 커다란 비닐봉투에 쌓인 채 꼭 묶여있었다. 평소대로라면 비닐봉투 대신 가방에 담아올텐데 음식이 너무 빨리 완성돼 완전히 포장돼 있는 상태여서 어쩔 수 없이 그대로 가지고 왔다.

이 봉투는 가지고 다니던 것보다 훨씬 크고 단단했다. 큰 사이즈 모듬회가 담길 만큼 넓적한 용기를 안정적으로 포장하기 위한 사이즈였다. 생각지 않게 생긴 커다란 비닐봉투를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가 평소 가지고 다니던 편의점 봉투 대신 사용하기로 했다. 그래서 1월부터는 횟집 봉투를 가지고 다닌다.

여러 번 접어도 예전 봉투보다 크고 두꺼워 작은 가방에 넣으려면 살짝 불편했다. 편의점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 함께 샀던 봉투는 바지 뒷주머니에 넣어도 불펴하지 않을만큼 얇았는데 횟집 봉투는 여러겹으로 접으면 제법 두꺼웠다. 작은 손가방에 넣으면 1/3 가까운 공간을 차지할 정도였다. 그 가방에는 자동차키와 카드지갑, 휴대전화만 넣기 때문에 물건을 다 넣는데는 문제가 없었지만 그래도 불편했다.

대신 괜찮아진 게 있었다. 예전보다 더 크고 무거운 물건을 사도 편하게 담을 수 있다는 점이다. 에전에는 편의점이나 집 근처 소형 마트에서 간단한 장을 볼 때만 사용했으나 지금은 중형마트는 물론이고 대형 마트에서 산 물건도 담아올 수 있는 가방이 됐다.

8개월 넘게 사용한 비닐봉투도 아직 그 가방 안에 있다. 이렇게 오래 사용했으면 이제는 버려도 되지만, 기념(?)으로 남겨두기로 했다. 일회용 비닐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굳이 애썼던 그 기간을 쉽게 잃어버리지 않고 싶어서다. 말하자면, 비닐봉투를 가지고 다니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다.

사실 기자는 에코백이 여러 개 있다. 직업상 외출할 때는 항상 가방을 가지고 다니기 때문에 물건을 살 때 일회용 비닐봉투가 자주 필요하지도 않다. 9개월 동안 습관적으로 일회용 봉투를 사용했다고 해도 그래봤자 수십장 정도다. 우리나라 전체 비닐 쓰레기 양을 생각하면 빙산의 일각일 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닐봉투를 안 버리는 건 그저, ‘나 하나 쯤이야’라는 마음으로 환경을 대하지 말자는 취지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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