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에게는 시간이 얼마나 남아있을까. 남은 시간을 되돌리기 위해 세계 각국은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 이하로 제한하도록 노력하자고 협의했다. 그게 파리협약의 요지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코로나19로 경제활동이 잠시 멈추며 자연이 숨통이 트였던 것 같지만 동시에 누적된 환경파괴가 산불, 홍수 극지방까지 덮친 고온현상으로 드러났다. 지구촌 전체가 이상 기후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민선 기자] “2020년은 위기의 한 해였다. 코로나19 대유행, 경제 혼란, 사회적 격변,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관통한 것은 기후 변화”

미국 뉴욕타임즈는 지난해 기후 이슈를 정리한 인터랙티브 기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코로나19로 경제활동이 잠시 멈추며 자연이 숨통이 트였던 것 같지만 동시에 누적된 환경파괴가 산불, 홍수 극지방까지 덮친 고온현상으로 드러났다. 지구촌 전체가 이상 기후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몸소 겪지 않았다고 생각될 수 있겠지만, 얼마전 내린 폭설, 지난해 유난히 길었던 장마와 많은 피해를 안긴 태풍이 이를 반증한다. 이 같은 기후 위기가 우리에게 닥칠 것이라는 사실은 이미 30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지구가 30년 밖에 남지 않았다고 경고하고 있다.

◇ “더이상 북극곰만의 문제가 아니다”

북극 빙하가 사라지면 최악의 기상재난이 발생한다. 우리나라에 닥친 기록적인 장마와 한파도 북극의 얼음이 녹으면서 발생한 이상 기후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북극 빙하가 사라지면 최악의 기상재난이 발생한다. 우리나라에 닥친 기록적인 장마와 한파도 북극의 얼음이 녹으면서 발생한 이상 기후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우리는 빙하가 녹아 북극곰의 서식지가 사라졌다는 얘기를 익히 들어왔다. 하지만 해빙은 더는 북극곰이나 바다표범, 물개 등의 문제만이 아니다. 북극 빙하가 사라지면 최악의 기상재난이 발생한다. 우리나라에 닥친 기록적인 장마와 한파도 북극의 얼음이 녹으면서 발생한 이상 기후다.

영국 남극자연환경연구소(BAS)가 2020년 8월 과학 저널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에 게재한 논문에서 “앞으로 15년 후에는 북극의 빙하가 다 녹아버릴 것”이라고 했다. 

이런 기상이변은 늘 같은 형태로 발생하지는 않는다. 겨울에는 혹한으로, 봄에는 미세먼지, 다시 돌아오는 여름에는 폭염으로 사계절 내내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여름 북극 빙하가 지구 온난화로 인해 2012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이 녹아내리면서 북극과 북반구 사이의 온도가 비슷해졌다. 

온도가 비슷해지면서 북극의 냉기가 남쪽으로 내려오는 것을 막아주는 제트기류가 약해졌고, 결국 북극의 찬 바람이 중위도까지 내려오게 됐다. 제트기류는 약해지면 원형으로 북반구를 도는 것이 아니라 남쪽으로 길게 내려온다. 이 한기들은 제트기류가 약해서 동쪽으로 잘 흘러가지 않고 한곳에 오래 동안 차가운 공기나 뜨거운 공기로 머무른다. 결국 이렇게 오랫동안 공기가 머무르는 정체 현상이 발생하면 폭염이나 장마의 기간이 길어진다. 

올해는 시베리아 대형산불과 이상고온으로 8만년에 한 번 나타날 이상고온이 발생했다. 얼음이 너무나 많이 녹은 나머지 지난해 9월 북극의 남은 빙하면적은 460만 제곱킬로미터로 역대 가장 많이 녹았고, 작년 빙하면적의 85%밖에 남지 않았다.

◇ 코로나도 결국 기후위기 때문인가?

경기도 수원시가 까마귀떼 출현으로 또 다시 피해를 받고 있다.(온라인 커뮤니티)2019.1.10/그린포스트코리아
우리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야생 동물에게서 사람으로 전이되었다고 알고 있다. 누적된 환경파괴가 산불과 홍수 등으로 나타나면서 야생 동물의 생존을 위협하면서 서식지를 잃은 야생 동물들이 도심으로 내려오면서 인간과의 접촉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사진은 경기도 수원시가 까마귀떼 출현으로 피해를 받고 있는 모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우리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야생 동물에서 사람으로 전이되었다고 알고 있다. 누적된 환경파괴가 산불과 홍수 등으로 나타나면서 야생 동물의 생존을 위협하면서 서식지를 잃은 야생 동물들이 도심으로 내려오면서 인간과의 접촉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야생동물들의 도심 출몰은 전염병에도 매우 위험하다. 멧돼지들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을 확산 시켜 농가에 막대한 피해를 주기도 하고, 도심과 민가에 자주 출몰하는 너구리는 광견병을 가지고 있는 확률이 높아 인근 개들과 사람들에게 위협적이다. 게다가 해마다 한국을 찾는 철새들이 조류인플루엔자(AI)를 퍼뜨리고, AI가 사람에게 전파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해마다 발생하는 조류인플루엔자(AI)가 코로나19 바이러스처럼 인수공통전염병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해외에선 사람에게 감염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세계보건기구(WHO)와 각국 정부에서 주시하는 팬데믹 위험성이 높은 바이러스로 '조류인플루엔자'를 꼽았다.

동물에서 사람에게로 전이된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AI가 야생조류에서 야생 오리 및 집 오리 등을 거쳐 닭·오리·칠면조 등 가금류로 전파된다. 이 바이러스가 다시 돼지 등 가축에서 적용·재조합되면 사람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생긴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이전 팬데믹을 발생시켰던 스페인독감(1918년), 아시아독감(1957년), 홍콩독감(1968년), 신종 인플루엔자(2009년) 모두 인플루엔자라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숙주는 죽이지 않는 다른 바이러스와는 달리 빠르게 변이를 일으켜 새로운 숙주에게 감염시키는 능력이 있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높다. 특히 새로운 숙주에 적응하면서 높은 병원성을 나타낸다. 

AI 바이러스는 일반적으로 사람을 감염시키지 않지만 감염된 새와 직접 접촉한 사람 중 감염·확진된 사례가 있다. 중국에서 이런 사례가 관찰됐는데 2012~2013년 사이 135명에 불과했던 중국내 AI 인체 감염 사례는 2016~2017년 714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중국은 일부 농가에서 축사에 가금류와 함께 기거하는 경우가 있어 이런 사례가 관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흔히 발생하는 H7N9형 AI는 중국 가금류에서 점차 토착화되고 있는 상태로, 치명률이 35~40%에 이른다. 사람에게 감염되면 코로나19와 마찬가지로 주로 연령층이 높거나 항바이러스제 투여가 늦어질 때 치명률이 높아진다고 알려졌다.

◇ 기후 위기는 인권 문제로도 번져나간다

정부가 노숙인 등 한파 취약계층에 개인 난방용품을 지원하기로 했다. (사진=Pixabay)
문제는 이런 변화에 취약 계층은 더욱 민감하다는 것이다. 태풍으로 삶의 터전을 잃기도 하고, 폭염에는 온열 질환으로, 한파에는 한랭 질환으로 생명의 위협을 받기도 한다. 대만에서는 이틀간 이어진 전례 없는 한파에 120명 가량이 사망하기도 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최근 우리나라는 시베리아와도 맞먹는 한파를 겪었다. 북극발 한파로 서울 기온은 영하 18도, 체감온도는 무려 영하 26도에 달했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스페인도 역대 최저 기온을 기록했다. 스페인의 북동부 아라곤 지방 기온은 영하 34.1도까지 떨어졌다. 수도 마드리드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는 10년 만에 눈이 내리기도 했다. 중국의 수도 베이징도 1969년 이후 가장 낮은 영하 19.5도까지 기온이 내려갔다. 시속 87km의 강풍이 불면서 체감온도는 영하 43도까지 떨어졌다. 

반면 동유럽 발칸 반도 국가들은 홍수 피해가 극심했다. 알바니아 서부에서는 도로와 다리가 침수될 정도로 많은 비가 내렸고, 정전까지 발생했다. 코소보에서도 홍수로 다리가 무너지고 차량이 물에 잠겨 나토 평화 유지군에 복구 지원을 요청했다. 전 세계가 기후 위기에 시달리고 있다.

문제는 이런 변화에 취약 계층은 더욱 민감하다는 것이다. 태풍으로 삶의 터전을 잃기도 하고, 폭염에는 온열 질환으로, 한파에는 한랭 질환으로 생명의 위협을 받기도 한다. 대만에서는 이틀간 이어진 전례 없는 한파에 120명가량이 사망하기도 했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장은 “지금의 기후 위기, 팬데믹은 인류가 지난 200년간 의존해 온 화석 에너지 경제가 불러온 결과”라며 “탄소배출을 줄이는 시스템으로 변화 없이는 기후뿐만 아니라 지구 식생, 농업생산량 등 지구생태계가 비극을 맞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에 이상 기후까지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 코로나는 치료제와 백신으로 어떻게든 극복할 수 있겠지만, 기후 위기는 그렇지 않다. 기후 변화는 인류를 천천히 옥죄어 올 것이다. 이를 멈추기 위해서라도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한다.

minseonlee@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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