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통 인사 키워드는 슬림화·세대교체  
파격적인 임원 감축으로 조직 슬림화 단행
강도 높은 세대교체... 50대 CEO 약진 두드러져

2020년은 코로나19라는 전에 없던 위기 앞에서 우리 사회 시스템 전반이 변화한 해입니다. 전세계적으로 확진자와 사망자가 속출하고 여행길이 막히고 사회적 교류가 끊어지는 등 경제, 사회, 교육, 문화 각 분야가 타격을 입었습니다. 실물 경제의 위기 이면에서는 온라인 비즈니스가 급성장하며 변화가 앞당겨지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사업 재편을 통해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위기에 적응하고 대응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생활 방식도 바뀌었습니다. 우리 생활과 밀접한 제조·유통업계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과거 흥했던 분야가 쇠하고 전혀 새로운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에 2020년 한 해 유통가를 정리하며 진행 중인 변화를 가늠하고 내년을 준비해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총 5회 연재를 통해 올 한해 제조·유통 시장을 되돌아봤습니다. 마지막 5회는 위기의 유통가에 불어닥친 인사 칼바람입니다. [편집자주] 

올해 유통 그룹 임원인사는 임원 감축을 통한 ‘슬림화’와 젊은 CEO 배치를 통한 ‘세대교체’로 요약할 수 있다. (왼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각사 제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올해 주요 유통 그룹 임원인사는 임원 감축을 통한 ‘슬림화’와 젊은 CEO 배치를 통한 ‘세대교체’로 요약할 수 있다. (왼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각사 제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올해 유통업계는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위기 앞에서 풍전등화처럼 위태로운 시간을 보냈다.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서 대형 유통사는 강도 높은 인적쇄신과 세대교체를 통해 위기를 타개할 열쇠를 찾았다. 

올해 유통 그룹 임원인사는 임원 감축을 통한 ‘슬림화’와 젊은 CEO 배치를 통한 ‘세대교체’로 요약할 수 있다. 롯데·신세계·현대 등 주요 유통 그룹은 내년도 경영계획을 조기에 확정하고 실천하기 위해 예년보다 인사 시기를 앞당겨 칼날 인사를 단행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전통 유통 채널의 실적과 경영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조직 내 부담을 경감시키고 분위기 쇄신을 위해 인사 칼바람은 피할 수 없는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 파격적인 임원 감축으로 조직 슬림화 단행

롯데그룹은 이미 지난 8월 창사 이래 처음으로 파격적인 비정기 인사를 단행하며 변화 의지를 보인 바 있다. 황각규 부회장이 용퇴하고 롯데지주 경영혁신실 임원이 전체 교체되면서 유통업계 전체에 긴장감을 불러왔다. 

뒤이어 11월 정기 임원인사에서도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한 대대적인 인적쇄신과 임원 직제 슬림화로 조직 내 대수술을 이어나갔다. 롯데는 철저한 성과주의에 입각해 승진 및 신임 임원 수를 지난해 대비 80% 수준으로 줄였다. 

롯데그룹은 정기인사를 통해 50명의 신규 임원을 임명하고 133명 임원의 옷을 벗겼다. 이번에 퇴임한 임원은 전체 임원의 약 20%로 유통BU에서만 49명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번 인사로 롯데그룹 식품 BU장이 교체돼 이영구 롯데칠성음료 대표가 사장으로 승진, 신임 BU장이 됐다. 이밖에 롯데칠성음료, 롯데지알에스, 롯데푸드, 롯데마트 등 13개 계열사 대표가 일제히 물갈이됐다. 한편 유통BU장을 맡고 있는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은 정기인사에서 신동빈 회장의 재신임을 얻으며 힘을 공고히 했다.

롯데는 임원 직급단계도 기존 6단계에서 5단계로 축소하고 직급별 승진 연한을 축소 또는 폐지했다. 사장 직급의 승진 연한을 폐지함으로써 1년 만에도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할 수 있게 했다. 기존에 신임 임원이 사장으로 승진하기까지 13년이 걸렸다면 이번 직제 개편을 통해 최대 8년까지 단축됐다. 

신세계그룹도 지난 10월과 12월 각각 이마트부문과 백화점부문의 인사를 단행했다. 부문별로 차이는 있지만 코로나 사태 앞에서 고조된 위기를 조직 슬림화와 적극적인 인재육성을 통해 타파하겠다는 의지는 같았다. 

신세계그룹 이마트부문은 예년보다 앞당긴 정기임원인사를 통해 6개 계열사 대표를 교체하고 100명이 넘던 임원을 약 10% 줄이는 등 몸집을 축소시켰다. 

백화점부문도 임원 감축을 통해 코로나 사태로 고조된 백화점과 면세점의 위기 타파 방안을 모색했다. 전체 임원 60명 중 약 20%가 퇴임하고 본부장급 임원의 70%를 물갈이하는 등 과감한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승진한 임원은 전년대비 36.4% 감소한 총 14명에 불과했다.

현대백화점그룹도 예년보다 1개월가량 인사 시기를 앞당겨 총 29명을 승진시키고 19명의 보직을 옮기는 등 48명에 대한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롯데나 신세계보다는 임원 감소 폭이 적었지만 다른 유통 기업과 마찬가지로 안정보다는 쇄신을 키워드로 세대교체를 진행했다. 

◇ 강도 높은 세대교체... 50대 CEO 약진 두드러져

올해 대형 유통 그룹에는 공통적으로 인적쇄신 바람이 불었다. 특히 50대 CEO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조직은 슬림화하고 젊은 CEO를 대거 발탁해 정면에 내세움으로써 급변하는 소비 트렌드에 효율적이고 즉각적으로 대응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롯데그룹이 올해 임원 직급단계를 축소한 것 역시 젊고 우수한 인재를 조기에 CEO로 적극 배치하기 위한 의도에 방점을 찍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올해 롯데그룹 각 계열사 CEO에는 유독 50대가 많다. 롯데칠성음료의 신임 대표이사에 승진 내정된 박윤기 경영전략부문장, 롯데마트 사업부장을 맡게 된 롯데네슬레 강선현 대표는 50세 동갑이다. 

이와 함께 롯데푸드 대표이사로 내정된 이진성 롯데미래전략연구소 대표이사는 51세, 롯데지알 대표이사로 내정된 롯데지주 경영개선팀장 차우철 전무와 롯데정보통신 대표이사로 보임하는 DT사업본부장 노준형 전무는 52세다.

이 같은 임원인사의 배경에는 시장의 니즈를 빠르게 파악하고 신성장동력을 적극적으로 발굴해낼 수 있는 젊은 경영자를 전진에 배치함으로써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신동빈 회장의 의지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신세계그룹 이마트부문 역시 6개 부문 수장을 전원 50대로 채웠다. 특히 지난해 이마트 대표로 선임했던 강희석 대표에게 그룹 통합 온라인몰인 SSG닷컴 지휘봉까지 쥐어주며 단일 대표 체제라는 날개를 달아줬다.  

강 대표는 지난해 이마트가 적자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외부에서 수혈한 임원으로 코로나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1년 만에 실적 개선에 성공하며 실력을 입증했다. 신성장 동력 파트인 온라인 사업까지 맡김으로써 온·오프라인을 통합, 강희석 체제에 힘을 실어 위기를 타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신세계그룹 이마트는 50세인 강 대표 외에도 철저한 성과주의를 기반으로 새롭게 조직을 채웠다. 신세계푸드 대표이사에 내정된 신세계푸드 마케팅담당 송현석 상무를 비롯해 신세계I&C를 이끌 신세계 I&C IT사업부장 손정현 전무, 이마트24 대표에 내정된 김장욱 신세계 I&C 대표, 이마트에브리데이를 이끌 김성영 이마트24 대표까지 모두 1960년대생으로 50대 임원들이다.

신세계그룹 백화점부문도 50대 이하의 임원인사를 통해 과감한 변화와 혁신, 미래준비, 인재육성이라는 키워드를 강조했다. 

면세점 사업을 이끌 신세계디에프 신임 대표이사는 신세계 영업본부장 유신열 부사장(57세)을 내정했다.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의 남편이자 신세계톰보이를 이끌고 있는  문성욱 대표는 신설 기업형 벤처캐피탈 법인 시그나이트파트너스 대표를 겸직하면서 사위경영의 본격화를 알렸다. 문 대표는 올해 48세로 향후 신성장동력 발굴에 본격 나설 것으로 알려진다. 

현대백화점그룹 역시 11월 임원인사를 통해 현대홈쇼핑, 현대L&C, 현대백화점면세점, 에버다임 등 4개 계열사 신임대표를 모두 50대로 선임했다.  

현대홈쇼핑 대표이사 사장에는 59세 임대규 현대홈쇼핑 영업본부장을 선임하고, 현대L&C 신임 대표이사 부사장에는 57세 김관수 상무를 앉혔다. 현대백화점면세점 대표이사로 임명된 이재실 현대백화점 전무이사 역시 58세로 모두 50대 임원이다. 

업계에서는 철저한 성과주의를 바탕으로 이뤄진 인재 등용에 대해 혁신의 움직임인 동시에 코로나 시대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의지로 해석하고 있다.

key@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