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년생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한국에게도 전해진 ‘미래를 위한 금요일’
자녀를 사랑한다면? “기후변화 적극 대처해야”
Z세대 깨운 툰베리...기후위기, 미래 아닌 현재

국내 유명 포털사이트 뉴스란에 ‘환경’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기사가 1,170만건 이상 쏟아집니다. 인기 K-POP그룹 BTS와 방탄소년단 단어로 총 66만건, ‘대통령’ 키워드로 929만건의 기사가 검색(10월 12일 기준)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환경 문제에 대한 세상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환경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일회용품이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고 입을 모읍니다. 정부와 기업은 여러 대책을 내놓고, 환경운동가들은 ‘효과가 미흡하다’며 더 많은 대책을 요구합니다. 무엇을 덜 쓰고 무엇을 덜 버리자는 얘기도 여기저기 참 많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생활 습관과 패턴은 정말 환경적으로 바뀌었을까요?

‘그린포스트’에서는 매주 1회씩 마케팅 키워드와 경제 유행어 중심으로 환경 문제를 들여다봅니다. 소비 시장을 흔들고 SNS를 강타하는 최신 트렌드 이면의 친환경 또는 반환경 이슈를 발굴하고 재점검합니다. 소비 시장에서의 유행이 환경적으로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짚어보는 컬럼입니다. 스물 일곱번째는 최근 수년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환경 키워드 중 하나인 인물, 바로 그레타 툰베리입니다. [편집자 주]

그레타 툰베리가 내세운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 메시지는 세계 여러 나라로 퍼졌다. 툰베리는 총선 이후에도 매주 금요일 학교에서 수업을 듣는 대신 시위에 나섰다. 1인시위는 글로벌 기후운동 ‘미래를 위한 금요일’로 이어졌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레타 툰베리가 내세운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 메시지는 세계 여러 나라로 퍼졌다. 툰베리는 총선 이후에도 매주 금요일 학교에서 수업을 듣는 대신 시위에 나섰다. 1인시위는 글로벌 기후운동 ‘미래를 위한 금요일’로 이어졌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위기’ 시대라는 경고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탄소배출을 줄이지 않아 지구 기온이 자꾸 상승하면 사상 초유의 위기가 닥친다는 경고다. 이 경고 안에서 우리는 뭘 할 수 있을까. 개인이 바꿀 수 있는 게 있을까?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미래 세대의 눈이 당신을 향해 있다”면서 “우리를 실망시키면 용서하지 않겠다”라고 경고했다. 그런데, 그레타 툰베리는 어떻게 ‘트렌드 키워드’가 됐을까?

올해 1월,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자신에게 장난전화를 건 인물과 10여 분 동안 통화하며 “당신의 관점과 열정에 경의를 표한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와 조선일보 등의 보도에 따르면, 트뤼도 총리는 전화를 걸어 온 사람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판하자 “다른 나라 국민이 선택한 지도자와 일하는 것이 나의 본분”이라고 말하면서 “그(트럼프)에 대해 많은 사람이 격정적으로 느낀다는 것을 안다”라고 성의껏 답했다.

바쁜 총리가 왜 그렇게 오랜 시간을 들여 성의껏 답했을까? 당시는 캐나다 시민 55명과 영주권자 30명 등이 탑승한 우크라이나 항공 여객기가 추락사고를 겪은 직후여서 세계 각국 지도자 등이 캐나다 총리에게 연락하던 때였다. 그런데, 장난 전화를 건 인물은 자신이 크레타 툰베리라고 속였다. 툰베리라는 이름이 가진 세계적인 영향력의 증거다.

◇ 한국에게도 전해진 ‘미래를 위한 금요일’

그레타 툰베리는 스웨덴 환경운동가다. 툰베리가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 건 2018년부터다. 우리 나이로 그가 열여섯 살 되던 해다. 그레타 툰베리는 빠른 03년생으로 현재 고등학생 나이다. 이 청년은 어떻게 자신의 이름을 대면 캐나다 총리와도 전화가 연결되는 세계적인 유명인이 되었을까?

툰베리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태어났다. 우리 나이로 아홉 살 되던 2011년 기후변화에 대해 처음 들었다. 당시 이 소녀는 ‘이렇게 심각한 문제인데 사람들이 왜 아무일도 하지 않는지’ 궁금해했다. 기후변화에 대한 걱정에 몰두해 건강에 영향이 생길 정도였다. 2018년 여름, 스웨덴에서 200여 년 만에 가장 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큰 규모의 산불이 발생하면서 툰베리는 평범한 학생이 아닌 환경운동가로 나섰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 학교를 스스로 결석하고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후변화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파리협약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촉구하라는 주장이었다.

이 주장의 파장은 컸다. 당돌한 학생의 개인적인 행동으로 멈추지 않았다. 툰베리가 내세운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school strike for climate)’ 메시지는 세계 여러 나라로 퍼졌다. 툰베리는 총선 이후에도 매주 금요일 학교에서 수업을 듣는 대신 시위에 나섰다. 1인시위는 글로벌 기후운동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로 이어졌다.

전 세계 청년들이 잇따라 나섰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3월 중고생 300여명으로 구성된 ‘315 청소년 기후행동’이 세종문화회관앞에 모여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수내초등학교 6학년 학생은 현지 취재에 나선 본지 기자에게 “미세먼지 때문에 체육시간이 줄었다”면서 “어른이 되면 방독면을 써야 하느냐?”라고 물었다. 민족사관고등학교 재학생들은 “주변에 산이 많아 여름에도 시원했는데 기후변화 때문에 산도 무더위를 막지 못하게 됐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시위에서는 13살 학생이 자유발언을 통해 “기업들의 눈치를 보느라 정책 마련에 소극적이어선 안 된다”며 따끔한 일침도 날렸다. 스웨덴에서 쏘아 올린 청년들의 외침이 세종문화회관까지 전해지는 동안, 그레타 툰베리는 노벨 평화상 후보에 2년 연속 이름을 올렸다.

◇ 자녀를 사랑한다면? “기후변화 적극 대처해야”

툰베리의 행보를 돌아보자. 그는 지난 2019년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UN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회의에 참석하려고 태양광 요트를 타고 대서양을 건넜다. 탄소배출이 많은 항공기를 이용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당시 회의에서 툰베리는 전 세계 정상들에게 “지도자들이 온실가스 감축 등 각종 환경 공약을 내세우면서도 실질적 행동은 하지 않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생태계가 무너지고 멸종 위기 앞에 있는데도 돈과 경제성장 이야기만 한다”며 직설화법도 날렸다. 그러면서 “미래 세대의 눈이 당신들을 향해 있으며 우리를 실망시킨다면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툰베리는 24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연설에서 ”당신들은 자녀를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기후변화에 적극 대처하지 않으면서 자녀들의 미래를 훔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툰베리는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공개적으로 지지를 받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치열한 설전도 벌였다. 2019년 12월에는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인물에 최연소 선정됐고, <네이처>가 선정한 올해의 인물 10인에도 선정됐다.

툰베리는 올해도 바빴다. 1월에는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연설했고 3월에는 유럽연합의회 환경위원회에서 연설했다. 3월에는 코로나19로 기후변화 파업을 온라인으로 전환했으며 8월에는 학교로 복귀해 여전히 온라인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지난 10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는 기후변화 이슈 등을 언급하면서 조 바이든 후보를 지지한다는 견해를 밝혀 화제가 됐다.

환경이 오랜 이슈지만, 기후변화 키워드를 가지고 세계적으로 이렇게 큰 영향력을 미친 유명인은 찾아보기 힘들다. 한겨레가 과학 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 매체는 툰베리의 활동을 두고 “세계가 마침내 기후변화에 눈을 뜨게 된 해”라고 덧붙였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툰베리를 향해 “지구의 가장 위대한 변호인”이라고 평가했다. 11월 30일 현재, 그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는 사람은 약 1,060만명이다.

315 청소년 기후행동이 15일 서울서 집회를 열었다.(주현웅 기자)2019.3.15/그린포스트코리아
기후위기에 대응하라는 청소년의 목소리는 한국에서도 울렸다. 사진은 지난해 3월 중고생 300여명으로 구성된 ‘315 청소년 기후행동’이 세종문화회관앞에 모인 모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 Z세대 깨운 청년 환경운동가

환경이라는 키워드와 마주하는 많은 사람들이 문제의식만 대략적으로 인식할 뿐, 실제 행동에 나서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경제 사회 전반과 매우 광범위하게 얽혀있는 문제여서 개인의 실천만으로는 변화가 어렵다고 여기거나, 지금이 아니라 미래의 일, 또는 내 일이 아니라 남의 일이라고 여겨서다. 하지만 그레타 툰베리는 바로 그 지점에서 남들과 달랐다.

툰베리는 지난 10월 국내 언론사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청소년들이 그저 이기적이고 자기만 생각한다고 여기지만, 청소년들은 공동의 문제의식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을 뿐”이라면서 “우리가 하는 일은 칭찬을 받기 위해서나 셀카를 찍게 하도록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실질적인 변화를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리고 한국 청소년들에게 할 말이 뭐냐는 질문에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함께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여기 있다. 툰베리는 Z세대를 깨웠다. 그리고 그들이 세상을 깨우고 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윤모씨는 “미세먼지나 전염병 문제를 가지고 어느 나라 책임인지만 따지는 모습을 보면 답답하다”면서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를 논의하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윤씨는 “원인을 분석해야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어서 그런거라면 이해가 되는데, 어떻게 해결할거고 그걸 위해서 뭘 하겠다는 건지는 확실하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경 위기인데 경제성장 얘기만 한다던 툰베리의 지적이 오히려 와닿는다”고 덧붙였다.

◇ 기후위기, 먼 미래 아닌 지금 현재

물론 청년들의 환경 관련 인식이 온전히 툰베리 한 사람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는 없다. 윤리적인 소비와 환경에 대한 관심은 2년 전에 갑자기 생긴 가치가 아니라 오랫동안 세계 곳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온 문제여서다. 다만, 학교 대신 기후변화 관련 1인시위를 선택한 툰베리의 실천이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미친 건 사실이다. 특히, 환경이 먼 미래의 이슈가 아니라 자신들이 직접 살아갈 세상의 문제가 된 젊은 세대들에게는 특히 그렇다.

그레타 툰베리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고 있다는 한 대학생은 “올해 태어나서 처음으로 투표를 했는데 환경 관련 공약을 찾아봤더니 내용이 별로 없었다”면서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온갖 구호들이 무의미해보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Z세대 소비자들은 환경이 먼 훗날 얘기가 아니고 지금의 문제라고 인식한다. 한국SDGs 청년플랫폼 김지후 사무국장은 “지금 삶의 한 순간이 미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지금은 생활 습관이나 어떤 활동을 할 때도 환경이라는 키워드를 빼놓을 수 없는 필환경의 시대”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인식하기 때문에 우리 세대가 더욱 앞장서 직접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국가환경교육센터는 지난해 11월 조사전문기관 ㈜리서치뱅크에 의뢰해 전국 고등학생 600명을 대상으로 환경문제 및 환경교육에 대한 인식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모든 초·중·고등학교에서 1주일에 1시간씩 ‘환경’ 과목을 필수화하는 정책에 대해 응답자의 60.0%가 ‘매우 찬성’ 또는 ‘꽤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33.8%는 그레타 툰베리를 알고 있었고, 한 학교에서 기후변화 수업결석시위에 참석하는 학생에게 불이익을 주겠다고 경고한 것에 대해 서는 65.5%가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Z세대가 세상을 깨우고 있다. 특정인이 혼자서 해낸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레타 툰베리라는 이름을 통해 2020년 환경운동의 오늘을 볼 수는 있다. 환경은 더 이상 사회운동가나 환경단체만의 몫이 아니다. 오늘을 사는 인류 모두의 문제다. 어쩌면, 학교 수업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는 그런 문제 말이다.

그레타 툰베리의 인스타그램 계정은 팔로워가 1,059만명이다. (인스타그램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그레타 툰베리의 인스타그램 계정은 팔로워가 1,059만명이다. (인스타그램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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