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가 정부, 국책은행 타이틀은 양날의 검

"매출과 영업이익 등 종전 재무성과를 중심으로 한 기업가치 평가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기업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중심의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해야 합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공식 석상에서 ESG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습니다. 국내 주요 금융사의 수장들도 새해 벽두부터 ESG를 외치고 나섰습니다.

'ESG'란 비 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 중심의 경영방침을 말합니다. 기업이 사회와 환경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지배구조는 투명한지를 평가하는 지표입니다.

금융회사가 ESG를 외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금융이야말로 환경·사회적 가치 실현을 이끌어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기 때문입니다. 자금을 공급하는 금융회사가 미래를 위해 올바른 이윤을 추구한다면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닥쳐올 위기에도 지속 가능한 경제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번 연재는 새해 벽두부터 ESG를 외친 금융권의 ESG점수를 부문 별로 진단합니다. 첫 번째 순서는 국책은행 3대장, 기업은행입니다. 세 번째 파트 지배구조부문에 대해 들여다 보겠습니다.[편집자 주]

윤종원 기업은행장.(최진모 그래픽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윤종원 기업은행장.(최진모 그래픽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은경 기자] "정부가 대주주로 있는 국책은행일수록 시중은행보다 투명성이 강조돼야 합니다"

기업은행은 정부가 대주주로 있는 '중소기업 대출 특화 전문은행'으로 타 시중은행과 달리 특별법인 '중소기업은행법'을 적용받는다. 특별법에서 제정되지 않은 부문은 타 은행과 동일하게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을 따르지만 은행장과 감사임원 등 임원진은 금융위원회 제청에 따라 임명된다.

기업지배구조란 통상 기업 내부의 의사결정시스템, 이사회와 감사의 역할과 기능, 경영자와 주주와의 관계 등을 가리킨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은행법에 따라 지배구조가 짜여졌다. 임원진과 이사회 구성, 감독에 관한 사항까지 이 특별법을 따른다.

기업은행은 특별법 준행 이상의 고급내부등급법 승인과 조직개편 등을 통해 지배구조 역량을 제고하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지만 국책은행이라는 책임 아래 투명성에 대한 지적은 줄곧 제기돼왔다.

기업은행의 임원은 은행장, 전무이사, 이사 및 감사로 구성하도록 돼있으며 윤종원 은행장은 정관에 따라 금융위원회 위원장 제청으로 문재인대통령이 지난해 1월 임명했고, 임종성 감사는 지난 2018년 2월 금융위원장 임명으로 임기를 수행중이다.

이사회도 정관에 따라 윤종원 은행장, 김성태 전무이사, 김정훈·이승재·신충식 사외이사 등으로 구성돼있으며 윤 행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정관에 따라 임원진을 꾸리고 이사회가 운영되고 있으며, 연차보고서도 홈페이지를 통해 매년 성실하게 공개되고 있다. 내부통제와 감사도 중소기업은행법 제6장에 감독규정에 따라 작동되고 있다.

◇불신의 흔적들…노사갈등과 사모펀드 리스크로 진통 

지배구조 시스템에서 위법의 흔적은 없지만 잇따른 사회적 논란으로 불신의 흔적은 존재한다. 은행장 취임단계서부터 '낙하산' 논란으로 투명성에 의문이 제기됐고, 사모펀드 사태로 내부통제와 감사에서 미흡한 구멍이 드러났다. 정부가 대주주로 있는 국책은행이라는 지배구조상 유가시장에서 경쟁력이 저하된다.

윤종원 행장의 낙하산 논란은 임명단계서부터 불거져왔다. 윤 행장은 낙하산 논란 등에 휘말려 노조로부터 27일동안 출근을 저지당하고 지난 3월 주52시간 근로제 위반 등으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고발당하는 등 노사갈등을 지속돼왔다. 윤 행장은 6대 공동선언을 채택하는 등 관계개선을 위한 노력을 시도했지만 현재까지도 노조추천 사외이사와 임금협상 등으로 노사갈등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감사제도와 내부통제 시스템의 '구멍'도 발견됐다. 기업은행은 특별법을 지키며 정관에 따라 임종석 감사와 검사부 67명의 직원들이 감사를 담당하고 있으며, 한영 회계법인 등을 통해 대부회계감사와 등에 대한 주기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김윤기 준법감시인과 준법지원부 직원 32명, 자금세탁방지부 32명의 직원을 통해서도 내부통제가 이뤄지고 있다.

감사부의 경우 감사의 기본뱡향 및 계획을 수립하고, 업무·회계감사와 금융사고 조사 및 처리, 대외 감독기관 수검 총괄 및 사후관리 등을 담당하고 있다.

내부통제와 감사 시스템이 빈틈없이 작동됐다면 '디스커버리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와 'US부동산선순위채권펀드'의 대규모 손실과 불완전판매 의혹 정황 등이 발견되지 않았어야 한다. 기업은행은 이 펀드들을 각각 3612억원과 3180억원 판매했으며 이 중 695억원이 환매중단된 상태다. 기업은행이 모집한 투자금을 미국 운용사 DLI가 운용하는 펀드였는데 제작년 4월 DLI가 실제 수익률과 투자 자산 실제 가치 등을 허위 보고한 것이 적발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고발당하며 환매가 중단됐다.

물론 사모펀드 사태에서 판매사는 운용사에 비해 정보접근성이 떨어져 불리한 위치에 있지만 내부통제 과정이 빈틈없이 작동됐다면 검토가 이뤄졌어야 했다. 국민은행의 경우 내부통제 과정에서 상품을 선정하는 상품위원회 심의 절차를 4단계로 강화해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등의 사모펀드 등의 판매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내부통제 시스템 제고과 주주권익위한 노력 등 확대돼야 

감사와 내부통제에 대한 지적은 지난해 주주총회 외국인 기관 주주의 반대의견에서도 지적됐다. 의결권 공시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지난해 3월25일 개최했던 정기주주총회에선 재무재표(이익배당) 안건을 비롯해 3건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는데 이 중 제 1호 안건인 '제59기 재무제표 승인의 건'에 6개 기관투자자중 3개 기관이 반대표를 던졌다.

캐나다 온타리오 교직원연금(OTPP)은 "당사는 기업들이 감사된 재무 상태를 명확하고 시기적절하며 정확하게 공개할 것을 권장합니다. 감사 완료에 대한 명확한 표시가 없으면 이 제안을 지원할 수 없습니다"라는 사유로 반대했다. 플로리다연금(SBAFlorida)과 타 기관에서도 "감사되지 않은 재무재표"라고 명시했다.

제2호 안건인 '이사보수한도 승인의 건'에서도 두 기관이 반대표를 던졌다. 한 기관은 "우리는 이 제안에 반대표를 던지고 있는데 왜냐하면 우리는 이사료의 대폭적인 인상에 대한 공개된 근거가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제3호 안건 '감사보수한도 승인의 건'을 두고는 국민연금공단 포함 2기관만 찬성표를, 4개의 기관은 반대표를 던졌다. OTPP 등은 3호 안건을 두고 "사인의 수수료를 검토한 결과, 특히 동료와 비교했을 때 비용이 과도하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이 제안을 지원할 수 없다"과도한 보상이라며 선을 그었다.

물론 해당 근거는 일부 기관투자자들의 주장에 지나지 않지만, 유가 시장에 상장된 기업으로써 주주의 권익을 위한 노력은 증대돼야 한다. 은행이 대내외적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물의와 지배구조 리스크 등은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ESG평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정부가 대주주, 국책은행은 유가시장서 '양날의 검'

기업은행은 유가시장에 상장돼 KCGS로부터 ESG등급 평가를 받는데, KSGS의 지배구조 평가항목에는 △주주권리보호 △이사회 △최고경영자 △보수 △위험관리 △감사기구 및 내부통제 △공시 항목이 있다. 신한지주나 KB지주도 사모펀드 사태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탓에 지난해 1분기와 2분기에 사회등급 등이 각각 한 단계 하향 조정된 사례가 있다.

나이스신용평가 공시에 의하면 기업은행의 주주구성은 정부가 기획재정부를 통해 63%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이며, 기타주주 27.05%를, 그 외 국민연금공단, 한국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이 주주로 있다.

정부가 대주주로 있는 국책은행이나 27%가 넘는 기타 일반 주주가 있으며, 정책금융등의 구조조정 업무만이 아닌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여·수신 업무를 진행하며 시중은행과 가능이 상당부분 중첩되는 점을 고려할 때 동일한 역량제고가 요구된다.

특히, 정부가 대주주로 있는 만큼 시장에선 불리하다는 단점이 있다. 지난달 22일 구경회 SK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기업은행에 대해 "정부가 대대주인 은행이라는 점은 유리하지 않다"면서 "정부가 대주주인 특수은행으로, 정부 정책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반면 이는 기업은행이 국책은행으로써의 역할이 줄어들면 반등할 여지가 있다는 장점으로도 작용된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사태 이후 민간 은행의 공적 기능이 축소되고 기업은행의 역할이 커지면서 수익성 악화와 함께 주가 할인 요인으로 작용한 바 있다"면서 "기업은행의 국책은행 기능이 축소될 것이라고 전제한다면, 동사의 주가 수준은 단기 상승에도 매력적인 것이다"라고 판단했다.

◇리스크관리·내부통제 역량 확대하고 ESG전담팀 신설

기업은행도 이를 위해 내부등급법 승인을 통해 리스관리 역량을 제고했으며, 최근에는 조직개편을 통해 지배구조 역량을 끌어올렸다.

기업은행은 지난달 31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신용리스크 고급내부등급법 변경 승인을 획득해 작년 4분부터는 승인된 내부등급법이 적용된다. 고급내부등급법 적용시 부도고객의 회수율 추세와 구조조정, 외부매각 등 변화된 여신사후관리 상황, 감독 규제 방향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부도시손실률(LGD)과 부도시익스포저(EAD)를 산출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이번 실적발표부터 적용될 때, 건전성 제고 등으로 긍정적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또 조직개편을 통한 다변화를 시도했다. 전날 기업은행은 오는 19일로 예정된 2021년 상반기 정기인사에 앞서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윤 행장의 경영철학인 '바른경영'과 '지속가능경영'에 초점을 맞췄다. 내부통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내부통제총괄부'를 내부통제 역량제고에 나섰다. 해당 팀은 영업점과 본부의 법규준수 점검과 내부통제 관련 위험요인에 대한 사전적 통합 관리·감독를 담당하게 된다.

이와 함께, 지속가능경영 추진을 위해 전략기획부 내 'ESG경영팀'을 신설하고, 디지털 전환 지원을 위해 IBK경제연구소 내에 '디지털혁신연구팀'을 설치해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아울러 고객관리와 자산관리 부문 전문가인 김은희 강동지역본부장을 금융소비자보호그룹장으로 임명해 소비자신뢰 제고 역량도 향상시켰다.

지난해 기업은행은 코로나19에 따른 국책은행 역할 확대로 수익에 타격을 받았으나 올해에는 이를 만회하고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의 역할을 수행하는 가운데 코로나19에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아 2020년 중 수익성이 크게 하락하고 유상증자까지 단행하였으나 이는 이미 전부 주가에 반영됐다"면서 " 올해는 작년의 영향이 이어지며 NIM과 대손비용률이 부진하겠으나 향후 코로나19 종식으로 경기가 회복되면 추가 충당금 적립 우려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2022년에는 뚜렷한 회복세를 보일 수 있을 전망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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