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경영권 둘러싼 남매의 난, 항공산업 인수합병까지 번져
조현아·KCGI, 법원에 산은 유상증자건 가처분신청 내달 1일 결과
법원 판결에 대한항공·아시아나 인수합병, 항공산업 운명 갈려

 
아시아나는 9월 중순부터 몇몇 일본 노선에 투입되는 비행기를 지금보다 작은 기종으로 바꾸기로 했다. (아시아나 페이스북 캡처) 2019.7.30/그린포스트코리아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 주도권을 둘러싼 신경전이 치열하다.(본사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은경 기자] 산업은행과 한진칼이 붕괴 직전인 항공 산업 생존을 위해 사모펀드 KCGI를 상대로 주도권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KCGI가 법원에 신청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항공산업 붕괴가 현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25일 한진칼은 입장문을 통해 “KCGI 거짓에 현혹돼 가처분이 인용되면,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무산된다”고 호소했다.

앞서 KCGI는 지난 18일 법원에 ‘한진칼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 소송을 냈다.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산업은행과 한진칼의 아시나아항공 인수합병에 브레이크가 걸린다.

이번 소송은 산업은행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M&A) 과정에서 한진칼에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하면서 시작됐다. 지난 16일 산업은행은 한진칼에 두 항공사의 인수합병을 위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5000억원을, 교환사채 발행을 통해 3000억원을 각각 지원하기로 발표한 바 있다. 

◇경영권 분쟁 둘러싼 ‘남매의 난’이 항공 산업 인수합병 문제로 ‘불똥’

산업은행이 한진칼에 대한 유상증자가 문제가 된 건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 때문이다. 현재 조원태 한진칼 회장과 제3자 주주연합(KCGI·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반도건설)은 한진그룹 경영권을 두고 분쟁을 벌이고 있다. 

양측이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중에 산업은행이 한진칼에 지원을 단행하면 제3자 주주연합이 경영권 분쟁서 불리해진다는 판단이다.

KCGI는 산업은행과 조 회장에 대해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제3자 신주 배정은 한진칼 주주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이번 증자는 조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수단”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산업은행이 명백히 조원태 회장과 기존 경영진에 대한 우호지분이 되기 위한 증자로 ‘산업은행의 조원태 일병 구하기’”라고 꼬집었다.

산업은행이 한진칼에 제3자 배정 방식 유상증자를 단행할 경우 약 10%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이를 통해 조원태 회장의 백기사 노릇을 하지 않겠냐는 추측이다.

따라서 KCGI는 한진칼에 제3자 배정 방식이 아닌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요구했다. 산업은행이 제3자 배정 유장증자를 통해 지분을 소유하게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한진그룹은 신속한 유상증자를 위해 이를 거절했다. 주주배정 방식은 제3자만 동의해도 발행되는 제3자 배정방식과 달리 주주를 설득해야 하는 만큼 시일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KCGI는 “산은과 조 회장이 진심으로 항공업 재편을 희망한다면, 의결권 없는 우선주 발행, 자산 매각,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이 가능하다”며 “가능한 대안들을 여러 핑계로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반면 산업은행과 조 회장 측은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직접 참여하게 되면 한진칼이 지주회사 행위 규제상의 지분요건(20%)을 맞출 수 없게 되고, 사실상 지주회사 체제가 붕괴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들어 산은의 방식이 합리적이라고 반박했다. 

◇한진칼, “KCGI는 투기세력…산은, 견제위해 의결권 있는 주식 필요해”

또 두 항공사에 대한 통합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항공산업이 공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진칼은 “산업은행과 한진칼의 계약에는 한진칼의 유상증자 성공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의 제1선행조건으로 되어 있다”면서 “가처분이 인용되면 한진칼 유상증자가 막혀 인수합병이 무산되면서 아시아나항공이 연말까지 긴급히 필요한 6000억원의 자금 조달도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에 따라 신용등급 하락 및 각종 채무의 연쇄적 기한이익 상실, 자본잠식으로 인한 관리종목 지정, 면허 취소로 이어질 경우 대규모 실업사태까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KCGI는 산업은행의 보통주 보유 이유를 외면하는 투기세력으로, 산업은행은 국내항공산업 재편을 통한 ‘생존’을 위해 한진칼에 투자하는 것이며, 산업은행은 감시와 견제를 위한 의결권이 수반된 보통주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업은행 또한 지난 23일 입장문을 내고 한진칼에 대한 유상증자는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 보호가 아닌 항공산업 구조 개편 효율적 지원을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M&A 주도권 싸움, 늦어도 내달 1일 ‘결판’…법원 결정에 운명 갈려

양측이 아시아나 항공 인수합병을 둘러싼 주도권 싸움은 KCGI가 법원에 신청한 가처분소송 결과가 발표되는 다음달 1일 안으로 결판이 난다. 

법원이 KCGI 주장대로 이번 증자를 ‘경영권 방어’ 목적이라고 판단하면 산업은행은 제3자 유상증자를 할 수 없게 되고, 아시아나 인수도 백지화 될 수 있다. 하지만 한진칼과 산업은행의 주장대로 항공산업 재편을 위한 목적이 인정되면 산업은행은 예정대로 항공업 재편을 추진할 수 있다. 

두 항공사의 인수합병이 이뤄지면 대한항공의 재무부담은 확대되나 중장기적으론 국적 항공사의 위상 확대와 수익성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박소영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금번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아시아나 항공 입장에서는 자본확충, 산업구조재편에 따른 수혜 및 지배구조의 불확실성 해소 가능성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대한항공 입장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인한 재무부담 확대 가능성은 부담 요인이나, 2.5조원의 자본확충, 중장기적으로 산업구조 재편에 따른 국적항공사로서의 위상 확대와 이에 따른 수익구조 개선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하향압력이 기존에 비해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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