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적 경영으로 ‘자본비율·외연 확장’ 동시 시현…올해 연간 순익 2조5천억 전망

2020년 국내 은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악화된 업황 속에서도 자리를 지켜냈다. 또 다른 변수가 등장할 순 있지만 IMF와 금융위기의 학습효과를 통해 체력을 쌓은 만큼, 위기 국면에서도 당황하지 않는 견조한 체력을 입증하면서 내년도 전망도 긍정적으로 제시됐다. 은행 지주사의 내년 전망과 분석을 맞춰 내년도 스케치를 그려봤다.[편집자 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하나금융지주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하나금융지주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은경 기자] 하나금융지주가 효율적 경영으로 자산건전성과 외연 확장을 동시에 일구면서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자본비율을 개선하고 비은행 부문을 업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데다 은행주 내에선 대장주 자리도 굳혔다.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면서 내년에도 순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2조4084억원의 당기순이익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으며 올 3분기 7601억원, 누적 2조1061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10.3% 성장한 수준이다.

코로나19 위기 국면에도 공격적인 성장을 이어간 비결은 효율적 경영에 있다. 현재의 경영 체제와 펀더멘털을 갖춘 데는 M&A(인수합병)를 통한 성장의 역사가 있었다.

하나은행의 전신인 한국투자금융은 1971년 설립됐으며 1991년 은행으로 전환했다. 이후 1998년 보람은행, 2002년 서울은행과 합병을 통해 성장했다. 2005년에는 하나금융지주를 설립해 금융지주사 체제를 갖췄다.

2012년에는 외환은행을 편입하고 2015년 하나-외한은행간 통합을 이루면서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했다. 현재 하나금융은 하나은행, 하나카드, 하나금융투자, 하나생명, 하나 캐피탈, 하나금융 티아이, 하나 자산신탁 등의 계열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하나금융의 비약적 성장에는 비은행 자회사가 촉매제 역할을 했다. 2018년부터 작년까지만 해도 그룹 내 은행 의존도는 80%~85%에 달했으나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은행 이익 비중이 73%로 줄었다. 같은 기간 비은행 자회사 실적이 하나금융투자 36%, 하나카드 130%, 하나캐피탈 65% 증가한 덕분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비은행 실적 개선세가 지속될 것으로 평가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하나금융에 대해 "경상적 분기 이익으로 2021년 증익이 전망된다"면서 "각종 충당금 반영에도 분기 7000억원 수준의 경상적인 이익은 지속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감익을 우려했으나, 연간 이익은 2조5천억원을 상회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올해 연간 순이익 전망치 2조5천억원, 내년에는 1.2% 성장할 것

전문가들은 일제히 하나금융의 올해와 내년 실적이 증가할 것으로 진단했다.

대신증권은 하나금융의 올해 연간 순이익 전망치로 전년 대비 소폭 늘어난 2조4900억원을 제시했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21년과 2022년 순이익 전망치를 기존 대비 각각 1.2%, 5.8% 상향 조정했다. 자본비용도 기존 17.9%에서 15%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우수한 자산건전성에 배당 관련 불확실성도 줄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배순이익도 전년대비 6% 증가한 2조6천억원을 달성하고, 2022년에는 15% 증가한 3조원을 시현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식시장에선 은행주 내 대장주 역할도 유력하다. 11일 오전 하나금융주가는 36,100원으로 KB금융지주의 47,100원에 이은 상위를 이어가고 있다. 내년도 목표주가는 19% 증가한 5만원이 제시됐다.

업계에서 내년 전망에 러브콜을 보내는 건 효율적 경영 성과 때문이다. 하나금융은 지난 5년간 위험 조정 수익성 위주 경영으로 그룹 자산건전성을 큰 폭으로 개선했다. 특히, 조건부자본비중(T1)이 5대 금융지주 중 가장 높고,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도 고정이하여신비율과 대손율의 안정적 흐름을 보이고 있다.

또 올해 중간 DPS(주당배당금)도 500원으로 전년과 같은 수준을 유지한 데다, 업계에서 유일하게 자본비율을 높이는 바젤Ⅲ 최종안을 내년 1분기로 늦췄음에도 안정적 자본비율을 이어가고 있다.

백두산 연구원은 "업계에서 유일하게 자본비율을 높이는 바젤Ⅲ 신용리스크 개편안 적용을 내년 1분기로 늦춘 것도 실적과 자본비율, 주주 가치 제고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내년 1분기 바젤Ⅲ최종안을 도입하면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은행권 내 최고 수준으로 상승하게 된다. 증권가에선 이를 통해 M&A 여력도 갖춘 것으로 판단했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바젤Ⅲ최종안 도입시 은행내 최고 수준의 CET1 비율 확보하게 되며, 비은행 확장을 위한 M&A 여력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쟁사 대비 비은행 사업다각화 수준 낮고 해외선 중국의존도 높아

반면 타 은행지주사 대비 비은행 부문 중 보험 부문 시장지위가 낮아 사업 다각화 성과가 상대적으로 열등하다는 단점도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의하면 현재 하나금융 계열회사의 업권내 순위는 △은행 3위 △생명보험 18위 △손해보험 14위 △증권 8위 △카드 7위 △캐피탈 4위를 기록하고 있다.

경쟁사의 경우 사업다각화 수준이 가장 우수한 신한금융지주는 △은행 2위 △생명보험 4위 △증궈 6위 △카드 1위 △캐피탈 3위 △저축은행 11위 △부동산신탁 8위다. KB금융지주는 △은행 1위 △생명보험 8위 △손해보험 4위 △증권 4위 △캐피탈 2위 △저축은행 15위 △ 부동산신탁 8위다.

때문에 한국신용평가에서는 증권가와 달리 하나금융이 M&A를 시도할 여력은 크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 2018년과 하나금융투자와 하나캐피탈에 각각 1조1976억원, 3184억원을 지원했고 작년 하나캐피탈에 2000억원을 재투입한 만큼 여력이 넉넉지 않다는 의견이다.

김정훈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과 위지원 실장은 "(하나금융이) 당분간 대형 비은행사 인수보다는 중소형사 인수 및 기존 자회사의 효율성 개선에 중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까지 손해보험사가 없다가 올해 상반기 더케이손해보험 인수를 통해 손보사를 보유하게 되면서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개선되고 있다. 지난 2015년 9월 외환은행 인수 이후 이중레버리지비율이 크게 상승했고 하나금융투자, 하나캐피탈 등 비은행 자회사에 대한 투자 등을 통해 자회사 효율성도 개선하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부문 지역별 다각화 수준도 상대적으로 저조하다. 상반기 기준 하나은행의 해외 종속법인 규모는 17조5천억원으로 하나은행 연결 총자산의 4.6%를 차지하고 있다. 전신인 한국외환은행 시절부터 폭넓은 해외 영업망으로 중국, 인도네시아, 브라질, 멕시코 등 12개의 해외법인을 보유중이나 지역별 자산 비중은 중국법인(중국유한공사) 52%, 인도네시아 법인 22%로 지역 다각화 수준이 경쟁은행 대비 낮다.

또 해외법인 중 중국법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중국법인의 실적 등락에 따라 영향을 크게 받는다. 실제 지난해 중국법인이 중국 금융당국으로부터 건전성 규제를 받으면서 작년 해외 자회사 총자산순이익률(ROA) 저하 폭이 시중은행 중 가장 컸다.

지역 다각화 수준은 비교적 저조하지만 해외 법인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만큼 활성화 전망은 밝다. 중국법인은 올해 3분기 누적 868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전년 대비 181% 증가한 실적을 달성했고, 같은 기간 인도네시아 법인 순이익도 누적 413억원으로 전년 대비 26% 증가했다.

더불어 작년 하반기 베트남 국영상업은행(Joint stock commercial Bank for Investment &Development of Vietnam) 지분율 15%를 확보해 베트남 지역 영업 활성화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은행권 순위경쟁 치열할 것 "하나금융, 상위권 포지셔닝 구축 완료"

하나금융은 올해 코로나19로 악화된 업황 속에서 최대 실적을 경신한 여세를 내년에도 이어갈 전망이다. 은행주 내에선 이미 신한금융지주를 밀고 대장주를 굳혔고 비은행 이익 기여도 또한 30%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리면서 상위권 포지셔닝 구축을 완료했다.

조보람 NH투자증권 연구원이 지난해와 3분기 은행별 펀더멘털 성적표 비교 결과 하나금융지주가 지난해 50점 육박, 올해 3분기 45점 가량으로 가장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 연구원은 "펀더멘털 성적표 비교 분석 결과, 펀더멘털 성적 상위권 은행들 간 순위 경쟁이 치열해져 균형 잡힌 수익구조를 보유한 은행들 위주로 상위권 포지셔닝이 구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은경완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3분기 실적리뷰에서 "이익 안정성, 자본 적정성, 주주환원 정책 등 어떤 투자포인트에도 뒤쳐지는 부분이 없다"면서 "특히 높은 자본력의 경우 향후 비은행, 글로벌 등 새로운 경영 전략 수립 및 실행에 운신의 폭을 넓혀주는 동시에 밸류에이션 확장을 가능케 하는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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