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켐생명과학이 미국 방사선학회(RRS)에서 ‘EC-18’의 급성방사선증후군의 생존률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코로나19로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기술수출은 총 16건으로 10조 5000억원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해 기술수출 14건, 8조 5022억원보다 약 12% 성장한 수치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민선 기자] 코로나19로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기술수출은 총 16건으로 10조 5000억원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해 기술수출 14건, 8조 5022억원보다 약 12% 성장한 수치다.

특히, 올해는 한미약품(1조 273억 원), 유한양행(5000억 원), JW홀딩스(440억 원)을 제외하면 원천기술(플랫폼기술)을 보유한 바이오벤처 기업들의 기술수출 성과가 두드러졌다. 특히, 알테오젠이 4조 6770억원, 레고켐바이오가 1조5000억원으로 대형 제약사도 달성하기 어려운 기술수출 1조원을 바이오벤처가 달성했다는 점에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약 기술 개발이 성공하기까지는 10~15년 이상의 시간은 물론 1조 원이 넘는 비용이 투입된다”며 “평소 매출발생이 거의 없던 바이오벤처들이 수익을 내면서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긍정적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레고켐바이오, ADC 항암제 후보물질로 올해만 4건의 기술수출 달성

레고켐바이오는 올해 4건의 항체·약물복합체(ADC) 항암후보물질에 대해 대규모 기술수출 계약으로 올 한해 약 1조 4801억원 규모의 기술이전을 성사시켰다. 

지난 2일 레고켐 바이오사이언스는 미국 보스턴 소재 바이오기업인 픽시스 온콜로지(Pyxis Oncology)와 ADC항암제 후보물질인 ‘LCB67’의 개발 및 전세계 판권(한국 제외)에 대한 글로벌 기술이전계약을 체결했다. 픽시스는 진행성 고형암을 대상으로 LCB67을 개발할 예정이다. 이번 계약으로 레고켐바이오는 선급금 약 105억원 이외에도 단계별 마일스톤 3150억 등 총 3255억원을 지급받는다. 완제품 개발 시 별도의 로열티(경상기술료)도 받게 된다. 

앞서 10월에는 중국 바이오기업인 ‘시스톤 파마수티컬스(CStone Pharmaceuticals)’와 ADC항암제 후보물질 ‘LCB71(ABL202 Anti-ROR1 ADC)’의 개발 및 전세계 판권(한국 제외)에 대한 글로벌 기술이전계약을 체결했다. 레고켐바이오가 수령하게 되는 계약금은 선급금 약 113억원과 마일스톤 3986억원 등 총 4099억원에 달한다. 시스톤은 폐암 등의 고형암과 만성 및 급성림프구백혈병 등의 혈액암을 대상으로 LCB71을 개발할 방침이다. 

지난 4월과 5월 영국 제약사 익수다 테라퓨틱스(Iksuda Therapeutics Limited)와 차례로 ADC원천기술 'Conjuall' 일부 이전계약과 혈액암 치료제 후보물질 ‘LCB73'을 기술수출계약을 성사시켰다. 이에 따라 익수다는 레고켐바이오의 ADC 링커·톡신 플랫폼을 활용, 3개 타깃에 대한 ADC항암치료제의 글로벌 개발 및 상업화에 대한 독점권을 갖게 됐다. ADC원천기술 이전의 경우, 선급금과 개발·허가·사업화 등 마일스톤을 포함해 4963억원을, 선급금 약 61억원을 포함해 총 2784억원을 수령하게 된다. 

◇ 알테오젠, 플랫폼 기술로 국내 바이오벤처 최대규모 계약 성사

알테오젠은 국내 바이오벤처의 기술수출로는 최대 규모에 달하는 4조677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에 성공했다. 한미약품이 2015년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에 당뇨병 치료제 후보물질을 5조1845억원에 기술이전한 이후 최대 규모다.

알테오젠은 지난 10월 글로벌 톱10 제약사 한 곳과 피하주사 제형(SC) 기술인 ‘인간 히알루로니다제(ALT-B4)’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 비밀조항에 따라 계약 당사자는 밝히지 않았다. 

이번 기술수출 계약금은 194억원(약 1600만달러)이다. 후보물질의 임상 개발, 허가 및 판매 등 개발 단계에 따라 4조6770억원의 기술료를 받게 된다. ALT-B4 기술이전 계약은 이번이 두 번째로 지난해 11월 또 다른 글로벌 제약사와 1조60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 이번 기술수출 계약금은 194억원(약 1600만달러)이다. 후보물질의 임상 개발, 허가 및 판매 등 개발 단계에 따라 4조6770억원의 기술료를 받게 된다.

특히 막대한 비용이 드는 신약 개발과는 달리 약물전달(플랫폼) 기술이 국내 바이오벤처의 성공모델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단일 후보물질은 한 번 기술이전하면 끝이지만, 약물전달 플랫폼 기술은 지속적인 기술이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 한미약품, 반환 기술 적응증 바꿔 재수출 ‘쾌거’

한미약품은 얀센으로부터 돌려받았던 신약 파이프라인의 적응증을 바꿔 1년만에 MSD에 다시 이전하면서 업계 주목을 받았다. 신약개발 영역에서 빈번히 발생할 수 있는 실패 사례를 ‘혁신을 창출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MSD는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랩스GLP/Glucagon 수용체 듀얼 아고니스트’의 개발, 제조 및 상업화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확보한다. 한미약품은 MSD로부터 확정된 계약금 1000만 달러를 받고, 단계별 임상개발 및 허가, 상업화 성공시 최대 8억6000만 달러를 수령하게 된다. 상업화 이후에는 두 자릿수 비율의 판매 로열티도 받는다.

이 신약물질은 2015년 얀센에 기술수출했다가 지난해 7월 반환된 바 있다. 얀센은 이 약물을 당뇨를 동반한 비만환자 치료제로 개발할 목적이었지만, MSD는 비알코올성지방간염 치료제로 개발할 계획이다. MSD는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랩스GLP/Glucagon 수용체 듀얼 아고니스트’의 개발, 제조 및 상업화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확보하게 된다. 

한편, 유한양행은 미국 바이오벤처 프로세사파마수티컬즈에 위장관질환 치료후보물질의 글로벌 판권을 이전한 것 외에도 지난해 얀센에 기술이전한 폐암신약 레이저티닙의 개발 진척으로 대규모 기술료(마일스톤)가 유입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수출은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바이오 벤처가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평가”라면서 “대형 제약사는 기술 수출을 통해 성장 동력을 마련하고, 동시에 기술력 있는 국내 바이오벤처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선순환 구조가 마련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minseonlee@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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