묶음 할인, 단위당 가격 줄이고 소비량을 늘려라?
두배 또는 공짜...구매욕을 자극하는 마케팅 키워드
묶음 할인 둘러싼 엇갈린 견해 “경제적 vs 비효율적”
생산 늘어나고 포장재 많이 사용하는 문제 해법은?
경제와 환경 모두 고려한 진짜 ‘합리적인 소비’ 찾아야

국내 유명 포털사이트 뉴스란에 ‘환경’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기사가 1,170만건 이상 쏟아집니다. 인기 K-POP그룹 BTS와 방탄소년단 단어로 총 66만건, ‘대통령’ 키워드로 929만건의 기사가 검색(10월 12일 기준)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환경 문제에 대한 세상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환경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일회용품이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고 입을 모읍니다. 정부와 기업은 여러 대책을 내놓고, 환경운동가들은 ‘효과가 미흡하다’며 더 많은 대책을 요구합니다. 무엇을 덜 쓰고 무엇을 덜 버리자는 얘기도 여기저기 참 많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생활 습관과 패턴은 정말 환경적으로 바뀌었을까요?

‘그린포스트’에서는 매주 1회씩 마케팅 키워드와 경제 유행어 중심으로 환경 문제를 들여다봅니다. 소비 시장을 흔들고 SNS를 강타하는 최신 트렌드 이면의 친환경 또는 반환경 이슈를 발굴하고 재점검합니다. 소비 시장에서의 유행이 환경적으로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짚어보는 컬럼입니다. 스물 다섯번째 주제는 경제적인 소비 꿀팁으로 여겨지는 1+1입니다. [편집자 주]

사진은 서울의 한 마트에 진열된 1+1 우유 제품.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사진은 기사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독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사진은 서울의 한 마트에 진열된 1+1 우유 제품.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사진 속 제품과 제조사 등은 기사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독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지난 10월 8일 저녁, 기자는 퇴근길에 롯데리아에서 ‘밀리터리 버거’를 구매했다. 군대에서 먹던 햄버거를 재현했다고 해서 호기심이 생긴 덕이다. 제품을 포장해 집으로 오면서 동네 소형마트에 들렀다. 우유와 스프를 사기 위해서다. 군복은 입어 본 사람은 알겠지만, ‘군대리아’는 콜라와 감자튀김 대신 우유와 스프에 먹는다.

작은 ‘팩우유’를 사려고 했는데 1리터짜리 제품밖에 없었다. 우유는 두종류였다. 한 제품은 낱개로 파는데 비쌌고, 또 다른 제품은 상대적으로 저렴했는데 비닐로 재포장해 2개씩 팔았다. 단위당 가격을 생각해 1+1을 구매할까, 총 지출액을 고려해 한 팩만 살까 고민하다 후자를 택했다. 한달 전, 집에서 아이스라떼를 만들어 먹겠다고 우유를 잔뜩 샀다가 결국 버린 경험이 생각나서다. 게다가 제로웨이스트에 도전한다고 일회용 비닐봉투 하나를 5개월째 쓰고 있는데 비닐로 재포장된 제품을 사는 건 마뜩찮았다.

우유를 들고 나오는데 ‘아차’ 싶었다. 바로 옆 편의점에는 작은 사이즈 팩우유가 있었다. 오래 두고 먹을거라면 1리터도 괜찮지만 어차피 한번 마실 우유라면 단위가격이 비싸도 작은팩을 사는 게 유리할 것 같았다. 후회됐다. 참고로 그 우유는 12일 오후 현재 절반 이상 남아있다. 경제적으로, 그리고 환경적으로, 기자는 과연 ‘합리적인 소비’를 한걸까?

◇ 묶음 할인, 단위당 가격 줄이고 소비량을 늘려라?

비슷한 경험이 다들 있을 터다. 작은 사이즈와 큰 사이즈, 낱개형 제품과 1+1 묶음 제품 사이에서 최적의 ‘가성비’를 찾기 위해 고민한 경험 말이다. 단위당 가격은 묶음 제품이 가장 저렴한데 양이 너무 많고, 소형 제품은 한번만 먹으면 되니까 편리하지만 단위당 가격이 비싸 왠지 손해인 듯 느껴진다.

한때 ‘쇼퍼’들 사이에서 ‘마트와 편의점 중 어디가 더 가격이 저렴할까?’라는 질문이 화제가 된 적 있다. 흔히 생각하기에는 마트가 물건이 많은 대신 단위당 가격이 저렴하고, 편의점은 접근성이 편하고 소량 포장이 많은 대신 가격은 상대적으로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마트와 편의점의 가격을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했을까?

비교의 기준이 된 건 ‘할인 행사’였다. ‘편의점도 때로는 마트만큼 싸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이랬다. 인기상품을 2+1로 구매할 수 있고 여기에 통신사 VIP할인 등을 적용하면 해당 제품은 마트보다 저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편의점에서는 천원, 마트에서는 800원짜리 물건이 있다고 가정하고, 2+1 행사에 10% 할인을 적용하면 편의점에서는 1800원에 3개를 살 수 있으니 개당 600원꼴로 마트가격보다 저렴하다는 계산이다.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어떨까? 할인행사는 편의점만의 무기가 아니다. 대형마트 등 다른 유통채널에서도 2+1 때로는 1+1 행사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 두배 또는 공짜...구매욕을 자극하는 마케팅 키워드

묶음상품, 이른바 ‘덤’을 얹어주는 방식은 마케팅의 오랜 기법 중 하나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소비시장에서도 ‘Buy1, Get1 Free’는 소비자들을 자극하는 대표적인 카피다. 특히 불황과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지갑을 닫는 소비지가 많아지면서 1+1 마케팅은 업계의 오랜 관행이었다.

실제로 유통 업계는 물론이고 외식업계 등에서 관련 마케팅을 오랫동안 진행해왔다. 심지어 최근에는 호텔 업계에서도 하루 숙박하면 하루를 더 머물 수 있는 객실 상품을 내놨다. 지난해 락앤락에서는 커피를 주문하면 텀블러를 주는 파격적인 이벤트도 진행한 바 있다. 파리바게뜨는 케이크를 구매하면 파티용품을 주는 이벤트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원플러스원이나 덤을 얹어주는 방식은 최근에도 여전히 인기다. 캐주얼 브랜드 행텐은 오는 10월 25일까지 제품을 구매하면 하나 더 얹어주는 행텐데이 행사를 진행 중이다. 이마트는 최근 10월 2일까지 센텐스 프로폴리스 앰플에 대해 원플러스원 행사에 나선 바 있다.

원플러스원이 인기인 이유는 간단하다.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심리다. 소비자들은 여러 가지 기준으로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데 그 중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요소가 바로 ‘얼마냐’다. 1+1은 ‘반값’이나 ‘두배’ 또는 ‘공짜’라는 키워드로 구매욕을 크게 자극한다. 앞서 언급한 ‘편의점도 (때로는) 마트만큼 싸다’는 인식 역시 여기서 출발한다.

푸드스타트업을 운영하는 국내 한 기업가는 과거 기자에게 “소비자들도 가치 소비가 좋다는 것을 많이 알고 있지만 대부분 가성비를 먼저 떠올린다. 첫 번째 의사결정 포인트는 ‘값이 얼마나 싸냐’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 관계자는 “지금도 많은 소비자들에게 가격은 여전히 중요한 기준이다. 아무리 친환경 음식이고 리사이클이 가능하다고 해도 비싸면 안 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최근의 소비자들은 제품이 어떤 시도를 했는지, 내가 이걸 구매하면 제품이 의도한 가치에 어느 정도 기여하는지를 함께 생각하는 소비자가 과거보다 늘었다”라고 덧붙였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 라면 코너/그린포스트코리아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매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건 가격이다. 단위당 가격을 낮추는 대신 갯수를 늘려 파는 건 마케팅의 오랜 기법 중 하나다. 이 과정에서 환경적으로 짚어볼 부분은 뭘까. 사진은 서울의 한 대형마트 모습.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사진 속 제품은 기사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 묶음할인 둘러싼 엇갈린 견해 “저렴해 경제적 vs 오히려 비효율적”

1+1은 싸다. 하지만 따져봐야 할 문제가 있다. 단위당 가격이 저렴하다는 사실과, 필요한 만큼 구매하는 것이 반드시 일치하는 가치인지 여부다.

같은 용량, 비슷한 성능에 하나는 2000원에 1+1인 제품, 또 하나는 1500원에 1개만 판매하는 제품이 있다고 가정하자. 꾸준히 사용하는 물건이라면 1+1을 구매하는 게 이익이다. 하지만 사용빈도가 높지 않고 ‘나중에 언젠가 쓰겠지’ 싶어서 구매하는 물건이라면 1500원에 1개를 구매해 지출 자체를 줄이는 게 오히려 ‘가성비’에 부합하는 소비일 수 있다.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소비자 최모씨(40)도 이런 문제를 지적한다. 최씨는 “유통기한이 상대적으로 길고 늘 사용하는 세제같은 경우 1+1을 구입하면 좋다. 내가 쓰지 않으면 부모님 댁에 가져가서 나눠 사용해도 된다. 하지만 평소 잘 먹지 않는 냉동식품이나 음료수 같은 제품을 1+1에 혹해 구매하면 먹지 않고 쌓이거나, 억지로 먹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서초구에 거주하는 소비자 나모씨(37)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나씨는 “제품의 원래 기본가격에 똑같을 물건을 하나 더 덤으로 얹어주는 행사상품이라면 경제적으로 이익이지만, 한 개를 구입하는 더 싼 경로가 있을 때는 그냥 필요한 만큼만 사는 게 더 좋다”고 말했다.

1+1 제품의 장점을 말하는 소비자는 여전히 많다. 경기도 기흥에 사는 소비자 유모씨(52)는 “신선식품이 아닌 이상 양이 좀 많아져도 단위가격이 저렴하면 아무래도 이익”이라고 말했다. 유씨는 “우리집은 4인가족이어서 식재료나 공산품 사용이 상대적으로 많아 1+1이나 2+1제품 위주로 구매한다. 1인가구라면 모를까, 전통적인 의미의 ‘장보기’에서는 묶음할인이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 환경 관점에서 보면...생산 늘어나고 포장재 많이 사용하는 문제

환경적인 관점에서 돌아볼 지점도 있다. 묶음상품 등으로 할인을 제공하는 마케팅도 기본적으로 소비를 늘리기 위한 전략이다. 재고를 소모하거나 제품의 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취지도 있지만 결국 생산을 늘릴 수도 있다. ‘인류가 사용하는 제품은 예외없이 쓰레기를 남긴다’는 관점에서 보면 1+1 역시 자원순환을 어렵게 할 우려가 있다.

이를 둘러싸고 최근 한 차례 논란이 일었던 바 있다. 환경부가 ‘제품의 포장 재질·포장 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 내용을 발표하자 일각에서 ‘할인 또는 묶음 판매를 통한 판촉활동이 금지되고 결과적으로 소비자가 가격 손해를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당시 논란이 거세지자 환경부는 “묶음 할인 등 소비자 할인 혜택을 유지하면서도 환경보호를 동시에 이루고자 하는 정책”이라고 밝혔다. “늘어나는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판촉시 불필요하게 다시 포장해 발생하는 폐기물을 줄이려는 것”이라는 부연 설명도 덧붙였다. 당시 환경부는 “할인혜택이 없엊는 게 아니고 불필요한 포장폐기물만 줄어드는 것”이라고 밝히면서 “1+1 기획상품 묶음 할인 판촉은 매대에 안내문구를 표시하거나 음료입구를 고리로 연결하는 방법, 띠지 또는 십자형 띠지로 묶어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의 반응 역시 엇갈렸다. 할인 혜택이 줄어들까 우려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편에서는 비닐포장을 줄여야 하므로 옳은 조치라는 의견도 있었다. 환경부의 취지를 이해하지만 해당 조치가 현실적인 효과는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송파구 소비자 최모씨는 “라면 여러개를 예로 들자면, 같이 파는 건 소비자입장에서 편리한데 그걸 굳이 비닐로 한번 더 포장하는 건 아쉬웠다”고 말하면서 “테이프로 묶어도 쓰레기가 늘어나는 건 어차피 똑같으니, 편의점에서 2+1 상품을 판매하듯 라면이나 맥주도 4+1 또는 5+1 형태로 할인하는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분당에 사는 소비자 김모씨(36)는 “할인을 못하게 하려는게 아니라 포장을 줄이겠다는 취지는 이해했는데, 그렇다면 접착제 붙은 띠지를 허용하는 방법보다는 기업들이 친환경재질로 포장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 경제와 환경 모두 고려한 진짜 ‘합리적인 소비’는?

1+1 마케팅에는 ‘가성비’에 대한 경제적인 계산이 숨어 있다. 이와 더불어 제품을 더 많이 제공하는 과정에서의 환경적인 영향이 존재한다. 추가 포장 없이 물건만 하나 더 얹어주는 경우라면 소비욕을 자극해 생산이 늘어날 수 있는 문제, 여기에 비닐이나 띠지 등으로 재포장하면 포장재 사용이 늘어 일회용품이나 플라스틱 등의 사용이 늘어나는 문제가 더해질 수 있다.

환경단체 등에서도 이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와 시민모임은 지난 7월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유통 3사는 과대포장·재포장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대형 유통업체가 적극적으로 과대포장 및 포장재 문제 해결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1+1 마케팅에 대해서만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아니었으나 포장재 문제를 언급한 것으로 1+1과도 적잖은 연관성이 있다.

환경운동연합 등은 지난 7월 “미국이나 유럽의 대형마트에서는 우리나라처럼 접착테이프로 묶어 제품을 팔지도 않고, 묶음 포장도 하지 않음으로써 자발적으로 불필요하게 사용되는 포장재 양을 줄이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다양한 기법으로 불필요한 포장재를 감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국내 유통 3사는 2018년 매장 내 행사상품 등에 대한 추가 포장을 자제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는 2018년 ‘1회용 비닐쇼핑팩·과대포장 없는 점포 운영’ 자발적 협약을 통해 매장 내 행사상품(1+1, 추가 증정) 등에 대한 추가 포장을 자제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소비와 경제활동은 모두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 ‘합리적 소비’는 지금까지 돈을 아끼는 등 경제적인 효율성을 추구하는 의미로만 사용된 경향이 있다. 이에 '앞으로는 환경적인 영향을 덜 미치는 소비 역시 합리적 소비의 범주에 속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증정상품 재포장 사례(좌)와 개선 사례(우). (환경부 제공) 2019.1.15/그린포스트코리아
재포장을 거친 묶음 상품에 대한 환경적인 논의는 과거에도 있었다. 사진은 지난해 1월, 증정상품 재포장 사례(왼쪽)와 개선 사례(오른쪽) 모습. (환경부 제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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