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성 고기를 구워 먹은 후 생긴 근본적인 의문
‘내가 좋아하는 건 고기일까, 아니면 양념일까‘

기업이나 정부가 아닌 일반 소비자가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친환경’ 노하우는 ‘쓰레기를 덜 버리는 것’입니다. 플라스틱이든, 음식물 쓰레기든, 아니면 사용하고 남은 무엇이든...기본적으로 덜 버리는게 가장 환경적입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편집국은 지난 2~3월 ‘미션 임파서블’에 도전했습니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주말 이틀을 살아보자는 도전이었습니다. 도전에 성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틀 동안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게 말 그대로 ‘불가능한 미션’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환경을 포기할 순 없습니다. 하여, 두 번째 도전을 시작합니다. ‘제로웨이스트’입니다. 이틀 내내 쓰레기를 ‘제로’로 만들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기로 했습니다. 쓰레기를 배출하던 과거의 습관을 하나씩 바꿔보려 합니다. 평소의 습관이 모여 그 사람의 인생과 운명이 결정된다면, 작은 습관을 계속 바꾸면서 결국 인생과 운명도 바꿀 수 있을테니까요.

불편하고 귀찮은 일이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겠습니다. 열 다섯번째 도전입니다. ‘쓰레기’ 자체보다는 환경적인 관점에서의 도전입니다. 공장식 축산으로 길러진 육류 대신 식물성 고기를 먹어보았습니다. [편집자 주]

육식을 하지 않거나 줄이려는 사람들에게는 크게 네가지 이유가 있다. 다이어트 등 건강상의 이유, 인간과 동물의 올바른 관계에 대해 생각하는 윤리적인 이유, 종교적인 이유, 그리고 공장식 축산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는 환경적인 이유에서다. 기자도 네 번째 이유를 생각하며 고기를 줄이려고 노력 중이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육식을 하지 않거나 줄이려는 사람들에게는 크게 네가지 이유가 있다. 다이어트 등 건강상의 이유, 인간과 동물의 올바른 관계에 대해 생각하는 윤리적인 이유, 종교적인 이유, 그리고 공장식 축산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는 환경적인 이유에서다. 기자도 네 번째 이유를 생각하며 고기를 줄이려고 노력 중이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고기를 정말 좋아하던 지인이 있었다. 과거 기자는 그 지인과 같은 잡지사에서 일했다. 그는 식사 메뉴를 결정할 때 마다 ‘고기 먹으러 가요’를 입버릇처럼 외치는 사람이었다. 고기집에 가면, 밥이나 채소는 쳐다도 안 보고 고기 위주로만 먹었다. 고기에 고기를 싸 먹기도 했다. 입안 가득 고기를 넣은 모습을 보고 편집장이 “야채도 좀 먹어” 하면 그는 고개를 격하게 흔들면서 고기를 꼭꼭 씹곤 했다.

그 지인은 오래 전 기자를 그만두고 마케터가 됐다. 그러다 회사를 창업하고 스스로 대표가 됐다. 처음에는 ‘못생긴 농산물’을 유통했다. 맛이나 영양, 당도에는 문제가 없는데 작은 흠집 등 외관상의 문제로 상품성이 떨어지는 식품들을 가지고 잼을 만들거나 여러 방법을 통해 효율적으로 유통시키는 일이었다. 버려지는 농산물을 구출하는 일이었다.

이후 그 회사에서는 ‘식물성 고기’를 개발했다. 과거에도 콩고기가 있었고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식물성 고기가 이미 개발됐지만 ‘고기보다는 맛이 없다’는 인식이 있었다. 이걸 깨고 싶다고 했다. (본인 스스로가 고기를 좋아하니) 고기처럼 맛있으면서 가치소비도 실천할 수 있는 식물성 고기를 만들겠다는 취지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제품이 출시됐고, 샌드위치 브랜드나 샐러드 브랜드 등에도 납품한다. 이제는 그 식물성 고기가 패티 형태로도 나오고, 다짐육으로도 나온다.

육식을 하지 않거나 줄이려는 사람들에게는 크게 네가지 이유가 있다. 다이어트 등 건강상의 이유, 인간과 동물의 올바른 관계에 대해 생각하는 윤리적인 이유, 종교적인 이유, 그리고 공장식 축산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는 환경적인 이유에서다. 기자도 네 번째 이유를 생각하며 고기를 줄이려고 노력 중이다. 그런데, 식물성 고기가 정말로 맛도 있을까? 환경적으로는 지구에 얼마나 기여할까? 궁금해서 직접 먹어봤다.

◇ 식물성 고기, 팬에 구워 그냥 먹어봤더니...

기자가 먹어본 식물성 고기는 두 종류다. 슬라이스 구이용과 버거 패티다. 지난 가을부터 일주일에 딱 두끼만 비건식으로 먹어보자고 다짐했는데, 굳이 식물성 고기를 찾아먹기 보다는 고기를 안 먹는 쪽을 택했다. 처음에는 언리미트와 샐러디가 함께 출시한 식물성고기 샐러드, 오뚜기가 동물성 재료를 쓰지 않고 만든 그린가든 (냉동식품) 채소만두, 콩·버섯·호박 등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만든 식물성 대체육 비욘드미트를 활용한 제품들을 먹어봤지만 오래가지는 않았었다. 그러나 이번에 다시 도전해봤다.

구이용 슬라이스는 렌틸콩과 병아리콩, 쌀가루, 퀴노아, 카카오 등의 분말과 분리대두단백질 등으로 만들어졌다고 했다. 조리법에 따르면 그냥 프라이팬에 굽기만 하면 되고 기호에 맞는 소스를 조리하면 된다. 버거 패티는 비트와 쌀가루, 완두 등으로 만들었다. 햄버거 패티처럼 생겼는데 역시 프라이팬에 구우면 된다. 코코넛 오일이 함유돼 있어 구울 때 기름을 두르지 않아도 되고 레드비트와 석류로 육즙도 구현했다.

먹어 본 첫 느낌은, 슬라이스와 패티 모두 제육볶음이나 햄버거같은 맛이 나지는 않았다. 그래서 고기만 처음 씹었을때는 살짝 실망도 했다. 함께 먹은 사람은 “고기보다는 수제어묵 느낌이 난다”는 평가를 내렸다. “비건이라면 만족스럽게 먹겠지만 일반인이 고기처럼 먹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도 말했다. 기자도 그 얘기를 듣고 처음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생각해볼 문제가 있었다. 평소 고기 먹던 습관을 떠올려보면, 기자는 고기 자체의 식감이나 향 또는 고유의 맛 자체를 즐겼다고 보기 어렵다. 재료의 맛과 상태를 구분해낼 정도의 미식가도 아니고, 고기의 부위별 식감이나 다른 맛을 구분해가며 먹는 사람도 아니었다. 기자가 먹는 고기들은 주로 양념이나 쌈과 함께였고, (지금은 술을 끊었지만) 고기를 섭취하기보다는 안주로 먹으려고 고르는 경우가 많았다. 아무 양념 없이 그냥 생 고기를 불에 구워 먹기만 했던 적은 별로 없었다는 얘기다.

기자의 고기는 이랬다. 제육볶음은 고추장 양념, 불고기는 간장 양념에 푹 절여 먹었고 햄버거는 소스와 함께였다. 스테이크를 구워도 늘 소스가 있었다. 식물성 고기가 맛이 없는 게 아니라, 불에 구워 그냥 먹어서 익숙하지 않은 거였다. 간장에 다진 마늘, 설탕과 참깨, 그리고 후추를 가지고 소스를 만들어 먹으니 구이용 슬라이스는 불고기와 비슷해졌고, 버거 패티는 햄버거스테이크 소스를 끼얹으니 미트볼과 비슷해졌다. (물론 고기와 100% 똑같은 맛은 아니다)

◇ 내가 좋아하는 건 고기일까, 아니면 ‘단짠’ 양념일까

생각해봤다. 기자가 좋아한 건 고기의 식감이나 영양소로서의 단백질이었을까 아니면 달거나 짜거나 또는 매콤해서 맛있는 반찬 또는 안주였을까. 고기의 식감과 육향을 좋아하는 소비자도 분명 많겠지만 적어도 기자는 그런 사례는 아니었다. 백숙은 잘 먹지 않아도 찜닭이나 치킨은 두끼 연속 먹어도 좋은 걸 보면, 기자가 좋아한 건 ‘닭고기’가 아니라 ‘양념’ 또는 ‘튀김옷’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돼지고기를 그냥 삶아먹으면 맛이 없는데 보쌈으로 먹으면 배가 터지도록 집어먹은 것도 아마 그래서였을 가능성이 있다.

고기를 줄이는 건 어떤 의미가 있을까. 모든 사람이 육식을 줄여야 할 필요는 없지만, 문제 의식에 공감하는 사람이라면 시도해봐도 좋다. 이원복 한국채식연합 대표는 지난해 본지 인터뷰에서 “동물복지로 길러지는 비율은 5% 정도고 나머지 95%는 이른바 ‘공장식 축산’ 환경에서 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동물이 하나의 생물이 아니라 고기나 소세지의 원료, 알 낳는 물건처럼 취급받는 현실”에 대해 지적했다. 주어진 수명에 비해 너무 짧게 산다는 의미다.

이원복 대표는 공장식 축산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면서 “고기를 지금보다 더 싸게 먹으려는 인간의 욕심 또는 자본의 욕심이 우리와 같은 동물을 공장으로 내몰았고 그 결과가 사회적인 비용이 되어서 다시 인간에게 전가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1960년대와 비교하면 고기 섭취가 10배 이상 늘었다”면서 “고기를 먹지 말자는 게 아니라 좀 줄이자는 얘기를 하고 싶다”고 덧붙인 바 있다.

육식을 줄이면 쓰레기가 줄어들까? 가능성이 있다. 1Kg의 소고기를 얻기 위해서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사료를 포함한 식물이 필요하다. 가축을 사육하기 위한 방목지로 쓰거나 사료로 쓰일 작물을 재배하기 위해 열대우림을 없애면서 온실가스나 기후변화에 영향도 미친다. 동물들이 내뿜는 메탄가스가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이 된다는 지적도 있다. 해외 단체 월드워치연구소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절반이 축산업과 육류산업에서 발생한다는 주장도 내놓은 바 있다.

한 마디 덧붙이면, 기자가 먹은 식물성 고기는 친환경 포장재에 담겨 배송됐다. 그 제품을 배송한 업체는 택배 상자에 “사람에게도 환경에도 더 이로운 배송을 위해 모든 배송 포장재를 종이로 바꿔 갑니다”라고 썼다. 테이프도 종이 소재였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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