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정 부산물 철저 관리, 안전한 사업장 환경 위한 선 조치

SK하이닉스가 반도체 공정과정에서 생기는 가스나 화합물 등 부산물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적으로 정해진 규정이 없는 물질까지 일일이 데이터화해 관리하는 방식이다. (SK하이닉스 뉴스룸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SK하이닉스가 반도체 공정과정에서 생기는 가스나 화합물 등 부산물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적으로 정해진 규정이 없는 물질까지 일일이 데이터화해 관리하는 방식이다. (SK하이닉스 뉴스룸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SK하이닉스가 반도체 공정과정에서 생기는 가스나 화합물 등 부산물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적으로 정해진 규정이 없는 물질까지 일일이 데이터화해 관리하는 방식이다.

반도체 칩 하나를 완성하려면 수백 개의 복잡하고 까다로운 공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빛과 열, 그리고 여러 용액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종류의 부산물이 쌓인다. 안전한 사업장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발생하는 부산물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SK하이닉스는 최근 공정 부산물 처리 장비인 1차 스크러버를 대상으로 ‘부산물 평가’를 실시하는 등 부산물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스크러버는 액체를 이용해서 가스 속에 부유하는 고체 또는 액체 입자를 포집하는 장치다. SK하이닉스는 자사 뉴스룸 사이트에 안전보건팀 관계자를 인용해 관련 내용에 대해 설명했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스크러버는 쉽게 말해 클린룸 전용 ‘청소기’다. 반도체 칩 생산장비 내부에서 발생하는 가스, 화합물을 걸러내고 제거하기 때문이다. 스크러버는 장비에서 배출되는 부산물을 가장 먼저 제거하는 ‘1차 스크러버’와 이후 남아있는 잔여 부산물을 최종적으로 처리하는 ‘2차 스크러버’로 구성된다. 웨이퍼 생산장비와 직접 연결되는 1차 스크러버는 각 공정별 다양하게 발생하는 부산물의 특성에 따라 처리한다.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에만 약 6,000대가 설치되어 있다.

실시간으로 공정 부산물을 처리하다 보면 스크러버 챔버 내부에 하얀색 찌꺼기인 파우더가 생긴다. 이 찌꺼기를 제때 제거하지 않으면 기기 오작동은 물론, 공정 완성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므로 주기적으로 사람이 스크러버 장비를 직접 해체해 청소하는 예방정비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특히 크기가 작은 1차 스크러버는 PM 주기가 매우 짧아 작업자가 업무 과정에서 가스 등 장비 내 잔여 부산물에 노출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8년 고용노동부와 함께 합동 현장 점검을 실시했다. 예방정비작업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작업자의 건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요소가 있는지 꼼꼼히 조사했다. 조사 결과 특이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혹시 모를 근무환경 사각지대를 해소하고자 1차 스크러버 장치를 대상으로 부산물 평가를 시행했다. 자체 연구를 통해 예방정비작업을 책임지는 협력사 구성원의 건강 리스크를 사전에 예방하고 불안을 해소시키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안전보건팀 조재현 팀장은 뉴스룸을 통해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아직 규격화되지 않아 측정하지 못한 위험요소가 현장에 있을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처리 시설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부산물들을 구체적으로 측정·정리해, 선제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부산물 평가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 검출량 미만 성분까지 조사... 체계적인 연구로 안전 누수 막는다

스크러버 부산물 평가는 4단계로 진행됐다. 우선 ‘대상 공정 선정’ 단계. 80여개 공정의 스크러버 중 가장 우선적으로 정밀 평가가 필요한 공정을 선정했다. 이론상으로 예방정비작업 중 발생할 수 있는 부산물 리스트를 만들어 유해성을 검토한 후, 그중 CMR 1등 특별관리물질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공정들을 선별했다.

CMR은 발암성, 생식세포 변이원성, 생식독성을 지닌 화학물질을 이르는 용어다. 2018년 환경부 고시 제2018-232호에 따라 총 364종의 성분들을 CMR 물질로 정의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부산물 정성 평가’를 통해 각 공정별로 실제 예방정비작업을 하는 동안 작업자가 노출될 수 있는 부산물의 종류를 파악했다. 이 과정에서 스크러버 챔버 내부의 모든 성분을 입자, 금속, 가스 등의 세부 유형으로 분류해 구체적으로 발생 가능성이 높은 부산물 리스트를 확보했다.

세 번째 단계는 해당 성분들이 해당 공정에서 얼마나 발생하는지 검출 농도를 측정하는 ‘부산물 정량 평가’다. 사업장 내 여러 측정 장비들을 동원해 기준치 미만의 낮은 검출량이라도 각 성분별로 최대한 정확한 수치를 확보하고자 했다.

마지막으로는 모든 스크러버 장비를 대상으로 ‘퍼지 타임(장비 내 잔여 가스를 빼내는 환기 작업에 걸리는 시간)’의 적절성을 평가했다. 장비별로 다르게 설정돼 있는 퍼지 타임을 전수 조사해 작업장이 충분히 환기되고 있는지 확인했다.

반도체 칩 하나를 완성하려면 수백 개의 복잡하고 까다로운 공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빛과 열, 그리고 여러 용액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종류의 부산물이 쌓인다. 안전한 사업장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발생하는 부산물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SK하이닉스 뉴스룸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반도체 칩 하나를 완성하려면 수백 개의 복잡하고 까다로운 공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빛과 열, 그리고 여러 용액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종류의 부산물이 쌓인다. 안전한 사업장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발생하는 부산물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SK하이닉스 뉴스룸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관리대상 포함되지 않은 부산물도 데이터화, 안전보건분야 선 조치 의미

이를 통해 얻은 성과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스크러버 장비별 데이터로 부산물에 장기간 노출됐을 때 작업자가 받을 수 있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추적·평가해 대응할 수 있는 객관적 지표를 마련했다. 특히 법적 규제 항목에는 포함돼 있지 않아 그동안 관리대상에 포함하지 못했던 부산물의 정보를 수집, 데이터화함으로써 예방적 차원의 개선책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두 번째는 장비마다 다르게 적용되던 퍼지 타임의 명확한 설정 근거를 마련한 것. 잔여 가스 제거에 사용되는 질소 투입량과 환기 작업 소요 시간에 대한 내부 기준을 구체적으로 수립했다.

상대적으로 총휘발성유기화합물의 농도가 높은 스크러버 장비의 종류를 파악해 공정 특성에 최적화된 퍼지 타임을 설정해 냄새 흡입 등의 문제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도록 했다. 안전보건팀은 앞으로 기존 평가 대상에서 제외했던 1차 스크러버에 대한 연구를 완료한 뒤, 일반 생산장비까지 단계적으로 부산물 평가를 확대 실시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스크러버 부산물 평가는 외부 전문기관의 권고에 따른 사후 조치가 아닌, 기업 차원에서 안전보건 분야의 새로운 규범을 선제시했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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