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 찾는 소비자들... 생리대 성분 층별로 체크해야
식약처 허가 제품서 발암물질 검출... 안전 기준 물음표
해외서도 생리대 불안증... 전성분 찾아 읽는 습관 필요

생리대는 식약처에서 관리하는 의약외품으로 식약처의 기준에 따라 제품을 제조·수입·판매할 수 있다. 2018년 10월부터는 생리대 전성분 표시제가 의무화됐다. (곽은영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생리대는 식약처에서 관리하는 의약외품으로 식약처의 기준에 따라 제품을 제조·수입·판매할 수 있다. 2018년 10월부터는 생리대 전성분 표시제가 의무화됐다. (곽은영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지난 10월 국내에 유통 중인 생리대 666개 제품의 97.2%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그 중 25%의 제품에서 국제암연구소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 95.9% 제품에서 유럽물질관리청이 지정한 생식독성물질이 검출됐다. 유기농 표시가 된 137개 제품 중 20개에서는 1급 발암성 물질 벤젠이 검출됐다. 해외직구 제품도 예외는 없었다. 

해당 연구는 생리대에서 총휘발성유기화합물(TVOC)이 검출됐다는 발표로 사회적인 파동을 일으켰던 2017년 연구 자료를 재분석한 것이다. 당시 생리대에서 벤젠, 에틸렌, 스타이렌 등 발암물질 12종이 검출되면서 생리대 성분 논란에 불을 지폈다.

생리대 성분 문제는 이후에도 계속됐다. 지난해 12월에는 식약처에서 국내 유통 중인 생리대, 팬티라이너, 탐폰 등 여성 생리용품 126개를 대상으로 프탈레이트류와 다이옥신류 검출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73개 제품에서 프탈레이트류 성분이 검출되고, 일반생리대 78개 중 3개, 면생리대 8개 전제품에서 다이옥신류 성분이 검출됐다. 생리대 파동 이후 2018년부터 생리대 전성분 표시제가 의무화됐지만 전성분을 표시한다는 것이 곧 안전을 의미하는 건 아니라는 것을 방증한 셈이다.

생리대에 전성분이 표시되고, 생리대를 만드는 기업들이 “식약처 기준에 맞춰 제조하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생리대 발암물질 검출과 같은 뉴스들을 볼 때마다 소비자들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을 수밖에 없다. 가습기살균제처럼 안전하다고 믿고 소비하다 언제 건강과 안전을 위협받는 일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석연치 않은 마음이 드는 것이 당연하다는 얘기다. 

◇ 유기농 찾는 소비자들... 생리대 성분 층별로 체크해야

생리대의 안전성과 화학성분 함유 여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지면서 2018년 10월부터 생리대 전성분 표시가 시행되고 있다. 이제는 생리대 포장을 보면 어떤 성분이 들어갔는지 확인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생전 처음보는 용어들이 많아 어렵게만 느껴진다. 

전성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회용 생리대의 구조부터 알아야 한다. 생리대는 ‘표지-흡수층-방수층’으로 3층 구조로 만들어졌다. 각 층의 역할에 따라 들어가는 성분이 달라지므로 일단 각각의 기능에 대해 알아야 한다.

표지는 커버나 탑시트로도 불린다. 피부에 직접 닿아 착용감에 영향을 주며 생리혈을 생리대 내부로 통과시키는 역할을 한다. 흡수층은 흡수체를 통해 말 그대로 생리혈을 흡수하는 부분이다. 방수층은 백시트라고도 불리며 흡수한 생리혈이 속옷에 묻거나 외부로 흐르지 않도록 방수 역할을 한다. 이 부분에 접착제가 부착돼 속옷과 생리대가 서로 붙을 수 있게 한다.

생리대에 표기된 전성분은 이 각각의 부분에 어떠한 성분이 들어가 있는지를 나눠서 설명하고 있다. 

먼저 표지는 두 방향으로 나뉜다. 하나는 탈지면롤 또는 순면부직포로 표기된 면섬유, 또 하나는 화학섬유 부직포다. 화학섬유는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에틸렌 테페프타레이트(PET) 등의 열가소성 고분자 섬유가 얽혀 있는 복합섬유다. PE, PP, PET는 속옷과 옷, 이불솜 등 일상에서도 활용되고 있는 성분들이다.

시중 제품 가운데 ‘유기농 순면패드’라고 홍보하는 생리대의 경우 표지에 면섬유의 순면이 사용된 것이다. ‘순면감촉’이라고 광고하는 것은 순면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화학적 부직포로 감촉을 부드럽게 만든 것을 뜻한다. 중요한 것은 순면이나 유기농 등의 단어가 아니라 포장재에 표기된 전성분이다. 진짜 순면 커버를 사용했다면 면직물, 탈지면, 순면부직포, 부직포(순면) 등의 성분명이 표기돼 있다. 성분명 중에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복합섬유’ 등은 합성화학 섬유명이다. 

흡수층에 들어가는 흡수패드나 흡수체도 천연이냐 화학성분이냐에 따라 두 갈래로 나뉜다. 펄프나 면 소재를 사용한 것과 SAP(Super Absorbent Polymer)라는 고분자 알갱이, 즉 미세플라스틱을 섞어서 사용한 경우다. 

먼저 펄프(우드셀룰로오스)로 만든 면상펄프, 흡수지 등의 천연소재가 있다. 우드셀룰로오스는 나무의 세포벽을 구성하는 섬유질 성분이다. 면상펄프는 섬유질만 빼내 만든 고급 원료로 솜과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으며 폭신폭신하다. 주로 생리혈을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다만 공정과정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제조량이 적어 가격이 비싼 것이 흠이다. 

또 한 가지 성분인 합성고분자 물질인 SAP는 자체 부피의 100배에서 많게는 1000배에 달하는 수분을 흡수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물을 흡수하면 겔상태로 변하고 이후에는 압력을 가해도 물이 새지 않는 강력한 흡수율을 자랑해 생리대 및 아기 기저귀의 흡수체로 사용된다. SAP는 아크릴산아크릴산나트륨 공중합체, 폴리아크릴산나트륨가교제, 아쿠아키프 등의 화학적 성분으로 표기돼 있다. 

SAP는 식약처에서 허가를 받은 안전한 원료이지만 생리대에 미세플라스틱이 사용된다는 것에 찝찝함을 느끼며 SAP가 들어간 생리대를 구매하지 않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이 SAP로 인해 생리통과 질건조증 등의 증상이 발생하는 것 같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생리대 회사에서는 SAP에 대해 그 자체로 좋다 나쁘다를 따지기보다 양이 많은 날을 기준으로 필요에 따라 선택해 사용할 것을 권한다.

마지막으로 생리대의 가장 바깥 면에 위치한 방수층은 생리혈이 밖으로 새지 않도록 역할을 하며 규정상 폴리에틸렌 필름, 폴리프로필렌 등의 필름을 사용할 수 있다. 눈에 보이지는 않는 미세한 구멍이 있어서 물이 새는 것은 막고 공기는 통과시키는 기능성 필름이다. 이밖에 생리대에는 각 층을 붙이고 속옷에 부착할 수 있도록 접착제가 사용된다. 

국내 유통 생리대 10종 성분 비교. (그래픽 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국내 유통 생리대 10종 성분 비교. (그래픽 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본지는 시중 대형 매장에 판매되고 있는 10개 제품을 랜덤으로 선정해 성분과 함께 광고를 살펴봤다. 과거 생리대 광고가 깨끗하고 순수함을 표현했다면 이제는 ‘순면커버’, ‘100% 유기농’ 등의 홍보문구를 전면에 내세우며 안전과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강조하는 경향을 보였다.

가장 많은 광고 문구는 ‘유기농 순면커버’로 해당 제품 10개 가운데 6개 제품이 이를 표방하고 있었다. 표지 부분을 순면으로 만들었다는 의미다. 성분을 살펴보면, 6개 제품 중 해외 제품인 나트라케어와 오씨본을 제외한 국내에서 제조된 4개 제품이 표지 전체가 아닌 패드에 해당하는 부분만 순면부직포나 유기농순면을 사용하고 있었다. 표지에 포함되는 날개 부분은 합성화학섬유인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복합섬유를 사용하고 있었다. ‘커버’나 ‘패드’에 한정해 ‘유기농 순면’을 붙이고 있어서 광고 자체가 틀린 말은 아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전체 표지가 유기농이라고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유한킴벌리에서 만든 ‘화이트 시크릿홀’은 다른 제품들이 성분의 무해함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에 비해 ‘순삭흡수’라는 기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일반적으로 흡수율이 좋다고 하는 생리대일수록 화학물질이 추가돼 있는 경우가 많다. 실제 전성분을 살펴보면 표지부터 방수층까지 화학성분으로 구성돼 있는 등 복합화학성분이 대거 포함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표지부터 흡수층까지 순면인 생리대는 오드리선, 뷰코셋, 콜만패드, 나트라케어 등이었다. 나트라케어의 경우 지난 5월 접착제 성분 허위 기재와 관련해 이슈가 있었지만 표지와 흡수층은 유기농순면과 면상펄프만으로 이뤄져 있다. 

이가운데 판란드 제품인 뷰코셋과 국내 제품인 오드리선은 TCF(Totally Chlorine Free)라는 완전무염소 공법을 앞세우고 있다. 생리대에 사용되는 면과 펄프의 표백처리 과정에 염소계 성분을 아예 사용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생리대에는 면과 펄프가 필수로 들어가고 이를 하얗게 만들기 위해 염소표백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다이옥신이나 퓨란 등 독성물질이 발생할 위험이 있어 일반적으로는 염소 원소가 아닌 염소계열 성분을 이용해 다이옥신 생성을 억제하는 무염소표백 ECF(Elemental Chlorine Free) 공법이 활용돼 왔다. 다만 ECF도 열이 가해질 경우 염소가 분리돼 화학물질과 결합할 위험성이 있다. 

TCF 공법은 완전무염소표백으로 아예 산소계 표백을 사용한다. 염소계 물질을 사용하지 않으므로 위험물질이 나올 염려가 없다. 생리대 안전성을 가르는 주요 요소로 꼽히는 ‘표백과정’에서 발암물질 등 독소가 발생할 위험성을 차단한 것이다. 
 
오드리선 관계자는 “제조 공정에서 염소 관련 성분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TCF 완전무염소 공정은 환경은 물론 인체에도 안전하다”라며 “오드리선은 더블코어라는 자체 기술력으로 날개부터 커버, 흡수체까지 완전 무염소표백 제품으로 구성하고 유기농 목화솜과 유럽산림인증을 받은 펄프를 혼합해 흡수력과 착용감을 상호 보강했다”고 설명했다. 

◇ 식약처 허가 제품서 발암물질 검출... 안전 기준 물음표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생리대 중 ‘유기농’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는 제품의 상당수가 표지만 유기농, 흡수층은 합성화학물질로 이뤄져 있다. 3층 구조 가운데 피부에 닿는 부분만 유기농 순면으로 만들어 홍보하는 것이다. 

유기농 생리대는 생리대 파동 이후 급격히 늘어났다. 발암물질의 직접적인 원인이 합성 화학물질에 있다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유기농’이 붙은 제품에는 안심과 호감을 느끼는 것을 겨냥한 것이다. 

다만 순면부직포 등으로 표기되는 면섬유 역시 공정과정을 통해 완성되는 것이므로 모든 과정에 유해물질이 없었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원재료에 남아있거나 공정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독성 물질은 성분명에 표기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제조사가 그런 성분명까지 표기할 의무는 없다. 생리대는 식약처에서 관리하는 의약외품으로 제조사는 식약처의 기준에 따라 제품을 제조 관리한다. 국내에서 생리대를 제조·수입·판매하기 위해서는 식약처의 안전성, 유효성, 품질관리기준 심사를 거쳐야 한다. 식약처의 ‘의약외품 품목허가·신고·심사 규정’에 따른 검사 항목은 모양과 색소, 산알카리, 형광증백제, 포름알데하이드 포함 여부 등이다. 

문제는 식약처 기준을 통과해 출시된 제품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는 것이다. ‘식약처 허가=안전’이라는 공식이 성립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발생하는 지점이다. 식약처 기준 이외의 변수를 가져오면 위해한 영역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는 뜻이다.

2017년 논란이 됐던 ‘생리대 방출물질 검출 시험’ 결과 역시 식약처 기준의 사각지대를 건드린 것이었다. 당시 식약처는 “TVOC를 품질관리기준 항목에 포함하지 않은 이유는 생식기능에 미치는 영향이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해외에서도 관련 항목에 대한 기준은 없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반으로 갈린다. 기준치보다 낮으면 문제가 없다는 것과 독성물질 단일로는 기준치 이하이지만 복합적인 영향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생리대 착용 시 흡수경로는 피부를 통한 것인데 식약처의 유해성 평가는 대개 경구를 통한 자료에 기반하고 있다”며 “유해성분이 피부를 통해서 흡수돼 신경계까지 도달하면 호르몬 교란 가능성을 완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검증 데이터가 없어 유해성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면 화학물질 흡수 여부와 영향에 대한 연구나 역학조사를 추진해야 하는데 그러한 움직임이 없는 것이 아이러니”라고 물음표를 던진다.

◇ 해외서도 생리대 불안증... 전성분 찾아 읽는 습관 필요

생리대 유해성 문제는 해외에서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탈리아에서는 생리대에서 제초제 성분이, 중국에서는 환경호르몬을 유발하는 프탈레이트가, 미국에서는 스틸렌과 염화에틸, 염화메틸, 클로로포름 등 발암성 화학물질과 생식독성물질이 검출되는 등 전세계적으로 일회용 생리대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돼 논란이 됐다. 

미국 의회에는 성분공개를 넘어 생리대 내에 유해물질이 어느 정도 있어야 자궁암, 불임, 태아 위험 등이 있는지 기준치를 마련하자는 ‘로빈 다니엘슨 법안’이 몇 해에 걸쳐 꾸준히 제출되기도 했다. 여성제품 속 다이옥신 독성물질로 사망한 피해자 이름을 딴 법안이다. 

미국에서는 생리대가 FDA 승인 대상이 아닌 의료기기로 분류돼 제품과 기업 신고만 하면 판매가 가능하다. 국내보다 법망이 더 헐겁다는 의미다. 

실제 해외로 생리대 수출을 진행하고 있는 국내 제조사는 “국내와 해외 생리대 제조 및 판매 규정에서 해외가 더 엄격할 것 같지만 의외로 국내가 더 엄격하다”고 전했다.

해외의 경우 대부분의 국가가 체내삽입형인 탐폰은 까다롭게 관리하는 반면, 위생패드는 의약외품보다 공산품 기준을 적용한 곳이 많다. 따라서 생산과 관련한 까다로운 요건 역시 국내보다 적은 편이다. 

반면 국내에서 생리대 품목 허가나 신고를 하기 위해서는 원재료 공급처까지 신고해야 한다. 의약외품 기준 및 시험방법(KQC)에 대한 기본적인 실험은 물론, 일부 원료에 대해서는 안전성·유효성 검사까지 마쳐야 생리대로 판매가 가능하다. 유기농 인증기관 역시 해외 공인기관 중 식약처가 선정한 곳에서 매년 갱신 검사가 필요하다. 제조·품질관리기준(GMP)안을 마련해 매해 위해 평가를 실시한다.

국내에는 다양한 국산 생리대와 수입 생리대가 판매되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매달 필요한 필수품이기에 사지 않을 수도 없다. 그렇다면 성분을 기준으로 나름의 방향을 잡아보는 것이 선택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만약 안전을 위해 유기농 생리대를 찾고 있다면 표지나 일부에만 순면을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유기농 인증을 받았는지, 성분에 향료 성분은 없는지, SAP 고분자흡수체 성분이 들어가지는 않았는지 등을 체크해보는 방법이다. 이면의 전성분을 찾아 읽는 습관을 들이다 보면 어떤 성분을 선택하고 선택하지 않을지, 적어도 광고에 기대지 않고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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