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여야 산다 #포장 3] 정말 바꿀 수 있나...포장 줄이려는 노력들
[줄여야 산다 #포장 3] 정말 바꿀 수 있나...포장 줄이려는 노력들
  • 이한 기자
  • 승인 2021.01.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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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환경 문제의 큰 축, 과대포장·포장재
시민들도 “환경 생각하면 재포장 불필요” 의견
환경부 “재포장 금지로 연 2.7만톤 비닐 감축 기대”
통계청 “지속가능 포장재 정책 수립 노력 필요”
“생산 단계부터 재활용 쉬운 포장재로 만들어야”

역사 이래로 인류는 늘 무언가를 더하기 위해 살아왔습니다. 과거보다 더 많은 자본, 나아진 기술, 늘어나는 사업영역에 이르기까지, 미지의 분야를 개척하고 예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며 문명을 발전시켰습니다. 그 결과, 인류는 발전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지구의 건강이 위협받기 시작했습니다. 인류가 무언가를 많이 사용하고 또 많이 버릴수록 지구에 꼭 필요한 자원과 요소들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열대우림이 줄어들거나 빙하가 녹고 그 과정에서 생태계의 한 축을 이루던 동물과 식물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에 주목해야 합니다. 적게 사용하고 덜 버려야 합니다. 에너지나 자원을 덜 쓰고 폐기물이나 쓰레기를 적게 버리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환경적인’ 일입니다. 인류는 무엇을 줄여야 할까요. 줄여야 산다 열 번째 시리즈는 인류가 사용하는 수많은 제품을 둘러싼 포장재입니다. [편집자 주]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물건은 어딘가에 담겨있다. 플라스틱이나 비닐로 포장되어 있을 확률도 높다. 인류는 포장을 줄일 수 있을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물건은 어딘가에 담겨있다. 플라스틱이나 비닐로 포장되어 있을 확률도 높다. 인류는 포장을 줄일 수 있을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최근 환경 관련 업계나 재계에서는 포장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12월 30일, 2020년 자원순환 5대 뉴스를 선정해 발표했다. 언론 보도 비중과 환경 문제의 상징성, 환경정책에 미친 영향, 사회적 파장, 향후 사회적 과제 등을 고려한 5개의 뉴스다. 그런데 이 중 3개가 포장이나 포장재와 관계가 있다.

하나씩 살펴보자. 환경운동연합이 선정한 첫 번째 뉴스는 ‘코로나19와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량 급증’이다. 환경운동연합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방역과 위생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하면서 일회용품 사용량이 늘었고 비대면 소비가 급증하면서 플라스틱 사용량은 더욱 치솟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환경부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발생한 쓰레기는 같은 기간 전년 대비 최대 30% 증가했고, 플라스틱과 비닐류는 15.6%, 11.1% 늘었다.

환경운동연합은 ‘재포장 금지법 논란’도 5대 뉴스로 선정했다. 과도한 포장과 재포장이 늘어나면서 플라스틱 포장재 폐기물이 늘어난다는 문제의식이다. 환경부는 불필요한 포장재 쓰레기를 막기 위해 ‘과대포장과 재포장 금지에 관한 제도(재포장금지법)’를 발표했다. 이 제도는 지난해 7월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묶음할인을 막는다’는 오해 속에 규제 시행이 연기됐다.

이들은 ‘소주 공용병’ 관련 논란도 5대 뉴스 중 하나로 골랐다. 환경운동연합은 “하이트진로 진로이즈백이 10년 넘게 이어온 소주병 재사용 정책을 흔들었다”고 주장하면서 관련 내용을 소개했다. 백나윤 환경운동연합 자원순환 활동가는 “정부는 2025년까지 플라스틱 20% 감축이라는 선언적인 목표 제시로만 그칠 게 아니라, 실제 이행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규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플라스틱이나 일회용품 등에 대한 지적이었으나 포장 역시 이런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시선이 많다.

◇ 시민들도 “환경 생각하면 재포장 불필요” 의견

대구환경운동연합은 재포장 줄이기 온라인 프로젝트 ‘껍데기 데이터 랩’을 진행했다. 지난해 9월 22일부터 11월 15일까지 마트에서 판매 중인 재포장 제품, 직접 구매한 재포장 제품을 대상으로 시민들로부터 온라인으로 데이터와 의견을 받았다.

85명의 시민이 총 270회 데이터를 입력하였으며, 개별 제품 1,863건의 정보가 수집되었다. 그 결과 85명의 시민 중 88%에 해당하는 75명이 재포장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대형마트가 가장 나서야 할 일로 '묶음포장, 재포장 없는 1+1, 2+1 방식의 상품 할인'을 꼽았다.

재포장 제품 개별 사례를 분석한 결과, 포장이 완료된 제품을 테이프나 스티커 등으로 묶어 판매하는 묶음포장이 710개, 42%로 가장 높은 비중이었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띠지를 사용한 재포장은 2020년 1월부터 시행될 재포장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었다”고 밝히면서 “제보받은 재포장 제품을 제조 기업별로 살펴보면 CJ제일제당(127건), 동원F&B(75건), 풀무원(71건), 해태제과(67건), 사조(66건) 순으로 집계됐다”라고 밝혔다. 상위 30개 기업이 전체의 63%를 차지했다.

당시 시민들은 재포장에 대해 “기업들이 재포장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다른 환경적인 방법으로 판매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아울러 “환경관리법을 국회에서 제정해달라”거나 “집에 와서 포장 뜯고 버릴 때도 힘들다. 불필요한 과대포장은 사절한다”라는 등의 의견을 남겼다.

당시 소비자들은 “온라인 택배 보온팩 크기를 줄이고,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는 장바구니 포인트 제도를 만들자”라고 제안하기도 하고 “작은 사움 4개를 묶어 큰 것 2개 값으로 파는 것 보다, 큰 것 두 개를 1+1로 하면서 재포장이 없다고 홍보하는 기업이 더 좋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과대포장 쓰레기는 소비자 이전에 판매자인 제조기업, 유통기업이 책임지고 개선해야 할 사회문제지만 이 부분에 대한 기업의 변화 속도는 아직 답답하게 느껴진다”고 밝혔다. “기업의 상술에 소비자가 필요 이상으로 물건을 사게 되고 발생한 쓰레기를 처리할 책임을 떠안았다”는 지적이다.

◇ 환경부 “재포장 금지로 연 2.7만톤 비닐 감축 기대”

포장을 줄이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이어지고는 있다. 환경부는 이른바 ‘재포장금지법’과 관련, 지난해 9월 산업계와 전문가, 소비자단체 등과 함께 재포장 줄이기 세부 기준안을 마련했다. 앞서 환경부가 재포장 할인 판매를 금지하는 '제품의 포장 재질·포장 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을 당시, 할인 묶음 판매를 아예 하지 말라는 취지인 것처럼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환경부는 “할인 판촉행위나 가격 할인 행위를 규제하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으나 논란이 이어지자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취합한 뒤 해당 규정을 원점에서 재검토한 후 시행하기로 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환경부가 업계 등과 함께 자세한 세부 기준안을 마련했다. 재포장 줄이기 적용대상은 판매 과정에서 추가 포장하거나, 일시적 또는 특정 유통채널을 위한 N+1 형태, 증정·사은품 제공 등의 행사 기획 포장, 또는 낱개로 판매되는 제품 3개 이하를 함께 포장하는 경우다. 이 가운데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서 합성수지 재질의 필름·시트로 최종 포장하는 경우 적용대상이다.

함께 재포장하지 않고 낱개로 판매·제공하거나, 띠지·고리 등으로 묶는 경우는 재포장 줄이기 적용대상이 아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1차 식품인 경우, 낱개로 판매하지 않는 제품을 묶어 단위제품으로 포장하는 경우, 구매자가 선물 포장 등을 요구하는 경우, 수송·운반·위생·안전 등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 등은 예외로 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시행시기를 올해 1월부터로 하되 포장설비 변경, 기존 포장재 소진 등을 고려해 3개월의 계도기간을 부여하고, 중소기업 등에 대해서는 내년 7월부터 시행하는 등 탄력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당시 환경부는 “이 제도가 시행되면 연간 2만 7000여 톤, 전체 폐비닐 발생량(2019년 34만 1000여 톤)의 약 8.0%에 달하는 적지 않은 양을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밝혔다.

배송업체들의 과대포장으로 비판여론이 커지고 있다.
통계청 조사 결과 코로나19로 인한 외출자제로 배달 음식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재활용 가능 품목의 폐기물도 전년 대비 늘었다. 통계청은 이런 내용을 소개하면서 “지속가능 포장재 정책 수립을 위한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 통계청 “지속가능 포장재 정책 수립 노력 필요”

포장재 정책이 중요한 이유가 있다. 통계청은 지난 12월 11일 <한국의 사회동향 2020>조사를 발표하면서 ‘코로나19로 인한 1회용품 소비의 변화와 포장재 쓰레기 발생 현황’ 자료를 함께 공개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서 작성한 자료다.

통계청 조사 결과 코로나19로 인한 외출자제로 배달 음식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재활용 가능 품목의 폐기물도 전년 대비 늘었다. 통계청은 위 내용을 소개하면서 “지속가능 포장재 정책 수립을 위한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자료에 따르면 15세 이상 국민의 연간 1인당 택배 이용이 99박스(주 2회)로 나타났고, 올해 8월 기준 온라인 음식서비스 매출액은 2017년 1월 대비 약 9배 증가한 것으로 나탔다. 올해 1분기 기준 재활용 폐기물은 전년 동월 대비 평균 9.7%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택배 물동량은 최근 10여년간 연평균 10%의 성장률을 보인다. 2010년 11억 9,800만 박스에서 2019년에는 27억 8,980만 박스를 기록해 증가율은 133%에 달한다. 연간 1인당 택배 이용 건수는 2010년 25박스에서 2019년 54박스로 늘었다. 통계청은 “15세 이상 경제활동인구로 보면, 연간 1인당 99박스, 주 2회 이용하는 셈”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최근 ‘집밥족’의 증가와 코로나19로 인한 외출 자제로 배달 음식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온라인 채널을 통한 음식서비스의 매출액이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8월 온라인 음식서비스 매출액은 1조 7,101억원으로 2017년 1월과 비교해 약 9배 늘었다. 이런 과정에서도 용기와 포장재 등의 사용은 늘었을 것으로 보인다.

◇ 포장 줄이기, 자원순환 전체 과정으로 확산돼야

재포장 금지 관련 내용 말고도 포장을 줄이려는 노력은 여러 곳에서 이어져왔다. 환경부는 지난해 11월 수원시, 롯데마트, 엔에스(NS)홈쇼핑, 오아시스, 온다고 등과 택배 배송 시 1회용 포장재를 줄이기 위한 '다회용 수송 포장재 사용 시범적용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협약은 여러 번 사용가능한 다회용 수송 포장재를 택배에 적용함으로써 한번 쓰고 버려지는 1회용 택배 상자를 원천적으로 감량하고 포장재 재사용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마련됐다.

다회용 수송 포장재는 11월 중순부터 수원아이파크시티 등 수원시 권선구 지역을 대상으로 적용됐다. 시범적용 대상지역에서 롯데마트 등 협약 업계의 온라인 상품을 주문하면 다회용 포장재에 물건을 담아 배송하고 포장재는 회수·세척해 다시 사용하는 시스템이다.

다회용 포장재로 상품을 포장해 소비자에게 제품을 배송하면, 소비자는 제품은 가져가고 포장재는 문앞에 놓는다. 그러면 포장재는 회수해 재사용한다. 협약에 참여하는 업계는 다회용 수송 포장재를 사용하면 연간 1회용 택배 상자 약 13만 2,860개, 66톤의 폐기물을 감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환경부는 이번 시범적용 시 보완점과 성과를 평가하고, 현장적용 가능성을 분석하여 사업대상지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당시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한번 쓰고 버려지는 택배 상자를 줄이기 위해 궁극적으로는 다회용 포장재를 사용하는 구조로 변화시켜야 할 때”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협약은 자원순환 사회로의 전환에 동참하는 첫걸음을 내딛는 것으로 이를 계기로 재사용 물류 시스템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 환경부 “생산 단계부터 재활용 쉬운 포장재로 만들어야”

환경부는 앞서 9월에는 포장재 재질·구조 등급평가 제도에 따른 기존 포장재의 재활용 용이성 평가 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지난 2019년 12월 25일부터 시행된 포장재 재질·구조 등급평가 제도는 기존 포장재에 대해 일괄로 평가하는 기간을 시행 이후 1년간 두었다.

당시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은 해당 시점을 기준으로 최근 9개월간 포장재 재활용 용이성 평가 의무 대상인 6천여 업체가 제조·수입하는 2만 7천건의 포장재에 대해 재활용 용이성을 '최우수', '우수', '보통', '어려움' 4개 등급으로 평가했다. 평가 결과 '최우수' 또는 '우수'는 48%, '보통'은 20%, '어려움'은 32%였으며, '어려움' 등급을 받은 포장재는 2021년 3월 24일까지 포장재에 "재활용 어려움"을 표기해야 한다.

포장재 재질·구조 개선 효과는 먹는물 및 음료류 등 페트병 포장재에서 가장 뚜렷했으며, 제도 시행 전인 2019년에 비해 2020년에 재활용이 어려운 페트병 출고량은 4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당시 환경부는 “재활용이 어려운 포장재로 인한 재활용비용 증가, 재활용제품(재생원료) 품질 하락을 방지하고 생산 단계부터 재활용이 쉬운 포장재로 재질·구조개선을 유도하기 위해 포장재 재질·구조 등급평가 제도를 도입했다”라고 밝혔다.

이 제도는 생산자에게 재질 ·구조 등급 평가와 등급 표시 의무를 부여한다. 이에 따라, 포장재 재활용의무생산자는 종이팩, 유리병, 금속캔, 합성수지 등 포장재에 대해 2020년 9월 24일까지 재활용 용이성을 평가받고, "재활용 어려움" 등급은 의무적으로 표기해야 한다.

‘줄여야 산다’ 4편에서는 포장재를 줄이기에 나선 국내 주요 기업들의 사례를 소개한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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