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조류로 친환경 흡수체 만듭니다”
“개당 단가 높지만 환경·경제 효율성 높아”
기존 아이스팩 재사용보다 더 환경적인 이유는?
“천연 흡수체, 소각 쉬워 환경 영향 적다”

다들 환경에 대해 말한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쓰레기를 덜 버리며 에코소비를 하자고 주장한다. 환경을 생각하는 것은 미래 세대를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 당장의 문제라는 목소리도 높다. ‘이제는 친환경을 넘어 필(必)환경 시대’라는 얘기도 들린다.

머리로는 다들 안다. 생각은 많이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말로 환경을 지키며 살아가려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귀찮은 게 싫어서, 마음은 있는데 이게 편해서, 중요하다고 생각은 하는데 왠지 피부로 안 와닿아서 그냥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사는 사람도 많을 터다.

환경이 먼 나라 바깥세상 문제가 아니라 지금 당장 나와 내 가족의 이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내가 먼저 변해야 세상이 바뀐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이들에게 환경은 ‘어쩌다 한번 떠올리고 가끔 생각날 때만 실천하는 선행’이 아니다. 생존의 문제고 오늘의 숙제다. 밥벌이의 고단함에 뼈가 저려도, 지금 당장 지구를 살리는 게 우선이라는 ‘환경人’들을 만나본다. 머리로만 생각하는 것들을 직접 실천한 환경 선구자들과의 대화록이다. [편집자주]

 
 
마린기프트 허수연 대표와 그의 아버지이자 소재 관련 담당자 허윤영 팀장. 이들은 해조류 소재로 바이오 흡수체를 만든다. (허수연 대표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마린기프트 허수연 대표와 그의 아버지이자 소재 관련 담당자 허윤영 팀장. 이들은 해조류 소재로 바이오 흡수체를 만든다. (허수연 대표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기자 집 냉동실에는 아이스팩이 7개 있다. 특별히 신경 써서 모은 게 아닌데도 여기저기서 택배 받으며 생긴 것들을 쌓아두다 보니 어느덧 그렇게 됐다. 부모님 댁에 방문해 반찬을 얻어오거나 냉동식품을 옮길 때 가끔 하나씩 꺼내 사용하지만 그래도 자꾸 생겨 냉동실에 계속 쌓인다. 아마, 다른 집도 대부분 그럴 테다.

아이스팩은 재활용이 안 되는 폐기물이다. 뜯어서 내용물을 싱크대에 버리면 안 되고 종량제봉투에 버려야 한다. 아이스팩 내용물은 ‘고흡수성 폴리머(SAP)’다. 물에 녹지 않고 많은 양의 물을 흡수할 수 있는 물질이다. SAP가 물을 흡수하면 젤 형태로 변하고 그 상태로 얼리면 일반 얼음보다 오래 냉기가 지속된다. 냉기를 보존하고 잘 터지지 않는 성질을 가졌는데 화학 물질이어서 함부로 버리면 안 된다. 요즘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고 생수를 얼려 아이스팩 대신 사용하거나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려는 여러 시도가 있지만, 아직 대부분의 아이스팩은 SAP를 사용해 만든다.

아이스팩 내부 흡수체를 해조류 성분으로 만들겠다는 기업이 있다. 자연친화 소재를 사용해 환경 영향을 줄이고, 제품을 버려도 생분해가 가능하다는 취지다. 아버지가 소재 연구와 제품 개발을 맡고 딸이 마케팅을 담당한다. 이들은 자신들의 흡수체를 생리대나 기저귀 등에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마스크나 차량용 공기필터 등도 해조류 성분으로 개발해 소재를 대체할 수 있다는 믿음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바다 속 해조류는 정말 인류를 플라스틱의 위협으로부터 구해줄 수 있을까?

 

“해조류로 친환경 흡수체 만듭니다”

지난해 연말, 기자는 본인을 여성 청년 창업가라고 소개한 허수연씨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허씨는 “친환경 천연 해조류 소재로 바이오 흡수체를 만들었으며, 이를 아이스팩에 적용하면 환경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메일과 전화로 미리 얘기를 나눠보니, 아버지가 해조류를 활용해 친환경 미용, 생활용품을 제조해왔고 자신들이 개발한 흡수체를 아이스팩이나 생리대, 기저귀 등에 활용할 수 있어서 여성인 자신이 마케팅을 겸해 회사 대표를 맡고 있다고 했다. 해조류를 가지고 흡수체를 만들어도 제품 성능이 잘 유지되고 정말로 환경에는 좋은 영향을 미칠까? 그들이 가지고 있다는 친환경 기술에 대해 더 듣고 싶어 인터뷰를 청했다. 아래는 마린기프트 허수연 대표와 그의 아버지이자 소재 관련 담당자 허윤영 팀장과 나눈 문답.

청년 창업가 딸과 소재전문가 아버지가 힘을 모았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사업 구상은 어떻게 시작했나요

아버지가 해조류 소재를 이용해 친환경 미용, 생활용품을 제조 해오셨습니다. 충남대 연구진이 개발한 해조류 섬유를 이용한 소재가공 기술을 2015년도에 알게되었고, 충남대로부터 기술이전 받아 창업하셨어요. 해조류 소재확보를 위해 전 세계로 출장을 다니셨습니다. '지구촌 행복만들기'라는 사업을 진행할 만큼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으십니다. 그런 과정에서 저도 아버지께 친환경 소재나 해조류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해조류가 미세플라스틱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고요. 그러던 중 제가 사용하는 생리대에도 화학물질이 사용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화학약품이 첨가된 미세플라스틱 형태 고분자흡수체(SAP)를 사용하지 않고 천연펄프로 흡수체를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많았죠. 해조류 소재를 이용한 친환경 천연 흡수체에 주목했어요.

2015년 마린기프트를 창업했고 이후 해조류 성분 마스크팩 등을 판매해오셨죠. 해조류에 주목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해조류는 육상식물과 좀 달라요. 땅에서 자라는 식물은 비교적 성장이 쉽거든요. 바다는 온도차가 크지 않지만 수압이 높아 성장이 어려운 환경입니다. 이런 속에서 해초들은 자신을 지키려고 치밀한 조직구조를 가지고 있어요. 육상식물은 계절별로 성장속도가 달라 눈으로 식별이 가능할 정도로 조직이 큰 나이테가 형성됩니다. 그러다보니 해조류 섬유에 비해 고성능 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소재로 한계가 있습니다. 해조류는 육상식물보다 20~50배 이상의 치밀한 조직구조를 가지고 있거든요. 게다가 해조류 소재로 마스크팩을 만들면 해조류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차가운 성질로 천연 쿨링 제품이 됩니다.

해조류를 가지고 생분해 소재를 만든다고 들었습니다. 옥수수 등을 활용한 생분해 소재 등이 이미 개발된 경우도 많은데요, 해조류가 가지고 있는 다른 장점은 뭔가요

재배가 쉬운 옥수수로 천연 흡수체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옥수수는 (해조류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직구성이 치밀하지 않아 성능이 미흡해요. 그래서 단독으로 사용하지 않고 화학흡수체와 혼합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기후변화나 물 부족 등으로 옥수수 수확이 줄어들 위기에 놓였어요. 옥수수는 사람이나 동물이 많이 먹는 작물이고 옥수수에서 추출한 전분이 밀가루를 만드는데 사용되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수량을 가져다 만들기에는) 현실 문제에 직면하기도 합니다.

그러면 해조류는 어떤가요

바다에서 생장하기에 물부족을 걱정할 필요가 없고 생장 과정에서 육상식물 대비 최대 5배이상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지구온난화 예방에도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어요. 높은 수압의 척박한 바다 환경에서 자라기에 육상식물 대비 치밀한 조직구조를 가지고 있어 옥수수보다 더 많은 양의 물을 흡수하고 보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해조류 천연흡수체는 화학흡수체와 혼합하여 사용하지 않고도 기저귀나 생리대, 아이스팩용 흡수체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해조류가 SAP를 대체할 수 있다는 내용이 흥미롭습니다. 어떤 해조류를 원료로 사용하는지 궁금합니다. 미역이나 다시마처럼 우리가 흔히 아는 것들인가요

홍조류, 해파리, 게껍질 등 다양한 원료를 혼합해서 친환경 바이오 흡수체(BIo-SA)로 만듭니다. 다양한 해조류 소재로 만들죠.

환경에 영향을 덜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흡수를 잘 하느냐'는 점도 중요한데요. 고흡수성수지는 자기 무게보다 수십배에서 수백배까지 물을 흡수할 수 있죠. 해조류 성분 흡수체도 폴리머만큼 수분을 잘 빨아들일 수 있나요

화학흡수체가 자기 무게의 수백배를 흡수한다고 알려져있지만, 실제로 기저귀나 생리대, 아이스팩에 사용하는 흡수체는 30배 정도의 흡수력이 있습니다. 흡수율이 높아지면 적은 양으로 만들 수 있어 제품 단가는 낮아지지만, 반대로 흡수율이 너무 높아지면 체내 수분을 흡수할 수 있어서 통상적으로 30배 정도의 흡수체만 사용합니다. 해조류 흡수체는 현재 약 15~16배 정도의 흡수율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체에 적용하는 기저귀, 생리대용으로는 그 정도 비율이 적당하다고 판단합니다. 아이스팩에 사용하는 경우도 현재 15~16배는 안정적이라 문제가 없지만, 아이스팩용 흡수체 원가절감을 위해 60배 정도까지 높이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허윤영씨가 2017년 한독상공회의소 주최 기술혁신 경진대회에서 수상하던 당시의 모습. (허수연 대표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허윤영씨가 2017년 한독상공회의소 주최 기술혁신 경진대회에서 수상하던 당시의 모습. (허수연 대표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해조류, 개당 단가 높지만 환경·경제 효율성 높다”

바다에서 건진 해조류가 화학 성분보다 환경에 영향을 덜 미친다는 얘기는 매력적으로 들렸다. 하지만 궁금한 게 있었다. 제품을 대량 생산하려면 해조류가 많이 필요한데 그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는지, 바다에 나가서 해조류를 가져오는게 시간이나 비용, 또는 환경 측면에서 또 다른 문제는 없는지 궁금했다. 이들 부녀는 “세계적으로는 해조류의 대부분이 버려지기 때문에 재료 수급이 충분하고, (해조류가) 단가는 높아도 가격 효율성이 좋으며, 일정 시간을 두고 채취하거나 적당한 양식을 통해 환경적인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고 했다.

미세플라스틱을 줄이려는 시도는 너무 좋지만, '해조류를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제품을 대량 생산하려면 많은 양의 해조류가 필요한데 어디에서 가져올 수 있나요

지구의 2/3가 바다이므로 바다에서 얻는 소재는 생각보다 양이 매우 많습니다. 버려지고 있는 성분을 대부분 사용하고 있어서 구하기가 쉬워 화학흡수체를 대체하는 양만큼 생산할 수 있습니다. 서구권에서는 해조류를 잘 먹지 않기 때문에 해외 바다에서 수급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요.

우리나라와 일본은 해조류를 '바다의 채소'로 여기지만 서구권에서는 '바다의 잡초'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더군요. 국내에서는 이미지가 좋으나 해외에서는 좀 다르다는 의미겠지요. 재료 수급이 아닌 '판매'를 생각하면 극복해야 할 숙제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실제로 그동안 서구에서는 해조류를 Seaweed(바다의 잡초)라고 부르면서 먹지도 않았고 연구도 많이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배가 침몰한 후 바다에 있는 기름이 시간이 흐르면서 분해가 된 사례를 연구하다가 해조류가 기름을 흡수한다는 것을 발견했고, 서구에서도 해산물과 해조류가 고가의 화장품과 생활용품 소재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프리미엄 제품으로 인정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해조류 채취가 벌목에 비해 기후변화에 영향을 적게 미치고, 펄프 소재 등을 얻는 과정도 목재보다 쉬워 에너지 소모가 적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해조류로 제품을 만드는 기업들이 많던데요. 마린기프트가 그런 기업에 비해 가지고 있는 상대적인 장점은 뭔가요

해조류는 펄프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화학약품 사용이 상대적으로 적고 고품질 펄프를 적은 에너지로 생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에서 연간 생산되는 해조류 섬유원료 소재를 다 합쳐도 2만톤이 채 되지 않아서 아직까지 기존 펄프와 달리 제조원가가 10~20배 높습니다. 마린기프트는 해조류 섬유를 제조하는 기술을 2005년 화학약품을 이용해 개발했고 2016년에 추가로 햇빛을 이용한 친환경 제조기술을 개발해 특허등록을 완료했습니다. 현재까지 원천기술은 우리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개발했고 친환경 섬유 제조공법은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습니다.

비용 면에서는 육상 작물과 비교해 어떤지도 궁금합니다. 얼핏 생각하기에, 바다에 나가 해조류를 따오는 건 밭에서 옥수수를 수확하는 것 보다 시간과 비용이 더 많이 들 것 같은데요

효율을 비교해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해조류가 원가는 높지만 성능이 뛰어나서 오히려 더 효율적이거든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옥수수는 재배하기 쉬운 작물 중의 하나여서 가격이 매우 저렴합니다. 하지만 옥수수는 육상식물이기에 조직구성이 치밀하지 못해 소재로서 가치가 높지 않습니다. 흡수체로 이용시 효율이 낮아 단독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이에 비해 해조류는 재배 및 수확이 어려워 단가는 높지만 효율이 높아 단독으로 기저귀, 생리대, 아이스팩 등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해조류가 바다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역할도 하는데요, 해조류를 많이 채취하면, 환경을 고려한다는 의도와는 달리 오히려 바다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우려는 없나요

해조류는 채취한 후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자생적으로 다시 자랍니다. 하지만 너무 많이 채취하면 바다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채취 하고 난 다음에 다시 해조류가 자랄 수 있게 일정 기간 시간을 줘야 합니다. 우리가 흡수체에 사용하는 친환경 원료는 다른 목적으로 채취해 사용한 다음 기술이 없어 버려지는 부산물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버려질 위기에 놓인 원료를 사용한다는 점과 현재 버려지는 양만 가지고도 충분히 많은 양을 만들 수 있어 환경적입니다.

지금보다 더 많은 원료가 필요해지면 그때는 어떤 방법이 있나요

더 많은 원료가 필요하게 되면 바다에서 양식 해야 합니다 해조류 흡수체는 현재까지는 양식을 하고 있지 않아요. 현재 수급 가능한 원료 정도만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보다 더 많은 양이 필요할 경우는 양식을 하려고 합니다. 이미 아프리카와 필리핀, 인도네시아 정부와 해조류 양식을 위한 협의를 진행 했습니다. 흡수체에 사용하는 원료는 양식이 어렵지 않아서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해조류를 대량 양식했을 경우 바다 생태계에 미치는 환경평가 연구는 이미 1980년대 캘리포니아와 멕시코 앞바다에서 미국과 UN이 함께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바다 생태계 및 환경에 문제 될 것이 없고 오히려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기후변화를 예방한다는 연구논문이 발표된 바 있고요.

이들은 "해조류는 육상식물보다 20~50배 이상의 치밀한 조직구조를 가지고 있고, 해조류 소재로 마스크팩을 만들면 차가운 성질로 천연 쿨링 제품이 된다"고 말했다. 사진은 마린팩 파우치. (허수연 대표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이들은 "해조류는 육상식물보다 20~50배 이상의 치밀한 조직구조를 가지고 있고, 해조류 소재로 마스크팩을 만들면 차가운 성질로 천연 쿨링 제품이 된다"고 말했다. 사진은 마린팩 파우치. (허수연 대표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기존 아이스팩 재사용보다 더 환경적인 이유는?

아이스팩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여러 번 이슈가 된 바 있다. 그래서 기업과 소비자들도 이미 대안 마련에 나섰다. 화학소재를 사용하는 대신 생수를 얼려 팩을 대신하거나 사용한 아이스팩을 수거해 세척한 다음 재사용하는 서비스도 있다. 기자로서는 ‘이미 생산된 많은 아이스팩을 재사용하면 되는 것 아닐까?’하는 의문도 들었다. 이에 대한 의견을 물었더니 이들 부녀는 “효과적인 재사용을 위해서는 인프라가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아이스팩의 환경 영향에 대해 다른 기업도 관심이 많습니다. 물을 얼려 사용하거나, 회수 후 재사용 시스템을 갖춘 기업도 있죠. 해조류 소재 흡수체가 그런 사례보다 더 경제적이거나 환경적일 수 있는 이유는 뭘까요

장거리 배송 필요성 등을 고려해 개발한 제품입니다. 물만 얼린 얼음팩만으로는 냉기지속 시간이 짧습니다. 먼 거리를 배송해야 하는 물건이나 날씨가 더울 때, 보관시간이 길 때는 냉기 지속시간이 매우 중요하죠. 사용한 아이스팩을 수거하는 경우도 있지만 전국적인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고 기본적으로 사용량도 많아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쓰레기처럼 하루이틀 간격으로 자주 수거하는 게 아니라 특정일에 특정 지역에서 수거하는 방식이니까요. 우리가 개발한 흡수체는 물과 함께 화단에 부으면 자연스럽게 생분해되어 비료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이런 문제도 한번 생각해봅니다. 이미 냉동고에 여러 번 사용한 아이스팩이 몇 개씩 쌓여 있거든요. 기업들이 이미 회수한 아이스팩 물량도 있을거고요. '가지고 있는 걸 재사용 하면 되지 않느냐'는 반론에는 어떤 답을 들려주실지도 궁금합니다

재사용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은 해법 중의 하나인 건 맞습니다. 하지만 효과적인 재사용을 위해서는 아이스팩 포장지를 통일한다거나 폐기와 수거가 자유로워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인프라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일반 소비자가 아닌 기업 입장에서는 다른 브랜드 로고가 적힌 팩을 사용하는 걸 꺼릴 수도 있고요.

아이스팩은 일반 소비자보다 기업을 상대로 B2B 영업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물류기업이나 택배사 등과도 논의를 해보셨는지, 해당 기업들의 반응은 어땠는지도 듣고 싶습니다

아이스팩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곳은 자체 물류망을 가지고 있는 대형 쇼핑몰이나 홈쇼핑, 또는 신선식품을 많이 판매하는 곳 등입니다. 관련 업체와도 협의를 하고 싶어요. 친환경 제품을 사용하면 기업 이미지가 좋아질 것이고 2022년부터 환경분담금이 적용되기 때문에 구입시 비용에 대한 부담도 없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아이스팩에 폐기물부담금이 매겨질 전망인데요. 환경부에서는 폐기물부담금 적용 취지가 "친환경 대체재로의 전환이나 재사용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계시는가요.

아이스팩은 원가에 포함되기에 가격에 매우 민감한 제품입니다. 하지만 폐기물 부담금 95원이 적용되면 친환경 아이스팩이 오히려 더 저렴해질 수도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아주 좋은 기회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마린기프트의 해조류 성분 아이스팩 제품은 언제부터 나오는건가요

현재 시제품 생산을 마쳤고 양산을 위한 공장설립을 3월부터 진행할 계획입니다. 양산된 제품이 시장에 나오는 것은 7월로 예상합니다. 공장을 설립하기 위한 투자가 빨리 진행되면 그 전에도 마들 수 있습니다. 우리는 기술을 개발하는 곳이고 자금이 충분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친환경 기술에 관심 갖는 사람이 많아지면 제품을 더 빨리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
마린기프트는 흡수체가 아이스팩 뿐만 아니라 생리대나 기저귀 등에도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마린기프트 홍보용 PPT자료 중 한 페이지. (허수연 대표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천연 흡수체, 소각 쉬워 환경 영향 적다”

마린기프트는 흡수체가 아이스팩 뿐만 아니라 생리대나 기저귀 등에도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흡수체 성분이 환경 친화적이면 사용하는 사람에게도 좋고 버려진 이후에도 환경적인 영향을 덜 미친다는 취지다. 그렇다면 ‘자연유래성분’ 등을 앞세워 홍보하는 기존 제품과는 어떻게 다를까. 그리고, 생리혈이나 배설물 등이 묻은 채 버려지는 생리대나 기저귀는 기본적으로 소각 처리되는데, 생분해 소재를 사용하는게 현실적으로 장점이 있을까? 그 부분에 대해서도 의견을 물어봤다.

고흡수성수지는 아이스팩뿐만 아니라 생리대나 기저귀에도 사용되죠. 생리대 유해물질 논란이 있었고, 기저귀는 아이들이 착용하느라 특히 관심이 많은데요. 생리대나 기저귀에도 해조류 소재를 적용할 계획이 있나요

흡수체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제품이 생리대와 기저귀입니다 하지만 가장 핵심적인 원료 중 하나인 화학 흡수물질 아크릴산나트륨이 피부에 닫게 되면 피부부식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기저귀 제조사와 약 3개월간 기저귀용 흡수체로 적용이 가능한지 테스트를 했습니다. 문제가 없다는 평가를 받았고 조만간 기저귀 시제품 제작을 할 예정입니다. 양산시설을 조기에 구축해 여름에 판매하는 게 목표입니다.

기존 생리대 제품들도 '자연유래성분 흡수체' 등을 내세워 홍보하는 사례가 있습니다. SAP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제품들도 있고요. 해조류를 사용하면 그런 제품들보다 어떤 면에서 장점이 있다고 보시나요

생리대는 생리혈을 흡수해야 하는데, 생리혈은 기저귀가 감당해야 할 소변에 비해 양이 적어서 흡수체를 사용하지 않아도 만들 수 있습니다. 흡수체를 사용하면 얇게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건강을 고려해 사용을 줄이거나 중지하는 추세죠. 해조류를 활용한 우리 흡수체가 들어간 생리대를 사용한다면, 안정적으로 생리혈을 흡수하면서 얇게 만들 수 있습니다. 비료로도 사용할 수 있는 정도의 친환경 소재이므로 편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저귀나 생리대는 제품 특성상 대소변이나 피가 묻은 채 버려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흡수체 성분이 생분해가 가능해도, 결국 땅에 그냥 묻지 말고 지금처럼 소각해야 할 것 같은데요, 소각하는 과정에서도 유해물질이 덜 배출되는가요

소각하는 과정에서 기저귀나 생리대에 들어 있는 화학흡수체는 겔상태가 된 미세플라스틱 때문에 1300도의 고온에서도 잘 타지 않습니다. 소각 자체가 어렵고 플라스틱이 타는 과정에서 환경호르몬이 나올 수도 있죠, 반면 천연 흡수체는 소각이 더 쉽고 생분해가 가능한 만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듭니다. 유해물질 배출도 적고요.

해조류 성분을 가지고 앞으로 어떤 제품을 더 개발할 계획인가요

친환경은 이제 대세입니다. 게다가 해조류 소재를 이용한 제품 개발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코로나19로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마스크, 차량에 사용되는 공기 필터 등도 모두 가능하죠. 지금까지는 천연소재로 개발에 실패해 플라스틱 제품을 사용하고 있지만 곧 해조류 소재로 양산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해조류 소재를 이용해 미용 생활용품도 추가로 개발할 계획입니다.

가족이 함께 친환경 소재 개발과 제품화에 나서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따님과 아버님이 앞으로 회사에서 각각 어떤 역할을 하시게 될지도 궁금합니다

아버지는 공대 출신으로 기술개발에 강점이 있는 분입니다. 지금 우리가 흡수체를 이용한 사업은 기저귀와 생리대, 아이스팩 등 여성의 생활과 많은 관련이 있습니다. 저는 개발을 하지는 않아도 소비자 관점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걸 더 잘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아버지와 함께 일하는 가장 큰 장점입니다.

leehan@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