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신 편집국장
박광신 편집국장

‘지속가능성’이라는 말은 1972년 로마클럽이 ‘성장의 한계(The Limits to Growth)’란 보고서에서 처음 언급했다. 인간의 경제활동에 미치는 경제, 환경, 사회적 가치가 지속가능의 골자다. 이는 기업경영에도 영향을 미쳐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기업의 사회적 책임) 경영 등을 도입시키는 계기가 됐다. 결국 사회에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오랜 세월 함께 잘 먹고 잘 살자는 이야기다.

이에 일부 기업들은 해마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해 한 해 동안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얼마나 잘해 왔는지 스스로 평가한다. 이는 작년 한 해 동안 본지에서 연재한 ‘지속가능기업’시리즈에도 잘 나타나있다. 지속가능기업 시리즈는 기업들이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잘한 것은 무엇이며 부족한 것은 무엇이냐가 주된 내용이다.

어떤 기업은 지속가능경영을 위해 온실가스를 얼마나 감축했으며, 또 어떤 기업은 환경경영에 몇 십억을 투자해 얼마만큼의 성과를 이뤘다는 내용이 기본 바탕이다. 기업들의 노력과 고민의 흔적이 보이는 보고서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면면을 들여다보면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는 자화자찬에 가깝다. 기업을 경영함에 있어서 지속가능을 위해 매출이나 영업이익 대비 몇 퍼센트나 공을 들였는지 상세 수치는 나와 있질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작년 한 해 매출액이 얼마였고 영업이익이 얼마였는데 매출액 대비 지속가능 투자는 얼마였다는 눈에 보이는 수치 말이다.

매출액이 몇 조원을 기록하고 영업이익을 수천억을 달성한 기업이 지속가능을 위해 몇 십억 정도 투자했다고 한들 과연 기업들이 지속가능경영을 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지속가능경영 보고서가 불편해 보이는 이유이며, ‘지속가능경영은 사회공헌일 뿐’이라는 기업의 인식이 잘 나타나는 대목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1992년 유엔 지구정상회의 이 후 본격적으로 지속가능경영을 도입해 무려 30여 년간을 이어왔으나 기업들의 눈에 띄는 지속가능 성과는 눈씻고 찾아봐도 전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지속가능에 오랜시간 자유로울 수 있었던 이유는 분명히 있다. 바로 지속가능경영을 평가할 수 있는 올바른 평가 지표가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시간은 흐르고 코로나 팬데믹을 치르면서 세계적 흐름은 ‘지속가능경영’에서 ‘ESG경영’으로 화두가 옮아가고 있다. ESG는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말로 기업 활동에 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 개선 등 투명 경영을 고려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ESG경영 역시 지속가능경영처럼 뚜렷한 평가지표가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ESG는 비재무적 요소를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되는 겪이다.

ESG는 이미 2000년 영국을 시작으로 스웨덴, 독일, 캐나다, 벨기에, 프랑스 등 여러 나라에서 연기금을 중심으로 ESG 정보 공시 의무 제도를 도입했으며, UN은 2006년 출범한 유엔책임투자원칙(UNPRI)을 통해 ESG 이슈를 고려한 사회책임투자를 장려할 만큼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즉 우리나라는 이미 한참을 뒤쳐져 있다는 것이다.

자본시장에서 ESG가 표준화가 되고 ESG를 통해 기업이 가치평가를 받기 위해선 ESG평가 지표도 일원화 돼야 하지만 각 기업과 관계 기관들은 정책과 경영 화두로만 내놓을 뿐 어떤 기준도 세우고 있지 못한 게 현실이다. 따라서 각 기업과 기관들은 저마다 ESG평가기준 마련에 골몰하는 모양새지만 이 또한 제각각으로 평가기준이 모호한 게 사실이다.

ESG경영이 성공하려면 객관적 평가 지표가 있어야 한다. 가장 좋은 평가 지표는 기업의 이윤대비 ESG투자 비율을 금액으로 환산해 표시하는 것이다. 그 수치를 전자공시에 의무화해 법제화 하지 않는 이상 여태까지 해온 지속가능경영과 다르지 않을 것임이 분명하다.

기업들이 인식변화를 통해 ESG경영을 전면에 내세우는 건 크게 반길 일이다. 그렇지만 30여년을 해온 ‘지속가능경영’처럼 ESG경영 또한 기업들의 ‘사회공헌’으로 치부될까 우려스럽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 객관적 평가 지표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이를 간과한다면 기업들의 무분별한 이윤추구가 지속가능경영이라는 말로 포장돼 왔듯이 성과만 내세운 ESG경영은 기업의 또 다른 도피처가 될 뿐이다.

jakep@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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