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품목 다양화, 일시적 가격 폭등 현상도
집콕족 증가에 편리미엄 본격화... HMR·밀키트 바람
건강식 관심에 유기농·동물복지·비건제품 인기

2020년은 코로나19라는 전에 없던 위기 앞에서 우리 사회 시스템 전반이 변화한 해입니다. 전세계적으로 확진자와 사망자가 속출하고 여행길이 막히고 사회적 교류가 끊어지는 등 경제, 사회, 교육, 문화 각 분야가 타격을 입었습니다. 실물 경제의 위기 이면에서는 온라인 비즈니스가 급성장하며 변화가 앞당겨지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사업 재편을 통해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위기에 적응하고 대응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생활 방식도 바뀌었습니다. 우리 생활과 밀접한 제조·유통업계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과거 흥했던 분야가 쇠하고 전혀 새로운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에 2020년 한 해 유통가를 정리하며 진행 중인 변화를 가늠하고 내년을 준비해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총 5회 연재를 통해 올 한해 제조·유통 시장을 되돌아봤습니다. 2회는 코로나19에 울고 웃은 유통품목입니다. [편집자주] 

[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올해 식음료 및 유통업체는 코로나19로 변화한 식생활과 소비 패턴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집콕족이 늘면서 라면이나 HMR을 제조하는 식품기업은 웃고 외식 및 프랜차이즈 업체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줄어든 매출로 우울한 한 해를 보냈다. 

대표적으로 농심, CJ제일제당, 동원F&B, 대상, 풀무원 등 식품업체들은 올해 국내외 간편식 식품 수요 증가로 고성장 그래프를 예고하고 있다. 반면 학교 급식이나 식당에 식재료를 납품하는 식자재 유통업체는 난항을 겪어야 했다. 

전반적으로 올해 비대면 거래 확대로 온라인 시장이 커지면서 강세를 보인 온라인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식품, 생활·가구를 중심으로 대부분의 상품군 매출이 증가했다. 반면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외출과 여행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지속되면서 패션이나 의류 판매 업체는 예년과 달리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실내 활동이 증가하면서 냉방기, 제습기 등 계절가전을 비롯한 가전·전자제품 판매량도 늘어났다. 

올해 유통업계를 가장 뜨겁게 달군 물품이 있다면 단연 마스크라고 할 수 있다. 올해 국내에서 생산한 마스크만 60억 장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곽은영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올해 유통업계를 가장 뜨겁게 달군 물품이 있다면 단연 마스크라고 할 수 있다. 올해 국내에서 생산된 마스크만 60억 장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곽은영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 마스크 품목 다양화, 일시적 가격 폭등 현상도

올해 유통업계를 가장 뜨겁게 달군 물품이 있다면 단연 마스크라고 할 수 있다. 올해 국내에서 생산된 마스크만 60억 장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15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마스크 생산 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 7일에서 13일 한 주간 생산된 마스크량만 총 1억7275만 개다. 

올해 마스크 생산량은 7월 12일 공적마스크 종료 이후 8월부터 큰 폭으로 치솟았다. 7월 1억8069만장이었던 마스크 생산은 8월 들어 2억7368만장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후 10월에 다시 1억7381만장으로 떨어지면서 현재까지 비슷한 생산량을 유지하고 있다. 비말차단용은 여름에 1억 장 넘게 생산되다 날이 추워지면서 감소세를 보였다. 보건용 마스크는 7월 말부터 9월 말까지 꾸준히 생산량이 늘었다. 

마스크 제조업체와 품목수도 상승 그래프를 유지했다. 올해 1월 137개에 불과했던 마스크 제조업체는 12월 993개까지 늘어났다. 품목 역시 수술용, 비말차단용, 보건용 모두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8배까지 늘어났다. 이는 식약처 기준으로 산업통상자원부에서 허가하는 방한대 종류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큰 폭으로 늘어난다. 

이러한 변화는 유통가 판매 라인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오프라인 유통업체에서는 위생용품 판매 증가로 편의점 매출이 늘었고, 언택트 서비스로 수혜를 입은 홈쇼핑 업계에서는 마스크 품귀 현상이 빚어진 지난 1분기 일제히 마스크 특별 편성 및 여름철 비말차단용 마스크 편성으로 때를 놓치지 않고 노를 저었다. 

마켓컬리에서는 올해 마스크가 인기 검색어 5위에 오르기도 했다. 마스크는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되던 지난 2, 3월 가장 많이 찾은 키워드로 마켓컬리 인기 검색어 10위 내에 진입한 첫 비식품 키워드다. 공적 마스크 제도가 종료된 7월 중순 이후에도 다시 한 번 많은 검색이 이뤄졌다. 온·오프라인에서 품절 현상을 빚던 에티카 마스크를 비롯해 KF94, KF80, 아동용, 일회용 등 다양한 마스크 제품에 대한 검색이 이뤄졌다.

마스크 품목이 다양화되기 전에는 일시적으로 가격 폭등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대중의 불안감 속에서 마스크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정부가 이를 잡기 위해 지난 3월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을 내놓으며 공적마스크 5부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 6월부터 폐지되고 마스크 수급 안정화에 접어든 7월부터는 공적 마스크 제도가 아예 폐지되고 시장공급 체계로 전환됐다. 

식약처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아직 마스크 수급이 원활하지 않던 올해 초 보건용 마스크 가격은 KF94기준으로 온라인에서는 평균 2701원, 오프라인에서는 4525원까지 치솟으며 품귀현상을 일으켰다. 가격은 이후 점점 떨어져 12월 2일 기준 온라인에서는 평균 749원, 오프라인에서는 1383원에 판매되고 있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올해는 코로나라는 예상치 못한 상황 속에서 마스크 수요가 전반적으로 증가했고 업계에서도 원활한 공급을 위해 노력했던 한 해였다”라며 “시장에 공급자들이 많아졌고 유한킴벌리의 경우 어린이 마스크 수요가 증가한 상황을 반영해 최근 추가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한킴벌리 마스크가 한때 온라인에서 비싼 가격에 판매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한킴벌리의 마스크 공급가는 코로나 전후 변화가 없음에도 제품을 직접 공급하지 않았던 개인사업자가 폭리를 취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오픈 프라이스에 따라 시장 판매가는 판매자가 결정하고 공급자가 판매에 임의로 개입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보니 그에 따른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코로나19로 필연적으로 마스크 사용이 증가하면서 마스크 폐기물로 인한 환경오염 염려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일회용 마스크의 경우 재활용이 되지 않고 폐기물로 처리해 태워도 유해물질이 발생하고 땅에 묻어도 잘 썩지 않는 문제를 갖고 있어 향후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롯데백화점에서 선보인 CJ프레시웨이의 프리미엄 밀키트. (롯데백화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롯데백화점에서 선보인 CJ프레시웨이의 프리미엄 밀키트. (롯데백화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집콕족 증가에 편리미엄 본격화... HMR·밀키트 바람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유통업체 매출현황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패션잡화 수요는 감소하고 생활·가정, 식품 등 필수재 수요는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 10월 기준 편의점은 가정용 주류 및 음료 판매 매출이 오르고, 백화점은 아동·스포츠 및 가정용품 매출이, 대형마트는 가전문화 품목 매출이 증가했다.

온라인 유통업체의 경우 비대면 소비경향 및 시즌 할인행사에 따라 농축수산, 간절기 계절가전·가구 등의 판매가 증가했다. 그 중에서도 식품 매출이 42.1%로 큰 폭으로 증가했고 가전·전자제품이 27.9%, 생활·가구가 18.6% 순으로 늘어났다. 반면 사회적 거리두기로 여행·문화·공연상품 매출은 감소했다. 

외출을 삼가는 분위기에 따라 집콕족이 늘어나면서 제조·유통업체도 이들을 겨냥한 제품을 내놓기에 바쁜 한 해를 보냈다. 특히 집에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가정간편식(HMR), 레스토랑 간편식(RMR), 밀키트가 인기를 끌면서 제조업체는 관련 신제품 라인을 꾸준히 선보였다. 

올해 신규 가입 회원수만 약 265만 명 늘어난 마켓컬리에서는 활용도 높은 간편식, 오프라인 맛집 상품이 주효하게 판매됐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해 마켓컬리는 가정간편식(HMR), 유기농(Organic), 치유력 있는(Medicinal), 독점(Exclusive) 제품의 앞글자를 따서 올해 소비 트렌드를 ‘H.O.M.E’으로 정리하기도 했다. 

특히 HMR 카테고리는 전년 대비 154% 늘어났다. 지난해까지 샐러드, 튀김 등 식사를 보조하는 형태의 간편식 판매량이 많았다면 올해는 볶음밥, 떡볶이, 쌀국수 등 한 끼 식사를 대체할 수 있는 제품군이 인기를 끌었다. 특히 직접 방문해야 먹을 수 있던 유명 맛집의 인기 메뉴를 담은 RMR이 큰 인기를 끌면서 앞으로의 시장성을 기대하게 했다. 광화문 미진, 게방식당, 소이연남 등 유명 맛집의 RMR이 대표적이다. 

비대면 트렌드와 더불어 온라인 선물하기 매출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품목을 살펴보면 역시 식료품 카테고리 비중이 높다.

SSG닷컴에 따르면 12월 선물하기 서비스 이용에서 식료품 카테고리 선물하기 비중이 81.6%가량 늘면서 비대면으로 달라진 트렌드를 반영했다. 그 중 신선식품이 58.9%를 차지했다. 샤인머스켓, 구이용 한우 등 과일, 육류 등 선물세트 선물하기 비중이 높았다.

이베이코리아도 지난해에 비해 식품 판매량이 20% 증가했다는 통계를 내놓았다.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 할 수 있는 가공식품 판매가 18% 늘었고 각종 생필품 판매도 17% 증가했다. 

장기화된 집콕 생활은 식자재는 물론, 가사 일을 덜어주는 생활 가전 판매로 이어졌다. 대표적으로 식기세척기가 53% 더 판매됐고 로봇청소기와 의류건조기 판매가 각각 17%, 15% 신장했다. 생활가전 렌탈도 152%로 급증했다. 재택 근무의 확산, 온라인 수업으로 외부활동이 줄면서 잘 차려 입는 옷 대신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스포츠 의류와 운동화 판매가 11% 증가했다.

이밖에 오프라인 유통업체와 외식업체들도 편리미엄 트렌드에 맞춰 간편식과 밀키트 시장에 뛰어들었다. 

대표적으로 롯데백화점은 지난 17일 캐나다 노바스코샤산 랍스터, 무항생제 한우 등 프리미엄 식재료를 활용한 CJ프레시웨이의 밀키트 신상품 3종을 롯데백화점 라이브방송 채널을 통해 공개했다. 백화점 고객 니즈를 반영하기 위해 롯데백화점이 상품 기획 단계부터 개발까지 함께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다. 

마포갈매기, 연안식당 등을 운영하는 외식기업 ‘디딤’은 자사 브랜드를 활용한 RMR 제품을 만들어 간편식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 8월 마포갈매기 RMR 출시를 시작으로 고래감자탕, 백제원 등의 간편식을 지속적으로 선보여온 데 이어 최근에는 밀키트 시장 1위 기업인 프레시지와 업무협약을 맺고 연안식당 간편식을 출시했다. 디딤은 간편식 제품을 판매하는 자사몰 집쿡마켓을 오픈하기도 했다.

정식 비건라면 인증을 획득한 풀무원 자연은 맛있다 ‘정면’. (풀무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정식 비건라면 인증을 획득한 풀무원 자연은 맛있다 ‘정면’. (풀무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건강식 관심에 유기농·동물복지·비건제품 인기

코로나19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유기농·무농약 등 관련 식품 및 제품 구매율도 높아졌다. 

마켓컬리에 따르면 올해는 같은 제품이라도 건강한 환경에서 자란 유기농 제품을 고르는 성향이 두드러졌다. 국산 과일 판매량이 전년 대비 79% 증가한 가운데 유기농 과일 판매가 146%, GAP 과일이 89% 증가하는 등 평균 이상의 상승폭을 기록했다. 채소 중에서도 무농약 채소와 유기농 채소 판매량이 각각 104%, 96% 증가했다. 잔류농약 320종에 대한 적합성 여부를 검증한 채소 및 과일 등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는 KF365 제품은 지난 4월 첫 출시 이후 매달 평균 13%씩 판매량이 늘어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와 함께 건강과 면역력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건강기능식품의 판매량도 크게 늘었다. 홍삼과 비타민 판매량이 전년 대비 각각 317%, 240% 증가하고, 면역력 강화 효능을 갖춘 유산균, 프로폴리스도 각각 318%, 184% 늘어나면서 건강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방증했다. 이러한 관심은 추석 선물 판매에도 영향을 끼쳤다. 지난 추석 선물 판매량을 살펴보면 건강기능식품이 41%로 가장 높았고 홍삼, 건강즙, 유산균 등이 1~5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이베이코리아도 올 한해 판매 품목 가운데 간단한 의료기기와 실버용품 등 건강용품이 전년대비 4배(286%) 가까이 늘었다고 밝혔다. 면역력 향상을 기대하는 건강식품 판매량도 17% 증가했다.

건강식에 대한 관심은 샐러드 시장 확장에도 영향을 끼쳤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12월 초까지 샐러드 상품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했다. 세븐일레븐도 올해 초부터 지난 10월까지 샐러드 매출액이 동기간 대비 30% 가까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집콕 생활이 길어지면서 고칼로리 음식보다 가볍고 건강한 샐러드로 한 끼를 해결하려는 수요가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올 한 해 동물복지 및 비건제품에 대한 관심 역시 더 커졌다. 특히 2030세대를 중심으로 육류나 어류, 달걀, 유제품 등 동물성 제품 섭취를 하지 않는 비거니즘이 확산되면서 올해 관련 상품이 늘었다. 비거니즘은 단순히 채식주의를 넘어 동물 화학 실험이나 동물성 제품 소비 지양까지 포함한다. 

삼양식품과 풀무원, 한국야쿠르트는 최근 비건 제품으로 한국비건인증원으로부터 비건 인증을 받았다. 삼양식품은 장수 스낵 ‘사또밥’으로, 풀무원은 라면 브랜드 ‘자연은 맛있다’의 ‘정면’으로, 한국야쿠르트는 ‘하루식단 그레인‘으로 비건 인증을 받았다. 비건 인증은 동물 원재료가 들어있지 않고 제조 과정에도 이를 이용하지 않은 제품에만 부여된다. 

외식업계에서도 비건 제품을 출시하면서 소비자 공략에 나섰다. 롯데 GRS가 운영하는 롯데리아가 식물성 단백질 버거를 출시한 데 이어 써브웨이도 식물성 고기로 만든 샌드위치 얼터밋 썹을 내놓았다. 

마켓컬리는 동물복지 제품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높다는 통계를 내놓기도 했다. 국내 최초로 착유일자를 기록한 우유이자 마켓컬리의 첫 PB상품인 ‘컬리스 동물복지 우유’가 2월 출시 이후 평균 재구매율 29%를 기록하며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것. 이는 마켓컬리 내에서도 가장 높은 재구매율로 10명 중 4명의 고객이 동물복지 우유를 다시 구매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건강상의 이유를 넘어 동물복지, 환경보호 등 윤리적 소비를 앞세운 가치소비가 중요해지면서 코로나 시대에 유기농을 비롯한 비건 시장이 더욱 커질 것이라 점치고 있다. 

key@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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