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 포장재는 폴리프로필렌
알루미늄박과 함께 다층포장재로 활용
포장재 잉크에 들어가는 유독화학물질 ‘톨루엔’
인쇄 도수 줄이고 방식 바꾸는 기업들

편의점에 봉지과자가 진열되어 있는 모습. 봉지를 들어 뒷면을 살펴보면 포장재질이 공통적으로 ‘폴리프로필렌’이다. (곽은영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편의점에 봉지과자가 진열되어 있는 모습. 봉지를 들어 뒷면을 살펴보면 포장재질이 공통적으로 ‘폴리프로필렌’이다. (곽은영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몇 년 전부터 제과업계에 ‘질소 과자’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졌다. 질소 포장으로 몸집을 부풀린 과자에 소비자들이 붙여준 뼈 있는 별명이었다. 소비자들은 과대포장을 비꼬우며 “질소를 샀더니 과자가 들어 있었어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과대포장”이라는 우스갯소리로 포장의 부피에 비해 턱없이 적은 과자의 양을 지적했다. 

그 이후 제과업계에는 포장재를 개선하는 바람이 불었다. 포장의 크기는 줄이고 제품의 양은 늘리는 움직임이었다. 더 작아진 과자 포장은 쓸데 없는 자재 낭비를 막는 한편 환경을 보호하는 1석2조의 효과를 불러왔다. 더 나아가 포장재에 ‘친환경 기술’을 도입하는 기업들도 늘어났다. ‘그린포장’, ‘착한포장’이라는 말도 함께 나왔다. 

포장재를 개선했다는 뉴스들을 보면서 ‘그럼 이전에는?’, ‘과자가 도대체 뭘로 포장되어 있길래?’라는 궁금증이 들었다. 과자의 주 소비층이 아이들인 만큼 무해한 포장재를 사용하고 있는지, 과자가 어떻게 포장되어 있는지 궁금했다. 포장의 형태는 봉지과자로 좁혔다. 박스에 들어있는 과자들도 결국 위생을 위해 봉지에 한 번 더 들어가기 때문이다. 

◇ 과자 포장재는 폴리프로필렌... 알루미늄박과 함께 다층포장재로 활용

봉지과자로 한정했지만 라면, 커피믹스 등의 제품들도 봉지과자와 동일한 형태를 하고 있다. 한결같이 겉은 화려하고 원색적이면서 내지는 반짝이거나 무광의 은색이다. 봉지를 들어 뒷면을 살펴보면 포장재질은 공통적으로 ‘폴리프로필렌’이다. 

폴리프로필렌은 열가소성 고분자 소재 중 하나다. 화학적인 구조를 따져보면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쉽게 말하면 플라스틱 성분으로 흔히 ‘PP’로 알고 있는 소재다. 

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플라스틱 종류는 2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PE’라고 부르는 폴리에틸렌이다. 투명도, 내구성이 높아서 병, 장난감, 비닐, 음료수 뚜껑 등에 많이 사용된다. 편리하지만 열에 노출되면 환경호르몬과 발암물질이 발생할 수 있다. 

또 하나는 폴리프로필렌이다. 단단함, 투명함, 내화학성, 내피로성, 내열성이 높아 다양한 산업군에서 다양한 형태로 활용되고 있다. 일회용 커피 컵의 뚜껑, 기저귀, 유아용 카시트를 비롯해 실 형태로 가공해 섬유나 테이프, 어망 등에도 활용된다. PP 파우더 상태에서 유기화합물을 제거하고 필름으로 만들면 음식 및 과자류, 담배, 의류의 포장에 사용된다.

과자 봉지를 만드는 주요 재질은 플라스틱 소재인 폴리프로필렌인데 가공 과정을 거쳐 플라스틱 필름으로 만들어 활용한다. 재활용을 위한 분리수거 역시 플라스틱이 아닌 비닐로 분류된다. 

과자나 라면 봉지는 얼핏 보기에는 한 겹의 필름으로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폴리프로필렌을 포함한 다층포장재로 만들어진다. 다층포장재를 사용하는 것은 식품 포장 시 산소 차단성, 내충격성, 차광성 등을 모두 만족하는 단일 재질이 없기 때문이다. 다층포장재는 투명한 플라스틱 필름과 알루미늄박 등 두 개 이상의 포장재를 겹쳐 만든다. PP, PE, PA(폴리아마이드), PET(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 알루미늄박 등의 재질이 2~3겹씩 합쳐진다고 보면 된다. 

그 중 제품의 변질을 막고 신선도 유지를 위한 역할은 알루미늄박이 한다. 과자 봉지 내부가 은색으로 보이는 건 바로 이 알루미늄박의 색깔 때문이다. 내구성, 내열성, 내한성 3박자를 고루 갖추고 있어 식품 포장재로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다만 알루미늄끼리 접착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안팎으로 플라스틱 필름을 코팅해 밀봉한다. 즉, 식품에 직접 닿는 면적의 재질은 플라스틱 필름인 셈이다.

◇ 포장지 잉크에 들어가는 유독화학물질 ‘톨루엔’

대부분의 포장지들은 화려한 색들로 인쇄돼 있다. 필름에 잉크 성분을 입히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다양한 색의 잉크가 선명하게 인쇄될 수 있도록 ‘톨루엔’이라는 물질이 들어간다. 

톨루엔은 세계보건기구에서 정해놓은 프롬알데히드, 벤젠, 클로로포름과 함께 새집증후군 일으키는 원인 물질 중 하나로 분류되는 물질이다.

일반적으로 식품 포장재, 산업용 등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필름에는 그라비아 인쇄 공정을 활용한다. 동판에 원하는 모양으로 오목하게 음각을 하고 그라비아 잉크를 담아 인쇄할 필름을 끼워 압력을 가하면서 인쇄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그라비아 잉크에 사용되는 용제는 메틸에틸케톤(MEK), 에틸아세이트(EA), 톨루엔(TOL) 등이다. 현행 화학물질관리법상 유독물질로 분류되는 것들이다. 툴루엔은 신경계와 심장 등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유해 화학 물질로 식품에는 들어갈 수 없도록 돼 있다. 

때문에 몇몇 제조업체에서는 포장재 인쇄 시 잉크 양을 대폭 줄이거나 아예 그라비아 잉크 대신 다른 기술을 개발해 대체하고 있다. 

◇ 인쇄 도수 줄이고 방식 바꾸는 기업들

대표적으로 오리온이 있다. 오리온은 2014년부터 착한 포장 프로젝트를 통해 포장재 인쇄와 접착에 쓰이는 유해화학물질을 친환경, 친인체 물질로 대체해 인체에 무해한 포장재를 개발하는 등 ‘그린포장 프로젝트’에 앞장서고 있는 기업으로 꼽힌다.  

먼저 인쇄에 있어서 포장재에 들어가는 잉크의 양을 대폭 줄였다. 2015년, 2019년 두 번에 걸쳐 총 32개 브랜드의 포장재 디자인을 단순화하고 인쇄도수를 줄이는 작업을 병행해 포장재에 사용하는 잉크 양을 기존 대비 연간 약 178톤 줄였다. 

지난 2017년에는 잉크제조사와 인쇄용 동판제조사와 2년의 공동연구 끝에 메틸에틸케톤, 에틸아세테이트 등 인체에 유해한 휘발성 유기화합용제를 사용하지 않은 환경 친화적 포장재 개발에 성공, 식품용 포장재로는 최초로 환경부 ‘녹색기술 인증’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개발한 포장재는 제조 시 발생하는 유해물질인 총미연소탄화수소(THC)와 총휘발성유기화합물(TVOC) 방출량을 기존 대비 각각 83%, 75% 줄여 소비자와 생산 근로자 모두에게 보다 안전하다고 알려지고 있다. 

이와 함께 70억원을 투자해 플렉소 인쇄 설비를 도입해 올해 3월부터 생산을 시작했다. 플렉소 인쇄는 기존의 그라비아 인쇄와 달리 양각 인쇄방식으로 잉크 사용량을 대폭 줄이는 환경 친화적 포장재 생산 방식이다. 오리온은 이를 통해 연간 잉크 사용량을 50%가량 절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PC그룹에서도 포장재 혁신에 나섰다. SPC그룹 포장재 계열사 SPC팩에서는 톨루엔 등 유해물질을 사용하지 않고도 좋은 색을 내는 포장재를 개발해 현재 4개 기술에 대한 특허출원을 해놓은 상태다. 빵과 식품을 감싸는 포장 비닐에 친환경 인쇄기술을 접목한 것으로 이 기술로 녹색기술과 녹색제품 인증을 동시에 획득했다. 현재 파리바게뜨, 던킨도너츠, 베스킨라빈스, SPC삼립 등 SPC그룹 계열 브랜드 전 제품에 사용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식품회사에서는 식품위생법에서 정한 기준규격을 준수하며 철저한 공정과정을 통해 포장재를 만들기 때문에 포장재 속 성분들이 식품에 이행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만 잘못된 음용 방식으로 식품을 섭취할 경우 포장재 자체에 코팅된 인쇄성분 등의 유해성분을 함께 섭취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이를테면 커피믹스 봉지로 커피를 젓는다거나 봉지라면을 끓여먹을 경우, 인쇄면에 코팅된 플라스틱 필름이 벗겨져 인쇄성분이 노출될 우려가 있다. 특히 커피믹스를 탈 때 습관적으로 기다란 포장지를 티스푼 대용으로 사용해 커피를 젓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포장지의 인쇄 성분은 물론, 절취선 부위에 있는 소량의 납성분이 열에 녹아서 흘러나올 우려가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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