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사회·지배구조 ESG...비재무적 요소로 기업 평가
금융권에서 주목하는 이유...“꾸준하고 확실한 녹색 수요”
ESG 요소 고려해 기업 들여다보는 세 가지 관점
“갈 길 멀다” vs “기업 변화 가속” ESG 향한 두 시선

환경과 경제를 각각 표현하는 여러 단어들이 있습니다. 그런 단어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환경은 머리로는 이해가 잘 가지만 실천이 어렵고, 경제는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도 왠지 복잡하고 어려워 이해가 잘 안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요즘은 환경과 경제를 함께 다루는 용어들도 많습니다. 두 가지 가치를 따로 떼어 구분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영역으로 보려는 시도들이 많아져서입니다. 환경을 지키면서 경제도 살리자는 의도겠지요. 그린포스트코리아가 ‘환경경제신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것도 이런 까닭입니다.

여기저기서 자주 들어는 보았는데 그게 구체적으로 뭐고 소비자들의 생활과 어떤 지점으로 연결되어 무슨 영향을 미치는지는 잘 모르겠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그런 단어들을 하나씩 선정해 거기에 얽힌 경제적 배경과 이슈, 향후 전망을 묶어 알기 쉽게 소개합니다. 열네 번째 순서는 비재무적인 툴로 기업을 평가하는 ESG입니다. [편집자 주]

기업을 진단하고 평가하는 가장 좋은 기준은 뭘까. 사람들은 흔히 기업이 돈을 얼마나 벌었고 그 중에서 투입된 비용을 제하고 남은 순수 이익이 얼마인지를 궁금해한다. 한편에서는 환경 또는 사회에 대한 공헌이나 투명한 지배구조 등을 객관적으로 지표화해 들여다보려는 시도가 꾸준히 있었다. 이를 둘러싸고 금융상품도 개발됐다.  요즘 언론에서 늘 핫이슈인 'ESG' 얘기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기업을 진단하고 평가하는 가장 좋은 기준은 뭘까. 사람들은 흔히 기업이 돈을 얼마나 벌었고 그 중에서 투입된 비용을 제하고 남은 순수 이익이 얼마인지를 궁금해한다. 한편에서는 환경 또는 사회에 대한 공헌이나 투명한 지배구조 등을 객관적으로 지표화해 들여다보려는 시도가 꾸준히 있었다. 이를 둘러싸고 금융상품도 개발됐다. 요즘 언론에서 늘 핫이슈인 'ESG' 얘기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요즘 주요 기업마다 ESG가 화두다. 최근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임직원에게 전체메일을 보내 “기업 경영의 새로운 원칙으로 ESG를 축으로 하는 파이낸셜 스토리 경영을 설정하고 방법론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매출액이나 영업이익 같은 숫자로만 우리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에 연계된 실적, 주가, 그리고 우리가 추구하는 꿈을 하나로 인식하는 것이 유일한 생존법”이라고 덧붙였다.

포털사이트 뉴스란에 ESG를 검색하면 경영 또는 금융 등과 관련한 뉴스가 여럿 검색된다. 본지에서도 불과 이틀 전 신한은행이 호주달러 4억불 규모 ESG캥거루채권을 발행했다는 소식을 보도한 바 있다. 한국경제는 24일자 기사에서 “ESG펀드에 대한 투자가 올해 두 배로 증가했고 현재 총 350억 달러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ESG를 언급하는 기업은 분야와 규모의 경계가 없다. KB금융이 스타트업 21개사를 육성한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언택트와 ESG를 강조하겠다고 했고, 한화가 유럽 태양광 진출을 위해 분산탄에서 손을 떼고 ESG를 강화한다는 기사도 보도됐다.

세계경제포럼은 기업 ESG 수준을 비교할 수 있도록 핵심 측정 지표를 발표하겠다고 했고, 한 매체는 삼성전자 화성캠퍼스가 물 발자국을 획득했다는 기사를 보도하면서 ‘ESG도 1등’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도대체 ESG가 뭐길래 이렇게 관심이 뜨거울까?

◇ 환경·사회·지배구조...비재무적 요소로 기업을 평가한다면

ESG는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 앞글자를 딴 약자다. 네이버 지식백과에 등록된 두산백과에서는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사회·지배구조를 뜻하는 말’이라고 설명한다. 기업을 평가하는 시선으로 매출이나 이익 등 재무적인 방식뿐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 가치와 지속가능성에 주목하기 위해 환경 또는 사회적인 요소 등을 고려하자는 취지다. 쉽게 의역해 얘기하자면, 돈을 많이 버는지만 고려할 게 아니라 환경이나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업인지, 지배구조가 투명한 좋은 기업인지를 따져보자는 의미다.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지식백과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영국을 시작으로 스웨덴과 독일 등 여러 나라에서 연기금을 중심으로 ESG 정보 공시 의무 제도를 도입했다. UN은 2006년 출범한 유엔책임투자원칙(UNPRI)을 통해 ESG를 고려한 사회책임투자를 장려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도입된지 이미 15~20년 정도 됐다는 얘기다.

그러고 보면, 기업의 환경경영 이슈나 사회공헌, 지배구조의 투명성 여부도 이미 오래전부터 늘 대중의 관심을 끌어왔다. 기업들은 너도나도 자신들이 환경적이고 사회공헌에 힘쓴다고 주장하다.

비교적 오랜 역사를 가진 ESG에 최근 부쩍 관심이 집중된 이유는 금융시장, 즉 ‘돈’과 얽힌 관심 때문이다. 최근 ESG채권 발행이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경제가 21일 한국거래소(KRX)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올해 9월 21일까지의 국내 ESG 채권 발행금액은 5조 6600억원 규모다

이는 국내 ESG 채권 발행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주택금융공사 물량운 제외한 금액으로, 전년 동기 발행금액(2.9조원)의 두 배에 가깝다. 보도에 따르면, 2018년 ESG채권 발행은 1.25조원, 2018년은 5.11조원이었다.

◇ 금융권 ESG 주목 이유...“꾸준하고 확실한 녹색 수요 때문”

증권가에서는 ESG채권 등을 둘러싼 금융계 흐름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우선 눈여겨볼 조언이 하나 있다. ‘ESG는 사실 추상적인 개념으로 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라는 조언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이태훈 연구원은 지난 22일자 ‘ESG 채권 살펴보기’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위와 같은 견해를 밝혔다. 이 연구원은 “친환경은 기후 채권 이니셔티브 분류체계에 따르면, 8개의 대분류(에너지, 운송, 물, 건물, 토지사용&해양자원 등)가 있고 그 아래 45개의 하위 분류(에너지 내 태양열, 풍력, 지열, 바이오에너지, 수력 등)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여기에 사회와 지배구조까지 추가하면 범위가 더 넓어진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SG가 금융권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뭘까. 이 연구원은 “녹색프로젝트 본연의 꾸준하고 확실한 수요에 기반한다”고 진단했다. 연구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16∼2050년 사이 에너지 분야에만 연평균 약 3.5조 달러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한다.

환경 관련 분야의 투자 규모를 크게 예상하는 목소리는 또 있다. UNCTAD(2014)는 UN의 지속가능 목표(SDGs)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15~2030년 사이 매년 5~7조 달러의 투자가 소요되는데, 공공 부문의 자금조달 능력을 감안할 때 연간 약 2.5조 달러의 자금 부족 및 녹색 금융 수요가 예상된다고 보고한 바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4,658억 달러 규모의 ESG 채권이 신규로 발행됐다. 이는 지난 2014년 710억 달러 대비 6.6배 성장한 규모다. 이에 대해 이태훈 연구원은 “2020년은 팬데믹 확산으로 인한 산업재, 에너지 섹터 기업들의 유동성 확보 유인 등으로 설비 투자가 소폭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데도, 향후 시장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걸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친환경 경영' 또는 '지속가능 경영'은 거의 모든 기업과 CEO들이 예외없이 "우리는 그것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꾸준히 실천한다"고 주장하는 가치다. 그 기업이 정마로 그런지 들여다보려면 뭐가 필요할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친환경 경영' 또는 '지속가능 경영'은 거의 모든 기업과 CEO들이 예외없이 "우리는 그것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꾸준히 실천한다"고 주장하는 가치다. 그 기업이 정말로 그런지 들여다보려면 뭐가 필요할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ESG 요소 고려해 기업 들여다보는 세 가지 관점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ESG 요소를 고려할 때 세 가지 관점으로 신용 분석과 연관 지을 수 있다. 비즈니스 모델의 지속가능성, ESG 위협과 기회의 재무적 영향, 발행자와의 유기적 의사소통 및 투명한 정보 공개다.

비즈니스 모델 지속가능성은 중요성의 관점에서 ESG 관련 추세적 변화가 기업이 영위하는 사업의 지속가능성에 끼치는 영향을 조사해, 변화의 원인으로 결과를 전망하는 인과관계 분석을 기반으로 한다. 이후 적합한 대응책을 수립하고, 자원을 알맞은 위치에 배분하는 예방조치를 점검하여 사업 모델의 적응력과 위기 대응 전략을 평가한다.

보고서에서는 2015년 폭스바겐 사례를 예로 들었다. 당시 배출가스 조작 사건(디젤 스캔들)은 클린 디젤 인식의 변화를 가져왔고 해당 기업 일부 모델뿐만 아니라 다른 자동차회사의 친환경차 투자 유인을 가속화했다. 2020년 현재, 글로벌 봉쇄 조치로 디지털 도구 활용에 관심이 높아졌으며, 자동차회사들은 미래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전기화(electrification), 스마트팩토리 등의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ESG 위협과 기회의 재무적 영향은 회계 공시자료로 측정된다. 기후 재난, 외부적인 저탄소 전환과 같은 위협은 매출 감소, 비용 증가, 자산 손상·매각 등으로 나타나며, 친환경 신기술 개발, 재생에너지 사용 등 기회는 비용 감소, 수익 증대, 자본접근성 향상, 평판 이익 등으로 표현된다.

이와 더불어 공시 자료에서 ESG 관련 재무적, 비재무적 정보가 손익계산서 상에 어떻게 드러났는지에 관한 연결적 사고도 필요하다. 위의 폭스바겐 예시에서는 디젤 스캔들로 인한 리콜, 환매, 소송 등 재무적 손실이 해당되며, 폭스바겐 그룹은 2015년 한 해 162억유로(약 21조원)의 특별 충당금을 책정한 바 있다.

마지막으로, 채권자에게는 낯선 방법이지만 분석 대상 기업과의 상호작용 및 투명한 정보 공개가 중요하다. 환경적으로는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과 목표치, 달성 가능성 등에 대한 질문 내지는 준수 여부 점검이 포함되며, 사회적으로는 ESG 전담 내부 조직 구성, 인력 관리, 기업 윤리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지배구조 관련해서는 지속가능보고서 등 정기 보고 체계, 사외이사, 외부 감사 등이 포함된다.

◇ “갈 길 멀다” vs “기업 변화 가속” ESG 향한 두 시선

ESG는 기업을 평가하는 기준이나 투자 결정 방법으로서의 새로운 대안이 될까? 이에 대해서는 유럽 등 해외 사례와 비교하면 출발이 늦은 만큼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평가도 다수 존재한다.

ESG 관련 펀드와 채권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정성적 평가를 통한 선별적 투자가 중요하다”는 이견도 제기된다. 한화자산운용은 24일 'ESG, 어떻게 평가하고 투자해야 할까'라는 주제의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운용사 자체 평가기준 수립과 지속적인 모니터링, 투자대상 기업과의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 등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ESG평가 기준이 명확하게 공개되지 않아 시장의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한다. 기업의 ESG 요소를 평가하는 기관은 한국기업지배구조연구원 등 3곳이다.

한편에서는, ESG 요구가 확대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에너지 전환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내다보는 시선도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지난 23일, 기관 투자자들의 탄소중립(Net zero) 요구가 확대되고 있다면서 위와 같은 전망을 내놓았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500여곳 이상의 기관투자자로 구성된 세계 최대 투자 그룹 Climate Action 100+가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전 세계 161개 회사에 배출량을 2050년까지 ‘넷-제로’로 줄이는 방안과 계획을 수립하고 공표하도록 요구했다. 이 단체는 운용자산이 47조달러 규모고 이들이 지목한 161개 기업 중에는 한국전력과 포스코, SK이노베이션이 포함됐다.

유진투자증권 황성현 연구원은 이에 대해 “글로벌 투자자들의 기후위기에 대한 적극적인 행동요구는 국내 기업들의 참여 속도를 높여 관련 밸류체인(풍력, 태양광, 배터리)에도 긍정적 영향을 지속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환경친화적인 경영 활동이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기업을 판단하는 하나의 근거가 되면서, 환경과 경제의 교집합을 찾는 일이 기업과 투자자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숙제로 떠오르고 있다.

leehan@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