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신년사에 ESG 화두 일제히 던진 국내 주요 기업
투자의 새로운 근거, ESG 등급 우수하면 수익률도 높다?
“단순 마케팅용 아닌 지속가능한 투자 정착돼야”
‘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기업과 투자자 모두 화두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지난 2020년 신년사에서 “그동안 경제 성장의 부산물로서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해왔다면, 앞으로는 환경을 기본에 두고 성장을 도모하도록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고 얼마 전 새로운 신년사가 나왔죠. 경제와 환경을 함께 실현하자는 저 다짐은 잘 지켜졌을까요?

기후변화와 팬데믹이 인류를 위협하는 시대입니다. 그 위협은 날씨나 건강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문제에서도 우리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환경과 경제, 경제와 환경이 이제는 뗄 수 없는 관계가 된 것이죠. 두 단어를 엮어 ‘환경제’라고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환경과 경제 문제를 함께 다루기 위해 기업들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요. 2021년 새롭게 주목해야 할 ‘환경+경제’ 키워드 5가지를 골라 짚어봅니다. 첫 번째 순서는 기업 경영활동에서 환경·사회·지배구조를 두루 평가한다는 ‘ESG’입니다. ESG는 기업의 재무적 성과와도 관련이 높을까요? [편집자 주]

'코스피 200 ESG 지수'는 대한민국 경제 주역들로 구성된 코스피 대표 지수로 '코스피200지수' 내에서도 ESG참여도가 높은 기업이 경영 성과와 수익성도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국내 주요 기업 CEO들이 신년사에서 일제히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언급하고 나섰다. ESG 키워드를 가장 먼저 받아들였던 금융업계는 물론이고 주요 기업들이 모두 환경과 사회에 대한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내놓았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해 ESG 평가가 좋다면 그 기업의 밸류가 상승했다고 볼 수 있을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국내 주요 기업 CEO들의 신년사가 일제히 달라졌다. 작년만 해도 혁신과 창의력, 도전과 위기극복을 주문하는 신년사가 대부분이었는데 올해는 주요 기업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언급하고 나섰다. ESG 키워드를 가장 먼저 받아들였던 금융업계는 물론이고 주요 기업들이 모두 환경과 사회에 대한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내놓았다.

신년사들을 돌아보자.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는 “ESG 경영을 통해 사랑받는 빅테크 기업이 되자”고 했다.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는 “올해가 ESG 경영의 원년”이라고 선언했다. 안재현 SK건설 대표는 “ESG 선도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고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기업의 ESG 경영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더욱 커졌다”고 언급했다.

달라진 경향이다. 지난해 신년사에서 ‘탁월한 실력’을 강조한 LS그룹은 “사회적 가치를 적극 실천해야 미래가 확보된다”고 강조해고 지난해 시무식에서 도전과 위기극복을 내세웠던 코오롱그룹은 올해는 “사회와 함께 성장하겠다”고 선언했다.

ESG에 대한 재계의 언급은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도 “다음 세대까지 고려한 지속가능경영을 발전시켜 인류 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이자 존경받는 기업으로 거듭나자”고 밝혔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2021년은 ‘ESG’ 역량 강화에 힘쓰고 그룹의 미래 성장을 위해 신사업 발굴을 지속하겠다”면서 “한때 사회공헌 정도로만 여겨졌던 ESG는 이제 국내외 투자자, 연금이 기업을 평가할 때 주요 평가지표로 삼는 등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척도로서 그 당위성이 증대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 투자의 새로운 근거가 되고 있는 ESG

ESG는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 앞글자를 딴 약자다. 네이버 지식백과에서는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사회·지배구조를 뜻하는 말’이라고 설명한다. 기업을 평가하는 시선으로 매출이나 이익 등 재무적인 방식뿐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 가치와 지속가능성에 주목하기 위해 환경 또는 사회적인 요소 등을 고려하자는 취지다.

쉽게 말하면 돈을 많이 버는지만 고려할 게 아니라 환경이나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업인지, 지배구조가 투명한 기업인지 따져보자는 의미다.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지식백과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영국을 시작으로 스웨덴과 독일 등 여러 나라에서 연기금을 중심으로 ESG 정보 공시 의무 제도를 도입했다. UN은 2006년 출범한 유엔책임투자원칙(UNPRI)을 통해 ESG를 고려한 사회책임투자를 장려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도입된지는 15~20년이 지났으나 ESG를 향한 관심이 국내에서 부쩍 늘어난 건 지난해부터다. 업계에서는 ESG가 투자의 근거가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 12월 22일자 보고서에서 “올해(2020년)는 운용사들과 연기금의 ESG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행보가 관찰되었던 해였다”고 언급하면서 ESG를 둘러싼 금융 규모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보고서는 글로벌 1위 자산운용사 블랙홀 사례를 언급하면서 “약 8,200조원 운용 규모를 보유하고 있는 블랙록은 향후 투자 및 인수하는 모든 기업 심사에 탄소사용량을 15% 저감하는 조건을 추가하고, ESG를 모든 액티브 상품에 고려하기로 결정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피델리티, UBS 등 약 9,800조를 운용하는 30개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지난 12월 초 2050년 넷제로 달성을 위한 이니셔티브를 출범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시장에서 ESG가 투자의 근거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내년 투자시장도 ESG가 주도할 전망이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ESG 등급이 우수한 글로벌 기업들은 수익률 역시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MSCI가 2015~18년 사이 이산화탄소 배출량 변화와 시가총액 관계를 조사한 결과, 배출량을 적극적으로 줄인 상위 30사 시총은 2017년 대비 15% 증가한 반면, 하위 30개사 시총은 1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ESG 등급 우수하면 수익률도 높다?

실제로 주요 기업과 기관들은 ESG 경영을 지속해서 강조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보고서가 MSCI(모건스탠리인터내셔널)를 인용해 밝힌 바에 따르면, ACWI 지수 상위 시총 100개 기업들이 실적 컨퍼런스 콜을 통해 ‘지속가능성’과 ‘환경’ ‘기후’ 등을 언급하는 빈도 수는 과거 5년과 비교했을 때 눈에 띄게 늘었다.

ESG 등급이 우수한 글로벌 기업들은 수익률 역시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지난 7년간 ESG 등급 상위권 30% 기업은 하위 30% 기업 대비 이익 증가율과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양호했으며,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등 주주 친화적 정책 또한 꾸준히 시현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MSCI가 2015~18년 사이 이산화탄소 배출량 변화와 시가총액 관계를 조사한 결과, 배출량을 적극적으로 줄인 상위 30사 시총은 2017년 대비 15% 증가한 반면, 하위 30개사 시총은 1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는 여전히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ESG 투자는 이미 글로벌 트렌드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7일자 보고서에서 “ESG 투자는 주로 ETF나 펀드 형식으로 투자되는데 전 세계 각국의 대표 ESG ETF는 MSCI 벤치마크 대비 초과수익을 시현 중이지만, 국내 ESG 투자는 OECD 회원국 중 하위권에 해당되고, 투자 규모도 작은 편”이라고 밝혔다.

최정욱 연구원은 “국내는 아직 ESG 경영기업의 가치가 주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면서 “국민연금이 올해부터 ESG 등급이 D등급인 종목은 BM대비 비중을 초과편입하지 않을 것이라 발표했기 때문에 ESG 경영기업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지금보다 훨씬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 “단순 마케팅용 아닌 지속가능한 투자 정착돼야”

ESG 평가만을 가지고 기업의 가치를 무조건 높게 보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1월 30일자 보고서에서 “ESG에 기반한 투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 확장된 개념인데, 투자 측면에서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해 ESG 평가가 좋다면 그 기업의 밸류가 상승했다고 볼 수 있을까?”라는 화두를 던졌다.

이상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는 다르기 때문에 꼭 그렇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ESG 평가가 좋은 기업이 밸류가 상승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요소가 좋아서 밸류가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ESG 평가 역시 좋게 나오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는 견해다. 그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미래 성장동력에 ESG가 어떤 측면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등이 제시되어야 하는데, 대부분 보여주기식이거나 홍보용 측면이 강하다”고도 지적했다.

하지만 이 연구원 역시 “코로나19 영향과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기업의 재무적 지표 이외에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중요도가 확대되고, 이런 요인들의 개선을 위한 자금조달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이러한 환경하에서 사회책임투자가 주목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ESG가 밸류체인에 내재화 되어 개선될 수 있어야 밸류를 상승시킬 수 있으며 이러한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사회책임투자가 단순 마케팅용이나 트렌드가 아닌 지속가능한 투자로 정착되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이러한 조언은 다른 증권사에서도 공통적으로 내놓는다. 하나금융투자는 보고서를 통해 “ESG가 수익률 상승을 온전히 대변할 수 있는 요인은 아니지만, 환경과 재무적 요소를 동시에 고려하는 전략을 고려한다면 향후 매출액 증가와 동시에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하는 기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 “지표의 일관성 확보 등은 여전한 숙제”

ESG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적용하는 과정에서의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ESG지표의 일관성이 떨어진다거나 대기업 편증 효과, 또는 지역별 편차 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유안타증권은 지난해 10월 보고서를 통해 이 문제를 언급한 바 있다. 당시 유안타증권은 일반적으로 언급되는 ESG평가 방법론의 문제점 7가지를 지적했다. ESG 정보의 비표준화, 기업정보 제공 주기의 장기화(연간) 및 비지속성, 다양한 기존 평가기관들의 ESG 지표 일관성 결여, Green-wash 문제, 대기업 편중 효과, 지역별 편차, 평가 방법의 과도한 단순화에 다른 정보 손실 등이다.

유안타증권은 “현재 ESG 평가가 개별기업의 공시자료에 크게 의존한다는 점에서 (환경에 부정적인 행동을 하지만 표면적으로는 친환경 이미지로 포장되는) 그린워시 문제도 있다”고 지적하면서 2015년 폭스바겐 사례를 언급했다. 보고서는 “당시 배기가스 조작 문제를 일으켰던 폭스바겐의 경우, 해당 이슈 발생 직전 주요 기관으로부터 ESG평가 등급이 상향된 사례도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유안타증권 역시 해당 보고서에서 ESG투자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들은 당시 보고서에서 “ESG에 대한 고려 강도가 높은 기업들은 지속가능한 제품군을 통해 중장기적인 거래 노선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탑라인 성장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공해 물질 처리 비용이나 에너지 조달 비용의 절감(불법을 자행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효과 더해질 수 있어 수익성이 개선될 여지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ESG 관련 전략을 적극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자료 : 각 사, 하나금융투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ESG 관련 전략을 적극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자료 : 각 사, 하나금융투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기업과 투자자...‘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화두 전망

이런 가운데 ESG는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경영 전략 수립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실적발표에서 “ESG 투자를 확대해 지속가능경영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언급했다. 반돛 사업부문은 각 사업장의 ESG 실태를 입체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지속가능경영사무국’을 신설했다. 이는 기존 환경안전센터와 별개로 운영된다.

SK는 최태원 회장의 깊은 관심 아래 전사 차원에서 ESG경영에 앞장서고 있다. 계열사 16곳에 ESG 전담 조직을 만들고 주요 계열사들이 2050년까지 필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사용하겠다며 RE100 가입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탄소제로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환경경영에 박차를 가하라고 주문하자 한화 계열 금융사들이 일제히 ESG 경영 의지를 밝혔다. 현대차는 전기차와 수소차 등 친환경 미래차 보급을 늘리기로 했고 효성 그룹은 그린경영비전 2030 전략을 수립하고 환경안전보건위원회를 신설해 운영한다.

친환경과 사회공헌 등을 고려하는 경영 활동이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기업을 판단하는 중요한 근거의 하나로 떠오르면서, 2021년 재계에서는 환경과 경제의 교집합을 찾는 일이 기업과 투자자 모두에게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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