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한시적 지원책 무용지물…자영업 대출규모 777조4천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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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지하철 역 인근 상가가 공실로 비어져있다.(본사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은경 기자] "전국 소상공인 가게 10곳 중 7개가 폐업을 고민한다더군요,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사전에 폐업 준비를 해둬야 하나 싶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자영업이 존폐 기로에 서면서 '경제 위기' 뇌관으로 떠올랐다. 거리 두기 강화에 정부의 고용지원금과 상환유예조치 등에도 폐업이 늘고 상환불능에 빠진 가구가 증가하는 등 악화일로를 걷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 자영업 가구 중 코로나19 직격탄을 받는 대면 업종 비중이 절반을 넘어서는 만큼 자영업發 경제 위기는 시간문제에 놓였다.

28일 통계청 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자영업자 수는 7만6000명으로 전년 대비 42% 감소했다. 전체 취업자 수 대비 자영업자 비중도 사상 처음으로 10%로 하락했다. 도소매·숙박·음식점업의 52시간 이상 취업자 수 비중은 지난 6월 전년 누계 대비 18.6%까지 떨어졌으며 지난달에도 16. 8%가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기·통신·운수업은 54시간 이상 취업자 수가 19.5%까지 감소했다.

자영업자 수 감소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매출 감소 영향이다. 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월간국내카드승인실적 분석 결과 운수업은 50% 이상 줄었고, 숙박 및 음식점업도 9% 이상의 감소율을 보였다. 사업시설관리 및 사업지원서비스업의 감소율도 40%에 달했다.

정부의 지원금 정책 효과도 사라진지 오래다. 외식산업연구원에서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조사한 매출 감소율을 적용해 지난 5월 기준 전년대비 영업실적을 비교한 결과 자영업자는 코로나19 이후 총 346만원 정도의 손해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주가 '긴급고용안정지원금' 50만원과 '고용유지지원금' 약 151만원, '일자리안정자금' 약 11만원을 '모두' 지원받는다고 가정해도 자영업자당 약 134만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매출이 급격히 주는 데 반해 식재료 값은 늘고 임대료와 인건비의 고정 지출이 발생하면서 폐업을 앞당기고 있다. 외식산업통계결과 임대료는 지난 10월 기준 전년과 유사한 수준을 보였으며 쌀, 배추 등의 식재료 값은 최대 58% 이상 뛰었다. 자영업자들이 비명을 내지르는 이유다.

문제는 전체 자영업에서 코로나19 직격탄을 받는 업종의 비율이 절반을 넘어선다는 사실이다. 이를 토대로 확산세에 따른 거리 두기가 장기화될 때 자영업자의 폐업에 따른 상환불능 문제는 경제 위기로 부상할 수 있다.

한국은행이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지난해 주요 업종 자영업 가구를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타격을 크게 받는 도소매, 운수창고, 숙박음식, 부동산, 교육, 보건, 여가, 기타 개인서비스업은 244만개로 전체 자영업의 53.8%를 차지한다. 현재와 같은 위기가 장기화될 시 최대 53.8%의 자영업이 폐업 위기를 겪게 될 수 있단 얘기다.

자영업 위기는 자영업자 개인의 문제로 종결되지 않는다. 자영업 대출 규모가 확대된 만큼 무너지는 자영업이 늘어날수록 상환불능에 빠지는 자영업 가구도 늘어나고, 이들에 대출을 공급한 금융기관도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으면서 경제 위기로 번질 수 있다.

9월 말 현재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777조4천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9% 증가했다. 업종별로는 도소매, 음식, 여가서비스 등에서 대출이 크게 증가했다. 매출 감소에 따른 운전자금 부족 때문이다.

자영업자의 위기는 고스란히 지표에도 나타났다. 자영업 가구 중 매출이 대출금보다 적어 대출 상환 여력조차 없는 '상환불능' 가구 비중은 지난 2월 1.0%에서 3월 한 달 만에 1.2%로 상승했다. 한국은행에선 내년 3월이면 1.3%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만일 현재와 같은 상태가 내년 12월까지 지속될 시에는 최대 2.2%까지 확대될 수 있다.

상환불능 직전, 유동성에 위기를 겪는 자영업자도 늘었다. 유동성 위험가구 비중은 지난 2월 2.3%에서 3월 한 달 만에 3.2%로 상승했으며 내년 3월에는 최대 6.8%, 12월에는 최대 10%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대로라면 내년 12월 적자로 전환되는 자영업 비중도 지난 2월 1.5%에서 18.8%로 급증하게 된다. 현재까진 일부 자영업 가구에서 정부의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 등으로 일시적인 흑자 전환 구조를 보이지만 내년 3월 이후 중·소상공인에 대한 만기연장 조치 등이 종료되면 착시효과가 걷히면서 위기는 가시화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정부의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가 내년 위험가구 비중을 1.8〜1.9%포인트 낮추는 효과가 있는 만큼 해당 조치가 연장되는 경우에는 내년 12월 최대 8.5% 수준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유동성위험과 상환불능에 놓이는 자영업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이 같은 한시적 금융지원책은 자영업 위기를 해소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관계자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자영업자 가구의 리스크 변화를 살펴보면 적자가구비중은 정부의 조치에 따라 등락을 보이는 반면, 유동성 위험 가구와 상환불능가구가 꾸준히 증가하는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특히 유동성 위험과 상환불능에 동시에 처하는 복합위험가구의 경우 코로나19 장기화의 영향이 해소된 이후에도 재무상황이 개선될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외식산업종사자 수가 214만명에 달하는 만큼 현재의 위기 돌파를 위한 다각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용희 외식산업연구원은 "국내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약 5분의 1에 해당하는 자영업자 중 외식업이 약 12.2%를 차지하고 있으며, 외식업체에 속해 임금을 받는 근로자 약 145만영을 합치면 국내 외식산업 종사자 수는 약 214만 명으로 전 산업 종사자의 약 9.6%에 달하는 만큼 고용 기여도가 상당히 높은 산업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코로나19 여파로 경영난을 감당하지 못한 사업주가 속속 휴·폐업을 결정한다면 이는 단지 사업주만의 실직이 아닌 종업원의 대량 실직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면서 "현재의 위기 돌파를 위한 업계 내·외부의 다각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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