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재료와 군것질 과정에서 포장재 줄이려면...

기업이나 정부가 아닌 일반 소비자가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친환경’ 노하우는 ‘쓰레기를 덜 버리는 것’입니다. 플라스틱이든, 음식물 쓰레기든, 아니면 사용하고 남은 무엇이든...기본적으로 덜 버리는게 가장 환경적입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편집국은 지난 2~3월 ‘미션 임파서블’에 도전했습니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주말 이틀을 살아보자는 도전이었습니다. 도전에 성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틀 동안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게 말 그대로 ‘불가능한 미션’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환경을 포기할 순 없습니다. 하여, 두 번째 도전을 시작합니다. ‘제로웨이스트’입니다. 이틀 내내 쓰레기를 ‘제로’로 만들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기로 했습니다. 쓰레기를 배출하던 과거의 습관을 하나씩 바꿔보려 합니다. 평소의 습관이 모여 그 사람의 인생과 운명이 결정된다면, 작은 습관을 계속 바꾸면서 결국 인생과 운명도 바꿀 수 있을테니까요. 불편하고 귀찮은 일이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겠습니다. 일곱 번째 도전입니다. 군것질을 줄이고 ‘집밥’ 비율을 높였습니다. [편집자 주]

롯데마트는 100% 자연 분해되는 친환경 포장재를 도입한다. (롯데마트 제공) 2019.9.16/그린포스트코리아
주방과 식탁에서 포장재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먹는 걸 줄이고 집밥을 늘리면 해결될까? 그렇게 생각하기 쉽지만,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다. 사진은 지난해 롯데마트가 자연 분해 가능한 친환경 포장재를 도입하던 당시의 모습.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기사 특정 내용과 관계 없음. (롯데마트 제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기자도 평소 배달음식과 테이크아웃을 즐겼다. 해 먹는 밥이 더 싸다는 걸 경험으로 알지만 시간을 줄이는 게 훨씬 ‘가성비’가 높은 일이라고 생각해서다. 쉽게 말해 귀찮아서 그랬다는 얘기다.

요즘은 배달 못할 음식이 없다. 식당이 배달서비스를 운영하지 않아도 상관 없다. 배달앱이 갈 수 없는 곳이면 내가 가서 가져와도 된다. 시간과 노력이 들지만 쌀 씻어 밥 짓고 반찬 만드느라 식재료 다듬어 요리하고 다 먹은 다음 치우고 정리하는 시간과 노력에 비하면 훨씬 편리하다.

군것질도 잘 했다. 마카롱과 와플을 입에 단 채 살았고 추워지면 붕어빵과 호떡을 하루 걸러 한 번씩 먹었다. 기자 집 근처에는 30년을 훌쩍 넘긴 오래된 분식집이 있는데 거기서 먹는 떡꼬치도 기가 막히다. 요즘 세상에 천원으로 그렇게 행복하기가 쉽지 않은데 말이다. 이렇게 편리하고 맛있는 음식들, 요리하고 설거지하는 수고로움을 단돈 몇 천 원에 없애준 먹거리들 뒤에는 큰 대가가 하나 있었다. ‘비닐’이다.

◇ 비닐 위에 또 비닐...이 많은 포장재, 어떻게 줄일까

떡꼬치는 흰색 비닐에 한번 쌓여 검은색 비닐봉투에 담겼다. 서로 다른 소스를 발랐거나 어묵이나 떡볶이를 함께 구매하면 음식이 섞이지 않게 하려고 각각 비닐로 쌌다. 3천원을 내면 비닐 3~4개가 생겼다. 고추장 소스가 잔뜩 묻은 비닐은 5분 거리도 채 안되는 집에 오자마자 곧바로 쓰레기통행이었다.

종이봉투나 종이컵에 담긴 호떡은 비닐에 담긴 떡코치에 비해 죄책감이 덜했다. 하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안쪽이 코팅된 종이컵은 일반 종이류와 함께 분리배출할 수 없다. 진한 기름이 물든 종이 봉투도 재활용되지 못하고 소각됐다.

마카롱은 낱개로 비닐포장, 조각케잌은 모양을 유지하기 위해서인지 비닐로 둘러싸여 있었고 크로아상 같은 작은 빵도 비닐에 담긴 게 많았다. 와플 같은 간식거리를 배달시키거나 테이크아웃해도 포장쓰레기가 잔뜩 나왔다. 구청에서 “비닐은 색상이나 종류와 무관하게 모두 같이 버리라”고 안내했지만 음식이나 기름이 묻은 비닐이 재활용 어렵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먹는 과정에서 쓰레기를 줄이려면 크게 두갈래의 노력이 필요하다. 식재료나 음식을 적당량만 구매해 남기지 않는 것, 그리고 포장재를 줄이는 것. 그래서 최근 기자는 일회용 비닐에 담긴 간식이나 가정간편식 구매를 줄이고 모두 집밥으로 대체해보기로 했다. 과연, 쓰레기가 줄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 쓰레기가 줄지 않았다. 게다가 지금 현재까지는 오히려 쓰레기가 늘었다. 소비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어떤 까닭일까.

◇ 집밥이 답이다?...단위당 쓰레기 줄었는데 효율 나빠져

미니화로를 샀다. 꼬치구이를 집에서 직접 해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비닐봉지에 2중으로 담아오지 않아도 괜찮으니 환경적일 것 같았다. 물론 화로를 사고 나서는 닭꼬치를 안 사먹었다. 그런데 식재료 마트에서 구매한 냉동 닭꼬치도 비닐 포장이 돼 있었다. 개별포장은 아니고 대용량 제품이어서 포장재는 하나뿐인데 아직 반도 못 먹은 닭꼬치가 냉동실에서 꽁꽁 얼어있다. 기자가 산 화로는 전기나 숯불이 아니라 고체연료를 쓰는데, 20개들이 고체연료도 아직 잔뜩 남았다.

와플팬도 샀다. 요즘 유행하는 크로플을 사먹지 않고 직접 해 먹으면 경제적이고 또 환경적일 것 같아서다. 그런데 크로플을 해먹으려니 크로아상 생지가 필요했다. 온라인으로 주문했다. 반죽은 비닐에 담겨있었다. 배송받은 생지를 냉동실에 넣고 비닐과 상자를 버리면서 ‘쓰레기가 정말로 줄었는지’ 고민했다. 와플팬이 담겨있던 상자도 버려야 했다.

토스트기도 샀다. 기자는 국내 유명 토스트브랜드 마니아다. 집 근처에 매장이 있어 출근길에 거기서 샌드위치를 사먹는 경우가 많다. 테이크아웃한 다음 차에서 주로 먹는데, 그때마다 봉투를 버려야 하는게 신경 쓰였다. 그런데 집에서 만들어 먹으려니 식빵도 사고 햄도 사고 치즈도 사야고 또 우유도 사야했다.

조리도구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식재료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여전히 쓰레기가 생겼다. 직접 사먹는 군것질이 아니고 식재료를 구매하는 것이므로 단위당 쓰레기 개수는 줄었다. 하지만 먹을만큼의 양보다 더 많은 식재료를 샀으니 덩치 큰 쓰레기가 나왔고 냉장고 그만큼 줄었다. 아무래도 환경의 ‘손익분기’를 맞추지 못한 것 같다.

호떡이나 호빵은 낱개 대신 5개 묶음 제품을 사먹었다. 여러개가 한꺼번에 담겨있어서 하나씩 사먹는 것 보다는 쓰레기가 줄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들었다. “그냥 하나만 먹고 며칠동안 안 먹으면 되는데, 5개를 사서 괜히 매일 먹는 것 아닐까”하는 생각 말이다.

지난 1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펼쳐진 '플라스틱 어택' 시민행동 모습. 장을 보고 포장재를 그대로 버리고 가는 플라스틱 어택은 과도한 플라스틱 포장 실태 고발과 유통업체 개선 노력을 촉구하기 위해 꾸며졌다. (서창완 기자) 2018.7.1/그린포스트코리아
지난 2018년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열린 플라스틱 어택 시민행동 모습. 플라스틱 포장 관련 문제를 개선하자는 취지의 행사다.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사진은 기사 특정내용과 관계 없음.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 사회와 환경에 피해 덜 주는 제품 쓰려면...

토스트를 10번 사먹는 것과, 집에서 10번 만들어 먹는 것의 쓰레기 배출량을 비교하면 아무래도 후자가 더 유리할터다. 횟수가 늘어날수록 더욱 그럴 확률이 높다. 텀블러 하나를 가지고 오랫동안 꾸준히 사용해야 일회용 컵보다 더 환경적인 것과 같은 이유다. 이런걸 ‘리바운드 효과’라고 부른다.

문제는 닭꼬치와 크로플, 토스트나 호떡 같은걸 집에서 매일 만들어먹지는 않는다는 데 있다. 매일 집에서 밥을 먹는 사람이라면 즉석밥보다 쌀을 사는게 쓰레기 배출을 더 줄이겠지만, 군것질 과정에서 생기는 쓰레기를 줄이고 싶다면 차라리 군것질 횟수를 줄이는 게 더 나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자의 집 거실에는 미니화로와 와플팬, 토스트기와 캡슐 커피머신 등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냉동 닭꼬치와 생지반죽, 샌드위치용 햄과 알루미늄 커피캡슐도 잔뜩 쌓여있다. 어제는 집에서 고추장에 물엿을 풀어 닭꼬치를 만들어 먹었다. 늘어붙은 양념을 깨끗이 씻으려고 더운물을 한참 썼다. 기자의 군것질 습관은 정말 환경적으로 바뀐걸까? 이번 주 제로웨이스트는 왠지 찝찝한 결론이다.

한가지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 식재료나 군것질 거리가 담긴 포장재들이 환경적이거나 생분해 소재라면, 버려진 포장재들이 잘 처리되고 또 재활용되는 기술과 시스템이 갖춰진다면 기자가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된다.

환경운동가이자 파타고니아 설립자인 이본 쉬나드는 자신의 저서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에서 “대부분의 기업들은 환경적인 면에서는 겨우 빠져나갈 수 있는 최소한의 일만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은 제품을 만들 때 사회와 환경에 피해를 최소화 할 책임이 있을 뿐 아니라 제품 자체에도 책임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기자도 사회와 환경에 피해가 덜 가는 제품을 쓰고 싶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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