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쇼핑 권하는 사회의 불편함에 대하여
[기자수첩] 쇼핑 권하는 사회의 불편함에 대하여
  • 곽은영 기자
  • 승인 2021.01.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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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몇 주 전 쓴 ‘크리스마스에 넷플릭스를 보면서 치맥 먹는 게 환경오염의 원인’이라는 기사를 읽은 지인이 기사에 대한 불편함을 전해왔다. 넷플릭스를 보는 행동이, 치킨과 맥주를 즐기는 행동이 환경을 파괴시키고 탄소발자국을 찍는 일임을 얘기하는 기사였다.

“좋은 정보인 건 맞는데 숨도 쉬지 말고 살라는 건가 싶어. 이렇게까지 해야한다고 생각하니 좀 짜증나네.”

그렇다. 환경을 생각하는 일은 귀찮고 짜증까지 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사람은 숨만 쉬어도 환경을 오염시키는 존재라는 것도 맞는 말이다. 환경을 지키는 하나의 방법으로 ‘아이를 낳지 않기’가 있는 것도, 기후위기 해결법으로 전문가들이 ‘인구를 줄여야 한다’고 말하는 것도 의미하는 바는 하나다. 인간이 너무 많은 자원을 소모하고 쓰레기를 배출하는 존재라는 것.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는 순간까지 지구의 화석연료를 끌어다 쓴다. 그마저 안 되면 화학성분이 잔뜩 들어간 제품을 개발해 사용하고 버린다. 버린 것은 썩지 않는 힘을 안고 땅에 그대로 묻히거나 해양생물이 처음 보는 모습으로 바다 속에 가라앉거나 유독가스를 내뿜으며 태워진다. 어느 쪽이든 유해하다. 세계자연기금도 지구 토지 대부분이 이미 인간에 의해 변형되고 생물 다양성에 인간이 해로운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우리가 먹고 살기 위해 하는 경제활동에서 환경은 너무 자주, 거의 대부분 배제되고 만다. 경제 논리에는 환경을 위한 영역이 빠져있을 때가 많다. 

잠깐 핸드폰을 들여다보자. 기자는 핸드폰이나 인터넷에 접속할 때마다 온 세상이 힘을 모아 내게 소비를 권하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SNS에도, 이메일에도, 메시지에도 늘 할인 행사에 대한 광고가 붙어 있다. 특히 무언가를 검색하고 나면 유난히 광고가 더 늘어나는 기분이다. 이를테면 ‘운동화’를 구글링하고 나면 어김없이 각 브랜드의 운동화 판매 정보가 잔뜩 붙는 식이다. 빅데이터로 낱낱이 읽힌 소비심리는 새로운 유혹으로 손바닥 안에서 시각화된다. 다시 없을 세일 같아 구매를 클릭하고 나면 집 안에는 예쁜 쓰레기가 늘어나 있다. 

소비자로서 매 순간 쇼핑 정보에 노출돼 있다면 직업적으로는 매일 아침 기업들로부터 쏟아져 들어오는 보도자료를 통해 신제품과 신기술 정보를 확인한다. 최근 유통업계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보도자료는 비대면 명절을 대비한 선물세트다. 각 업체에서는 설 명절 선물의 트렌드를 키워드로 정리해 특별함을 선물하라고 유혹한다. 얼굴을 볼 수 없으니 선물에 더 많은 신경을 쓰라는 것이다.  

‘비대면 명절’은 코로나19로 새롭게 생긴 모습이고 기자도 이를 겨냥한 유통가 마케팅에 대한 기사를 쓴 적이 있다. 그러나 그 중 환경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해 제품에 녹인 기업은 많지 않았다. 최근 환경이 기업경영에서 챙겨야 할 필수 요소가 되면서 ‘친환경’, ‘그린’, ‘에코’를 주제로 한 제품이 많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환경은 경제 논리에서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기업 관계자에게 환경적으로 더 개선된 제품 개발에 대해 물어보면 “환경이 중요하긴 하지만”을 시작으로 “앞으로 더 신경쓸 계획”이라는 두루뭉술한 대답이 돌아오곤 한다. 지속가능성에 물음표를 던지고 새로운 답을 찾는 것이 당장 돈을 버는 일에 비하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다뤄진다는 인상이다. 

그러나 기업은 끊임없이 쇼핑을 권하는 주체로서 환경에 대한 1차적인 책임을 안고 있다. 소비자가 아무리 착한소비를 선택하고 미닝아웃을 외친다 하더라도 그 선택지를 만드는 곳은 기업이다. 계속 물건을 사라고 부추기면서 쓰레기를 끼워 파는 것은 영 개운하지가 않다. 기업은 소비자의 불편함을 완화하고 해소시킬 수 있는 열쇠를 적절하게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몇몇 기업들은 소비자의 움직임에 제품으로 화답함으로써 그 열쇠를 사용하고 있다. 예컨대 CJ제일제당의 스팸은 노란 뚜껑을 회사로 다시 보내는 ‘뚜껑 반납 운동‘ 이후 일부 달라진 모습으로 나타났다.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통조림은 이미 밀봉 상태로 만들어져 판매된다. 노란 뚜껑은 밀봉이나 보관의 용도가 아닌 충격 완화의 역할을 한다. 심지어 해외 판매용에는 이 뚜껑이 없다고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은 형식적으로 붙어있는 노란 플라스틱을 없애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추석 선물세트에서 뚜껑 없는 스팸을 선보이며 소비자들의 움직임에 화답했다. CJ제일제당은 올해 추석까지 모든 스팸 선물세트에서 뚜껑을 없애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매일유업은 소비자의 편지 한 통에 지난해 여름 엔요 전 제품에서 빨대를 제거했다. 엔요는 액상발효유 최초로 제품에 빨대를 부착함으로써 점유율을 2배 이상 끌어올려 시장 1위로 올라선 제품이었기에 회사 입장에서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매일유업 관계자에 따르면 실제 회사 내에서도 편의성과 매출과 관련해 빨대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고 한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친환경적이라서 좋다는 의견이 반, 불편하다는 항의가 반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매일유업은 올해 들어 상하목장 유기농 멸균우유 190ml 제품에서도 빨대를 없애면서 포장 개선을 지속했다. 장기적인 관점에 따라 내린 결정이라는 설명과 함께였다.

이 같은 기업들의 움직임에 비슷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업체에서도 점진적으로 플라스틱을 줄이고 없애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소비자들은 불편함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동안 당연하게 누려왔던 것을 의심하고 천천히 굴러오는 ‘기후위기’라는 돌 앞에서 기업과 함께 힘을 합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러니 지구 환경에 기대어 있는 공동체로서 기업은 소비자가 진짜 불편함을 느끼는 지점이 어디인지, 그들이 감수할 수 있는 불편한 지점은 어디까지인지를 살필 필요가 있다.  

key@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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