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이용률 증가에 유통사 사업 재편 
배달 서비스 다양화에 돌입한 유통가
늘어난 폐기물 문제에 친환경 택배 포장 주목

2020년은 코로나19라는 전에 없던 위기 앞에서 우리 사회 시스템 전반이 변화한 해입니다. 전세계적으로 확진자와 사망자가 속출하고 여행길이 막히고 사회적 교류가 끊어지는 등 경제, 사회, 교육, 문화 각 분야가 타격을 입었습니다. 실물 경제의 위기 이면에서는 온라인 비즈니스가 급성장하며 변화가 앞당겨지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사업 재편을 통해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위기에 적응하고 대응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생활 방식도 바뀌었습니다. 우리 생활과 밀접한 제조·유통업계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과거 흥했던 분야가 쇠하고 전혀 새로운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에 2020년 한 해 유통가를 정리하며 진행 중인 변화를 가늠하고 내년을 준비해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총 5회 연재를 통해 올 한해 제조·유통 시장을 되돌아봤습니다. 4회는 택배·배달 증가로 시작된 물류전쟁입니다. [편집자주] 

[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올해 코로나19의 여파로 비대면 소비가 급증하면서 배달과 택배 서비스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이러한 경향은 거리두기 강화 단계가 올라감에 따라 더 두드러지는 경향을 보였다. 

국내 주요 유통사들은 물류 인프라를 강화하고 배송 서비스를 차별화하는 각자만의 전략으로 늘어난 배송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 해를 보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종식 전까지 이러한 언택트 소비 양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 배송 이용률 증가에 따른 유통사 사업 재편 

이커머스 업계는 올해 코로나 사태로 오프라인 고객 수요가 온라인 시장으로 넘어오면서 가장 크게 점프했다. (쿠팡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이커머스 업계는 올해 코로나 사태로 오프라인 고객 수요가 온라인 시장으로 넘어오면서 가장 크게 점프했다. (쿠팡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올해 유통업계에서는 대면 채널 위주의 오프라인 기업이 온라인 사업을 확대하는 등 사업 재편에 속도를 붙이는 모습이 잇따랐다. 기존의 이커머스, 온라인 기업들은 밀려드는 수요에 행복한 비명을 질렀던 한 해였다. 

롯데쇼핑은 올해 기존의 오프라인 영업방식에서 빚는 적자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온라인 사업과 배송 서비스 경쟁력 구축에 나섰다. 지난 4월 말 7개 계열사의 온라인몰을 하나로 통합한 이커머스 플랫폼 ‘롯데온’을 출범시킨 것. 롯데닷컴의 명칭을 롯데온으로 바꾸고 백화점, 마트, 슈퍼, 롭스의 온라인몰을 통합하는 것은 물론, 홈쇼핑, 하이마트의 온라인몰을 입점시켰다. 

소비자는 롯데온을 통해 7개 사업부문별 판매 상품을 검색해 한눈에 정보를 비교하고 결제까지 할 수 있게 됐다. 다만 배송은 각 부문별 협의가 필요해 각각 이뤄졌다. 다른 이커머스가 내세우고 있는 새벽배송이나 총알배송과 같은 일괄적인 콘셉트는 갖고 있지 않다는 얘기다. 대신 마트와 백화점을 중심으로 한 ‘바로배송’, 슈퍼의 ‘새벽배송’, 그룹 내 7000여개 매장을 활용한 ‘스마트픽’ 등 배송 서비스를 고객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롯데온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회심작이라고도 불렸다. 2018년 e커머스 사업부 신설 이후 3조원을 투자해 만든 만큼 업계에서도 유통공룡이 내놓은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관심을 끌었다. 롯데쇼핑은 롯데온을 통해 오는 2023년까지 온라인 매출 20조 원을 달성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신세계 SSG닷컴은 현대글로비스와 체결한 ‘친환경 냉장 전기차 배송서비스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의 일환으로 올해 국내 최초로 콜드체인 전기배송차를 도입, 필환경 라인 구축에 나섰다. 그 동안 온도에 민감하지 않은 일반 택배 화물차 등이 전기차로 시범 운영한 경우는 있었으나 냉장·냉동 기능 탑재는 기술력의 한계로 구현되지 못했다. 

SSG닷컴은 김포에 위치한 온라인스토어 ‘네오 003’에 친환경 전기 배송차를 입고시켜 실제 배송 현장에 투입시켰다. 전기 배송차로 배송을 하면 온실가스 배출이 하루 16.7kgCO2eq까지 줄어 경유차 대비 약 56.2% 저감 효과를 볼 수 있다. 

홈쇼핑 업계에서는 1~2인 가구를 공략하는 이색 배송 서비스에 돌입했다. 새벽배송이나 로켓배송과 같은 속도전이 아닌 가구 형태에 따른 소분 배송이 특징이다.

CJ ENM 오쇼핑은 ‘나눔배송’을 시작했다. 대용량이나 다구성 제품을 최대 3개 주소지까지 나눠 보낼 수 있는 배송 서비스다. 현대홈쇼핑은 대용량 식품을 절반으로 나눠 두 번 배송해 주는 ‘반반배송’을 도입했다. 수령 일자를 지정하는 ‘지정날짜 배송’ 서비스도 곧 시작할 예정이다. 

이커머스 업계는 올해 코로나 사태로 오프라인 고객 수요가 온라인 시장으로 넘어오면서 가장 크게 점프했다.

‘로켓배송’으로 배송 속도전의 출발점을 끊은 쿠팡은 올해 배송 규모가 작은 영세 판매업자들의 배송 역량 지원에 나섰다. ‘파트너 캐리어 프로그램’을 새롭게 선보이고 매월 500건까지 한진 원클릭 택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물류센터에 대한 투자도 꾸준히 이어가 충북 음성, 전남 광주, 경북 김천, 충북 제천, 대전 등에 첨단 물류센터를 세우는 등 물류 인프라를 강화했다. 

새벽배송의 대표 주자 마켓컬리는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실내 활동이 늘어날 때마다 품절 대란을 겪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선 다음날 주문 접수가 조기마감되는가 하면 코로나19 대유행 때마다 품절 대란이 일어난 바 있다. 

올 한 해 편의점 택배 서비스도 다양화됐다. 업계 최초로 1600원 ‘반값택배’를 선보였던 GS25는 올해 9월 반값택배 이용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약 15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4개의 냉장보관함과 9개의 상온보관함으로 구성된 냉장 택배 픽업 보관함 이용 건수는 론칭 직후인 4월 한 달 대비 9월 한 달 6배 증가했다.

◇ 배달 서비스 다양화에 돌입한 유통가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배달 이용률이 높아지면서 각 백화점과 슈퍼마켓, 편의점에서는 관련 서비스 확대에 돌입했다. (CU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배달 이용률이 높아지면서 각 백화점과 슈퍼마켓, 편의점에서는 관련 서비스 확대에 돌입했다. (CU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배달 이용률이 높아지면서 각 백화점과 슈퍼마켓, 편의점에서는 관련 서비스 확대에 돌입했다. 특히 대기오염 물질이 배출되는 오토바이나 운송기기가 아닌 도보 배달을 늘리는 업체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현대백화점은 식품 전문 온라인몰 ‘현대백화점 투홈’을 통해 바로투홈 서비스를 시작했다. 백화점 내 전문 식당가나 델리 매장에서 바로 조리한 식품을 집까지 직접 배달하는 서비스다. 고객이 점포 인근 3㎞ 내 지역을 지정해 상품을 주문하면 1시간 내로 배달이 완료된다.

롯데슈퍼는 신규 배달서비스 ‘퇴근길 1시간 배송’을 시행했다. 시범운영 지역인 서울 송파구 잠실점 반경 2㎞ 내에서 고객이 필요한 물품을 즉시 배달하는 서비스다. 물류 스타트업 ‘고고엑스’와 함께 배송망을 확보했다. 

편의점 업계 최초로 배달 서비스를 도입한 CU는 올해 2분기부터 코로나19로 인한 편의점 배달 서비스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주문이 많이 발생하는 점포를 중심으로 서비스 이용 시간을 24시간 운영으로 전환했다. 이와 함께 지방 소도시 배달 제휴 확대, 배달 전용 상품 기획 등 서비스 확대에 박차를 가했다.

CU에 따르면 올해 배달 서비스 이용 건수는 전년 대비 80% 이상 신장했다. CU는 더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 지난 3월부터 네이버 간편주문 서비스를 도입하고 5월 배달대행업체 ‘생각대로’, ‘바로고’와 추가 제휴를 맺었다. 이로써 ‘부릉’을 포함한 국내 3대 배달대행업체와 모두 파트너십을 체결하게 됐다. 

CU는 10월부터 도보 배달 서비스도 도입했다. 요기요에서 주문이 접수되면 반경 1km 이내에 있는 도보 배달원을 매칭해 배달이 진행된다. 이밖에 드라이브 스루를 도입하는 등 언택트 플랫폼 다양화에 나섰다. 

GS25도 편의점 자체 인프라를 통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우리동네 착한 친환경 배달’ 플랫폼을 선보였다. 지난 8월부터 고객이 주문한 배달 상품을 일반인들이 도보로 배달해 주는 사업이다. 실버 세대, 주부, 퇴근길 직장인 등 오토바이 등 운송기기 면허가 없는 일반인도 생활 동선에 부합하는 배달 건이 있으면 참여할 수 있어 눈길을 끌었다.

◇ 늘어난 폐기물 문제에 친환경 택배 포장 주목

더반찬&은 신선식품 포장용 스티로폼 박스를 ‘친환경 종이박스’로 대체해 새벽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동원홈푸드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더반찬&은 신선식품 포장용 스티로폼 박스를 ‘친환경 종이박스’로 대체해 새벽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동원홈푸드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올해 택배, 배달 등 비대면 서비스 이용이 늘어나면서 포장재를 비롯한 각종 폐기물이 환경 문제로 떠올랐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유통업계에서는 친환경 배송 트렌드가 확산됐다. 사회적으로 중요도가 높아진 필환경 요소를 강화하자는 움직임이다.

업계에서는 고객 만족과 편의, 실용성을 넘어 환경적 가치까지 지켜나가는 것이 기업에게 중요한 과제가 됐다는 분위기다. 

SSG닷컴은 당일배송 시스템 ‘쓱배송’에 종이봉투를 사용하고 새벽배송 역시 반영구적으로 재사용할 수 있는 ‘알비백’을 선제적으로 도입했다. 종이로 발급되던 주문확인서는 지난 4월부터 모두 모바일로 바꿨다. 

현대홈쇼핑은 비닐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은 100% 종이 소재의 친환경 배송 박스 핑거박스를 도입했다. 핑거박스는 일체의 접착제 사용 없이 종입 접기 방식으로 밀봉할 수 있는 100% 종이 소재의 박스다. 앞서 현대홈쇼핑은 비닐 테이프 대신 친환경 소재 접착제를 사용한 날개박스를 업계 최초로 도입한 바 있다.

동원홈푸드가 운영하는 온라인 장보기마켓 더반찬&은 일부 수도권 지역을 대상으로 신선식품 포장용 스티로폼 박스를 ‘친환경 종이박스’로 대체해 새벽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더반찬&이 도입한 종이박스는 100% 재생지로 만들어 친환경적이면서 종이를 두 겹으로 제작해 보냉력과 완충력을 강화했다. 내부에는 특수 코팅을 적용해 습기로부터 종이박스가 파손되는 것을 최소화했다.

더반찬&은 지난해 신선식품 포장에 사용하던 아이스팩을 동원샘물 500ml 제품을 얼려서 사용하는 아이디어로 1년간 약 280만 개의 아이스팩 대체 효과를 거둔 바 있다. 이번 친환경 종이박스 도입으로는 연간 약 40만 개, 무게로 환산 시 약 62톤의 스티로폼 박스 대체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초록마을도 직영매장에서 배송에 사용하는 바구니를 친환경 제품으로 바꿨다. 친환경 배송바구니는 재활용 골판지로 만든 종이바구니로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고 조립식으로 만들었다. 향후 해당 서비스를 전 매장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key@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