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환경’ 관심 고조…국내 기업들 발맞춰 친환경 전략 앞세워
LG화학, 신소재 개발에 박차…세계 최초 플라스틱 대체 소재 선봬
친환경 경영 전략과 R&D 투자 ‘뚝심’ 원동력

LG화학 연구원들이 고흡습성 수지와 관련된 실험을 하고 있다. (LG화학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LG화학 연구원들이 고흡습성 수지와 관련된 실험을 하고 있다. (LG화학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김동수 기자] 최근 국내외를 막론하고 기업들의 미래가치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하나 있다. 바로 ‘환경’이다. 전 세계 해양을 뒤덮고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부터 각국의 초미의 관심사가 된 ‘기후위기’ 등이 지구 곳곳을 병들게 만든 가운데, 경제 주체 중 하나인 기업 역시 이러한 현실을 외면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제품을 생산해 전 세계를 무대로 판매하는 국내 기업들의 경우 환경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가령, 유럽연합(EU)의 내연기관차 평균 이산화탄소(CO2) 배출 규제와 탄소 국경세 등으로 수출에 주력하는 국내 기업에도 변화가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기업이 생산한 제품을 소비하는 소비자들 역시 환경에 관한 인식이 대폭 개선되면서 기업들은 과거 양질의 제품 ‘생산’, 그 자체에만 머물러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렇듯 전 세계적으로 환경에 관한 생각이 과거와 달라지면서 최근 기업들은 ‘친환경’을 앞세워 장기 전략을 세우고 관련 제품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신(新)성장 동력으로 다름 아닌 환경을 내세우고 있는 셈이다. 특히, 국내 기업 중 이러한 분야에서 발 빠른 행보를 보이는 기업이 있다. 바로 LG화학이다.

최근 LG 화학 하면 떠올리는 대표 제품은 전기차 배터리다. 올해 1분기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첫 1위를 달성한 후 쾌속 질주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SNE리서치가 최근 발표한 ‘1~8월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에 따르면 LG화학은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고수하며 상승 가도를 달리고 있다. 다른 글로벌 배터리 업체의 판매는 줄고 있으나 LG화학의 판매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어 세계 시장에서 기술력으로 그 저력을 입증하고 있다.

△ 신소재 개발 박차...친환경 포장재 새로운 대안 제시

하지만 LG화학이 두각을 나타내는 분야가 또 하나 있다. 바로 석유화학부문에서 개발하고 있는 각종 친환경 소재다. 현재 LG화학은 PCR PC(Post-Consumer Recycled Polycarbonate, 소비자 사용 후 재활용한 폴리카보네이트) 원료 함량이 60%인 고품질·고함량 친환경 플라스틱을 개발해 글로벌 IT기업에 공급하고 있다. 연간 공급량만 무려 1만1000여톤에 달한다.

여기에 최근 플라스틱을 대체할 신소재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또다시 세간의 눈길을 끌고 있다.

LG화학은 폴리프로필렌(PP) 등의 합성수지와 동등한 기계적 물성을 구현할 수 있는 생분해성 신소재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독자 기술 및 제조공법을 통해 기존 생분해성 소재의 단점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는데, 생분해성 소재의 유연성을 강화하기 위해 다른 플라스틱 소재나 첨가제를 섞는 것과 달리 100% 생분해성 소재를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옥수수 성분의 포도당 및 폐글리세롤을 활용한 이 신소재는 120일 이내 90% 이상 생분해되는 장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플라스틱이 분해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500년인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획기적인 기술 개발이 아닐 수 없다. 기존 생분해성 제품의 단점으로 꼽혔던 유연성을 20배 이상 개선했고 가공 후 투명성을 유지할 수 있어 친환경 포장재에 있어 큰 방향을 불러올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LG화학의 신소재 개발 노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앞서 지난해에는 옥수수 기반의 친환경 기저귀 원료 개발에도 나서기도 했다. 현재 미국 ADM과 공동 연구 중인 ‘바이오 아크릴산(Acrylic Acid)’이 그것이다. 바이오 아크릴산은 고도화된 곡물 발효기술과 첨단촉매제조 기술을 기반으로 기저귀와 다양한 위생용품의 원료인 ‘친환경 SAP’(고흡수성 수지)‘를 생산하는 데 주로 사용된다.

친환경 원료 기반의 기저귀 및 위생용품에 대한 산업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대부분은 석유화학 기반의 ‘납사-프로필렌-아크릴산-SAP’로 이어지는 수직 계열화 제조공정에서 독점적으로 생산되고 있다. 이에 LG화학은 ADM과 가공된 옥수수 성분을 활용, 100% 바이오 기반의 아크릴산을 경제적으로 생산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

LG화학 연구개발비 규모. (그래픽 최진모 기자,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및 LG화학 지속가능경영보고서)/그린포스트코리아
LG화학 연구개발비 규모. (그래픽 최진모 기자,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및 LG화학 지속가능경영보고서)/그린포스트코리아

△ 과감한 R&D 투자 ‘뚝심’, 친환경 경영성과 밑거름

LG화학이 이와 같이 다양한 신소재 개발에 주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친환경 경영을 전면에 내세운 전략과 외부환경에도 변하지 않는 끊임없는 연구개발(R&D) 투자다.

이는 지난 7월 LG화학이 발표한 ‘지속가능성 전략 5대 핵심과제’에서 엿볼 수 있다. LG화학은 ‘환경과 사회를 위한 혁신적이며 차별화된 지속가능한 솔루션 제공’을 목표로 5대 핵심과제를 선정했다. 구체적으로 △기후변화대응 △재생에너지전환 △자원 선순환 활동 △생태계 보호 △책임 있는 공급망 개발/관리 등이다.

이 중 ‘자원 선순환 활동’에서 LG화학은 대외적으로 다양한 친환경 소재를 개발할 것을 천명했다. 앞서 언급한 PCR 플라스틱뿐 아니라 생분해성 플라스틱 소재 개발에 적극 나서며 PCR PC 원료함량도 현재 60%에서 최대 85%까지 높일 방침이다. 또한, 관련 제품군도 ABS(Acrylonitrile Butadiene Styrene)와 폴리올레핀(Polyolefin)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통해 환경오염 및 미세플라스틱 문제 해결에도 나서는데 2024년까지 생분해성 고분자인 PBAT(Poly Butylene Adipate-co-Terephthalate)와 옥수수 성분의 PLA(Poly Lactic Acid)를 상업화한다는 야심 찬 계획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신소재 개발의 기저에는 '뚝심'으로 일관된 LG화학의 연구개발(R&D) 투자가 있었다. LG화학은 세계 최초로 생분해성 신소재를 개발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생분해성 핵심 물질에 대한 고유 원천기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LG화학은 현재 생분해성 중합체와 조성물, 제조방법 등에 대한 총 25건의 특허를 국내외에 보유하고 있는데 이러한 원천기술 확보는 다름아닌 끊임없는 R&D투자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LG화학은 R&D비용으로 △2017년 8925억원 △2018년 1조618억원 △2019년 1조1323억원으로 그 규모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 매출액 대비로 봐도 매년 4% 내외의 R&D비용을 집행하고 있다. 또한, R&D인력도 꾸준히 늘리고 있는데 △2017년 4760명 △5458명 △5672명이다. 특히, 코로나19 악재로 전 세계 기업들이 패닉을 겪고 있는 가운데서도 올해 상반기 R&D비용은 5434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5449억원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해 R&D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지난 19일 LG화학 노기수 사장은 생분해성 신소재 개발을 발표하며 “친환경 소재 분야에 연구개발을 집중해 자원선순환 및 생태계 보호에 앞장서는 기업으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지난 7월 발표한 지속가능성 전략 5대 핵심과제 중 하나를 다시 한번 강조한 셈이다. 향후 LG화학이 이러한 친환경 경영 전략을 가지고 어떤 행보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kds0327@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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