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소비자, 주말에 여섯끼 먹으면서 쓰레기 얼마나 버릴까
생활 쓰레기 줄이려면 결국 포장이 문제....정말 해결 가능한가

기업이나 정부가 아닌 일반 소비자가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친환경’ 노하우는 ‘쓰레기를 덜 버리는 것’입니다. 플라스틱이든, 음식물 쓰레기든, 아니면 사용하고 남은 무엇이든...기본적으로 덜 버리는게 가장 환경적입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편집국은 지난 2~3월 ‘미션 임파서블’에 도전했습니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주말 이틀을 살아보자는 도전이었습니다. 도전에 성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틀 동안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게 말 그대로 ‘불가능한 미션’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환경을 포기할 순 없습니다. 하여, 두 번째 도전을 시작합니다. ‘제로웨이스트’입니다. 이틀 내내 쓰레기를 ‘제로’로 만들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기로 했습니다. 쓰레기를 배출하던 과거의 습관을 하나씩 바꿔보려 합니다. 평소의 습관이 모여 그 사람의 인생과 운명이 결정된다면, 작은 습관을 계속 바꾸면서 결국 인생과 운명도 바꿀 수 있을테니까요. 불편하고 귀찮은 일이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겠습니다. 열 세번째 도전입니다. 주말 이틀만 쓰레기 안 버리기. 성공할 수 있을까요? [편집자 주]

일회용품이나 플라스틱 또는 쓰레기를 배출하지 말자는 활동들을 일컫는 단어가 있다. ‘제로 웨이스트’다. 이 단어의 사전적인 의미는 ‘포장을 줄이거나 재활용이 가능한 재료를 사용해서 쓰레기를 줄이려는 세계적인 움직임’이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집에서 정말로 쓰레기를 줄일 수 있을까? 주말 이틀동안 사람은 쓰레기를 얼마나 버릴까. 위 사진은 제로웨이스트 이미지컷으로, 기자는 저렇게 할 자신까지는 없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로렌 싱어라는 사람이 있다. 뉴욕대에서 환경과학을 전공한 청년인데, 지난 2012년 ‘플라스틱 웨이스트 제로’에 도전했다. 플라스틱 생활용품을 줄이며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겠다는 다짐이었다. 4년 동안 그가 버린 쓰레기는 작은 유리병 하나에 다 들어갈 정도에 불과했다. 로렌 싱어는 구입한 옷의 가격표와 약통에 들어있던 습기제거제 정도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버리지 않았다. 로렌 싱어의 플라스틱 웨이스트 제로 도전기는 TED 강의 등을 통해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솔직히, 그럴 자신은 없다. 기자는 물론이고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이 쓰레기를 버리지 않으면서 몇 년씩 사는 건 어려울 터다. 제로웨이스트숍이 있고, 플라스틱 없이 물건을 살 수 있는 곳이 서울에 여러 곳 있다고 하지만 장 한번 보려고 차타고 멀리 가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일부러 지구를 오염시키려고 쓰레기를 마구 버리는 게 아닌 이상, 우리가 버리는 대부분의 쓰레기가 생활 속에서 ‘어쩔 수 없이’ 나오는 것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해봤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주말 이틀만 쓰레기를 버리지 않으려는 도전이다. 사실 2월에도 이 도전을 했는데 실패했다. 그때의 실패를 거울삼아 이번에는 도전 방식을 바꿔봤다. 쓰레기를 줄이려고 최대한 애쓰면서, 쓰레기가 얼마나 나오는지 세어보는 방식이다. 주말 여섯끼를 평소 먹던 방식대로 먹으면서, 쓰레기는 최대한 줄여보기로 했다.

◇ 평소대로 먹으면서 쓰레기 억제하면...몇 개나 버릴까?

지난 2월 도전에서는 27시간 만에 실패했다. 보리차 티백 우려내고 그걸 버리는 바람에 쓰레기를 만들었다. 물론, 장을 보면서 사 온 음식들이 전부 비닐 포장돼 있었으니 (버리지만 않았을 뿐) 잠재적인 쓰레기는 이미 수십개를 만든 후였다. 구매 단계서부터 버려지는 게 딸려온다는 의미다. 위생과 품질을 고려하면 깨끗한 포장은 필수인데, 깨끗한 포장이 결국 쓰레기와 연결된다는 아이러니다. 그러면, 밥을 어떻게 먹어야 할까.

기자는 지난 12월 셋째주 주말 이틀 동안 집밥 위주로 밥을 먹고 쓰레기를 얼마나 아낄 수 있는지 헤아려봤다. 토요일 아침은 늘 토스트 샌드위치다. 냉동실에서 식빵 두 쪽 꺼내 토스트기에 굽고 계란프라이와 햄, 치즈를 한쪽씩 넣은 다음 땅콩잼이나 버터, 또는 딸기잼을 한쪽식 발라 먹는다. 평소 자주 먹는 메뉴라 눈 감고도 만들 수 있다. 설거지거리도 별로 안 나와서 뚝딱 해 먹기 좋다. 네스프레소 캡슐머신을 가지고 있지만 일회용 캡슐 대신 직접 내려 먹었다.

깨진 계란껍질, 치즈포장 비닐, 토스기 청소하고 남은 빵부스러기가 쓰레기로 쌓였다. 프라이팬을 설거지하기 전에 기름을 닦아낸 키친타올도 버렸다. 10개씩 들어있는 햄과 이중포장된 치즈 껍데기, 식빵 봉지는 며칠 후에 버려질 예정이니 ‘잠재적’ 쓰레기로 볼 수 있겠다.

점심은 가지덮밥을 먹었다. 커다란 가지를 숭덩숭덩 썰어 간장 양념에 다짐육이랑 함께 볶고 얇게 썰어 얹은 두부를 곁들인 다음 그걸 밥 위에 얹어 먹었다. 지난 20일자 기사에 소개한 ‘원팬 레시피’로 설거지 거리를 줄이는 방식이다. 가지는 낱개로 사서 장바구니에 담아오느라 포장쓰레기는 안 나왔다. 하지만 꼭지 부분을 잘라 버렸다. 두부는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비닐로 진공포장돼 있었다. 반만 넣었으니 용기는 아직 안 버렸는데 이것도 2~3일내로 버려질 ‘잠재적’ 쓰레기다.

저녁에는 묵은지를 기름에 달달 볶고 앞다리살 적당히 썰어 함께 볶은 다음 두부면을 넣어봤다. 제육볶음처럼 생겼는데 두부국수 같기도 한 새로운 요리였다. 앞다리살을 담아온 플라스틱 용기와 비닐, 그리고 두부면이 담겨있던 플라스틱 용기가 쓰레기로 쌓였다. 고기를 신문지에 돌돌 말아 담아주던 어린 시절 정육점 생각났지만 그런 곳을 찾을 수는 없었다. 날씨가 아무리 추워도 깔끔한 팩에 담겨야 위생적일거라는 생각도 버리기 힘들었다. 점심과 저녁에도 팬을 키친타올로 닦았다. 물을 아끼기 위해서 쓰레기를 선택했다.

세끼 모두 ‘집밥’을 먹었고 요리도 하나씩만 했는데 계란껍데기와 가지꼭지, 빵 부스러기, 그리고 플라스틱 용기와 비닐 6~7개가 순식간에 쌓였다. 양파를 다듬거나 감자를 깠으면, 비닐포장된 애호박이나 또 다른 채소를 샀으면 쓰레기는 더 늘었을테다.

헬로네이처는 상자 하나에 상온・냉장・냉동 상품을 포장하는 ‘새벽배송Lite’ 서비스를 시작했다. (헬로네이처 제공) 2019.12.26/그린포스트코리아
물건을 어떻게 사야 쓰레기를 줄일 수 있을까? 사진은 지난 2019년, 헬로네이처가 상자 하나에 담아 ‘새벽배송Lite’ 서비스를 시작하던 당시의 모습. (헬로네이처 제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 버리지 않고 먹기...어디까지 가능할까

티백 안 버리겠다고 보리차 안 끓이고 그냥 생수를 냉장고에 넣었다. 플라스틱 물병이지만 그거야 어쩔 수 없고, 페트병에 담긴 생수를 안 마신 게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기자는 간이 안 좋아 종종 헛개차를 마시는데 약재상에 가서 헛개를 사다 끓일 게 아니라면 시판 음료를 마실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이번 주에는 안 마셨으니 넘어가자. 그리고, 약재상에 가서 헛개를 사도 비닐봉투에 담기고, 끓이고 남으면 그것도 버려야 한다.

이 날은 배달음식은 안 먹었다. 커피나 아이스크림도 배달이 가능하지만 참았다. 하지만 편의점이나 슈퍼에서 파는 ‘하드’를 먹어도, 집에서 커피를 마셔도 어떻게든 쓰레기는 나왔다. 커피 대신 차를 우려도, 티백이든 잎이든 버리는 건 나왔다. 이렇게 토요일을 보냈다.

일요일 아침은 고등어다. 부모님 댁에 갔을 때 싸주셨는데 우유팩에 담겨있다. 부모님은 1리터들이 우유팩을 늘 재사용한다. 전부 펴서 깨끗이 씻은 다음 바짝 말려 김치를 썰거나 기름진 음식을 다룰 때 도마 대용으로 쓴다. 생선 요리를 담을 때는 우유팩을 자르지 않고 그냥 씻어서 말린 다음 담는다. 뚜껑 부분을 접어 두면 그릇에 냄새도 배지 않아서 좋다. 훌륭한 재사용인데, 하지만, 그 우유팩도 결국은 버렸다. 재사용으로 쓰레기를 줄였지만 결국 일요일 아침에 나온 쓰레기인 건 사실.

점심에는 햄버거를 배달시켰다. 배달음식은 일회용 쓰레기를 많이 만든다. 기자도 알고 있다. 그래서 작은 양념그릇 많이 필요하고 기름 묻은 플라스틱 용기가 많이 나오는 족발이나 보쌈 대신 햄버거를 골랐다. 종이로 포장돼 상대적으로 쓰레기가 덜 나와서다. 콜라는 안 시켰다. 쓰레기를 줄이려고 1.5리터 들이 제로콜라를 사두고 먹는다. 빨대도 한 버리고 종이컵도 안 버렸고, 음료를 포장할 때 새지 말라고 붙이는 테이프도 필요 없었지만 커다란 PET병은 버려야했다. 감자튀김이 들어있던 종이용기도 기름이 잔뜩 묻어있어 재활용은 어려웠다. (케찹은 빼달라고 했다. 집 냉장고에는 플라스틱 튜브에 담긴 케찹이 있으니까)

쓰레기를 줄이기로 마음 먹으면서, (그리고 건강과 다이어트를 위해 겸사겸사) 과자를 끊었다. 덕분에 비닐포장을 예전보다 덜 버린다. 하지만 점심 먹으면 서너시쯤 꼭 입이 심심하다. 이날은 캡슐커피를 내렸다. 알루미늄 캡슐은 네스프레소에서 수거해가므로 봉투에 따로 모았다(어쨌든 일단은 쓰레기 맞다). 냉동실에 얼려둔 마들렌을 하나 꺼내 녹여서 같이 먹었다. 버려지는 비닐 하나 추가. 참고로, 냉동실과 냉장고에는 ‘잠재적 쓰레기’인 비닐 포장이나 플라스틱 용기가 서른개도 넘게 있었다.

◇ 배달음식 줄이면 쓰레기 사라질 줄 알았는데...

저녁은 요리하고 치우는게 귀찮아 피자를 시켜볼까 생각했다. 피자 역시 배달음식 중에서는 그나마 쓰레기가 덜 나온다고 생각해서다. 피클을 빼면 커다란 종이상자와 소스 그릇 몇 개면 충분하니까. 하지만, 이왕 쓰레기 줄이는 주말을 계획했으니 저녁에도 집밥을 먹기로 했다.

쓰레기를 줄이려면 뭐가 좋을까. 양푼에 다 넣고 한 번에 비비는 비빔밥, 그리고 최소한의 재료로 만들 수 있는 콩나물국 정도면 적당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콩나물이 없었다. 집 앞 소형 마트에서 콩나물을 샀더니 비닐포장재와 봉투를 묶은 빨간색 비닐이 딸려왔다.

맹물에 콩나물만 넣고 끓인다고 국이 되는 건 아니므로 아주 약간의 국간장과 액상조미료, 그리고 고춧가루와 다진 마늘이 필요했다. 이 모든 건 앞으로 한 두달 사이에 버려질 플라스틱 또는 유리용기, 그리고 플라스틱 지퍼백이 달린 비닐 용기에 담겨있었다. 콩나물국을 위해 버린 쓰레기는 2개, 앞으로 버려질 잠재적 쓰레기는 4개다.

비빔밥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온 쓰레기는 계란 껍데기 뿐인데, 여기도 잠재적인 쓰레기는 많았다. 식용유가 담긴 플라스틱 병에는 또 다른 소재의 플라스틱 손잡이가 있었다. 참기름병에는 단단한 마개가 있었고, 고추장은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은박 용지로 덮여있었다. 집에 있는 반찬을 이것저것 섞어 넣었을 뿐 새로 요리를 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고백하자면, 비빔밥에 놓은 반찬 중 두 개는 반찬가게에서 샀다. 물론, 플라스틱 그릇에 담겨있다. 제로웨이스트를 정말 제대로 실천하려면 그릇을 가지고 가서 반찬을 담아오면 되지만, 기자가 종종 가는 반찬가게는 이미 반찬이 다 따로 포장돼 진열돼있다.

솔직히 얘기해보자, 이 기사를 읽는 분들이 방문하는 반찬가게도 모두 그렇지 않은가? 그리고, 그래야 깨끗하고 위생적으로 보인다. 만일 한 그릇 가득 담긴 반찬을 따로 퍼서 담아주면, 그래도 괜찮을까? 결과적으로, 비빔밥을 위해 버린 건 계란껍질 뿐이지만, 재료나 양념이 담겨있는 (곧 버려질) 용기는 5개였다. 배달음식을 줄이면 쓰레기가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막상 따져보니 그렇지도 않았다.

◇ 쓰레기 줄이려면 결국 포장이 문제....해결 가능할까?

이틀 동안 여섯끼 밥을 먹고 그 중 한 끼는 배달음식이었다. 쓰레기 10종류에 20개 넘게 나왔다. 계란 껍데기 여러 조각에 치즈비닐과 빵부스러기, 뽑아 쓰는 키친타올 5장, 가지 꼭지 2개, 커다란 우유팩, 햄버거 종이와 감자튀김이 담겨있던 종이들, 그리고 캡슐커피와 마들렌 비닐포장이다.

조만간 버려질 ‘잠재적인 쓰레기’도 역시 30개가 넘었다. 햄 포장지. 낱개로 이증포장된 치즈 5장을 싸고 있는 비닐, 식빵봉지, 부침용 두부와 고기, 두부면과 반친들이 담긴 용기와 그걸 덮은 비닐 또는 플라스틱 뚜껑들, 콜라가 담긴 PET병, 그리고 조미료와 양념 용기 10여개다.

어디 그것 뿐일까. 냉동실에는 비닐에 진공 포장된 순댓국, 플라스틱 그릇에 담아 냉동해둔 청양고추, 언젠가 후식으로 먹으려고 얼려둔 홍시가 있다. 아래쪽 냉동칸에는 국내 대기업 식품계열사에서 만든 냉동만두가 있고, 냉장실에는 또 다른 식품회사에서 만든 가정간편식 우동도 있다. 수많은 식재료와 냉장·냉동 식품이 비닐에 담겨 있다. 일일에 모두 세어보려면 손가락에 발가락까지 다 동원해도 불가능하다.

배달음식에 매달린 것도 아니고, 함부로 쓰레기를 내다 버린 것도 아닌데 적잖은 일회용품과 비닐을 버린 이틀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면 좋을까. 소비자가 일상 속에서 쓰레기를 줄이려면 포장 문제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음식이나 식재료가 어딘가에 담겨 냉장 또는 냉동되는 건 먹거리의 품질과 직결되는 문제다. 이 문제를 어디서부터 해셜하면 좋을까? 올 하해, 그린포스트에서는 이 문제를 꾸준히 보도할 계획이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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