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권 보장·환경 영향...공장식 축산 향한 두 가지 지적
1년에 650억 마리...닭들은 A4보다 작은 곳에 산다
“메탄 37% 이산화질소 65%가 축산업에서 나온다”

역사 이래로 인류는 늘 무언가를 더하기 위해 살아왔습니다. 과거보다 더 많은 자본, 나아진 기술, 늘어나는 사업영역에 이르기까지, 미지의 분야를 개척하고 예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며 문명을 발전시켰습니다. 그 결과, 인류는 번영을 이뤘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지구의 건강이 위협받기 시작했습니다. 인류가 무언가를 많이 사용하고 또 많이 버릴수록 지구에 꼭 필요한 자원과 요소들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열대우림이 줄어들거나 빙하가 녹고 그 과정에서 생태계의 한 축을 이루던 동물과 식물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에 주목해야 합니다. 적게 사용하고 덜 버려야 합니다. 에너지나 자원을 덜 쓰고 폐기물이나 쓰레기를 적게 버리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환경적인’ 일입니다. 인류는 무엇을 줄여야 할까요. 줄여야 산다 아홉 번째 시리즈는 메탄과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동물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공장식 축산’입니다. [편집자 주]

축산업을 향한 날선 비판이 꾸준히 제기된다. 정확히 말하면 ‘공장식 축산’에 대한 지적이다. 문제의식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주목하는 시선, 그리고 또 하나는 축산업이 지구 환경과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는 시선이다. (픽사베이 제공)
축산업을 향한 날선 비판이 꾸준히 제기된다. 정확히 말하면 ‘공장식 축산’에 대한 지적이다. 문제의식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주목하는 시선, 그리고 또 하나는 축산업이 지구 환경과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는 시선이다. (픽사베이 제공)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축산업을 향한 날선 비판이 꾸준히 제기된다. 정확히 말하면 ‘공장식 축산’에 대한 지적이다. 문제의식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주목하는 시선, 그리고 또 하나는 축산업이 지구 환경과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는 시선이다. 이 기사에서는 두 번째 내용을 주로 다룬다.

공장식 축산을 줄이자는 주장이 여기저기서 제기된다. ‘채식을 하자’는 주장도 있고, 그 주장과는 궤가 조금 다른 목소리도 함께 들린다. 동물들이 자유롭고 행복해야 한다는 지적, 메탄 발생의 원인이 되고 삼림을 훼손하는 등 환경적인 영향이 큰 공장식 축산을 조금씩 줄여 기후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자는 지적들이다.

부산 녹색당은 지난 9월 10일 기자회견문을 통해 “메탄과 이산화탄소 발생률이 높은 공장식 축산을 통한 육식을 제한하고, 공공기관과 학교에 채식권을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같은 날 서울 중랑녹색당은 별도 회견문을 통해 축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지적했다. 당시 이들은 아래와 같이 밝혔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간과하고 생태를 파괴하며 성장을 도모하는 세태와, 밀집 환경에서 가축을 길러 도살하는 산업환경 속에서 코로나 사태가 도래했다. 코로나 이전에도 구제역, 조류독감 등 공장식 축산과 야생의 파괴에서 유발된 많은 전염병이 있었다.”

지난 11월 9일에는 ‘비건세상을 위한 시민모임’과 ‘한국채식연합’이 기자회견을 열고 “동물들이 현재의 공장식 축산에서 벗어나, 행복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에서만 제기하는 문제가 아니다. 유명 역사학자이자 작가인 유발 하라리는 <가디언>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공장식 축산이 인류 역사상 가장 끔찍한 범죄 중의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들은 어떤 배경에서 나왔을까.

◇ 1년에 650억 마리...닭들은 A4용지보다 작은 곳에 산다

좀 더 구체적인 주장을 들어보자. 미국 작가 조너선 사프란 포어는 축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책 <우리가 날씨다>에서 “저녁 식사를 제외하고는 동물성 식품을 먹지 말자”고 주장했다. 그는 3년 동안 공장식 축산에 대해 조사하고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라는 책도 썼다. 무슨 까닭일까.

포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인간이 모든 야생 포유동물의 83퍼센트와 식물의 절반을 없애버렸다. 인간은 우리가 키우는 동물에게 먹일 음식을 마련하려고 곡물을 재배할 수 있는 땅의 59%를 이용한다. 인간이 쓰는 담수의 3분의 1이 인류가 키우는 동물에게 간다. 가정에서는 13만분의 1만을 사용할 뿐이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항생제의 70퍼센트가 가축에게 사용되며 지구상 모든 포유동물의 60%가 식용으로 키워진다.

가장 중요한 문제가 있다. 포어는 “2018년 미국에서 식용 동물의 99퍼센트는 공장식 농장에서 키워진다”고 했다. 한국채식연합도 “국내 가축농장의 95%가 공장식 축산”이라고 지적했다. 포어의 책에 따르면 세계에는 어느 한 시점 기준으로 230억 마리의 닭이 있다. 그런데 인류는 해마다 650억마리의 닭을 먹는다. 이 닭들은 모두 어디서 살고 있을까?

닭들은 배터리케이지에 산다. 일정한 크기의 철장이 일렬로 배열되어 있고, 가로, 세로 약 50cm내외 공간에 암탉 6-8마리가 한꺼번에 사육된다. 동물자유연대는 블로그를 통해 “배터리케이지 사육이 국내 산란계의 97%를 차지하며 국내 자유방사 동물복지 농가에서 살아가는 암탉들은 고작 0.3%”라고 밝혔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케이지에서 암탉 한 마리에게 주어지는 공간은 0.05제곱센티미터 정도다. 쉽게 말해 A4 용지 2/3 크기다. 그 사이 닭들은 ‘1인 1닭’ 또는 ‘치느님’이라는 단어로 소비된다.

닭을 먹는 것 자체가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다. 생각해 볼 지점은, 공장식 축산을 통해 길러지는 닭의 삶이 철저히 인간의 편의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부분이다. 좁은 공간에 많은 닭을 몰아넣은 다음 닭의 움직임을 제한하고 사료 섭취량도 줄인다. ‘생산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취지다. 좁은 공간에 갇힌 닭은 주어진 수명대로 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서울환경연합은 블로그를 통해 “육계는 병아리를 한 달도 안돼 몸집을 불려 도살하고 산란계는 A4용지 반 정도 사이즈 케이지에서 평생 알만 낳다 뼈질환, 스트레스 등에 시달린다”라고 밝혔다.

케이지에서 암탉 한 마리에게 주어지는 공간은 0.05제곱센티미터 정도다. 쉽게 말해 A4 용지 2/3 크기다. 그 사이 닭들은 ‘1인 1닭’ 또는 ‘치느님’이라는 단어로 소비된다. 물론, 닭을 먹는 것 자체가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따져봐야 할 문제가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케이지에서 암탉 한 마리에게 주어지는 공간은 0.05제곱센티미터 정도다. 쉽게 말해 A4 용지 2/3 크기다. 그 사이 닭들은 ‘1인 1닭’ 또는 ‘치느님’이라는 단어로 소비된다. 물론, 닭을 먹는 것 자체가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따져봐야 할 문제가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메탄 37% 이산화질소 65%가 축산업에서 나온다”

공장식 축산이 동물권 측면에서만 비판을 받는 건 아니다. 온실가스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요즘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 탄소저감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런데 지구 대기 중에 두 번째와 세 번째로 가장 많이 퍼진 온실가스가 메탄과 이산화질소다. 메탄가스는 가축들의 트림이나 배설물 등에서 나오고 이산화질소는 가축의 배설물이나 곡물 재배에 이용되는 비료에서 나온다. 메탄 배출의 37퍼센트, 이산화질소 배출의 65%가 축산업에서 나온다.

이는 기후변화에도 영향을 미친다. 포어는 “1960년 공장식 축산이 시작되고 1999년까지 메탄 농도는 지난 2000년 중 어느 시기의 40년과 비교해도 여섯 배 더 빨리 증가했다”고 밝혔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은 블로그에서 “메탄가스와 산화질소는 이산화탄소보다 각각 23배, 300배 더 강력하게 온실가스에 영향을 미친다”라고 밝혔다.

유엔 농업식량기구(FAO) 보고서 ‘축산업의 긴 그림자’에 따르면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 중 15%가 축산업에서 발생하며, 축산업은 전 세계 모든 교통수단이 발생시킨 온실가스보다 배출량이 더 많다. 유엔기후변화협약에서는 지구상의 소가 하나의 나라라고 치면 이 나라가 중국과 미국에 이어 온실가스 배출 3위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위한 센터가 발표한 ‘탄소 발자국 자료표’에 따르면 음식 1인분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소고기 3Kg 치즈가 1.11Kg, 돼지고기가 0.78Kg이었다. 쌀은 0.07Kg이고 당근과 감자는 각각 0.03~0.01Kg이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도 이 내용을 책에 인용했다.

가축을 기르고 사료를 재배하기 위해 나무를 잘라내는 것도 문제다. 아마존 벌목의 7~80%가 목초와 방목에 필요한 땅을 얻기 위해서라는 주장도 있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들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해결해야 할까. 다음 주 연재 2편에서는 공장식 축산이 지구에 미치는 구체적인 영향과 그것을 위한 해법을 알아본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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