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에서든 밖에서든 항상...마스크 ‘뉴 노멀’ 시대
매일 수천만장 버려지는 마스크...바다로도 흘러간다
“분리 안 해도 되지만, 종량제 봉투 반드시 넣어야”
귓바퀴 연골 자극한다? 마스크의 또 다른 영향
일회용 마스크의 환경적인 영향...인류의 장기 과제

환경의 사전적(표준국어대사전) 의미는 ‘생물에게 직접·간접으로 영향을 주는 자연적 조건이나 사회적 상황’ 또는 ‘생활하는 주위의 상태’입니다. 쉽게 말하면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바로 나의 환경이라는 의미겠지요.

저널리스트 겸 논픽션 작가 율라 비스는 자신의 저서 <면역에 관하여>에서 ‘우리 모두는 서로의 환경’이라고 말했습니다. 꼭 그 구절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이 책은 뉴욕 타임스와 시카고 트리뷴 등에서 출간 당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고 빌 게이츠와 마크 저커버그가 추천 도서로 선정했습니다. 그러면 당신은 누구의 환경인가요?

주변의 모든 것과 우리 모두가 누군가의 환경이라면, 인류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대부분의 물건 역시 환경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24시간 우리 곁에서 제 기능을 발휘하며 환경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치는 생활 속 제품들을 소개합니다. 두 번째는 인류의 일상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된 마스크입니다. [편집자 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몸 속에 들어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현재로서는) 마스크가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2020년 지구는 호모 사피엔스 시대를 넘어 호모 마스크스 (또는 마스쿠스)의 시대가 왔다. 이제 (당분간) 인류는 모두, 늘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얘기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2020년 지구는 호모 사피엔스 시대를 넘어 호모 마스크스 (또는 마스쿠스)의 시대가 왔다. 이제 (당분간) 인류는 모두, 늘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얘기다.

이건 기자 혼자만의 주장이 아니다. 기자가 멋대로 만들어낸 단어도 아니다. 중앙일보는 지난 9월 펜데믹 쇼크 관련 내용을 보도하면서 ‘호모 마스쿠스의 출현’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지난 8월 대구여성가족재단 코로나19 생활수기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작품 제목도 ‘호모 마스크스’였다. 마스크 착용이 일상이 되어버린 요즘의 세태를 담은 제목들이다.

마스크는 얼마나 사용되고 또 버려졌을까. 매일경제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9월 둘째주까지 국내 생산된 마스크가 40억장이 넘는다. 코로나19 장기화 탓이다. 실제로 마스크는 인류의 필수품이 됐다. 조달청이 올해 6월 30일까지 계약한 공적마스크 숫자는 7억 9652만장이다. 공적마스크제도는 지난 7월 11일 종료됐는데, 그 즈음 날씨가 부쩍 더워지면서 비말마스크 수요가 늘어 비말마스크 판매 사이트에 동시접속자 780만명이 몰리기도 했다. 4월 둘째주 기준 공적마스크 구매자는 1847만명이었다.

마스크는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월 12일부터 18일까지 1주일 동안 ‘의약외품’으로 식약처 인증을 받은 마스크가 1억 9442만 장 생산됐다. MBC는 “전 세계적으로 한 달에 평균 1290억 장의 마스크가 버려지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확진자 숫자가 널을 뛰고 최근까지도 방역당국이 마스크 착용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는 가운데, 국내에서 버려지는 마스크는 매일 천만 단위를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 어디서든, 항상 쓰세요...마스크 ‘뉴 노멀’ 시대

마스크는 사실 낯선 물건이 아니다. 1910년대 스페인독감이 유행할 때도 인류는 마스크를 썼다. 사스때도 홍콩과 중국 등에서 마스크 착용이 늘었고 국내에서도 2015년 메르스 당시 강남 지역 등에서는 직원들에게 마스크를 나눠 준 회사가 있었다. 전염병이 아니어도 미세먼지가 심한 날 ‘황사마스크’ 쓰는 사람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이웃나라 일본은 꽃가루 등의 문제로 마스크를 쓰는 사람이 예전부터 많았다.

그런데 2020년에는 그 규모가 다르다.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마스크 착용 관련 규정을 규제화 했다. 사태 초기에는 마스크의 효용성을 두고 논란이 일었고, 건강한 사람은 쓰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지금은 마스크의 중요성을 대부분의 국가에서 알고 있다.

국내 사례를 보자. 서울에서는 마스크가 실내외를 가리지 않고 필수품이다. 서울시가 지난 10월 12일 고시한 ‘마스크 착용 의무화 세부지침’ 행정명령에 따르면 서울특별시 전 지역 거주자 및 방문자는 실내, 실외에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이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9조 제1항 제2의 2호~4호에 따른 조치다.

실내는 버스와 지하철, 선박, 항공기, 기타 차량 등 운송수단, 건축물 및 사방이 구획되어 외부와 분리되어 있는 모든 구조물 안을 뜻한다. 실외는 집합, 모임, 행사(공연), 집회 등 다중이 모여 사람과 접촉하는 경우 그리고 생계·주거를 같이하는 사람(가족) 이외의 사람과 2m 거리두기가 어려워 밀접 접촉하거나 접촉할 위험이 있는 경우다.

중앙방역대책본부 역시 실내에서는 마스크 상시 착용, 실외에서는 집화나 공연 행사 등 다중이 모이는 경우 거리두기에 관계없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른 사람과 2m이상 거리를 두기 어려운 경우 마스크를 쓰라고 권고한다.

방대본 건고에 따르면 실내·외에서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는 집이나 개인 사무실 등 분할된 공간에 혼자 있거나 외부인 없이 가족 등 동거인과 있을 때, 2m이상 거리두기가 가능하거나 마스크를 착용하고 하기 어려운 활동을 할 때 등이다.

5개월여간 유지됐던 공적 마스크 공급체계가 11일 종료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 보건용 마스크는 중복구매 확인이나 수량 제한 없이 구매할 수 있다. 사진은 최근 판매됐던 공적마스크. (독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코로나19 사태 기간 국내 생산된 마스크는 수십억장이 넘는다. 이 많은 마스크들은 어디서 와서 무엇이 되어 어디로 갈까. 사진은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사진 제품과 브랜드 등은 기사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 매일 수천만장 버려지는 마스크...바다로도 흘러간다

마스크가 가진 환경적인 문제가 있다. 일회용이서다. 감염예방과 개인위생을 위해 반드시 사용하고 한번 쓰면 버려야 하는데. 그 이유 때무에 하루에 수천만장이 버려지고 있다는 점도 환경적으로는 풀어야 할 숙제다.

마스크는 딱딱하지 않고 만지면 감촉은 천 소재처럼 느끼지만 사실은 플라스틱이다. 마스크 부직포 등의 주요 성분은 폴리프로필렌(PP)이다. PP는 플라스틱 용기 등에 주로 사용되는 소재로 분리배출이 잘 이뤄지면 여러 분야에서 재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마스크는 그냥 버리는 게 원칙이다. 잘 버려져도 양이 워낙 많아서 문제고, 아무데나 함부로 버리는 사람이 많은 것 역시 문제다. 실제로 도로 곳곳에, 그리고 바다에 버려진 마스크가 이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해외 사례를 보자. 프랑스 환경 보호단체 ‘메르 프로프레’는 지난 여름 “최근 몇 달 동안 스쿠버다이버가 바다 청소 작업을 하면서 폐기된 일회용 마스크와 장갑을 발견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마스크 등 일회용품이 마치 해파리처럼 바닷속을 헤엄치고 있었다”고 전하면서 우리의 발견은 새로운 종류의 오염을 암시한다. 아직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은 아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심각한 오염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메르 프로프레는 “우리는 곧 지중해에서 해파리보다 더 많이 떠다니는 마스크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외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가 코로나19에 대비해 주문한 마스크의 개수만 20억 개에 달한다.

영국 국립 동물학대방지협회는 마스크를 폐기할 때 책임감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언급하면서 “무책임하게 폐기되는 마스크가 많아진다면, 야생 동물과 새들은 점점 더 마스크 귀걸이에 몸이 걸리고 묶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스크 쓰레기는 우리나라에서도 이슈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5월 31일, 2시간 동안 플로킹(산책+쓰레기줍기)을 진행한 결과 버려진 마스크 258장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본지에서도 ‘폰카로 읽는 생활환경’ 등의 기사를 통해 함부로 버려진 마스크 문제를 보도한 바 있다.

◇ “분리 안 해도 되지만, 종량제 봉투 반드시 넣어야”

마스크는 어떻게 버려야 할까. 기본적으로는 종량제 봉투에 잘 담아 버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 마스크를 버릴 때는 오염된 표면이 손에 닿지 않도록 끈을 잡고 벗은 다음 안쪽 면을 접어 돌돌 말아 끈으로 묶는 게 좋다. 마스크를 버린 다음에는 꼭 손을 씻는 것도 중요하다.

환경 관련 활동가 등은 코 지지대 부분 플라스틱을 분리하거나 마스크 끈을 가위로 자르라고도 권유한다. 하지만 자원순환 전문가들은 “종량제봉투에 잘 담기만 하면 끈을 자르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한다. 마스크 끈을 자르라는 권유는 함부로 버려진 마스크가 동물의 몸에 걸리거나 뒤엉키는 것 등을 방지하기 위해서인데, 종량제 봉투에 잘 담아 처리하면 그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시선이다.

자원순환사회연대 김미화 이사장은 “잘 접고 끈으로 묶어 종량제 봉투에 넣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이라면서 “아무데나 버리는 게 가장 나쁘고, 코 지지대나 끈 등을 일일이 분리해 따로 수거하는게 현실적으로 어려우므로 (쓰레기로) 발생 즉시 종량제 봉투에 넣는 게 지금으로서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미화 이사장은 마스크를 버리는 것에 대한 가이드를 정부가 정확히 정해 국민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 이사장은 “버리는 방법에 대한 매뉴얼을 정부가 알려주고, 천 마스크를 세탁하거나 뜨거운 물에 삶아서 사용하는 것이 괜찮은지 등에 대한 가이드가 정확하게 있다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이사장은 마스크를 함부로 버리는 것에 대한 위험성도 경고했다. 그는 “종량제 봉투에 담지 않고 아무데나 버리는 사람이 있는데 무증상 감염자가 쓴 마스크일 수도 있으므로 동물은 물론이고 사람에게도 굉장히 위험하다”고 말하면서 건강하게 “마스크 쓰는 방법이 중요하듯, 버릴 때 안전하게 버리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마스크를 꼼꼼하고 안전하게 착용하되, 한편에서는 일회용 마스크의 환경적인 영향에 대한 진지한 논의도 필요하다. 사진은 '세이브제주바다' 활동가들이 바닷가에서 건져올린 버려진 마스크의 모습. (세이브제주바다 페이스북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마스크를 꼼꼼하고 안전하게 착용하되, 한편에서는 일회용 마스크의 환경적인 영향에 대한 진지한 논의도 필요하다. 사진은 '세이브제주바다' 활동가들이 바닷가에서 건져올린 버려진 마스크의 모습. (세이브제주바다 페이스북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 귓바퀴 연골 자극한다? 마스크의 또 다른 영향

마스크가 일상적인 제품이 되면서 또 다른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있다. 오래 쓰고 있으면 귀가 아프다는 불만이다. 탄성을 가지고 있는 끈이 계속 귀를 압박해 불편하다는 호소다. 마스크를 하루 종일 써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런 불만이 꾸준히 제기된다.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소비자 이모씨(42)는 “아침에 마스크를 쓰면 점심시간 즈음부터 귀가 아프기 시작해 저녁 즈음에는 이물감과 통증이 제법 크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씨는 “인터넷에서 유명세를 탔던 커피믹스 손잡이 등을 사용해봤지만 오래 쓰면 불편한건 어쩔 수 없다”고 덧붙였다

11월 9일 현재, 포털사이트 네이버 쇼핑에 ‘마스크 귀 통증’이라고 검색하면 1만 2813건의 검색결과가 나온다. 귀를 안 아프게 해주는 통증 보호 밴드나 이어가드, 마스크 걸이 등이 주로 검색되는데, 귀통증을 막아준다는 한 제품의 경우 3월 등록 후 현재까지 1만 8350여건이 판매되기도 했다.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많다는 의미다.

실제로 의학계에서도 마스크 끈이 귓바퀴 연골을 꾸준히 자극해 통증이나 귀 모양 변형 등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이태열 고려대 구로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한국일보 취재에 응하면서 이와 같은 내용을 언급하고 “귀에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고리를 이용해 끈을 머리 뒤로 묶어주는 방식으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 일회용 마스크의 환경적인 영향...인류의 장기 과제

마스크를 벗을 날은 기약이 없다. 코로나19 백신이나 치료제가 보급되지 않는 이상 마스크 착용이 가장 강력한 개인 방역이어서다. 게다가 일각에서는 마스크의 장점을 알게돼 코로나19 이후에도 마스크를 계속 쓰겠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소비자 윤모씨(46)는 “예전에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만 마스크를 썼는데, 요즘은 항상 마스크를 착용하니 감기도 걸리지 않고 기본적으로 건강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윤씨는 “비말을 통해 전염될 수 있는 감염병이나 호흡기 질환 예방 효과가 높다고 하니 앞으로도 사람 많은 곳에 갈 때는 마스크를 항상 쓸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마스크 사용으로 늘어나는 쓰레기 문제 등은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올해 상반기 생활 폐기물 발생량은 5349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2% 증가했고, 플라스틱류는 848톤으로 약 15.6% 증가했다. 여기에는 마스크 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김태희 자원순환사회연대 정책국장은 지난 9월 YTN라디오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인터뷰에서 “포장 폐기물과 일회용컵, 여기에 일회용 마스크 같이 필수로 사용하는 제품도 늘면서 쓰레기 발생량이 많아졌다”고 언급했다.

해외에서는 마스크를 재활용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프랑스 한 스타트업은 수거한 마스크를 4일간 검역소에 보관한 뒤 작은 조각으로 분쇄하고 높은 열을 가해 녹인 다음 다시 뭉쳐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 업체는 지난 7월 이후 10만 개 이상의 마스크를 재활용해 만든 플라스틱으로 얼굴 가리개 등 코로나19 관련 방역 용품을 7월 이후 5000∼6000개가량 생산했다.

다만 지금의 마스크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착용하는 게 1순위다. 나도 모르는 사이 오염되어 있을 가능성도 있으니 당분간은 마스크를 제대로 버리고 완전히 처리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게 더 좋다. 다만,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에서도 마스크가 ‘뉴 노멀’이 되면 일회용 마스크의 환경적인 영향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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