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해지기 위해 또 다른 안전을 뒤로 미루는 아이러니

때로는 긴 글 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많은 메시지를 담습니다. 과거 잡지기자로 일하던 시절에 그런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포토그래퍼나 디자이너에게 어떤 느낌의 작업물을 원하는지 전달하려면 빽빽한 글을 채운 작업지시서보다 딱 한 장의 ‘시안’이나 ‘레퍼런스’가 훨씬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살면서 마주치는 여러 가지 환경 관련 이슈, 그리고 경제 관련 이슈가 있습니다. 먼 곳에 있는 뉴스 말고 우리가 아침저녁으로 마주하는 공간에서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것들 말입니다. 그런 풍경들을 사진으로 전하겠습니다.

성능 좋은 DSLR이 아닙니다. 그저 주머니에서 꺼내 바로 찍을 수 있는 폰카입니다. 간단하게 촬영한 사진이지만 그 이미지 이면에 담긴 환경적인 내용들, 또는 경제적인 내용을 자세히 전달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사진으로 읽는 환경 또는 경제 뉴스입니다. 열 여섯째 사진은 감염 우려를 낮추기 위해 사용이 늘어난 일회용품의 모습입니다. [편집자 주]

서울 송파구의 한 생활용품점 매장 모습. 소비자들의 안전을 위해 일회용 위생장갑을 제공한다. 코로나19의 끝질긴 확산세를 고려하면 당연한 조치인데, 안전을 지키기 위해 또 다른 안전 위해 요소를 묵인해야 하는 아이러니가 생긴다. 이 구조적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이한 기자 2020.10.25)/그린포스트코리아
서울 송파구의 한 생활용품점 매장 모습. 소비자들의 안전을 위해 일회용 위생장갑을 제공한다. 코로나19의 끝질긴 확산세를 고려하면 당연한 조치인데, 안전을 지키기 위해 또 다른 안전 위해 요소를 묵인해야 하는 아이러니가 생긴다. 이 구조적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이한 기자 2020.10.25)/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서울 송파구의 한 건물 지하 생활용품점 입구에 손소독제와 일회용 위생장갑이 놓여있다. 여러 사람이 오가며 물건을 만졌을테니 위생장갑을 끼고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낮추자는 취지로 이해된다. 지난 4월 총선때도 유권자에게 일회용 장갑이 지급됐고, 최근 뷔페 식당이나 스포츠경기장, 전시장 등에서도 일회용 비닐장갑이 제공되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19로 일회용품이나 플라스틱 등의 사용이 늘었다. 손과 비말을 통해 바이러스가 감염된다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세계적으로 일회용품 사용이 늘고 그로 인해 쓰레기 양도 늘어난다는 것 역시 심각한 문제다. 다만, 환경을 생각하자는 게 결국 인류의 생활을 리스크 없이 ‘안전하게’ 만들자는 취지이므로 지금은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는게 더 큰일이긴 하다.

문제는 코로나발 쓰레기 대란도 현실이라는 것. 매주 수억장의 마스크가 버려지고 일회용품 사용과 배달 이용이 늘면서 대중들의 소비패턴은 (과거에 생각하던) ‘친환경’ 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다. 안전을 지키기 위해 또 다른 안전을 뒤로 미뤄야 하는.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소비자들의 자발적 참여가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오늘자 본지 인터뷰에서 “기업이 뭘 만드느냐가 중요하고, 정부가 폭넓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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