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독일발 제로웨이스트, 세계 거쳐 국내로도 상륙
비닐포장 없앤 제품 꼭 필요한 만큼만 구매, 나도 가능할까?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정부와 기업 의지와 노력 절실”
소비자 동참 함께 이뤄지면, 진정한 제로웨이스트 가능

국내 유명 포털사이트 뉴스란에 ‘환경’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기사가 1,128만건 이상 쏟아집니다. 인기 K-POP그룹 BTS와 방탄소년단 단어로 총 61만건, ‘대통령’ 키워드로 910만건의 기사가 검색(7월 13일 기준)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환경 문제에 대한 세상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환경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일회용품이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고 입을 모읍니다. 정부와 기업은 여러 대책을 내놓고, 환경운동가들은 ‘효과가 미흡하다’며 더 많은 대책을 요구합니다. 무엇을 덜 쓰고 무엇을 덜 버리자는 얘기도 여기저기 참 많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생활 습관과 패턴은 정말 환경적으로 바뀌었을까요?

‘그린포스트’에서는 매주 1회씩 마케팅 키워드와 경제 유행어 중심으로 환경 문제를 들여다봅니다. 소비 시장을 흔들고 SNS를 강타하는 최신 트렌드 이면의 친환경 또는 반환경 이슈를 발굴하고 재점검합니다. 소비 시장에서의 유행이 환경적으로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짚어보는 컬럼입니다. 열 세번째 주제는 환경적인 실천법으로 여러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제로 웨이스트’입니다. [편집자 주]

일회용품이나 플라스틱 또는 쓰레기를 배출하지 말자는 활동들을 일컫는 단어가 있다. ‘제로 웨이스트’다. 이 단어의 사전적인 의미는 ‘포장을 줄이거나 재활용이 가능한 재료를 사용해서 쓰레기를 줄이려는 세계적인 움직임’이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일회용품이나 플라스틱 또는 쓰레기를 배출하지 말자는 활동들을 일컫는 단어가 있다. ‘제로 웨이스트’다. 이 단어의 사전적인 의미는 ‘포장을 줄이거나 재활용이 가능한 재료를 사용해서 쓰레기를 줄이려는 세계적인 움직임’이다. 쉽게 말하면 일회용이나 플라스틱 대신 천이나 다회용기를 사용하며 '쓰레기를 만들어내지 않는' 활동이라고도 이해할 수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기타 수많은 쓰레기로 지구가 몸살이라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그러다 보니 이런 것들의 사용과 소비 자체를 줄이자는 움직임도 여러 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처럼 일회용품이나 플라스틱 또는 쓰레기를 배출하지 말자는 활동들을 일컫는 단어가 있다. 바로 ‘제로 웨이스트’다.

제로 웨이스트의 사전적인 의미는 ‘포장을 줄이거나 재활용이 가능한 재료를 사용해서 쓰레기를 줄이려는 세계적인 움직임’이다. 사실 낯선 단어는 아니다. 이런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다는 내용은 이미 여러 차례 기사화 됐고, 주위에도 환경에 관심을 두는 소비자들이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다만 여기서는 ‘제로’라는 단어에 주목해야 한다. 제로 웨이스트는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되는데 하나는 (줄이자는 의미가 아니라) 애초에 사용하지 않는, 그러니까 숫자로서 ‘0 (제로)’의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쓰레기를 줄이는 게 아니라 쓰레기를 처음부터 만들지 않는 생활, 포장재를 줄이는게 아니라 일회용 포장재가 애초에 없는 곳을 뜻한다는 의미다. 그게 과연 가능할까?

◇ 쓰레기 안 나오는 상점, ‘용기내는 소비’방법 아시나요?

일부 환경운동가들만의 용어가 아니다. 산림청은 지난 6월 11일 블로그를 통해 ‘제로 웨이스트 운동은 더 이상 소수의 몫이 아니다’라는 글을 남겼고,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은 최근 블로그를 통해 ‘제로웨이스트 이벤트’를 진행했다. 정부기관 등에서도 이미 일상적으로 사용한다는 의미다.

콘텐츠로도 제작된다. Olive 예능 프로그램 ‘식벤져스’에서는 잉여 식자재를 활용해 버려지는 것 없이 남김없이 요리를 만들고 일회용품과 쓰레기 등을 배출하지 않는 제로 웨이스트 식당을 운영한다. 파뿌리나 양파 껍질로 기름을 내고 메인 요리에 잘 쓰이지 않던 계란 흰자로 만두피를 만드는 식이다. 이 식당에는 일회용 냅킨도 없다.

제로웨이스트숍도 인기다. ‘알맹상점’은 집에서 쓰던 빈 용기를 가져와 필요한 만큼만 담고 무게를 재서 내가 구입한 만큼만 돈을 낸다. 개인 용기를 가져와 에탄올로 소독한 다음 살짝 말려 그 용기에 제품을 담아가는 방식이다. 샴푸나 커피도 이런 방식으로 구매한다. 배우 류준열이 #용기내 라는 이름으로 SNS에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용기’를 냈다는 건 단어 그대로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된다. 이 가게는 2016년 서울에 처음 생겼고 현재 4곳이 운영중이다.

알맹상점에서 물건을 구입해봤다는 한 소비자는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기존 대용량 제품은 ‘어차피 사두면 오래 쓰겠지’하는 마음으로 구입했다가 다 사용하지 못하고 버리는 경우도 있는데 이곳에서는 필요한 만큼만 구입하면 되므로 경제적이고 용기도 사용하지 않아 환경적”이라고 말했다,

◇ 2014년 독일발 제로웨이스트, 세계 거쳐 국내로도 상륙

제로웨이스트 숍의 출발은 2014년 독일에서다.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세워진 ‘오리기날 운페어팍트’에서 포장되지 않은 제품을 판매하면서부터다. 운페어팍트라는 단어가 독일어로 ‘포장되어 있지 않은’이라는 뜻이다. 이곳 역시 빈 용기나 봉투를 가져와 원하는 제품을 무게만큼 구입하는 방식으로 소비가 이뤄졌다. 매장에는 농산물을 포함해 비누와 샴푸 등 생활용품까지 총 600여가지의 제품이 진열됐다. 포장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타 매장보다 가격 역시 저렴했다.

포장지 없는 슈퍼마켓이 문을 연 후 독일에는 라떼 만들고 남은 우유거품으로 리코타 치즈를 만드는 카페가 등장했고, 덴마크 코펜하겐에는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한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이 유명세를 끌기도 했다.

덴마크 ‘뢰스 마르케트’는 로컬 식재료와 생활용품을 파는 곳으로 현지 유기농 생산자, 제조업체 등과 직접 거래해 바로 소비자애게 중개했다. 이곳은 재활용 용기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기도 하고 배달 서비스도 이뤄져 화제가 된 바 있다. 배달은 탄소배출을 줄인다는 이유로 자동차가 아닌 자전거로 이뤄졌다.

지난해 3월,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플라스틱 없이 장보기’를 실현하자는 취지로 시민 32명과 함께 플라스틱 소비 없이 장볼 수 있는 가게를 찾아다녔다. 이를 통해 ‘플라스틱없을지도’라는 지도를 제작했다. 여성환경연대는 일회용 플라스틱 없는 카페를 찾아 ‘방방곡곡 플라스팅없다방’이라는 지도를 만들었다. 모두 제로웨이스트와 관련 있는 숍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쓰레기를 없앴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플라스틱을 제로화했다는 점에서는 ‘제로 웨이스트’이름을 붙일 만 하다.

일회용품이나 플라스틱이 전혀 없는 '제로 웨이스트' 욕실을 만들 수 있을까? 쉽지 않은 숙제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일회용품이나 플라스틱이 전혀 없는 '제로 웨이스트' 욕실을 만들 수 있을까? 쉽지 않은 숙제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비닐포장 없앤 제품 꼭 필요한 만큼만 구매하기, 국내서도 가능할까?

일반인이 장보기 과정에서 실천할 수 있는 ‘제로웨이스트’ 노하우는 뭘까. 그린피스는 장바구니와 다회용 용기 등 대안 물품과 용기를 가지고 장을 보되, 소량 포장된 제품보다는 대량 진열된 제품을 구매하고 포장재 없이 진열된 식료품을 구매하라고 조언한다. 과일과 채소는 신문지나 보자기, 그물망에 담고 곡물은 유리병에, 수산물과 축산물은 밀폐용기에 담으면 된다.

문제가 있다. 포장재없이 진열된 식료품을 구매하는 것은 몇몇 제로웨이스트숍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라이프스타일 콘텐츠 스튜디오 ‘sik_kuu.(식구.)’ 조한별 대표가 기자에게 이 문제에 대해 얘기한 바 있다. 조 대표는 요리 전문 에디터 출신으로 현재 푸드 관련 콘텐츠 제작사를 운영한다. 과거 에디터 시절에는 음식 쓰레기 문제 등을 다룬 ‘냉장고 다운사이징’ 캠페인을 기획·진행하기도 했다.

조 대표는 평소 집에서 양문 냉장고가 아닌 작은 사이즈 일반 냉장고를 쓴다. 조 대표는 “냉장고에 잘 넣어 둔다고 신선함이 제대로 유지되는 것도 아니고, 식재료 관리 노하우를 가진 전문 요리사가 아니면 냉동 보관 후 해동 과정에서 재료 본연의 맛을 잃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냉장고에는 고춧가루와 쌀, 닭가슴살 약간만 보관하고 채소나 나물 등은 소량만 구입한다. 중대형 슈퍼나 마트는 제품이 대부분 이미 포장 되어 있어서, 원하는 만큼만 구매할 수 있는 재래시장 등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조 대표는 이 부분에 대해 “구매 패턴을 바꾸면 경제적으로나 환경적으로도 이익이고 신선하게 먹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경기도 기흥에 거주하는 한 소비자는 주말에 동네에서 열리는 로컬푸드 마켓에서 채소를 구입한다. 소규모 장터 형식으로 열리는 이 마켓은 용인 지역에서 재배한 식재료를 소량 구매할 수 있는 곳이다. 비닐로 포장되어 있지 않고 필요한 만큼만 구입할 수 있는 곳도 있어서. 장바구니 하나면 식재료를 담을 수 있다. 이 소비자는 지난 11일에도 버섯과 가지, 양파를 1만 2000원어치 구입하고 모두 장바구니에 담아왔다.

독일 베를린 스타 셰프이자 파워 블로거 소피아 호프만은 지난해 <제로 웨이스트 퀴헤(Zero Waste Kuche) : 쓰레기 없는 주방>라는 책을 출간해 화제가 됐다. 호프만은 언론 인터뷰에서 쓰레기 없는 주방을 위해 실천해야 할 3대 원칙이 “적게 사고, 잘 고르고, 끝까지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정부와 기업 의지와 노력 절실”

제로웨이스트는 장보기나 요리 뿐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이슈다. 실제로 최근 인터넷 게시판에서 ‘제로웨이스트’ 키워드를 검색하면 면 생리대를 사용한다거나 소프넛 열매로 설거지를 한다는 사연, 천연수세미를 사용하거나 폼클렌저 대신 유기농 고체비누를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는 사연이 다수 검색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소비자들 개인의 노력보다 기업의 노력이나 정부의 정책, 또는 규제가 더욱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실제로 서울 송파구에 사는 한 소비자는 “물건을 사는 사람들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힘들게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것 보다는 기업이 제품을 만들어 파는 과정에서 포장과 쓰레기를 줄이려고 노력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 소비자는 평소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건 물론이고 집 근처에 잠시 외출할 때도 비닐봉투를 가지고 다닌다고 했다. 그는 “동네 편의점에서 급하게 물건을 몇 개 구입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 봉투가 필요한 건 무게 보다는 ‘손이 부족해서’인 경우가 많다”고 말하면서 “요즘 봉투는 두툼하고 품질도 좋아서 한번 쓰고 버리는 게 아니라 여러 번 써도 문제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소 환경적인 소비를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고, 이런 개인들의 노력이 모이면 커지겠지만, 그것보다는 한번에 많은 양의 실천을 할 수 있는 기업이나 기관들이 좀 더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는게 전체적으로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소비자들의 동참 함께 이뤄지면, 진정한 제로웨이스트 가능

최근 환경부와 기업도 이 분야에 적잖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이 제로웨이스트 숍을 적극 오픈하는 사례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풀무원 올가홀푸드다. 풀무원은 지난 5월 서울 송파구 올가 방이점에서 국내 최초 '녹색특화매장' 시범운영 기념식을 열었다.

녹색특화매장은 환경부가 운영하는 '녹색매장'을 확장·발전한 개념이다. 올가는 지난해 10월 환경부·환경시민단체와 ‘녹색소비문화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지속가능한 녹색소비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해왔다.

올가는 국내 1호 녹색특화매장 지정에 맞춰 방이점을 부분 리모델링했다. 매장에서는 공정무역인증 100% 유기농 면으로 만든 친환경 백과 코팅을 하지 않은 종이 백 등으로 일회용 비닐을 대체했다. 채소 코너에서도 불필요한 비닐 포장을 없앴다. 냉장된 고기는 곡물 껍질을 원료로 만든 바이오매스 포장재로 포장했다. 해당 매장을 방문해본 한 소비자는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생분해 트레이에 고기가 담겨있는 모습이 신기했다”고 말했다. 세제와 바디용품이 담긴 용기도 사탕수수를 원료로 마든 케이스에 담겼다.

이 밖에도 올가는 고효율 LED조명, 친환경 냉장설비로 매장 내 에너지 절감, 전기 자전거를 활용한 친환경 배송 서비스, ASC 및 MSC 인증 지속가능 수산물 운영, 저탄소 인증 농산물 존 구성 등 제로웨이스트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녹색소비 실천을 제안하는 다양한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제로웨이스트는 환경에 관심 많은 몇몇 소비자의 개별적인 실천만으로는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 기업과 정부의 적극적인 실천에 소비자들의 동참이 함께 이어져야 실천 가능한 환경 트렌드다.

풀무원 올가홀푸드 매장/풀무원 제공
제로웨이스트숍을 추구하는 풀무원 올가홀푸드 매장의 모습. (풀무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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