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시대 집콕족 늘면서 모디슈머 트렌드 재확산
모디슈머 공식... 아는 맛에 아는 맛 더하면 새로운 맛
모디슈머 겨냥한 하프앤하프 마케팅

오뚜기와 신세계쇼핑이 합작해 출시한 ‘반반한 라면’. (오뚜기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오뚜기와 신세계TV쇼핑이 합작해 출시한 ‘반반한 라면’. (오뚜기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올해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모디슈머 트렌드가 재확산됐다. 모디슈머가 유통 판로를 바꾸면서 소비자가 유행을 만들면 기업이 따라오는 모습도 연출됐다. 

모디슈머(Modisumer)는 수정하다는 뜻의 ‘Modify’에 소비자 ‘Consumer’를 결합한 말로 제조업체가 제시하는 방식이 아닌 자신만의 아이디어로 제품을 새롭게 활용하는 소비자를 뜻한다. 1인 가구, 혼밥·혼술, 가잼비, SNS 인증샷은 모두 모디슈머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키워드다. 

모디슈머 레시피는 영화, 예능을 비롯해 유튜브, SNS 채널을 중심으로 공유되거나 확산되고 있다. 제조업체들은 모디슈머를 겨냥한 마케팅을 펼치거나 모디슈머의 독창적인 레시피를 살린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일 좀 할 줄 아는 기업’의 이미지로 트렌드에 편승하고 있다. 

코로나 시대에 탄생한 대표적인 모디슈머 제품은 달고나 커피다.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 시점과 맞물려 SNS에서는 설탕, 커피가루, 뜨거운 물을 같은 비율로 맞춰 400번 저어야 만들 수 있는 ‘달코나 커피’ 레시피가 한창 공유됐다. 

이에 서울우유는 지난 5월 달고나 특유의 탄 맛과 달콤 쌉싸름한 풍미를 구현한 신제품 ‘달고나우유’를 출시했다. 커피빈, 탐앤탐스, 카페베네 등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에서도 이를 차용한 달고나 라떼를 만들어 판매했다. 외신에서는 한국의 달고나 라떼를 ‘코로나19가 낳은 현상’, ‘한국의 최신 트렌드’로 소개하기도 했다. 

집콕이 장기화되면서 요리는 사람들에게 코로나 블루를 극복할 ‘놀이’가 되었다. 단순 노동으로 시간을 보내며 우울감을 극복하자는 차원에서 달고나 커피와 비슷한 레시피는 계속 공유됐다. 1000번 이상 저어서 만드는 수플레 계란말이, 1000번 이상 주물러 만드는 아이스크림 등이다. 관련해 이 시기에 우유와 계란 판매량이 큰 폭으로 증가하기도 했다. 마켓컬리에 따르면 지난 2~3월 달걀 판매량이 전년 대비 133% 증가했다.

◇ 모디슈머 공식...아는 맛에 아는 맛 더하면 새로운 맛

모디슈머의 원조격으로 떠오르는 레시피는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합친 ‘짜파구리’다. 2009년 농심이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한 네티즌이 레시피를 올리면서 인기를 얻은 이후 영화 기생충에 채끝살을 곁들여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등장하면서 다시 한번 주목 받았다. 해외 네티즌들이 SNS에 소고기를 곁들인 짜파구리 인증사진을 올리는 등 짜파구리의 인기는 전세계적으로 확장됐다. 시판 제품을 식탁에 올리지 않는 국내 호텔에서도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을 축하하며 한우를 올린 짜파구리 메뉴를 출시하는 등 짜파구리의 독보적인 인기는 계속됐다. 

짜파구리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너구리 제품 안에 들어가는 다시마 소비도 늘어났다. 농심의 너구리 제품에는 크기 3x5.5cm, 두께 1mm의 다시마가 들어간다. 농심은 이를 위해 매년 전남 완도산 다시마를 400톤가량 구매했다. 올해는 지난해 말 확보한 다시마를 모두 소진하면서 6월에 전남 완도군 금일도에서 열린 다시마 경매현장에 참여해 추가 물량 확보에 나서기도 했다. 그야말로 모디슈머가 쏘아올린 짜파구리가 나비효과를 일으킨 셈이다. 

농심은 짜파게티를 중심으로 한 색다른 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아예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합쳐 라면을 하나만 끓여도 되게끔 ‘짜파구리’ 제품을 용기면 형태로 내놓는가 하면, 지난해에는 짜파게티 출시 35주년을 기념해 가수 화사가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선보인  레시피를 그대로 가져와 ‘트러플 짜파게티’를 한정 출시하기도 했다. 

소비자가 개발한 레시피에서 출발한 ‘앵그리 짜파구리’도 있다. 매콤한 해물짜장소스에 고추를 볶은 야채조미유로 매콤함을 살리고 너구리의 상징 다시마를 잘게 썰어 첨가한 제품으로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짜파구리의 인기에 오뚜기도 지난 3월 비슷한 레시피로 자사 제품인 ‘진짜장’과 ‘진짬뽕’을 합쳐 매콤한 맛의 짜장라면 ‘진진짜라’를 선보였다. 6월에는 용기면을 출시하면서 라인업을 강화했다. 

오뚜기의 크림진짬뽕도 모디슈머 레시피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제품화된 것이다. 오뚜기 스테디셀러 진짬뽕에 꾸덕한 크림을 넣어 만든 제품으로 SNS에서 일명 ‘크뽕’ 레시피로 불렸다. 짬뽕의 맵고 칼칼한 소스에 우유 치즈를 넣어 부드럽고 고소한 크림 맛을 낸 면요리다. 

이밖에 오뚜기와 신세계TV쇼핑이 합작해 출시한 ‘반반한 라면’도 모디슈머 레시피를 적극 활용한 제품이다. 김치반, 치즈반 두 가지 맛의 라면이 섞여 있는 이 제품은 두 가지를 한 번에 섞는 방법, 스파게티면과 치즈맛을 섞는 방법, 오라면과 김치맛을 섞는 방법 등 다양한 조합으로 새로운 맛의 라면을 제안한다.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도 모디슈머가 사랑하는 제품이다. 삼양식품은 불닭과 미트 스파게티를 조합한 모디슈머 레시피로 만든 ‘미트 스파게티 불닭볶음면’과 함께 ‘김치불닭볶음면’, ‘크림까르보불닭볶음면’ 등으로 불닭볶음면 마니아층을 공략했다. 

◇ 모디슈머 겨냥한 하프앤하프 마케팅

모디슈머들의 성지로 불리는 편의점에서도 제조업체들과 협업해 모디슈머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하이트진로음료는 편의점 얼음컵에 음료를 섞어 마시는 모디슈머 문화에 주목해 편의점에서 믹서 브랜드 ‘진로 토닉워터’나 ‘진로 토닉 깔라만시’를 구매하면 얼음컵을 증정하는 프로모션을 펼쳤다. 얼음컵 증정과 함께 소주와 토닉워터를 합친 ‘소토닉’ 및 ‘토닉에이드’ 레시피를 안내하며 활용법을 제공했다. 

GS25는 지난 2월 자체 상품으로 오뚜기 참깨라면과 누룽지를 섞은 ‘참깨누룽지탕면’을 출시했다. 모디슈머 레시피를 보완하고 발전시켜 완제품화한 제품으로 출시 5일만에 GS25 용기면 10위권에 들었다. 

제조업체에서는 처음부터 모디슈머를 겨냥해 제품을 디자인해 내놓고 있다. 모디슈머가 좋아하는 하프앤하프 마케팅이 대세다. 

롯데제과는 치토스 후라이드&양념치킨 맛을 선보였다. 그냥 먹으면 후라이드 치킨 맛이지만 별첨된 ‘체인징 스프’를 뿌려 먹으면 양념치킨 맛으로 변한다. 기호에 따라 스프를 뿌려 먹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오리온은 포카칩 2믹스를 한정판으로 출시했다. 한 봉지에 담은 조화로운 두 가지 맛이 콘셉트다. 빨간색 양념의 김치볶음밥 맛과 흰색 양념의 계란후라이 맛으로 매콤함과 고소함의 조합을 완성했다. 지난 9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SSG푸드마켓에서 장을 본 사진과 함께 해당 제품의 맛이 궁금하다는 글을 SNS에 게시하며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길어지고 있는 가운데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모디슈머의 활약과 이에 따른 업계 트렌드 변화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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