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은 Thinkerbell, 사고에 경종을 울리는 사람들”
“지속가능한 삶은 휴머니즘적 사고에서 출발해야 한다”
플라스틱 다이어트...No Plastic, So Fantastic
“2050년은 먼 미래 아냐, 이 순간이 직접 영향 미칠 것”

다들 환경에 대해 말한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쓰레기를 덜 버리며 에코소비를 하자고 주장한다. 환경을 생각하는 것은 미래 세대를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 당장의 문제라는 목소리도 높다. ‘이제는 친환경을 넘어 필(必)환경 시대’라는 얘기도 들린다.

머리로는 다들 안다. 생각은 많이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말로 환경을 지키며 살아가려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귀찮은 게 싫어서, 마음은 있는데 이게 편해서, 중요하다고 생각은 하는데 왠지 피부로 안 와닿아서 그냥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사는 사람도 많을 터다.

환경이 먼 나라 바깥세상 문제가 아니라 지금 당장 나와 내 가족의 이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내가 먼저 변해야 세상이 바뀐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이들에게 환경은 ‘어쩌다 한번 떠올리고 가끔 생각날 때만 실천하는 선행’이 아니다. 생존의 문제고 오늘의 숙제다. 밥벌이의 고단함에 뼈가 저려도, 지금 당장 지구를 살리는 게 우선이라는 ‘환경人’들을 만나본다. 머리로만 생각하는 것들을 직접 실천한 환경 선구자들과의 대화록이다. [편집자주]

한국SDGs 청년플랫폼은 지난 2018년 '신촌로 이화 에너지자립마을'이라는 이름의 시민단체이자 기후변화에 대응한 대학생 연대 조직으로 출발했다. 사진은 'COOL EARTH, COOL US'라는 슬로건과 함께 진행했던 2019년 온실가스 저감 페스티벌 당시 모습.
한국SDGs 청년플랫폼은 지난 2018년 '신촌로 이화 에너지자립마을'이라는 이름의 시민단체이자 기후변화에 대응한 대학생 연대 조직으로 출발했다. 사진은 'COOL EARTH, COOL US'라는 슬로건과 함께 진행했던 2019년 온실가스 저감 페스티벌 당시 모습. (김지후씨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지속가능발전이라는 이슈가 환경은 물론이고 사회적으로도 화두다. 지속가능한 발전은 UN이 공식적으로 다루는 주제이기도 하다. 유엔에는 경제사회이사회 특별협의지위기구 ‘UN SDGs협회’가 있다. SDGs는 지속 가능한 발전목표, 또는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를 뜻하는 단어다. 영문 약자로 풀네임은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다

앞서 유엔은 지난 2000년부터 2015년까지 MDGs라는 이름의 ‘밀레니엄 개발목표’를 진행해왔다. 가난과 굶주림을 줄이고 빈곤을 퇴치하며, 성 평등 촉진과 여권신장에 힘쓴다는 목표였다. 2015년 만료된 이 목표의 후속 목표가 바로 지속가능 발전 목표다. 총 17개의 목표가 있으며 이 목표는 2016년부터 2030년까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함께 이행한다. 17개의 목표 중 ‘깨끗한 물과 위생’ ‘깨끗한 에너지’ ‘지속가능한 도시와 커뮤니티’ ‘기후행동’ 등 환경 분야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목표가 많다.

유엔의 지속가능개발목표의 성공적인 이행과 확산을 위해 뛴다는 청년들이 있다. ‘한국SDGs청년플랫폼’이다. 다양한 전공의 대학생과 청년이 모인 시민단체다. 이들은 최근 세미나를 열고 지속가능발전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가 나아갈 방향성에 대한 의제발표를 진행했다. 이 청년들은 무엇을 위해 모였고 어떤 활동을 할까. 사무국장 김지후씨와 청년플랫폼에 관한 얘기를 나눠보았다.

 

“우리들은 Thinkerbell, 사고에 경종을 울리는 사람이 되겠다”

이들은 지난 2018년 이화여대 재학생을 중심으로 ‘에너지자립마을’이라는 이름의 시민단체를 만들었다. 이듬해 한국기후행동청년플랫폼으로 이름을 바꿔 플라스틱 줄이기 캠페인과 지자체 협업 프로그램 등을 진행했고, 올해는 환경문제를 넘어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지원하는 청년 연대로 활동 범위를 넓혔다. 김지후씨는 “2017년 연말 정도만 해도 환경에 대한 청년들의 인식이 지금처럼 높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사람들의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이 플랫폼도 현재 3기 활동가 70여명 이상이 활동하고 있다. 활동가들은 ‘사고에 경종을 울리는 사람’이라는 의미의 닉네임으로 서로를 부른다. 플랫폼 사무국장 김지후씨와 나눈 대화를 아래 옮긴다. 굵은 글씨가 질문이고 그 아래는 김지후씨 답변.

한국 SDGs청년 플랫폼이 어떻게 시작된 모임인지 듣고 싶습니다. 대학생과 청년이 모인 시민단체라고 들었는데요

2018년에 '신촌로 이화 에너지자립마을'이라는 이름의 시민단체이자 기후변화에 대응한 대학생 연대 조직으로 출발했어요. 대표자를 제외하고는 이화여대 학생 10여명으로 출발했죠. 2019년에는 (사)한국로하스협회 산하 '한국기후행동청년플랫폼(CAYP)' 이름으로 서울시, 서대문협치 등의 정부 사업에 참여했고, 2020년에는 환경문제를 넘어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지원하는 청년 연대를 넓히고자 '한국SDGs청년플랫폼'이라는 이름으로 바꾸고 활동했어요.

에너지와 기후행동,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활동을 해오신 것 같은데요 어떤 목소리를 주변에 전하고 싶었나요

최근에는 그레타 툰베리를 시작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청년들의 움직임이 세계적으로 커지고, 작년에는 플라스틱과 쓰레기 문제가 크게 대두되면서 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더 높아졌죠. 하지만 2017년 연말이나 2018년 초반에만 해도 환경에 대한 인식이 청년들에게 크게 높지 않았던 것 같아요.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에너지 문제를 재미있게 알리려고 예술과 에너지를 접목한 "예너지촌, 신촌" 활동을 기획했어요. 당시 근처에 살던 주민들이나 이화여대 학생들을 초대해 함께 강의 듣고, 문화 체험을 하고, 관련 영화도 보는 활동을 했어요.

에너지 문제로 시작해서 환경 문제로 넘어왔군요

2019년도에 에너지 문제를 넘어 환경문제에 대응한 청년 연대 조직을 '한국기후행동청년플랫폼'이란 이름으로 활동했어요. 전국 대학생 150여명의 활동가들이 내가 사는 지역, 내가 속한 캠퍼스를 바꾸기 위한 활동을 고민했어요. 서울시와 서대문협치 사업에 참여하면서 '그린캠퍼스 만들기' '쓰레기 없는 대학 축제 만들기' 같은 프로젝트도 기획했고요.

그렇다면 지금의 한국 SDGs청년 플랫폼은 어떤 분들이 모인 곳입니까

우리는 활동에 참여하는 활동가를 팅커벨(Thinkerbell)이라는 닉네임으로 불러요. ‘사고에 경종을 울리는 사람’이라는 의미입니다. 단체를 만들고 이끄는 사무국 멤버들은 전공과 나이에 관계없이 세계평화를 위해 존재하는 유엔의 가치를 높이고, 세계평화를 향한 청년의 연대를 더욱 견고히 만들기 위해서 모였어요.

지금 3기 임원은 어떤 분들인지, 무슨 활동을 하고 있는지도 궁금해요

3기 운영위원 및 활동가 70명 Thinkerbell은 올해 8월 면접 이후에 활동을 시작했어요. 연세대와 건국대, 서울대, 고려대, 한국외대 등 전국의 다양한 대학교에서 다양한 전공을 가진 대학생들이 모였습니다. 국제기구나 유엔 활동에 관심 많고, 관련 분야를 공부하거나 인적 네트워크를 맺기 위해 모인 활동가들이 많아요. 우리는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에 따라 4개 분과로나뉘어 있어요. 활동은 크게 1, 2차로 나뉘고 팀별 의제를 선정해 관련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청년 관점에서 제언 및 제안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미디어 컨텐츠를 제작해요.

한국로하스협회 소속 청년들이 처음에는 중심이 되셨다고요. 로하스는 환경과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뜻하는 말이잖아요. 로하스와 SDGs의 어떤 점이 여러분의 마음을 움직였나요

‘단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는 것’이라는 문구입니다. SDG는 '한 사람'에게 집중해요. 문제의 규모가 크던 작던, 모든 문제의 원인은 '차별'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환경문제도 좁은 의미의 인간중심적 사고에서 발생했고, 그 외의 빈곤, 기아, 평등의 문제 모두 '나'의 안전이나 편리만 생각하고 다른 사람은 도외시하는 차별적 사고에서 생겼죠. 그 속에서 SDG는 혹시라도 소외되지 않는 한 사람이 없는지, 모두를 평등하게 바라보고 있는지 고민하며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사회를 이야기해요.

지난해 진행한 지구를 향한 작은 발걸음 헬로우옐로우 챌린지 당시 모습. 지구를 위한 실천을 칭찬하는 인증샷을 찍어 SNS에 공유하는 활동이었다. (김지후씨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지난해 진행한 지구를 향한 작은 발걸음 헬로우옐로우 챌린지 당시 모습. 지구를 위한 실천을 칭찬하는 인증샷을 찍어 SNS에 공유하는 활동이었다. (김지후씨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지속가능한 삶은 휴머니즘적 사고에서 출발해야 한다”

환경에 대한 얘기를 하는 사람들은 버려지는 쓰레기의 자원순환 구조를 지적하거나 일회용품 또는 플라스틱을 줄이자는 얘기를 많이 한다. 일반 소비자들의 삶과 익숙한 소재들이어서 ‘잘 들리는’ 얘기들이다. 그런데 한국SDGs청년플랫폼이 하는 얘기는 조금 다르다. 이들은 지속가능한 삶에 대해 말하면서 휴머니즘과 리질리언스라는 단어를 꺼낸다. 그저 멋진 말을 늘어놓는 데 그치는 게 아니다. 역사적인 사건들은 모두 하나의 개인에서 시작하고, 좋은 사회를 만들겠다는 한 사람의 도전이 결국 인류의 난제를 해결하는 해법이 될 것이라는 믿음에서 나오는 얘기다. 마흔을 훌쩍 넘긴 기자는, 씩씩한 포부가 무척 청년답게 들리면서 한편으로는 그 젊음이 부러웠다.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의 문제라는 뜻으로 들립니다

'지속가능한 삶'이란 이러한 모든 생명이 존엄하다는 휴머니즘적 사고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한국로하스협회에서 활동 하면서 환경과 인간의 웰빙 모두 삶 속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전 지구적인 관점에서 해결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지속가능발전목표'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했어요.

지속가능발전목표는 환경뿐만 아니라 인류가 마주한 보편적인 문제를 다루는데요, 여러분은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가장 중요하게 다뤄야 할 문제가 뭐라고 생각하나요

지속가능발전목표 1번부터 17번까지, 정말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죠. 또한 1개의 목표는 서로 다른 목표들과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 흥미로워요. 따라서 1개의 문제를 해결한다고 하더라도 서로 다른 분야의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함께 모여서 해결방안을 모색해야해요. 특별히 한 가지를 집어내자면, SDGs의 모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16번 평화 제도, 17번 글로벌파트너십에 대한 것이 아닐까 싶어요.

지구의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직접 해결하는 건, 옳은 일이지만 사실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관련 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현실적인 어려움이나 답답함이 있다면 뭔지 궁금합니다

비관주의입니다. 평화와 세상을 바라보는 비관적인 관점, 그리고 '오늘'만을 생각하는 욜로 라이프에 대한 청년들의 생각과 행동이 안타까울 때가 있어요. 요즘에는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는 ‘소확행’이 트렌드이죠. 물론 현실 경쟁사회에 지친 청년에게 희망과 위안을 줄 수 있는 긍정적인 문화입니다. 하지만, 청년이잖아요. 좀 더 패기있고 용감하게 어려움에 맞설 수 있는 도전정신이 있으면 좋겠어요.

패기와 도전을 통해 어떤 것을 꿈꾸는 게 좋을까요

단순히 명예와 사회적 성공을 향한 도전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에요. 위로 받는 한 사람이 아닌, 위로 주는 한 사람으로, 나의 괴로움보다 인류의 난제를 고민하고 세계 평화를 추구할 수 있는 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모든 역사적 사건은 '한 사람'에서부터 시작했습니다. 보다 좋은 사회를 만들겠다는 한 사람의 도전이 모인 청년 연대가 있는 한 어떤 난제도 두려울 것 없습니다.

머리로는 아는데 귀찮으니까, 나와는 관계없는 일로 느껴져서 지속가능한 삶이나 환경 문제에 관심을 잘 두지 않는 사람도 있죠. 그런 분들에게는 어떤 얘기를 해주고 싶나요

이렇게 말해주고 싶어요. 그거 아시나요? 내가 오늘 아침에 입은 옷 한 벌, 내가 마신 커피 한 잔조차 모두 전 세계의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어요. 나와 둘러싼 모든 사물과 사람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죠. 끊을 수 없는 복잡한 연결고리 속에서 나 한명쯤이라는 생각이 과연 납득될 수 있을까요?

신촌과 서대문 등 지역에서 여러 활동을 해오신 것 같습니다. 이화여대에서는 쓰레기 없는 축제 만들기 활동도 하셨더라고요. 활동 중 만난 또래들, 그리고 시민들은 어땠습니까. 여러분들의 활동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던가요 아니면 소극적인 동의만 하던가요

해를 거듭할수록 청년들의 인식은 높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특히 '쓰레기 없는 축제 만들기' 그리고 '플라스틱 없는 신촌동, 정수기 공유' 프로젝트 같은 경우에는 활동 당시 이화여대와 연세대학교 학생들에게 큰 관심을 끌었어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학교 커뮤니티와 SNS에 관련 내용을 홍보했고 교내 신문에도 여러 번 기사가 실렸어요. 이화여대 '쓰레기 없는 축제 만들기'는 약 3일 동안 501명에게 지지 서명을 받기도 했고요.

이들은 최근 세미나를 열고 지속가능발전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가 나아갈 방향성에 대한 의제발표를 진행했다. (김지후씨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이들은 최근 세미나를 열고 지속가능발전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가 나아갈 방향성에 대한 의제발표를 진행했다. 사진은 10월 31일 열렸던 그린에너지 관련 전시회 모습. (김지후씨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플라스틱 다이어트...No Plastic, So Fantastic

지구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면서 무조건 거시적인 얘기만 늘어놓는 건 아니다. 이들은 일반 소비자들의 귀에 쏙 박히는 얘기도 많이 했다. 2018년에는 광화문과 종로구 등 곳곳에서 ‘플라스틱 다이어트 챌린지’를 진행하면서 “No Plastic, So Fantastic”이라는 슬로건도 외쳤다. 김지후씨는 지속가능발전이라는 단어가 공염불이 되지 않도록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그 개념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에서는 특정 과목에 국한해서가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함께 지속가능성에 대해 다루는 이른바 ‘통섭’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에는 환경부가 주최한 국가지속가능발전목표 분야별 집중포럼에도 참여하셨죠. 토론에 참여해보니 어땠나요. 토론장에서 오가는 아젠다와 직접 시민들과 만나면서 느낀 감정들 사이에 교집합도 있겠고 반대로 엇갈리는 부분도 있을 것 같은데요

이론적으로 환경에 대해 주장하는 것과 시민들이 직접 삶에서 부딪히고 접하는 환경문제가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됐어요. 국가의 정책적인 부분과 시민의 삶이 '지속가능성'이라는 가치에 함께 초점을 맞추려면 결국 시민 활동가의 역할, 그 중에서도 청년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는 플라스틱 다이어트 챌린지 활동이 인상 깊었는데요 플라스틱을 줄이는 게 사실 굉장히 어렵잖아요. 관련 내용들을 진행해보니 어떻던가요. 플라스틱 줄이기에 대한 희망이 보였습니까

어떻게 보면 정부에서 추진하는 하나의 정책, 기업의 행동 한 번이 사회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은 더 클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하나의 정책과 한 번의 기업 행동을 이끌어 내기까지 시민이 직접 행동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도 중요하죠. <플라스틱 다이어트 챌린지> 도 그런 면에서 시민들의 인식을 개선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는 활동이었다고 생각해요.

No Plastic, So Fantastic 이라는 문구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그것도 <플라스틱 다이어트 챌린지> 활동 당시 슬로건이에요. 2018년도부터 광화문을 시작으로 종로구청, 서초구청, 제주도 등 여러 지역을 돌면서 그 지역 시민들에게 플라스틱의 문제점을 알리고 대체품을 소개하는 캠페인을 진행했어요. 당시 한국로하스협회 이사이자 현재 한국SDGs청년플랫폼 자문단으로 계시는 카피라이터, 이문휘님을 중심으로 슬로건을 고민하다가 고안한 문구에요.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개인의 실천도 중요하겠죠. 최근 세미나에서 정부, 기업, 시민사회의 방향성을 고민했다고 하셨는데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좋은 정부, 좋은 기업, 좋은 시민들은 각각 어떤 모습인가요

어디까지나 상대를 배려하는 '이타심'이 중요합니다. 시민이나 국민 전체의 이익을 생각하지 않고 자기의 이익만을 챙기는 정치가, 기업가는 어느 시대, 어느 지역에나 적지 않아요. 또한 국가의 이름으로 민족, 종교의 차이로 발생되는 문제들도 많지요. 이런 차별과 이기주의에 대응해 '이타심'을 사람들 마음에 확립하는 일이 곧 평화 건설의 핵심인 것 같아요. 최근 여러 분야에서 이야기하는 '리질리언스(회복탄력성)' 또한 타인과 나의 행복을 함께 추구한다는 삶의 자세로 전환할 때 '어려움을 극복하는 힘'이 발휘될 수 있다고 해요.

청년들이고 학생이신 분들도 많으니 의견이 궁금한데요, 학교에서도 지속가능이나 환경에 대한 여러 교육이 더 많이 이뤄지면 좋을 것 같아요. 그 부분에 대한 생각은 어떠신가요

모든 문제 해결의 출발은 교육입니다. 정말 중요한 부분이에요. 그래도 최근에는 이전보다 중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한 교육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특히 대학교에서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분야를 하나의 과목으로서만 배우지 말고 그 주제를 모든 과목, 모든 분야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갈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한번 여쭤보면 어떨까요. 인류는 정말로,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 함께 지속가능할 수 있나요? 만일 그럴 수 있다면 우리가 해야하는 건 뭐라고 생각하시는지도 궁금하고요

네. 인류는 정말로,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 함께 지속가능할 수 있습니다. 범지구적인 문제를 살피다 보면, 나 한 사람에 대한 무력감은 생길 수 있어요. 하지만 모든 사람은 인류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자질과 능력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고, 청년이 펼치는 '행동의 연대'가 담당할 것이라고 세계의 많은 지식인들은 기대하고 있어요. 모든 사람이 낙담하고 세상에 비관적일 필요는 없습니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희망과 뜻을 품을 수 있는 한 사람이 되어야죠.

이들은 지속가능한 삶에 대해 말하면서 휴머니즘과 리질리언스라는 단어를 꺼낸다. 그저 멋진 말을 늘어놓는 데 그치는 게 아니다. 역사적인 사건들은 모두 하나의 개인에서 시작하고, 좋은 사회를 만들겠다는 한 사람의 도전이 결국 인류의 난제를 해결하는 해법이 될 것이라는 믿음에서 나오는 얘기다. (김지후씨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이들은 지속가능한 삶에 대해 말하면서 휴머니즘과 리질리언스라는 단어를 꺼낸다. 그저 멋진 말을 늘어놓는 데 그치는 게 아니다. 역사적인 사건들은 모두 하나의 개인에서 시작하고, 좋은 사회를 만들겠다는 한 사람의 도전이 결국 인류의 난제를 해결하는 해법이 될 것이라는 믿음에서 나오는 얘기다. (김지후씨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2050년은 먼 미래 아냐, 이 순간이 직접 영향 미칠 것”

인류는 큰 계획을 세웠다. 2050년 전후로 탄소배출을 크게 줄여 기후위기에서 벗어나겠다는 플랜이다. 2050년이면 30년 후다. 40대 중반을 향해 가는 기자가 칠순 훌쩍 넘긴 노인이 되는 시대다. 제법 번 ‘미래’라는 얘기다. 하지만 청년들이 받아들이는 2050년은 다르다. 그들은 2050년이 되어도 아직 젊다. 언젠가 닥쳐올 먼 미래가 아니라 지금의 행동에 영향을 받는 내일이다. 김지후씨는 생활습관에서든 일상속의 활동에서든 환경이라는 키워드를 빼놓을 수 없고, 공정함이나 윤리에 대한 의식이 유행이나 트렌드보다 더 중요한 소비 기준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김지후씨에게도 어려운 게 하나 있다. 플라스틱 다이어트다. 김지후씨의 내일은, 기자의 미래는 정말 지속가능할 수 있을까? 그건 우리모두에게 달려있다.

청년이 가진 가장 큰 고민은 '앞으로 나는 무슨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할까?'인 것 같습니다. 삶에 대한 숙제일 수도 있고 취업 관문일수도 있죠. 그런 가운데 여러분은 SDGs 관련 활동에서 어떤 방향성을 찾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한 사람을 완성하는데 있어 어떠한 '연대'와 '유대'를 경험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요. 한국SDGs청년플랫폼은 국제 이슈에 관심을 두고 세계를 지금보다 나은 세상으로 바꿔보겠다는 신념을 가진 인재들이 모인 연대입니다. 우리 플랫폼을 기회로 진정한 인간주의의 우호 연대를 맺고, 사회 속에서 가치를 만들어내는 한 사람으로서 성장하자는 방향성을 갖고 있어요. 우리 플랫폼 활동이 그 바탕이 되고, 중심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지속가능한 삶에 대한 문제를 앞으로 더 전문적으로, 또는 직업적으로 다루어 볼 마음도 있나요

지속가능한 삶은 어느 특정 분야로 뚝 떼어서 생각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모든 분야, 모든 직업에서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할 부분이죠. 우리는 활동가 청년들이 이 곳에서 닦은 역량을 토대로 각자의 분야에서 세계를 무대로 멋지게 비상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환경 얘기가 나오면 다들 2050년이나 미래를 얘기합니다. 선배 세대들이 모두 노인이 되는 시대죠. 하지만 지금 20대인 여러분들은 2050년이 되어도 여전히 '젊은' 세대인데요. 여러분들은 '환경문제'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궁금합니다

20대에게 2050년은 언젠가 닥쳐올 먼 미래가 아니에요. 지금 삶의 한 순간이 미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생활 습관이나 어떤 활동을 할 때도 환경이라는 키워드를 빼놓을 수 없어요. 정말로 필환경의 시대죠. 그렇게 인식하기 때문에 우리 세대가 더욱 앞장서 직접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성세대들은 흔히 '젊은 세대는 윤리적인 소비에 관심 많고 환경 인식도 훌륭하다'고 말합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떤가요. 여러분들은 정말 선배 세대보다 지속가능한 삶에 대한 의식을 많이 갖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나요

이전에는 유행하는 것 또는 브랜드가 소비의 기준이었다면, 요새는 공정함이나 윤리성에 대한 소비 인식이 높은 것 같아요. 또래 친구들은 사회 이슈에도 민감한 편인 것 같고요. 사회이슈에 대한 인식을 촉구하는 뱃지 등 굿즈 상품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윤리적인 소비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SDGs 포럼 활동을 하면서 스스로의 생활 습관도 변했는지 궁금합니다. 지속가능한 내일을 위해 실천해야 할 습관들이 있는데, 그런것을 개인적으로도 잘 실천하게 되던가요

지속가능한 내일을 위한 실천으로 사고의 습관, 그리고 행동의 습관이 중요한데, 같은 관심사를 가진 청년들과 자주 대화하고 그 주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하다 보니, 일상생활에도 영향이 많이 미치게 되는 것 같아요.

이렇게 물어보면 어떨까요. 만약에 일회용과 플라스틱을 하나도 쓰지 않고 일상 생활을 그대로 하면서 버텨야 한다면, 얼마나 버틸 자신이 있나요

사실 하루도 버티지 못 할 것 같아요. 휴대전화 케이스부터 사무용품이나 생활용품 전반에 걸쳐서 플라스틱이 아닌 것이 없어요. 모든 일상을 포기하고 플라스틱 사용을 안 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 대신 사소한 실천과 사소한 생활 제품 하나에서부터 대체품을 사용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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