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여야 산다 #공장식 축산 ③] '인간, 지구의 주인 아니다'...식탁혁명 꿈꾸는 사람들
[줄여야 산다 #공장식 축산 ③] '인간, 지구의 주인 아니다'...식탁혁명 꿈꾸는 사람들
  • 이한 기자
  • 승인 2020.12.16 08:5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물과의 거리두기 필요...밀집사육 환경 줄여야”
“고기가 식탁에 오르는 전체적인 과정 고민 필요”
“기후변화 줄여라” 채식권 보장 학교 늘어나는 추세

역사 이래로 인류는 늘 무언가를 더하기 위해 살아왔습니다. 과거보다 더 많은 자본, 나아진 기술, 늘어나는 사업영역에 이르기까지, 미지의 분야를 개척하고 예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며 문명을 발전시켰습니다. 그 결과, 인류는 발전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지구의 건강이 위협받기 시작했습니다. 인류가 무언가를 많이 사용하고 또 많이 버릴수록 지구에 꼭 필요한 자원과 요소들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열대우림이 줄어들거나 빙하가 녹고 그 과정에서 생태계의 한 축을 이루던 동물과 식물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에 주목해야 합니다. 적게 사용하고 덜 버려야 합니다. 에너지나 자원을 덜 쓰고 폐기물이나 쓰레기를 적게 버리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환경적인’ 일입니다. 인류는 무엇을 줄여야 할까요. 줄여야 산다 아홉 번째 시리즈는 메탄과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동물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공장식 축산’입니다. [편집자 주]

인간이 동물을 사육하고 먹는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 인간 역시 동물의 한 종으로 보는 시선이 있다. 혹자들은 ‘동물 인간’과 ‘비인간 동물’이라는 서로 평등한 느낌의 단어로 둘을 구분하기도 한다. 공장식 축산이 가지고 있는 문제도 이들은 이런 시선으로 바라본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인간이 동물을 사육하고 먹는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 인간 역시 동물의 한 종으로 보는 시선이 있다. 혹자들은 ‘동물 인간’과 ‘비인간 동물’이라는 서로 평등한 느낌의 단어로 둘을 구분하기도 한다. 공장식 축산이 가지고 있는 문제도 이들은 이런 시선으로 바라본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고기를 멀리하고 채식 식단에 익숙해지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채식에도 여러 단계가 있고, 그들이 육식을 멀리하는 이유는 모두 제각각이겠지만 채식주의자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식탁에서 고기를 없애거나 멀리한다. 최근에는 지자체나 학교 등에서도 채식 급식을 일부 추진하는 등 식탁에서의 변화가 조금씩 일어나고 있다.

이런 활동이 모두 ‘공장식 축산을 줄이자’는 명제와 연결된다고 단정할 순 없다. 육식 줄이기(또는 끊기)에 나선 사람들의 이유는 매우 다양해서다. 하지만 육식을 줄이자고 주장하는 사람 중 상당수가 공장식 축산의 문제도 함께 지적한다. 채식을 시도하는 사람들은 보통 4가지 동기 중 하나를 가진다. 다이어트나 건강 유지 같은 실용적인 동기, 동물 등 다른 종에 대한 차별 문제에 집중하는 윤리적인 동기, 종교적인 이유, 그리고 마지막 하나가 축산업이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환경적인 동기다.

요즘은 어떤 이유로 채식하는 사람들이 많을까. 이원복 한국채식연합 대표는 지난 7월 본지 인터뷰에서 “중장년층은 건강이나 질병 등 실용적인 동기로 채식에 관심 가지는 사람이 많고 10~20대는 윤리적인 동기가 많다”라고 말했다. 그는 “반려동물과 같이 살면서 동물과의 교감이나 소통 경험이 있으면 동물권에 관심 가지는 경우가 많고, 요즘은 윤리적인 소비나 환경적인 행동 측면에서도 채식을 향한 관심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 “동물과의 거리두기 필요...밀집사육 환경도 줄여야”

축산업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은 앞선 기사에서 많이 다뤘다. 여기서는 다른 관점을 함께 소개한다.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어떻게 볼 것이냐는 질문이다. 인간이 동물을 사육하고 먹는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 인간 역시 동물의 한 종으로 보는 시선이 있다. 혹자들은 ‘동물 인간’과 ‘비인간 동물’이라는 서로 평등한 느낌의 단어로 둘을 구분하기도 한다. 공장식 축산이 가지고 있는 문제도 이들은 이런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들의 목소리를 다시 들어보자. 지난 8월, 작가집단 이동시(이야기와 동물과 시) 소속 작가와 활동가들이 박쥐와 천산갑 등을 비롯한 여러 동물의 입을 빌려 ‘절멸선언’이라는 시국선언을 했다.‘코로나19 시대에 동물들이 인간에게 보내는 메시지’ 컨셉트의, 동물의 입을 빌린 선언이다. 이들은 이를 통해 ‘지금과 같은 생활 습관을 바꾸지 않는다면 인간 역시 절멸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희진 이동시 소속 작가는 퍼포먼스 이후 본지와 따로 인터뷰를 가졌다. 당시 현 작가는 자신들에 대해 “동물을 타자화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가진 사람들”이라고 소개한다. 작가는 인터뷰에서 인수공통감염병에 대한 견해를 말하면서 “동물은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서식지에서 유유하고 우아하게 살아갔을 뿐인데 그걸 무너뜨린 존재는 인간”이라고 지적했다.

현 작가는 “인수공통감염병 예방을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동물과 거리두기”라고 조언했다. 그는 거리두기에 대해 “동물과의 접점을 줄이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동물의 서식지인 삼림과 해양의 무분별한 발전을 줄이고 밀집사육 환경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동물의 서식지를 파괴하거나 마치 공장과 같은 환경에 몰아넣고 사육하는 환경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참고로 현희진 작가 역시 비건이며 이동시 멤버 중 여럿이 채식을 실천 중이다.

최근에는 학교 등에서도 채식 급식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추세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최근에는 학교 등에서도 채식 급식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추세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고기가 식탁에 오르는 전체적인 과정 고민해야”

앞서 언급한 이원복 한국채식연합 대표도 인터뷰에서 비슷한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이 대표는 “인간 역시 동물의 한 종”이라고 전제하면서 “동물 인간이 비인간 동물을 착취하고 살육하고 식용하는 걸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고기를 먹더라도 조금씩은 줄이고, 그 고기가 어떤 과정을 거쳐 식탁에 올라오는지는 한번 정도 고민해보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이런 주장이 단순히 윤리적인 이유 때문만은 아니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인간의 욕심과 자본이 동물을 공장으로 내몰았고 그 결과가 사회적인 비용이 되어 다시 인간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효율성을 따지는 것은 이해하지만, 한편으로는 요즘 유행하는 바이러스들이 왜 자꾸 변종되고 변이되어 인간에게 왔느냐를 생각해보면 이런 생각은 더욱 깊어진다”고 덧붙였다. 그저 ‘착한 행동을 함께하자’는 권유가 아니라 공장식 축산으로 인한 리스크가 사회적인 비용이나 위험으로 인류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고다.

채식 비율을 늘리자는 움직임은 개인 뿐만 아니라 사회 여러 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물론 이런 행보들이 무조건 공장식 축산을 줄이자는 문제의식과 연결되어 있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최근 채식 선택지를 늘리는 기관이나 지자체가 늘었고 이들 중에는 ‘기후변화 대응’ 등의 키워드를 앞세우는 경우도 많다.

KBS는 지난 10월 <기후변화 대응…채식급식 확대>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KBS는 당시 보도에서 이성조 국회 기후변화포럼 사무처장의 발언을 보도했다. 이 사무처장은 당시 “육식 섭취를 조금 줄이고 채식을 확산하는 것은, 기후위기시대에 작은 실천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당시 국회 기후변화포럼은 채식급식 현장(울산여고)에 직접 방문했다. 육식(또는 공장식축산)을 줄이는 게 건강이나 윤리 문제도 있지만, 기후변화 등 지구의 환경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시선이다.

◇ “기후변화 영향 줄여라” 채식권 보장하는 학교 늘어나는 추세

실제로 채식기본권을 보장하는 학교 급식은 최근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사례를 보자. 울산시내 246개 초·중·고교 가운데 94%인 231곳은 올해 10월부터 매달 두 번 고기 없는 급식을 제공한다. 한겨레가 지난 11월 보도한 바에 따르면, (기후변화포럼이 방문한) 울산여고는 채식을 원하는 학생은 따로 식단도 선택할 수 있다. 올해 10월 말 기준 울산 69곳 초·중·고에서 채식 선택 급식제를 하고 있다.

전북도교육청은 지난해 초·중·고교 132곳에서 ‘채식의 날’을 운영했다. 올해도 일주일에 한번 또는 한달에 두번 ‘고기 없는 식단’을 운영한다. 채식의 날 시범학교는 지난 2011년 20곳으로 출발해 2017년에는 유치원을 포함해 105곳까지 늘었다. 2018년부터는 학교장이 자율적으로 채식의 날 운영 여부를 결정한다.

인천시교육청은 내년부터 초·중·고교 2곳씩 모두 6개 선도학교를 골라 채식 선택 급식을 시범 운영할 예정이다. 2024년까지 인천지역 급식 학교(527곳)중 약 5분의 1수준인 100곳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앞서 올해 8월부터는 영양교사와 외부전문가 등으로 구성한 급식정책추진단을 만들어 채식급식 운영 가이드라인도 마련하고 있다.

바로 어제인 지난 15일에는 경남 창원시가 “이달부터 시 산하 10개소 구내식당에서 월 2회 채식 식단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경남신문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채식 식단을 지난 2013년부터 월 1회 운영해왔다. 시는 내년 2월부터 관공서와 공공기관, 기업에게 동참을 요청하고 학교는 내년 8월부터 동참하도록 요청할 계획이다.

창원시는 지난 7월 7일 지방정부 탄소중립 실천연대에 가입한 바 있다. 이렇듯, 채식 비율을 늘리려는 노력은 대개 기후변화 대응 움직임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줄여야 산다 4편에서는 공장식 축산을 줄이기 위한 국내 기업들의 사례를 소개한다.

leehan@greenpost.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