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파도 속 선방...온라인 사업이 실적 이끌었다
화장품 시장은 고전...“사업 다각화로 새 활로 찾아야”
고급화 전략에 온라인 강화...차석용식 ‘선택과 집중’ 통할까
온라인 타고 해외로...세계 시장에 위기극복 열쇠 있다“
“미래 전망 긍정적...매출 감소·고정비 부담 축소 또는 상쇄 기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일주일 연장되면서 국내 생필품 및 화장품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하늘길이 봉쇄된 가운데 면세업계까지 장기휴업에 돌입하면서 사실상 큰 범위에서 화장품 무역자체에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이 또한 장기화될 조짐에 화장품업계는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양상이다. 

사실, 최근 몇 해동안 국내 화장품 업계는 중국 사드, 홍콩 시위, 일본 불매 등의 크고 작은 사회문제를 겪으면서 안팎으로 최악의 악재를 기록했다. 여기에 엎친데 덮친격으로 코로나19까지 터지면서 마비상태까지 이르렀다. 

국내 화장품 기업들은 위와같은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자구책 마련에 돌입했다. 앞서 대안을 찾아 접목시키고 있는 기업은 그나마 미래를 위해 지금은 '존버'해야 하는 입장이다. 

과거 K뷰티산업은 K문화를 이끌며 전 세계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100조에 육박하는 경이로운 숫자를 기록하면서 국가 경제활성화에 가장 선한영향을 끼치는 경제주역이었다. 

이에 현재의 위기를 기회삼아 다시한번 K-뷰티의 산업을 이끌 '존버'하는 국내 화장품 기업을 소개한다. 스물일곱번째 순서는 화장품 산업을 사업다각화시켜 전 세계 시장에 다시 한번 도약하겠다는 전략을 꾀하고 있는 LG생활건강이다. <편집자주>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최진모 그린포스트코리아 그래픽 디자이너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최진모 그린포스트코리아 그래픽 디자이너

[그린포스트코리아 최빛나 기자] 코로나19는 국내 전 산업에 영향을 미쳤다. 영향력이 컸지만 그 영향으로 인한 결과는 저마다 달랐다. 누구에겐 악재였고, 반대로 누구에게는 상대적인 호재로 작용하기도 했다. 사람들의 소비습관이 뿌리부터 달라졌기 때문이다. 

LG생활건강은 지난 2분기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중국 시장 등이 크게 영향을 받고 면세점 등의 매출이 떨어지면서 화장품 부문에서는 타격을 입었지만, 생활용품과 식음료 부분에서 수혜를 입으면서 오히려 '선방'했다는 평가다. 

화장품이 주력인 LG생활건강은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0.7%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2.1%늘었다. 코로나 여파가 본격화된 2분기에 역대 최대 영업이익인 3022억원을 달성했다. 사뭇 아이러니한 결과인데, 그 배경은 뭘까. 

◇ 생활 속 아이템, 온라인 사업이 실적 이끌었다

전반기 실적개선은 생활용품과 식음료 분야가 이끌었다. 코로나19로 위생과 청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손세정제나 물티슈, 손소독제 등 각종 살균·소독제 수요가 늘어난 것이 호재로 꼽힌다. LG생건의 상반기 생활용품 분야 매출은 9415억원, 영업이익은 1285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6.4%, 79.7% 성장했다. 

생필품 라인을 온라인 사업으로 확대하고 시그니처 제품 위주로 마케팅과 홍보를 대대적으로 펼친 것도 좋은 선택이었다. 일례로 탈모 방지 샴푸 닥터그루트 제품 매출이 전년 대비 40%이상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이 제품을 예로 들면서 “현 소비트랜드에 따라 온라인 홍보마케팅에 힘을 쏟았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도 “닥터그루트 상반기 매출은 전년 대비 40%가량 늘었다”면서 “보통 탈모 제품은 중장년층이 구매하지만, 신제품을 출시하고 온라인 마케팅을 펼치면서 젊은 층의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코로나19는 소비시장을 크게 바꿨다. 야외활동이나 업체의 판매, 판촉은 줄고 배달서비스의 수요는 대폭 늘었다. 영화관이나 지역행사 등 문화 활동 자제 권고가 이어지고 행사장들이 폐쇄 또는 취소되면서 마케팅과 판촉 행사가 줄었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 온라인 마케팅 활동은 더욱 치열했다. LG생건은 온라인 마케팅에 주력했고 에너지 드링크 등 젊은 소비자 타겟 제품군에서는 오히려 매출이 늘어나는 효과를 얻었다.  

◇ 화장품 시장은 고전...“사업 다각화로 새 활로 찾아야”

LG 생활건강의 주력인 화장품 산업 실적은 마이너스를 면치 못했다. 화장품 사업이 주력인 만큼 떨어진 매출을 두고 불안해하는 시선도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음료와 생필품 등으로 기업 전체 실적은 선방했지만 화장품 사업이 급감하면서 내부에서는 이를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솔루션을 도입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식음료와 생필품 트랜드가 어떻게 바뀔지도 모르고 안정화를 가지고 가기에더 아직은 불안하다. 화장품카테고리를 다시 안정화 시키기 위해 내부에서도 예민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적표로 보자. 화장품 매출은 올해 2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16.7%, 영업이익은 21.2% 감소했다. 오프라인 매장이 타격을 입으면서 LG생건 화장품 브랜드를 취급하는 백화점, 아울렛, 면세점 등 유통채널들이 부진한 탓이다. 특히 해외길이 막히면서 면세점, 해외매장 매출이 절반 이상 줄었고, '후', '오휘', '숨37' 등 럭셔리 브랜드 매출도 17.6% 감소했다. 

해결해야 할 숙제가 있다. 코로나19 장기화 우려에 3분기 이후에도 화장품 분야 실적 회복이 녹록지 않다는 의견이 많아서다, 증권가 관계자는 "3분기 화장품 부문 매출은 앞으로 더 감소할 것"이라며 "코로나19가 장기화됨에 따라 수출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유통 채널이 도산될 위기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돌파구를 해외에서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관계자는 "올해 화장품 관련 해외 실적은 17% 성장했다. 해외브랜드를 인수하거나 합병, 해외시장 진출 등 사업다각화를 접목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를 공략해 매출 개선을 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페이스샵 차앤박 제품 /LG생활건강 제공
더페이스샵 차앤박 제품 /LG생활건강 제공

◇ 고급화 전략에 온라인 강화...차석용 리더십 통할까

증권가는 LG 생활건강이 올해 하반기 매출 4조 3000억 원, 영업이익은 5883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긍정적인 전망의 바탕에는 차석용의 고급화·온라인 전략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차석용은 사업다각화와 디지털 전환, 합병 등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주력 사업인 화장품 분야의 위기 속에서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겠다는 의지다. 

차 부회장의 화장품 전략은 이렇다. 현재 보유중인 LG생건의 화장품 브랜드의 라인업을 확대하거나 생산량을 늘리지 않고, 숨이나 후 같은 기존의 고급화장품을 차별화시켜 고가 화장품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차 부회장이 그 동안 고가화장품 브랜드를 키우고 판매 비중을 지속해서 높여왔던 점이 이를 입증한다. 

물론 무조건적으로 줄이기만 하는 건 아니다. 성장 가능성이 있는 브랜드나 제품에 대해서는 사업 다각화도 적극 추진한다. LG생건은 지난 7월 자회사 3곳(더마코스메틱 브랜드 CNP, 더페이스샵, 케이엔아이)을 흡수 합병했다. 흡수 합병절차는 올해 11월 마무리될 예정이다. LG생활건강은 합병으로 인해 짧아질 의사결정 과정으로 사업이 효율적으로 통합 운영할 수 있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위의 흡수될 브랜드는 각 성향에 맞게 미래를 위한 전략을 접목시키겠다는 입장이다. 관계자는 "더마화장품과 고급화장품 브랜드를 늘려 화장품 라인을 다채롭게 구성할 계획이다. 또 페이스샵은 헬스앤뷰티 사업을 확장 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의 합병 소식이 억지로 끼워 맞추는 전략은 아니다. 각 사업성향과 매장의 상황을 고려해 기업에 맞게 전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 온라인 타고 해외로...세계 시장에 위기극복 열쇠 있다

해외시장에서의 성과도 지금은 위기지만 앞으로는 기대가 된다. 화장품업계는 중국 더마화장품시장 규모가 2017년 600억 위안(10조2천억 원)에서 연평균 17%씩 성장해 2023년에는 800억 위안(13조6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시장 상황에 일부 변화가 있지만 전체적인 시장 흐름은 성장세라는 분석이다. 

LG생활건강이 인수한 미국 뉴에이본의 디지털 방문판매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것도 호재다. 이 때문에 오히려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상황이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온라인사업 비중을 확대 시키면서 수익성 개선 효과도 얻겠다는 입장이다. 

차부회장은 오프라인 비중을 줄이고 온라인 부문을 확대시키겠다는 입장을 꾸준히 밝혀왔는데 그 효과가 이번에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수요는 줄면서 온라인 이용률이 급성장 했기 때문이다. 

차 부회장은 지난 2018년부터 온라인으로 화장품 브랜드뿐만 아니라 생필품까지 접목시키면서 온라인 물량의 취급 비중을 늘려나가기 시작했다. 이에  온라인 내 물량 기준 비중이 2018년 20% 초반에서 2019년 4분기 20% 후반까지 높아졌다. 위와같은 온라인 물량 확대 전략으로 온라인매출이 2배 이상 증가하면서, 업계는 온라인에 강한 기업으로 평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보다 온라인사업을 이끄는 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 이는 업계가 다 알고 있는 사실"며 "LG생활건강이 이를 빠르게 파악해 온라인으로 태세를 전환한 것. 이는 수익성 개선효과까지 볼 수 있다. 매출대비 영업이익이 급 성장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에 LG 생활건강이 매출이나 영업이익에서 호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앞선 내용과 같다. 화장품에만 집중하지 않았던 점과 빠른 태세전환으로 온라인채널을 강화 한 것"이라며 "이는 화장품 사업의 매출이 일시적으로 부진해도 미래를 위해서는 충분히 안고 갈 수 있는 수치"라고 강조했다. 

디지털 사업도 강화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직접 접촉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디지털 채널을 강화해 새로운 기회를 엿보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LG생활건강 2분기 실적에 따르면 전 사업부문에서 디지털채널을 이용한 온라인 매출이 증가세를 나타났다. 특히, 생필품 중 데일리뷰티부문매출이 온라인과 디지털사업에 힘입어 지난해 대비 47% 이상 증가한것으로 나타났다. 

◇ “미래 전망 긍정적...매출 감소·고정비 부담 축소 또는 상쇄 기대”

LG생활건강은 2005년 3분기부터 이어온 58분기 연속 매출 증가세는 멈췄지만 2005년 1분기 이후 61분기째 영업이익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차 부회장은 취임한 2005년 이후 꾸준히 화장품, 생활용품, 음료를 중심으로 사업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왔다. 본보기가 된 신뢰도 높은 제품들을 통해 해외시장을 넓히자는 게 그의 경영방침이다. 차 부회장은 2020년 신년사를 통해 "아시아를 뛰어 넘어 글로벌 회사로 도약하자"라는 말을 강조 할 정도로 해외 판매시장 확보에 집중해왔다.

앞으로의 전망은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IBK투자증권 안지영 연구원은 지난 8월 26일자 보고서에서 “국내, 면세점은 3분기에도 뚜렷한 돌파구가 확인되지 않지만 백화점, 방문판매 등 오프라인 내수 채널은 상반기 대비 매출액 감소 폭이 축소할 것”이라고 예상하며서 “중국 내 온라인 비중 확대로 오프라인 고정비 부담을 일부상쇄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망했다.

회사의 ‘브랜드 밸류’를 생각하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전망이 가능하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한 업계 관계자는 "LG생활건강의 역사를 따져 보면 기업의 신뢰가 뒷바탕이 되어 있다. 과거의 가장 아끼는 제품을 강화하려고 리스크를 안고 가려는 모습, 미래를 빠르게 내다 보는 기술 등은 기업이 행하고 있는 경영과제에서 비롯한 신뢰가 뒷받침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LG생활건강은 대기업임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스텝을 밟아오면서 만들어진 기업으로 업계에서 '탄탄한 기업'으로 평가된다. 이로 인해 어려운 시기에도 꿋꿋히 자리를 지킬 수 있는것같다. 앞으로도 이런 행보를 걸어가길 바한다"며 "위와 같은 이유로 최근 차석용 부회장의 경영 방침이 다시 재조명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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