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 2시간 재생 = 자동차 25.2km 운전
환경적인 눈으로 바라본 치맥의 모습
보고 듣고 먹고 마시는 일에 대한 책임

크리스마스에 넷플릭스 보면서 치맥 먹는 일이 환경오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어떻게 그럴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크리스마스에 넷플릭스를 보면서 치맥을 먹는 일이 환경오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어떻게 그럴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코로나19로 정신 없었던 한 해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어김없이 크리스마스도 찾아왔다. 

올해 크리스마스는 코로나19로 집에서 조용히 보내겠다는 계획이 많다. 넷플릭스로 좋아하는 영화를 실컷 보며 치맥을 먹으며 연휴를 보내겠다는 계획들도 들려온다. 넷플릭스에 치맥이라니 생각만해도 마음이 즐거워지는 조합이다. 

그런데 이 사소하고 별 것 아닌 것 같은 행동들이 환경을 파괴시킨다고 말한다면 어떨까. 그것도 수많은 탄소발자국을 찍고 있는 중이라면 말이다. 

◇ 미드 2시간 재생 = 자동차 25.2km 운전

집에서 조용히 영화 한 편을 보겠다는 건데 왜 갑자기 탄소발자국 얘기를 꺼내는 거냐고 묻는다면, 프랑스 비영리 환경단체 시프트 프로젝트의 온라인 동영상 재생 시간과 이산화탄소 발생량에 대한 연구결과를 공유하고 싶다. 연구에 따르면 30분간 온라인 동영상을 시청하면 약 4kWh의 전력이 소비되며 1.6kg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이는 자동차로 6.3km를 운전했을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와 같은 양이다. 

일반적으로 미드나 영화를 볼 때 2시간이 소요된다고 가정하고 위 계산법을 적용하면 6.4k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고 이는 25.2km를 운전한 것과 맞먹는다는 결과가 나온다. 

그저 내 집에서 영화 한 편을 봤을 뿐인데 어디에서 이산화탄소가 나왔다는 것일까. 바로 인터넷을 통한 검색, 클라우드, 온라인 게임, VOD, 이메일 등의 모든 데이터를 저장하고 전송하는 시설인 데이터센터다. 우리가 앉은 자리에서 실시간 검색과 영상 재생이 가능한 것은 이 데이터센터에서 그 모든 데이터를 보관하고 전송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나 왓챠플레이와 같은 VOD 스트리밍 사이트, 구글이나 애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유튜브 등 글로벌 IT기업, 통신사와 포털 사이트까지 각 기업들은 그들만의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해 원하는 정보를 가져갈 수 있도록 365일 가동된다. 당연한 얘기지만 데이터 보관과 전송에는 전력이 소모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높은 열을 식히기 위한 강력한 냉방장비도 필요하다. 데이터센터가 전기 먹는 하마라고 불리는 이유다. 

전력 생산 과정에서는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올해 세계 데이터센터 에너지 사용량을 1조9730억kWh로 추산했다. 우리나라 1년 전기 사용량의 4배와 맞먹는 양이다. 데이터센터에서 영상데이터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80%에 달한다. 앞으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가 더욱 확장될 것이라고 예고돼 있는 가운데 10년 후에는 동영상 스트리밍에만 전세계 전력의 최대 4.1%가 소비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환경적인 눈으로 바라본 치맥의 모습

영화와 함께 먹기로 한 치맥은 어떨까. 환경적인 면에서 접근한다면 세 가지 입장을 살펴봐야 한다. 치킨의 입장, 맥주의 입장, 배달의 입장이다. 

먼저 치킨의 재료가 되는 닭이 공장식 축산시스템을 통해서 키워진다는 사실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다. 공장식 축산시스템은 고기를 더 싸고 더 많이 먹기 위해서 동물권이나 동물복지를 뒤로 한 채 ‘육류의 대량생산’을 위해서 구축된 시스템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동물학대와 함께 온실가스를 뿜어내는 주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축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15%다. 자동차가 배출하는 13.5%보다도 많은 양이다. 

가축 중에서도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동물은 소로 65%를 차지하고 있다. 소의 방귀나 트림 등으로 발생하는 메탄가스, 사료 생산에 들어가는 물·땅·비료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가축을 키우거나 사료를 재배할 땅을 위해 나무가 베어지면서 발생하는 사막화, 분뇨 폐기물로 인한 토지 및 수질오염 등 축산업이 가진 문제는 복잡하고도 다양하다. 광우병,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 등 집단사육으로 인한 질병과 바이러스도 끊이지 않는다. 

그나마 닭은 몸집이 작아서 소보다 적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닭고기의 소비량이 증가하면 수요에 따른 공급을 맞추기 위해 개체수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사육 과정에서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역시 늘어난다는 얘기다. 

치킨과 궁합이라는 맥주는 어떨까. 맥주를 만들기 위해 재배되는 홉과 곡식, 수확·가공 및 양조, 맥주를 담기 위해 생산하는 유리병과 라벨, 포장, 수입 및 판매, 이후 폐기까지 전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병의 무게, 맥주에 사용되는 원료의 양과 종류, 수입 여부 등에 따라 탄소발자국 수치는 미세하게 달라진다.

치킨을 비롯해 최근 늘어난 배달주문 음식을 싣고 달리는 오토바이 역시 대기오염물질 배출 문제로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일반 자동차보다 몸집도 배기량도 작은 오토바이가 자동차보다 5~10배 많은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한다는 것이 골자다. 지난해 1월 국립환경과학원은 오토바이가 배출하는 일산화탄소가 전체 도로이용 오염원의 34%를 차지한다는 발표를 내놓기도 했다. 

어느 입장을 들여다봐도 치맥이 환경오염 문제에서 자유롭지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보고 듣고 먹고 마시는 일에 대한 책임

미드 좀 보면서 치킨 한 마리를 먹으려 한 것 뿐인데 치킨에 맥주의 입장까지 들어봐야 한다니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정말 가혹한 것은 현실이다. 가볍게 생각하고 편해서 했던 행동들이 지금의 기후위기라는 상황을 만들었다. 

그렇다면 넷플릭스도 치맥도 끊어야 할까. 그런 말은 아니다. 다만 내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 아닐까. 그저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 입이 심심해서, 습관적으로 보고 먹고 마시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 습관이 지구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지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그리고 선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는 사이, 배달을 시키는 사이,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고기를 먹고 있는 사이 환경이 파괴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습관적으로 틀어놓은 유튜브를 끄고 배달을 한 번 덜 시켜먹는 행동을 말이다. 스트리밍 동영상을 재생할 때 고화질인 4K 대신 데이터 낭비를 30% 줄일 수 있는 HD를 선택할 수도 있다. 

식습관을 점검해 일부분이라도 바꿔나가면 물을 절약하고 환경오염을 줄이고 숲 손실을 감소시킨다는 얘기에 귀기울여 생활에 하나씩 반영해볼 수도 있다. 그렇게 지금 하는 행동에 대한 책임에 대해서 한 번쯤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는 것이다.

key@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