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로 울고 웃는 유통가... 오프라인 매장 타격 커 
마켓컬리 “거리두기 2단계 후 열흘간 주문량 24% 증가”
다시 중단된 소비쿠폰... 외식쿠폰 비대면 전환 예고

외식업체부터 패션 브랜드까지 다양하게 입점해 있는 주상복합시설 ‘합정 메세나폴리스’. 퇴근 후 한창 북적일 저녁시간임에도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는 모습이다. (곽은영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외식업체부터 패션 브랜드까지 다양하게 입점해 있는 주상복합시설 ‘합정 메세나폴리스’. 퇴근 후 한창 북적일 저녁시간임에도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는 모습이다. (곽은영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서울시가 5일부터 2주간 저녁 9시 이후 ‘멈춤 기간’을 선포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높인지 열흘째이지만 확진자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 데다 수능 이후 연말 모임이 늘어나는 등 집단감염 위험성이 높아질 것으로 판단해 내린 조치다.

수도권은 지난 24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올리고 이달 1일부터 ‘2단계+a(추가 집합 금지)’로 강화 시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4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629명, 수도권에서만 463명이 신규 확진되는 등 확진자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서울시는 14시 기준 신규확진자가 462명에 달하고 있다. 

유통가는 이런 분위기 속에서 살얼음판 위를 걷는 중이다.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고 도심 곳곳에서 유동인구가 줄면서 오프라인 매장들의 타격이 크다. 12월 연말 대목을 앞두고 한창 바쁘게 움직이던 예년과 비교되는 모습이다. 

거리두기 2단계가 되면서 식당은 9시 이후부터, 커피 전문점은 전체 영업시간 동안 포장 및 배달만 가능해졌다. 8월 거리두기 2단계와 달리 소규모 동네 카페에도 적용된다. 이밖에 수도권 내 클럽, 헌팅포차 등 유흥시설 5종의 영업이 2주간 전면 중단되고, 노래연습장과 실내 스탠딩 공연장은 밤 9시 이후 운영이 불가능해졌다. 서울시는 멈춤 기간 동안 일부 영업장에서 규제가 연장된다.

외식·유통 업계는 늘어나는 확진자 수와 강화된 거리두기로 연말 특수가 사라졌다며 다소 맥이 빠진 모습이다. 직장인과 대학생들이 많이 몰리는 홍대거리와 합정역 인근의 음식점과 패션·유통가도 한산한 모습이다. 

합정 메세나폴리스 내에 입점해 있는 한 패션 브랜드 관계자는 “2단계로 거리두기가 격상되고 나서 손님이 절반 이상으로 줄어든 게 체감된다”면서 “아예 메세나몰 자체에 오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 같다”고 침체된 분위기를 전했다. 

카페들도 비슷한 반응이다. 매장 내 취식이 금지되면서 대부분의 커피 전문점이 테이블과 의자를 매장 한 켠에 치워두거나 테이프로 공간을 구분하면서 내부가 더 휑한 느낌이다.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 관계자는 “거리두기가 올라가면서 보시다시피 좌석도 모두 사라지고 썰렁한 분위기”라며 “취식 손님은 모두 사라지고 오는 시간도 출근 전인 아침 8~9시, 점심시간, 퇴근 후 잠시일 정도”라며 손님 구경하기가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식당가도 식탁과 의자를 입구 밖으로 빼놓는 등 거리두기 격상으로 바뀐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해산물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한 자영업자는 “작년만 해도 이맘때가 되면 연말모임으로 북적거렸는데 올해는 모임 예약이 한 건도 없다”면서 “얼마 전까지는 그래도 가게 앞에 줄을 설 만큼 손님이 많았는데 확진자가 늘고 영업시간이 9시까지로 줄어들면서 손님들이 더이상 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한창 붐빌 저녁시간대였음에도 식당 내에는 손님이 두 테이블밖에 없었다. 

다만 패스트푸드점은 다른 곳들과 달리 활발한 영업 분위기를 띄고 있었다. 기존 카페를 이용할 수 없게 된 카공족들이 카페로 분류되지 않아 규제에서 벗어나 있는 패스트푸드점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1일부터 패스트푸드점에서도 커피나 디저트를 앉아서 먹을 수 없도록 규제를 강화하고, 매장 내에도 ‘음료, 커피, 디저트류 단품 구매 시에는 포장만 가능하다’는 안내 멘트가 붙어 있지만 햄버거나 샌드위치 등을 주문하면 실내 취식이 가능하기에 여전히 방역 사각지대로 지적되고 있다. 

매장 관계자는 “거리두기 단계가 올라갔지만 손님이 줄어든 것 같지는 않다”면서 “음료만 시키면 앉아서 먹을 수가 없지만 메인 음식을 같이 시키면 앉아서 뭘 해도 사실 상관없다”고 말했다. 

◇ 거리두기로 울고 웃는 유통가... 마켓컬리 “2단계 후 주문량 24% 증가”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유통업계의 희비는 엇갈리는 모습이다. 

백화점 업계는 거리두기 단계가 올라가고 유동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 직격탄을 맞았다는 입장이다. 월 마감 후 한자릿수 역신장도 예상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명품형을 제외한 거의 모든 부문에서 매출이 줄어들었다”면서 “일단 사람들이 집밖으로 나오지 않으니 어쩔 수 없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백화점 매출을 보면 영업이익에서 2분기 약 80%, 3분기 약 26% 빠지는 등 올해 전체적으로 소폭 역신장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편의점 업계는 더 이상 거리두기 단계의 회차수를 나누는 건 의미없다는 입장이다. 

편의점 CU 관계자는 “이미 거리두기가 일상화되었고 당국 지침대로 준수하고 있다”면서 “9월 초반에도 확진자 급증과 함께 움츠러드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편의점이 근거리 플랫폼인 만큼 갖가지 이벤트나 할인 프로모션 등으로 소비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매출을 신장시키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커머스 업계는 거리두기 단계가 올라가면서 오히려 전체 주문 판매량이 크게 뛰었다. 재택근무가 늘어나고 모임이 줄면서 기존 오프라인에서 장을 보던 소비자도 집에서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마켓컬리는 “거리두기 2단계가 시작된 11월 24일부터 12월 3일까지 열흘간 마켓컬리 주문량이 2단계기 시작되기 직전 열흘보다 24% 증가했다”면서 “대부분의 품목은 야채, 반찬 등 식자재로 품목에서의 특이점은 없지만 평소 사던 물품을 사재기하는 등 오프라인 구매를 병행하던 분들이 온라인으로 몰린 경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 다시 중단된 소비쿠폰... 외식쿠폰 비대면 전환 예고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에 따라 방역단계가 격상되면서 소비쿠폰은 24일부로 다시 잠정 중단 상태에 들어갔다. 

이와 관련해 외식업계는 “밤 9시 이후에만 매장 영업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외식쿠폰 사용까지 막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하며 “소비쿠폰별 차별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정부는 소비쿠폰 중단 이틀 만에 경기회복이 절실한 만큼 소비쿠폰을 제한적으로라도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전달했다.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1월 26일 제21차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 회의 겸 제6차 한국판뉴딜관계장관 회의에서 “소비쿠폰 중 외식쿠폰을 비대면으로 전환하는 등 가능한 범위에서 제한적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거리두기 단계가 올라가더라도 쿠폰 사용이 가능한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당장 외식쿠폰을 재개하는 것은 아니고 협의를 통해 추후 구체적인 방안을 확정해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소비쿠폰은 지난 석 달 사이 거리두기 단계 조정과 함께 발급과 중단이 반복돼 왔다. 지난 8월 광화문 집회 관련 확진자가 늘면서 한 차례 중단됐다 10월 22일 지급 재개, 이후 거리두기 2단계 격상으로 한 달 만에 다시 중단됐다. 

시민들은 소비쿠폰에 일관성이 없어서 혼란스럽다는 입장이다. 방역과 경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게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서울 종로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모(36)씨는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혼란스러운 건 사실”이라며 “질병관리청에서는 끊임없이 모임을 자제하라고 하는데 정부에서는 계속 소비쿠폰을 발급하고 있어서 그 역시 헷갈린다”고 말했다. 

key@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