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금융시장에 가져온 변화 중 하나는 ‘ESG투자문화’ 확산입니다.

‘ESG’란 비 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 중심의 경영방침을 말합니다. 기업이 사회와 환경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지배구조는 투명한지를 비재무적인 틀로 따지는 평가입니다.

1982년 사회책임투자(SRI), 1990년대 지속가능투자(SI)의 최신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SRI는 사회에, SI는 사회와 환경 등의 지속 가능한 ‘생태계’ 유지에 집중했던 반면 ESG는 이 같은 환경·사회적 투자에 대한 메시지가 확장·강화된 개념입니다.

‘ESG투자’는 사회·환경적 가치가 불러올 경제적 효과에 자본과 시간을 들이는 것입니다. 투자를 통해 사회·환경적 책임을 이끌고 이윤을 창출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우리는 ‘환경·사회적 가치가 지닌 경제적 효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연재는 ESG 투자에 대해 독자의 눈높이에서 설명합니다. 열 번째는 지난해 ESG가 금융시장에 미친 영향을 통해 올해 전망을 예측해봅니다.[편집자 주]

문재인 정부가 민간과 두 번째 애국펀드 '뉴딜펀드'를 띄웠다.(본사DB)/그린포스트코리아
올해에도 ESG시장은 확장을 이어나갈 전망이다.(본사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은경 기자] ESG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며 정책과 금융에서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10월과 9월에 각각 2050 탄소 중립선언과 친환경 발전 계획인 그린뉴딜 추진을 통해 환경(E) 중심의 ESG를 미래성장 동력으로 제시했다.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파리기후협약 재가입, 탄소배출제로 등의 친환경 정책을 발표하며 ESG시장 확대를 앞당기고 있다.

실제 ESG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OECD가 발표한 '2020지속가능금융 보고서'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ESG관련 자산에 유입된 자금이 17조 달러(약 18조5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에서 발행된 ESG채권 규모는 한국거래소 기준 2019년 25조6900억원에서 지난해 11월말까지 55조6300억원으로 일 년 만에 두 배가 넘는 성장을 일궜다.

국민연금공단은 책임투자 가상펀드를 운용하면서 ESG 요소 중심 신규 벤치마크를 개발 및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며, 국내 주식운용 일부만 적용하고 있는 책임투자적용 대상을 2022년까지 기금 전체 자산의 50% 수준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한국투자공사도 투자프로세스 및 포트폴리오 운용에 ESG를 반영하는 통합체계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해 10월부터 운용하고 있는 3억달러 규모의 ESG 전략펀드의 투자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의 ESG투자도 가파르다. KB금융그룹은 '탈석탄금융'을 신한금융은 '탄소배출 제로' 선언을, SK그룹은 주요계열사의 전력 사용량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신년사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도 ESG다.

정부의 ESG정책 추진,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의 ESG투자 확대로 본격적인 시장이 조성되면서 ESG신용평가 체제도 확립됐다. 시장에서 기업의 신용도를 평가하는 주요 요소 중 하나가 ESG라는 건, 투자 시 ESG요소를 고려해야 할 만큼 중요성이 커졌단 의미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초부터 ESG 채권 인증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6월에는 신용평가업계 최초로 'ESG금융 인증' 평가방법론을 발표했다. 이어 10월에는 해당 방법론에 기초해 한국중부발이 발행한 지속가능채권(Sustainability Bond)에 대한 인증평가를 수행해 STB1 등급을 부여하기도 했다.

나이스신용평가(나이스신평)도 ESG 인증 평가방법론 공표를 기점으로 지난달 31일 부터 ESG 채권 인증평가를 본격 시행했다.

아울러 나이스신평은 평가 대상이 되는 ESG 원화채권이 지난 3년간 급격히 성장한 것들 들어 올해에도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ESG 원화채권은 2018년 3개 발행사 6천억원, 2019년 12개 발행사 3조1천억원 이며 지난해에는 20개 발행사에서 6조1천억원을 발행하며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ESG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는 건 국내뿐만이 아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2019년 1월에 ESG를 신용평가에 반영하는 방법론을 발표했으며, 당시 평가에선 민간부문에서는 33%가, 공공부문에선 50% 상당이 ESG가 중요한 사항으로 고려됐다.

하지만 ESG요소 중 시장에 유의미한 결과를 가져온 건 지배구조(G)에 편중돼 있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ESG시장에서 환경(E)과 사회(S)적 성과는 여전히 부진하단 것이다.

실제 무디스 평가에서 ESG요소 중에서도 지배구조 요소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부문에서 88%가 지배구조 관련 이슈였으며 사회와 환경 요소는 각각 20%, 16%에 그쳤다.

국내에서도 사회와 환경 부문이 불러오는 영향은 미미했다. 한국신용평가가 지난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지난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제공한 기업별 ESG 점수 등과 국내 3대 신용평가회사의 신용등급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배구조 요소가 기업의 신용도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고, 환경과 사회 점수는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는 기업들의 경영리스크 등이 지배구조에 극각적으로 반영되고 환경과 사회 부문의 경우 기업의 활동이 즉각적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성호재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과 양진수 실장은 "지배구조 요소가 신용등급과 유의한 관계를 보였는데, 이는 신용평가 과정에서 피평가사의 경영관리위험 등이 고려되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환경과 사회 요소는 유의한 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 이는 해당 요소들 이 기업의 펀더멘탈과 채무상환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만 반영되기 때문에 독자적인 평가 요소로서 신용등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또 ESG가 금융전반과 기업들의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 연구위원과 양 실장은 "ESG의 중요성이 점점 부각되면서, ESG의 시계가 매우 빨리 움직이고 있다"면서 "금융시장 전반에서, 더 나아가 일반기업들의 의사 결정에서도 ESG가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잡는데 걸리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결국 ESG가 기업의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력 역시 점점 커질 가능성이 높으며, 신용평가방법론과 평가의견에서 ESG가 독립된 평가요소의 하나로 다뤄지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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